[ 12시의 도밍게즈 1부 ] 

[ Chapter 3. 모래 시계의 균형 ] 

 

 

2022. 09. 24 CoC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 W.팀 라퓨타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4507568

 

KP/KPC - 똘비 (마릴루 클러라먼시) 

PC - 쮸 (장태주)

 

※ 아래는 본 시나리오의 로그 백업이며, 시나리오의 상, 스포일러등이 전부 포함되어있으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 예정이신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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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도래했습니다.
 
신문과 뉴스, 인터넷 기사를 구별치 않고
 
모든 매체에서 도밍게즈의 평화를 떠들었습니다
 
2053년 새해의 길거리는 유난히 사람으로 북적였어요.
 
멸망을 넘어, 새로운 계절.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못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신사에 들리고, 기도를 올리고, 골목을 뛰놀고,
 
벚꽃을 즐기며 삶을 찬미했습니다.
 
예언의 탑이 기운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신뢰는 녹지 않는 눈처럼 쌓였고
 
타이머와 카운터, 덩달아 DOT의 입지까지 얼음처럼 단단하게 굳어 갔습니다.
 
7년이 흐르는 동안 타이머와 카운터가 필요할 정도로 다급한 사태는 거의 없었습니다.
 
마릴루와 당신은 자잘한 사건, 사고로부터 사람들을 구원하고,
 
TV와 같은 매체에 얼굴을 팔고, 구원 외 다른 임무에 배정되며 한가로이 지냈습니다.
 
도밍게즈 건국 이래, 유난히 평화로운 한때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똘비 (GM) ‘도밍게즈, 역사상 최악의 지진 발생!’
 
‘도밍게즈, 역사상 최악의 지진 발생!’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2
 
최후의 이야기
 
Written by 수연
 
Timer. 마릴루
 
Counter. 장태주
 
Date. 2022.09.24
 
2
 
호외요! 호외!
 
요란한 외침과 함께 신문이 쏟아집니다.
 
하나 같이 제2구역에서 일어난 커다란 지진 사건으로 1면이 가득 찼습니다.
 
사진 속 제2구역의 모습 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습니다.
 
원인 미상의 지전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고, 공장이 무너지며, 각종 화재가 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소식은 당신에게도 전해졌습니다.
 
장태주 :..........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호출입니다.
 
2059-03-04, 19:14
 
타이머, 카운터 제2구역 지원 요망
세계에 재난이 내리면 사람들은 구원자를 찾습니다.
 
장태주 :(그러시겠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우리는 현재 어디에 있나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이동하도록 합시다.
제복을 갈아입고, 필요한 것을 챙기고, 출동할 때입니다.
 
장태주 :(사과 깎던 거 냉장고에 넣음..)
(마릴루는 뭐 하고 있지???)
 
마릴루:(소파에 드러누워있음..)
야, 사과는?
 
장태주 :-_-;
당신은 타이머로서의 자각이 있기나 한가요? (제복 다 입고 마릴루 제복도 입혀줌...)
(챙겨야 할 건 이녀석.. 준비끝..)
 
마릴루:존나 고상한 척 하긴... (꾸물꾸물.. 제복으로 갈아입는다.)
 
장태주 :당친이 천박한 겁니다. (한숨 푹...)
 
마릴루:구원자 놀이, 그렇게 재밌는것도 아니면서. (히~죽 웃고 현관을 나선다.)
 
장태주 :........
(자기 뺨 한번 때리고 웃는 낯으로 따라간다)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DOT의 헬기로 출동합니다.
 
제2구역의 상공에서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은 헬기가 착륙합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귓속이 먹먹합니다.
 
장태주 :...........
 
무너진 공장의 잔해, 그을린 땅,
 
잿더미가 되어가는 숲과 혼비백산 도망치는 사람들…….
 
아이의 울음소리와 날 선 비명, 동물의 울부짖음이 창 너머로 열기와 함께 스며듭니다.
 
광대뼈 주위가 홧홧하게 달아오릅니다.
 
장태주 :(싫다..)
 
좋건 싫건, 익숙해진, 익숙해져야 할 광경이었습니다.
 
가장먼저 출동한건 당연지사 1시의 타이머들 이었습니다.
 
지원이 오기까지 앞으로 4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하니 그 전에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태주 :하필 화재라니..
 
:룰 다 읽으면 확인표시!
 
화재를 부탁해!
 
1라운드
 
장태주의 턴입니다
 
장태주 :(초능력을 사용합니도!)
 
:고!
 
장태주 :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2
극단적 성공
피해 4
 
:
 
장태주 :(올)
 
:어떤식으로
불껏는지도
묘사 ㄱㄱ
 
장태주 :(화재 방향으로 폭우를 보냈습니다!!^_^v)
 
:^_^v
토큰을클릭해서
4개지워주세요
 
장태주 :클릭이
안되는디
 
:헐?
클릭안되?
 
장태주 :웅!
왜지?!
 
:
내가지울게걍
ㅋㅋㅋㅋㅋㅋㅋㅋ
 
장태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너미의 턴입니다
 
화력
115 57 23
94
성공
피해 2
1 1kpc 2pc
 
불길은 마릴루를 덮칩니다!
 
장태주 :마릴루!
 
마릴루:
마릴루
회피
37 18 7
2
극단적 성공
 
장태주 :(하 ㅅㅂ...)
 
마릴루:..됐으니까 앞이나 보시지?
왜. 걱정돼?
 
장태주 :..........
(고개돌려버림 ㄱ-)
 
마릴루의 턴
 
마릴루:걱정 되냐니까? 사람이 묻잖아. (성큼 다가가 손을 덥썩 잡습니다.)
 
붙들린 손아귀가 유독 차갑습니다.
 
다음 라운드 내 카운터의 초능력 수치가 10 상승합니
 
 
장태주 :알아서 잘 했으면 됐잖아요.
(.....)
 
마릴루:아니면.. 말고~
 
1시간이 경과합니다.
 
2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한번 더 비를 뿌립니다 . .. )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45
성공
피해 7
 
태주는 빠른속도로 불을 제압해나갑니다.
 
에너미의 턴
 
화력
105 52 21
57
성공
피해 3
 
그러나 이에맞서, 불 역시 빠른속도로 번져나갑니다.
 
장태주 :(어휴 임무인지 미친인지)
 
마릴루의 턴
마릴루
진압
70 35 14
3
극단적 성공
피해 2
 
마릴루:(거대한 물방울을 만들어 주변 불길 위에서 터트린다. )
 
3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달리 할게 있나.. 비나 내린다 .. . . ㄱ-)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29
어려운 성공
피해 6
 
거센 폭풍우가 산불을 쓸어내립니다.
 
에너미의 턴
 
화력
105 52 21
7
극단적 성공
피해 1
1
 
장태주 :(아오진짜)
 
불길은 한번 더 마릴루를 공격합니다!
 
장태주 :...!
......
 
마릴루:
마릴루
회피
37 18 7
6
극단적 성공
 
장태주 :(.........)
 
마릴루의 턴
 
마릴루:불이 자꾸 나만 공격해~ 무섭다. (얼굴색하나 안변하고 엄살부림..)
(장태주 등 뒤에 착~)
 
장태주 :..........
^^잘 피하시던데요. 뭘.
 
마릴루:니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
 
두 사람의 등이 밀착합니다.
 
다음 라운드 내 카운터의 초능력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장태주 :(.........)
 
4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비구름으로 주변을 둘러싸본다..)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87
실패
피해 4
(아까부터 자꾸 집중안되게 저 호박이..)
(자기 이마 한번 퍽!! 때리고 전두엽에 힘줘봄..)
 
:고잉고
 
장태주 :(마릴루 위쪽으로 비를 쏟는다. -_-)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34
어려운 성공
피해 4
 
쏴아아아....
 
장태주 :불 근처에 있지 마세요~
위험하게..
 
커다란 먹구름이 불길을 쓸어갑니다.
 
마릴루의 헤어세팅마저도..
 
마릴루:아 차거!!!!!!!!!!!!!!!!!!!!
 
장태주 :(흥..)
^^
 
마릴루:너 일부러 그랬지 이 ....
(머리쥐어잡..으려다보는눈있어서 째리기만 함)
 
장태주 :쫄딱 젖어도 예뻐요 ^^
 
마릴루:진짜 지랄좀 하지 마... (물기쭉...)
...........
 
에너미의 턴
 
화력
105 52 21
77
성공
피해 3
1
 
거세진 화력이 마릴루의 앞길에 옮겨붙습니다.
 
장태주 :(아놔 마릴루 잡아당김;)
 
:
마릴루
회피
37 18 7
18
어려운 성공
 
마릴루:우왓... (쭉 끌어당겨짐)
 
장태주 :그렇게 관심 끌고 싶어요? 아주 불길에 몸을 던지네..
 
마릴루:이쪽으로 자꾸 붙는데 어쩌라고? (잡힌곳 물끄럼..)
아주 적시고 만지고...
변태.
 
장태주 :하하..
.....
 
마릴루:(이때싶 허리 더듬음)
 
장태주 :(누가 누구더러 변태래..)
 
두 사람이 힘을 발휘해 불길을 추스르면,
 
뒤따라 지원에 나선 타이머들이 하나 둘 도착합니다.
 
총성 같은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
 
착륙장을 찾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기체,
 
공격적으로 물길을 쏟아붓던 소방차들과 허탈하게 대피소에 늘어진 난민들.
 
우리도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태주 :...........
 
꺼져가는 불길 속에서,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58
실패
(아 안경에 물기가);;
장태주
관찰력
47 23 9
47
성공
 
공장의 높은 기둥은 여전히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아 있습니다.
 
그 근처로 땅이 길게 갈라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생긴 싱크홀입니다.
 
숨을 고르고 있으면 리슬러 부관이 맞이합니다.
 
장태주 :........
 
리슬러 부관: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시죠.
 
장태주 :(마릴루 흘끔..)
 
마릴루:(머리에 묻은 물기 쭈욱 짜내는 중)
 
장태주 :(대충 옆구리에 끼고 감)
 
마릴루:자기야. 나 추워
(꼬옥)
 
장태주 :.......... 감기 걸리기 전에 귀가하면 좋겠네요^^ (토닥..)
 
둘은 리슬러 부관을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공기가 매캐한 탓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숨쉬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걸었다고, 드러난 피부며 옷자락은 재투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도착한 곳은 제2구역의 변두리에, 그나마 멀쩡하다 싶은 숙소입니다.
 
장태주 :...........
 
로비에 앉은 하인리히 장교가 보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왔는가, 제군들.
여기 잠깐 앉아보게.
 
장태주 :(언제 봐도 기분나쁜 영감탱이)
(얌전히 가서 앉음)
 
의자는 푹신하지 않습니다.
 
불씨가 남았지만, 날이 지나치게 어둡습니다.
 
바람이 잠잠한 탓에 그나마 더 번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어쩌면 제7시의 타이머와 카운터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너무 늦은 시간이라 더는 누군가를 구할 수도, 찾을 수도 어렵습니다.
 
간신히 복귀 명령이 떨어진 마당에 불편한 소파에 오래 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인리히 장교:....
 
호출한 장본인은, 정작 말이 없습니다.
 
시선은 로비의 유리창으로 향합니다.
 
투명한 것은 여과 없이 바깥의 광경을 담고 있습니다.
 
장태주 :(불러놓고 말을 안해 싸가지없게..)
 
참혹한 광경은 가히 종말이라 부름이 옳습니다.
 
하늘이 녹아내리고 체질이 불에 풀어지니 발을 디딘 땅마저 말랑말랑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장태주 :.........
 
이대로 모든 것이 녹고 녹아, 바닥으로 꺼질 것 같았습니다.
 
도밍게즈조차 이런 꼴인데, 지구, 나의, 너의 다른 세계는 지금쯤 어떤 꼴일까…….
 
장태주 :....................
 
애먼 생각이 스쳐도, 하인리히 장교는 여전히 같은 곳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티가 역력합니다.
 
그가 선인이건, 악인이건, 도밍게즈를 향한 애정과 헌신만큼은 진실이었으므로.
 
매캐한 연기 냄새 때문에 목 안이 까끌까끌 합니다.
 
한참 침묵하던 그는 곧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고생했네.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보는 것 같은데, 상황이 영 좋지 않군
 
목소리가 유난히 케케묵은 라디오의 탁음처럼 들렸다면 착각은 아니었겠죠.
 
애석한 인사말 후로, 그가 당부를 덧붙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지진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바닥이 꺼지고, 싱크홀이 생기고 있다니 주의하게.
되도록 탐사대가 확인한 위치만 이동하고, 돌발행동은 절대 지양해야 해.
사태가 심상치 않군....
 
장태주 :...네.
 
전달 사항은 걱정이었던 걸까요?
 
악어의 눈물이 따로 없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래, 내일 아침에 보지.
푹 쉬도록.
 
장태주 :............
 
무거운 발걸음이 바닥을 밟자 군화 특유의 소리가 로비를 울립니다.
 
지친 것은 저쪽이나 이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7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되는 기분이었으니까.
 
왜,
 
어째서,
 
멸망을 저지할 세계의 구원자가 이곳에 임하였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모두의 얼굴 위에 드리운 불그스름한 음영이 괜스레 불길했습니다.
 
예언 속 한 장면 같은 멸망을 무력하게 지켜보았을 뿐입니다.
 
장태주 :...........
 
카운터가 도밍게즈에 온 지 정확히 7년째 되던 날입니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타닥타닥, 돌아갈 곳을 찾아 흩날렸습니다.
 
도밍게즈에 이토록 큰 재앙이 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에요.
 
타종의 삶과 세계를 갈아넣어 갈취한 평화마저 온전하지는 못하단 걸까요?
 
아니, 어쩌면 ■■은 아무도 모를 때,
 
홀연히 임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
 
하인리히 장교:이례적인 지진은 하필 제2구역에서 발발한 탓에 공장이 무너지고 쓰러지며, 전 체 구역의 3할 가까이 폐허가 됐을 정도로 큰 화재를 몰고 왔습니다. 간신히 불은 꺼졌고, 남은 것은 구조 작업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방비입니다.
 
:이례적인 지진은 하필 제2구역에서 발발한 탓에 공장이 무너지고 쓰러지며, 전 체 구역의 3할 가까이 폐허가 됐을 정도로 큰 화재를 몰고 왔습니다. 간신히 불은 꺼졌고, 남은 것은 구조 작업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방비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는 2구역 외각의 그저 그런 호텔에서 머뭅니다.
그나마도 방이 모자라 타이머와 카운터는 이번에도 같은 방을 써야 합니다.
투정은 사치입니다. 대피소의 지붕 아래, 텐트 속에서 우글우글 모여있는 이들을 한 번이라도 봤더라면 말이에요!
 
장태주 :...........
 
:숙소의 구조는 미니맵을 참조해주세요
 
마릴루:....
(엣취.)
 
장태주 :(마릴루 머리 위로 마른 수건을 덮어준다)
먼저 씻어요.
 
마릴루:올라가야 씻지. 나 걸을 힘도 없는데.
(팔 벌린다)
숙소까지만 옮겨줘.
 
장태주 :.......
(별다른 말 없이 안아들고 숙소로 올라간다. 사람 속 긁는 데에 천부적이라니까..)
 
마릴루:(힘이 없다는것 만큼은 헛소리가 아니었는지 가슴팍에 고개를 기댄 채 얌전히 올라간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기어 올라옵니다.
 
장태주 :.............
 
침대는 딱딱하고 탁자와 의자는 다리의 아귀가 맞지 않아 조금 흔들립니다.
 
창 밖엔 볼 것이라곤 하나 없어요.
 
욕실은 두 사람이 함께 쓰기엔 좁은 욕조가 딸려 있습니다.
 
협탁엔 필요한 것들을 적당히 넣어두도록 합시다.
 
장태주 :(커튼을 쳐버린다.)
 
마릴루:먼저 씻는다. (숙소에 도착하고서야 제 다리로 선다. 머리에 있는 마른수건으로 멀굴을 누르며 욕실로 들어간다.)
 
장태주 :.......
 
마릴루:(그리고..욕실 문틈 사이로 옷가지가 하나둘 날아온다..)
(제복..)
(리본...)
(깜스...)
 
장태주 :...................
 
마릴루:(팬티...)
 
장태주 :....................................................
 
마릴루:장태주.
 
장태주 :(하나씩 주워들어서 협탁 위에 정리함)
왜요?
 
마릴루:들어와서 후크좀 풀어봐.
 
장태주 :......
(망설이다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마릴루:(전라에 가까운 상태로 등을 보여준다.)
 
장태주 :............. (짜증나. 담백하게 한장 남은 속옷을 벗겨들고 다시 나간다.)
 
속옷을 들고선 밖으로 나가면,
 
휴대폰이 울립니다.
 
메시지가 도착했단 뜻입니다
 
장태주 :?
(휴대폰 확인함)
 
……설마, 들어오자마자 또 호출은 아니겠죠?
 
불길함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확인하면…
 
아니나 다를까! DOT입니다.
 
장태주 :......
 
2059-03-04, 23:41
 
이번 주차 연구 주제를 발송합니다.
 
(전체 보기)
 
장태주 :연구 주제라니..
 
정확히는 DOT의 동관에서 도착한 메시지입니다.
 
17살, DOT에서 처음 그와 만난 이후 꾸준히 해오던 바로 그 ‘연구 보고’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예외는 없는 모양이죠.
 
장태주 :.................................................
 
DOT는 여전히 타이머와 카운터가 긴밀해지기를 바라고,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태주 :하....
 
당신은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을 수도 있고, 확인 후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장태주 :(이 변태새끼들)
 
평소라면 연구원들이 득달같이 쫓아올 테지만, 지금은 제2구역이잖아요?
 
장태주 :.......
(욕실 한번 돌아봤다가 휴대폰을 꺼버린다.)
지긋지긋하네 정말.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잠깐 기다리고 있노라면 이내 문이 열리고...
 
매캐한 수중기와 함께 마릴루가 나옵니다.
 
장태주 :........
 
흰 가운을 입은 채 입니다.
 
장태주 :......쉬세요. (한 침대를 쓸 생각이 없다는 듯이 제복 차림 그대로 소파 위에 늘어진다.)
 
마릴루:.....
(냉장고 문을 벌컥 열어 안을 조금 뒤지나 싶더니, 맥주 한 캔을 따서 어거지로 소파 옆자리에 앉는다.)
문자 봤어?
 
장태주 :..................
아니요.
휴대폰이 꺼져서.
 
마릴루:아, 그러셔?
(제 휴대폰 키패드 1번을 꾹 눌러 전화를 건다.)
 
장태주 :(천장이나 노려본다)
 
마릴루:....
그럼 이걸로 봐. 연구 보고서 작성하래.
(휴대폰 화면을 들이민다.)
 
장태주 :........
(그래 봤다. 봤어. 한숨 한번 내쉬고는 얼굴 앞에 들이밀어진 손을 붙잡아 내린다.) .... 그래요. 그럼 대충 하고 끝내버리죠 뭐.
(소파 위에 끼어들어 불편하게 앉은 마릴루를 제대로 앉혀주고는) 어딜 빨아주면 되나요? 입? 아니면 아래쪽?
 
마릴루:........... (맥주 캔을 들이키다 한쪽 눈썹이 꿈틀한다. 누가 누구보고 천박하단건지. 다리를 꼰 채 상대의 자리를 침범해 상반신을 소파에 기댄다. 상처자국이 가득한 손목을 내밀어보이곤) 각인 먼저.
 
장태주 :......(독하게 긁어 놓은 흔적 위로 흐려지기는 커녕 선명하기만 한 각인을 불쾌하다는 듯 노려본다. 흔하게 쓰이는 숫자일 뿐인데 마주칠 때마다 자기 위치를 자각 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럽다. 차라리 발바닥 위에 키스를 하는 게 속 편하겠지 싶지만..)
(흉터를 손가락으로 한번 쓰다듬고는 각인 위로 느리게 입 맞춘다. 연인에게 키스라도 하는 듯 한번 핥았다가 살갗 위로 이를 세운다.)
.......차가워.
 
차갑고, 지독하고. 바라봐 좋은 기억이라곤 티끌도 없는 각인임에도,
 
치아를 세워 접촉한 순간 정서적인 안정을 얻습니다.
 
공포에 내몰린 비명, 뼈에 사무치는 울음, 무너지는 굉음……
 
모든 것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장태주 :(그러니까 이런 게 기분 나쁘단 거야.....)
 
마릴루:... (손목으로 닿는 숨결을 느끼며 상대의 뺨을 엄지로 쓸어내린다. 귓바퀴에 걸쳐진 안경 다리를 앞으로 꾹 밀어내곤 올라오라는 양 턱짓한다.)
기분이 어떤데? (지겹도록 해 온 연구보고이니 답은 자명하다. 하지만 답을 알고 있는 것과 아가리를 벌려 답을 꺼내가는 건 별개의 일이지.)
 
장태주 :.................
우습게도.. 안정이 되네요.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는 쓸개즙이라도 토하는 것 처럼 속삭인다.)
아무래도 타이머와 카운터니까.. 당연한 거겠죠.
 
마릴루:...궁금한게 있는데.
 
장태주 :........
 
마릴루:7년 전 나도 그렇게 재수 없었니? (타이머니 뭐니.. 선을 그어대는 꼴이 이제서야 우스워진다.)
 
장태주 :............... 글쎄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더 어른스러웠던 것 같네요 당신은.
(타액 묻은 손목을 소매로 닦아준다.)
 
마릴루:(높은 목소리로 웃는다.) 그렇네. 지금 날 이렇게 만들어 둔게 넌데. 그럼 속 시원해야지 안 그래.
 
장태주 :...............................
 
마릴루:기억 나? 네 능력이 전부 나한테로 도망가버린 날에, 그걸 되돌릴 방법이 하나밖에 없는걸 알아서 네가...
수업종 치자마자 나한테 키스하자, 그랬는데.
 
장태주 :..........
 
마릴루:그때 진짜 되돌려받고 싶엇던건 어느쪽이었어? (상대의 입술을 꾹 눌렀다 뗀다.)
 
장태주 :(주먹을 쥐어 떨리는 손에 힘을 준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참아내는 표정은 기묘하게 무표정하다.) ... 능력이 사라지면 카운터로서의 가치도 사라지는 거잖아요. 아직까지 그런 키스에 의미라도 두고 있었어요?
어른이면서. 다 지난 시절이나 끌어안고 있고..
한심해요.
(더 무슨 말로 사람 속을 후벼 팔지 두려운 마음에 마릴루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춘다. '포기하고 싶게 만들지 마.'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너나 나나 늙은이들 장단에 맞추기만 하면 모두가 평화로운 거야.' ...라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는다.)
(멋대로 혀를 섞는 것도, 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었다가 놓는 것도. 상대방을 대함에 있어 어린 시절에 비하자면 비약적인 성장이었지만 결국 기계적이다. 1시의 카운터는 저 좋자고 키스에 감정을 실을 만큼 뻔뻔한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릴루:......................... (입술이 포개어지고 말캉한 혀가 들어오면. 짝, 소리나게 따귀를 때린다. 대꾸할 틈이 나기 전에 마시던 맥주 캔을 냅다 상대의 머리 위로 쏟아붇는다.)
...혼자 어른인 척 하지 마. 기분나쁘게. (어그러진 입꼬리가 엉망으로 올라간다.)
너, 아직도 무서워하고 있잖아? 내가 어딘가로 도망갈까봐. (엄밀히 말하자면 자기소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 ...다시 해. 이번엔 눈 감지 마. 내 눈 똑바로 보란 말야.
 
장태주 :.......
하하! 맘대로 생각해요. (한대 얻어맞고 나서야 웃음이 터진다. 언제부터 이 사람의 존재가 고문 같아졌지? 가까이 붙어 자며 가슴 졸이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잔뜩 여유를 부려놓고 결국 눈을 마주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나의 타이머는 그저 내가 흔들리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 이건 애정도 뭣도 아냐. 스스로를 설득하듯 되새기며 마릴루의 뒷목을 붙들고 한번 더 입술을 부딪힌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마릴루:씨, ..발. 내가 보라고. 했잖아. (눌린 뒷목에 잇새로 숨을 내쉬어가며 뚝뚝 끊긴 단어를 뱉는다. 엉겨붙은 혀를 날카로운 송곳니가 찌르고 뒤섞인 타액은 독이라도 된 양 쓰라리게 목울대를 지난다. )
하.... (일련의 과정에도 굳게 내려닫긴 눈꺼풀이 야속하다. 눈이라도 틔울 심산으로 기어이 어깨를 잡고 무릎위로 올라 앉는다. 속옷하나 걸치지 않은 속살이 상대의 제복 아래 닿는다.)
 
장태주 :(제복 바지 아래로 힘이 들어간 하체가 뜨겁다. 순간적으로 트인 시선이 흐트러진 가운 사이에 박힌다. 저 안으로 손을 넣으면 나는 후회할까? 그러고도 타이머니 카운터니, 뻔뻔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이미 오른손이 먼저 마릴루의 허리께를 주무르고 있었다. 머저리 등신새끼..)
(혀를 빨던 입술을 목덜미 쪽으로 옮겨 붙이니 체취가 코 안쪽으로 밀려든다. 싸구려 비누향 사이로 기어코 주인의 냄새를 찾아내는 제 꼴이 지능 떨어지는 짐승 같기도 하고.. 하여간 우습다. 생리적인 흥분감에 잇새로 가늘게 한숨이 흩어진다.)
(하얗고, 서늘하고, 향긋한 인간은 나의 죄. 배덕감이 성욕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누구 하나라도 가르쳐 줬더라면.. 아니, 그랬다고 해도 진작 도망갈 수 있었을까? 어린시절로 돌아간 꿈을 꿀 때마다 장태주는 항상 같은 선택을 했다.)
(시선을 들어 마릴루의 한쪽 눈을 마주하면 코 끝에 향기 대신 바닷물이 차오르는 기분이 된다. 울상을 지으며 숨을 몰아쉰다.)
....사,
살려줘.
 
장태주 :(나를.)
 
마릴루:.... (몸 가장 뜨거운 곳에서부터 고양감이 끓어오른다. 목덜미를 한껏 젖히니 어깨 아래로 천조각이 흐른다. 차가운 숨소리를 귓가에 뱉으며 남색 벨트를 풀어던진다. 어깨를 쓸어내린 손이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가기 시작한다. 상대가 가장 보이기 싫은 것을 제 손으로 드러낼 때 마다 기묘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시선을 쭉 마주친 채 상대의 손을 얄팍하게 허리를 두른 리본 위로 가져다올린다. 원한다면 직접 꺼내 가 보라는 심산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두 눈에 오롯 한 사람만의 인영이 비춰진다.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사랑한다고 해....
 
장태주 :........ (이 끈을 가볍게 당기면 멈출 수 없다. 알고 있지만 당긴다. 가벼운 가운이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마주보던 푸른 눈동자에 애정이 담기기 시작하는 게 보여 머리에 핏기가 가신다. 이건 아니야. 정신 차리자. 눈을 한차례 질끈 감았다 뜨고는 안경과 상의를 벗어 떨어진 가운 옆에 성의 없이 던진다. 시야가 흐려지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벗은 몸을 품 안에 바짝 끌어안고 허벅지로 마릴루의 다리 사이를 조심스럽게 문지른다. 원하는 답 보다 쾌감을 주는 게 서로에게 나으니까.)
(가끔은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이 별이 전부 잿더미가 되었으면. 하는 배은망덕한 소망이 깃든다. 촌스러운 무늬의 커튼에 가려진 창을 노려보며 마릴루의 귓가에 속삭인다.) ..그러면 안되는 거 알잖아요.
 
마릴루:으응... (가슴을 딱 맞붙히며 상대의 것을 몸 안으로 밀어넣으면 얕은 비음이 새어나온다. 어깨를 둘러안은 팔로 짧아진 머리를 한 번 쓸어내리곤 귓바퀴를 가볍게 깨문다.) 그런 생각이 드는건, 왜 그러냐면...
네가 아직 포기하지 않아서 그래..
전부 놔 버리고, 그냥... 내 것이 되겠다고 하면.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밀착된 몸을 부빈다.) 하아, ....전부 편해질텐데. 안 그래?
 
장태주 :..... 하. (달아오른 숨을 한번 내뱉고 마릴루의 허리를 부여잡는다. 온 몸이 서늘하면서 맞물린 하반신 만큼은 뜨거운 게, 정신이 흐려지기 딱 좋으니 어떻게든 내가 먼저 이성을 놓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자세를 바꿔 위에서 찍어누르듯 박아댄다. 누군가 본다면 천박하다고 조롱할만한 꼴이다.) .. 그러게요. 그러면 정말.. 편해질텐데. 하하. (이 여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자신이 포기하지 않은 것 중에는 스스로의 목숨도 포함된다는 것을, 편해진다는 말이 서로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모르고 그저 어린애처럼 매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래, 사랑해. 사랑하지.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나를 살게 하잖아 네가.)
그렇게 바라 마지 않으면, 제발 편해지고 싶게 만들어 주세요.
난 도저히 당신 얼굴만 보면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질 않는데, 이게 내 잘못 만은 아닌 것 같거든.
 
마릴루:앗, 으... 하아. 응... (저릿한 느낌이 폐부를 타고 기어오른다. 행위가 죄라도 되는 것 마냥 심장이 빠르게 뜀박질한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몸이 달구어지면, 속을 긁어파던 언어들은 속으로 삼켜지고,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숙소를 채운다.) 읏, 그럼이게. 누구 잘못 같아..?
(답이 없는 문제의 근원을 찾는 것은 바보같다. 대답해 줄 사람도 정답지를 알려줄 사람도 없으니까. 그것이 우리를 이곳까지 내몰았던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 사랑을 갈구하다 보면, 나는 이따금 외딴 섬에 표류되어 있는 기분을 받는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근원을 찾아내는 짓을 포기한걸지도 모른다. 가까이에선 술 냄새가 나고 맞닿은 살결은 뜨겁다. 그냥 그렇게, 지금을 느끼면 되는 거야... )
더.. 세게 해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장태주 :(그렇네. 사실은 다 나의 잘못이지. 명령에 반응하듯 무식하게 박아대며 이것이 속죄라도 되길 바란다. 부질없는 바람이다. 한번 자책하기 시작하니 성기가 마찰되는 소리도, 제 숨소리와 섞이는 높은 목소리의 신음도 그저 죄수의 등을 때리는 채찍질 같다. 그래도 그 편이 낫다고 하면 당신은 나에게 뭐라고 할까. 또 뺨이나 때리려나. 아니면 정말 나를 떠나버릴까.)
(툭하면 얼굴 한가득 홍조를 띄우고 천박한 표정을 짓고, 입만 열면 못된 말 뿐이지만.. 결국 무결하다. 무결한 가운데 한쪽 눈만이 죽어있다. 내가 죽인 것. 유일한 나의 것. 당신은 항상 나에게 당신 전부를 줄 것처럼 달려들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은 가장 초라한 부스러기 뿐이다. 신의 발등에 입 맞추는 신도처럼 안대 위로 입술을 내린다. 그리고 가슴을 파고드는 죄악감이 흥분제라도 되는 것 처럼 빠르게 파정한다.)
....당신을 사랑할 일 없어요.
영원히
 
마릴루:......아핫, 후... 흐흐... (일순 정신나간 사람마냥 고개를 젖혀 웃어재낀다. 이내 웃음이 뚝 멈추고, 둘러안은 팔을 제 쪽으로 한껏 끌어당겨 다시금 입술을 붙힌다. 혀에서 피가 흘러나오도록 깨물어 놓은뒤 비릿한 혈향이 느껴지면 혀를 샐쭉 내민다.)
 
장태주 :윽...! (눈가를 순간 찌푸렸다가 피가 배어나오는 혀를 만져본다.) 아프잖아요.
 
마릴루:아프라고 깨문거야. (입술에 베어나온 혈액을 핥아 삼킨다.) 피도 신체 일부잖아? 보고서 써야지.
 
섭취할 경우 놀랍게도…… 회복 효과가 있습니다.
 
장태주 :(별 변태같은 실험에 변태같은 타이머..)
 
능력이 금세 차오르고, 신체 상태도 평안해집니다
 
장태주 :........
 
피곤이 풀리는 듯하군요.
 
장태주 :...타이머와 카운터라는 건 편리하네요 상당히.
 
마릴루:어떤 점이?
 
장태주 :이깟 걸로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는 게 웃겨서 한 말이에요. 이런 기능이나마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마릴루:원하면 더 줄 수 있는데 어때.
 
장태주 :........... 충분하니까 좀 쉬죠. (속이 빤히 보이는 마릴루를 들어 침대 위에 눕혀두곤 욕실로 들어간다.)
 
마릴루:....
 
장태주 :자꾸 사랑한다고 해 달라는 건 언제 관둘지나 고민 해보던가.
 
마릴루:어디가. 마저 안 해? (......)
 
장태주 :한번이면 됐잖아요. 애인도 아니고.
 
마릴루:............니 애인이랑은 몇 번 하는데? (침대에 철푸덕..누워서 꺼진 핸드폰 만지작거린다.)
 
장태주 :밥을 세면서 먹는 사람도 있나.. (무심히 말하곤 물이 미지근하게 식은 욕조에 대충 몸을 구겨 넣는다.)
 
마릴루:(ㅅㅂ.. 섹스를 밥먹듯이 한다고? )
 
적당한 온도로 달궈진 물은 피로를 씻어냅니다.
 
방금의 행위가 박차를 가한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속옷정도만 대충 주워입은 마릴루가 침대 한켠에서 자고 있습니다.
 
장태주 :......................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 소파 위에 눕는다.)
(오늘도 말려들 뻔 했네.. 다음부턴 그냥 키스만 대충 하고 끊던가 해야지..)
 
두 사람의 체취가 남아있는 소파입니다.
 
장태주 :..........
짜증나..
 
협탁 위에는 가지런한 흰색 제복이, 소파 아래에는 흐트러진 남색의 제복이 떨어져 있습니다.
 
새벽이 되는 시간까지, 다행히도 추가적인 호출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밝기를 기다린 것처럼, 알람보다 일찍 당신을 깨우는……
 
띵.
 
익숙한 효과음 덕분에 일찍 깨고 맙니다.
 
문자 메시지의 알람입니다.
 
장태주 :(비몽사몽.. 휴대폰 켜봄..)
 
화면에 깜빡이는 아이콘이 눈에 익습니다.
 
네, 또! DOT에서 발송된 지시사항 입니다.
 
장태주 :........
....................하아 ....
 
하기사,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동시에 쏟아질 메시지라면 그것뿐이긴 하죠.
 
연구 보고의 답장이면 좋겠는데요.
 
아직 채 벗어나지 못한 잠기운과 함께 슬라이드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합니다.
 
텍스트가 들어찬 화면이 보입니다.
 
내용은 언젠가처럼 간결하기 짝이 없습니다. 본론이 전부입니다.
 
2059-03-05, 22:00
 
타이머, 카운터 ‘전원’ 제2구역 싱크홀 탐사 요망
 
장태주 :..........
 
텍스트 마지막에 도착한 커서가 현란하게 깜빡입니다.
 
제2구역의 화재를 일단락 지으니 문제로 불거진 것이 싱크홀인 모양입니다.
 
땅이 갈라지거나, 이유 없이 꺼지거나, 멀쩡히 서 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길게 금이 간 지반은 불안정합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밖에 나오지 않았고, 타이머와 카운터를 비롯한 구조 대원들도 근처를 지날 때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했습니다
벌어진 틈새가 깊고 어두워서 무엇이 들었을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습니다.
 
:대피소의 아이들은 괴물이 산다며 수군거리곤 했습니다.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해 못 할 일도 아닙니다.
아스팔트가 갈라 진 정도가 아니라 땅이 뒤틀린 상황이었으니까.
인간의 한계론 처리하기가 곤란했겠죠.
 
장태주 :.........
 
:타이머와 카운터 ‘전원’의 참여가 필요할 정도의 일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판단은 개인의 몫이 아닙니다.
7년간 깨달은 사실이에요.
 
장태주 :.......
(체념가득 한 표정으로 옷이나 주섬주섬..주워입는다..)
마릴루.
(툭....툭..)
 
주워올린 제복에는 옅게 술냄새가 베었습니다.
 
마릴루:으음... (뒤척..)
 
장태주 :(누가 보면 어젯밤에 진탕 취한 사람인 줄 알겠네..)
일어나요. 호출입니다. (마릴루 어깨 붙잡고 쭉.. 일으킴)
 
마릴루:(추욱..... ) 호출..? 이 아침부터?
(부시시하다)
 
장태주 :싱크홀을 조사하라네요. 정신들면 옷이나 입어요.
 
마릴루:(하품을 한껏 뱉고 협탁을 더듬어 안대를 낀다.) 옷 탁자에 있던가...
좀 가져와 줄래
 
장태주 :.........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바로 옆 협탁 위에 개놓은 걸 무릎에 툭 던져준다.)
 
마릴루:머리도 묶어줘. (리본을 손에 쥐어주고 스타킹을 신는다)
 
장태주 :나는 누구 때문에 옷에서 술주정뱅이 냄새가 나는데.. (평소처럼 머리를 땋아준다.)
 
마릴루:나 말곤 딱 붙어있을 사람도 없는데 뭘. (벨트까지 잠구고 나면 일어서서 머리를 만져본다.) 그래서 어디로 가라고?
 
장태주 :제 2구역 싱크홀. (혼자 멀쩡한 마릴루를 한번 흘겨보고 문을 열어준다.)
 
마릴루:(나가기 전에 입가를 빤히 본다.)
 
장태주 :..?
 
마릴루:그냥 못생겨서 봤어. (홱 나감)
 
장태주 :(파트너인지 미친인지)
 
마릴루:(럴럴러)
 
낡고 낯선 숙소를 벗어나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다닥다닥 갈라진 흙바닥이 펼쳐집니다.
 
물론 아스팔트 도로의 사정이라고 딱히 다르진 않았습니다.
 
노랗고 흰 금들은 모양이 어긋나 잘못된 짝을 찾고, 손을 잡은 채 춤을 춥니다.
 
갈라진 바닥 아래로 드문드문 나무뿌리가 목이 졸린 채 매달려 있습니다.
 
아침에 보니 더욱 적나라합니다.
 
기괴하게 비틀린 풍경은 종말의 한 조각을 담고 있습니다.
 
정말 세계가 멸망한다면, 이 정도론 끝나지 않겠지.
 
시간이 멈춘 그 날, 편의상 그것을 멸망이라고 불렀지만……
 
장태주 :.........
 
실제 멸망이란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장태주 :
장태주
지능
55 27 11
59
실패
 
마릴루:악몽을 곱씹습니다.
 
:악몽을 곱씹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시며 듣도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고 찢어 죽이던 꿈을.
울음이 끊이지 않던 악몽을.
 
장태주 :............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없이 멎는 것은 멸망이라 부르기엔 너무 온건하고,
 
장태주 :....................................
 
불타고 땅이 무너지는 것 또한 종말이라 부르기엔 유순합니다.
 
제2구역은 3할 가까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탓에 어느 싱크홀을 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감이 옵니다.
 
가장 높은 공장의 굴뚝이 있는 곳.
 
장인이 세웠다기엔 주인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그곳.
 
공장은 터만 남고 이제 와선 굴뚝만 외로이 자리를 지키는 곳일 거예요.
 
왜냐하면……
 
압도적인 깊이와 넓이 때문에 그 아래 싱크홀을 무저갱이라고 불렀으니까요.
 
메꾼다면 제일 먼저 그곳이겠죠.
 
느슨하게 바닥을 딛는 발걸음은 신중하지만 망설이지 않습니다.
 
스물여덟의 발소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요란을 떨어댑니다.
 
그렇게 싱크홀 앞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침묵입니다.
 
장태주 :(이 인원으로 지반이 무너지지 않는 게 다행이라 해야할지..)
...
 
하인리히 장교도, 리슬러 부관도,
 
DOT의 연구원이나 직원, 혹은 제2구역 자체 군인까지도.
 
누구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용케 무너지지 않은 굴뚝 아래 스물여덟이 전부입니다.
 
그러고 보니……
 
장태주 :(어째서..)
장태주
관찰력
47 23 9
59
실패
...?
 
우리가 이곳에 오기까지, 누군가를 마주쳤던가?
 
장태주 :........
 
....
 
세계가 사랑하는 타이머와 카운터.
 
이 한 줄의 정의란 재해 구역에서도 어긋나는 법이 없습니다.
 
임무를 나가는 길이건, 목숨이 사활에 걸린 상황이건,
 
타인의 시선은 늘 타이머와 카운터를 따라다녔습니다.
 
하인리히 장교는 특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귀애했습니다.
 
장태주 :...............
 
임무가 있을 때면 꼭 직접 찾아와선 지시하고, 독려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첫날
 
하인리히 장교가 뭐라고 당부했었지?
 
하인리히 장교:지진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바닥이 꺼지고, 싱크홀이 생기고 있다니 주의하게.
되도록 탐사대가 확인한 위치만 이동하고, 돌발행동은 절대 지양해야 해
사태가 심상치 않군.
 
머릿속을 헤집어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를 되짚습니다.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무도 없이, 우리만 이런 곳에 둘 턱이 없습니다.
 
그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가치, 생명의 무게를 정확히 아는 이였으니까.
 
이토록 조용했던, 외따로 되었던 적은……
 
문득 어느 날의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을 때,
 
쾅!
 
발아래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장태주 :..!
(다급하게 마릴루의 손을 잡는다)
 
:당신은 위기의 순간, 다급하게 옆자리에 있는 손을 붙들기로 했습니다.
휴대폰을 다시 확인하면, 아침에 받은 그 메시지는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비롯한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가 같은 메시지를 받았으므로 헛것을 본 건 아닐 테죠
그렇다면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것은……
 
..............
 
장태주 :...................
 
싱크홀은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입을 벌렸고,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크게 벌린 아가리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바람이 마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추락합니다.
 
구해주긴커녕 소화를 돕는 꼴이었습니다.
 
흙이 무너지는 소리, 돌이 떨어지는 궤적, 피부를 할퀴는 나무뿌리……
 
온갖 요란한 감각이 시야와 생각을 교란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버린 것처럼 떨어지는 부유감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책장이 떠다니지도, 버섯이 날아다니지도 않았지만,
 
꼭 시간만은 멈춘 듯합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서······
 
익숙한 패턴이 당신을 스쳐 지나갑니다.
 
바다의 짠 내음 대신 지하의 흙냄새, 먼지 냄새,
 
장태주 :(......)
헉..!
 
곰팡내 같은 것과 케케묵은 공기가 뜨겁게 호흡기를 거머쥡니다.
 
숨을 쉬기가 퍽 괴로웠습니다.
 
목 안이 따끔거리고 피부가 까끌까끌해서,
 
아! 이대로 죽는 걸까. 싶었을 때,
 
제일 먼저 바닥에 닿은 것이 어디였더라?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55
실패
 
쿠당!
 
그대로 머리부터 처박혔습니다.
 
장태주 :윽..!
 
hp-1
 
아무튼, 비로소 바닥에 닿았습니다.
 
꽤 오래 떨어졌건만 어디도 아프지 않았고 어느 곳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감싸 안는 감각이 부드러웠거든요.
 
장태주 :(머리를 부여잡고 마릴루를 확인한다)
....
 
깊은 곳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위는 찬란하고, 시야는 환합니다.
 
지하 아래에 숨겨진 건……
 
흰 모래사막 입니다.
 
장태주 :...........
 
마릴루:
마릴루
행운
80 40 16
50
성공
 
장태주 :여긴..
 
마릴루:(발부터 사뿐하게 착지한다. )
..... 머저리. (피식..)
 
장태주 :.......
(에휴)
 
긴 설명은 필요치 않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어디인지 확신했으니까요.
 
장태주 :..........
 
도밍게즈의 동쪽, 해가 뜨는 끄트머리에 펼쳐진 365일 24시간 내내 백야가 드리운 소금사막.
물도, 풀도,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생명체도 발견된 바 없는 미지의 장소.
이곳을 찍겠노라 길을 떠난 수많은 젊은이가 무덤도 없이 시체가 되었다지.
제13구역에 떨어진 전적도 있느니만큼 두 번째는 퍽 익숙한 경험입니다
 
흰 하늘에는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광하는 태양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바닥의 모래는 이미 새하얗게 타버린 지 오래입니다.
 
사방이 모래밭이고, 숨 막히는 더위가 엄습합니다.
 
주변에서 궁시렁거리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장태주 :(제복 상의를 벗어 한쪽 팔에 걸친다)
....... (구멍에 떨어졌는데 갑자기 사막이라고..)
 
홧홧한 더위 사이로,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31
성공
 
어른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저 멀리, 기다란 탑이 보입니다.
 
장태주 :...?
 
탑과의 거리는 상당해 보입니다.
 
저곳을 목적지로 삼는것도 괜찮겠어요.
 
이곳에서 말라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에요.
 
장태주 :.......
(탑을 이정표 삼아 걷는다.)
 
당신이 탑을향해 걷기 시작하면,
 
거기 뭐 있어? 묻던 주변 타이머들이 뒤를 따라 걷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당연지사 마릴루였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걷던 간에,
 
모래, 모래, 모래……. 온통 모래 천지입니다.
 
숨을 쉴 때마다 알갱이가 입안으로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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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로 들어온 불청객이 춤을 추듯 몸을 흔들어 댑니다.
 
장태주 :(퉤..)
......
 
탑을 목표로 삼더라도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인 것 처럼요.
 
장태주 :신기루는 아니겠지..
 
아니면 탑이 도망가고 있거나!
 
주위 풍경도 다 엇비슷해서 얼마나 걸은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정표도, 길잡이도 없이 사막을 헤맵니다.
 
사막을 헤매는 동안 더위는 덩달아서 당신을 괴롭힙니다.
 
머리 위를 쫓는 태양이 집요할 지경입니다.
 
이대로 계속 햇볕을 쬐다간 열사병에 걸릴 거예요..
 
장태주 :하아.........
(은근슬쩍... 마릴루 뒷목에 손 얹음)
(시원하다..)
 
:모두는5시간동안 사막을 헤매게 됩니다.
사막을 헤매는 동안 앞선 D10의 값만큼 행운 판정합니다.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56
실패
;;
 
:;;
1
 
아얏!
 
바람이 거세게 불어 눈 속에 모래 알갱이가 들어갔습니다.
 
따끔거리는 시야가 불편합니다.
 
장태주 :(아오.. 눈 박박..)
 
손으로 문질러도 빠지기는 커녕 점점 파고듭니다.
 
ㅜㅜ
 
장태주 :(안경도 썼는데..ㅠ)
(개손해)
장태주
행운
46 23 9
67
실패
(ㅋㅋ..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1
 
장태주 :(오라 얼큰한 죽음이여)
 
푹, 발이 아래로 빠집니다
 
장태주 :..!
 
눈 깜짝할 새 몸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장태주 :으악!
 
지반에 구멍이 뻥 뚫린 채 모래로 메워진 곳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장태주 :
장태주
민첩성
35 17 7
31
성공
 
휴.. 그대로 떨어질 뻔한걸, 다행히 민첩하게 올라옵니다.
 
장태주 :헉..헉..
 
마릴루:조심좀 하지.
벌써 뒤쳐졌는데 우리.
 
장태주 :저런 게 있는줄 알았겠냐고요
.........
(-_- 갈길 감..)
장태주
행운
46 23 9
37
성공
 
:5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모래 사이로 세모난 귀가 툭 튀어나옵니다.
 
장태주 :..?
 
:날카로운 눈과 동그란 코를 가진 사막여우입니다.
 
장태주 :........
 
:제0구역에는 생명체가 없는 것 아니던가?
동물 다루기 판정을 통해 사막여우를 길들이거나 가까이 부를 수 있습니다.
 
장태주 :(뭐지?)
장태주
동물 다루기
45 22 9
69
실패
 
사막여우: (멀찍.....)
 
장태주 :......
(머쓲~)
(모래 주우려고 한 척..)
(모래 주워서 주머니에 넣음... )
(.........)
 
사막여우는 먹을 것이 없는지 당신의 근처를 서성거리나, 동시에 경계합니다.
 
장태주 :(니 부른 거 아님..)
........
 
:구차해
 
장태주 :......
가라..
 
모래를 주워올리고 나면,
 
돌연 사막여우의 형체가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집니다.
 
........환상인가?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9
극단적 성공
 
:4
 
몇번 더 걷다보면, 일행은 우물을 발견합니다.
 
돌을 쌓아 만든 우물입니다.
 
끈이 떨어질락 말락 하는 두레박이 걸려 있습니다.
 
장태주 :..!
 
다행히도 우물 안에는 적은 양의 물이 남아있습니다.
 
모두 한 모금 정도 축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태주 :(물 퍼다가 마릴루 먼저 먹임)
 
마릴루:싫어.
................더럽잖아
 
장태주 :일사병 걸려 죽는 것 보다는 나아요.
 
마릴루:물의 타이머가 일사병 걸려 죽으면 웃기긴 하겠다?
 
장태주 :...........
 
마릴루:(아무튼안먹을겅임)
 
장태주 :-_-
(지 입에 넣고 .... 키스함 ㅇㅇ)
(존말할때 마셔라)
 
:어맛
수근수근쑥덕쑥덕
 
장태주 :..........
^^;
 
물을 옮기려 두레박에 입을 대면, 쓴맛이 왈칵 올라옵니다.
 
평범한 물이지만, 어쩐지 그 맛만은 지독하게도 써서 삼키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장태주 :...
.................
 
마릴루:............................
내가 안 마시겠다고 했지.
(ㅡㅡ)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26
성공
 
:2
 
앗, 조금 먼 곳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말라 죽어가는 나무는 이파리가 없고 가지가 전부지만, 그래도 그것이 어딘가요.
 
좁지만 서늘한 그늘이 드리웁니다
 
바람이라도 분다면 좋을 텐데 아쉬운 일이에요.
 
장태주 :...........
(조금 쉴까..)
 
마릴루:확실히 덥네...
(장태주 셔츠 보더니 자기 제복 흘끔 내려다봄)
 
장태주 :..?
 
마릴루:(단추 1나둘풀며..)
 
장태주 :................
 
마릴루:...........뭘 봐
 
장태주 :.......(고개 팩..) 마저 걷죠.
 
마릴루:걸어도 걸어도 먼것 같은데...
(웃통 까고 따라감)
 
장태주 :(부라자만 입은거임?)
(ㅅㅂ)
 
마릴루:(넹)
 
장태주 :(자기 셔츠 벗어서 걸쳐줌 시발)
체면도 뭣도 없죠 아주????
 
마릴루:아 더운데 뭘 또 입히고 있어...
....
(가슴팍 만져봄ㅎㅎ)
 
장태주 :...............................
(짜증나네 자기 제복 다시 입음;)
변태.
 
마릴루:어쩌라고~
 
장태주 :말을 말자 말을..
 
난관을 헤치고 행운을 발견하며 얼마나 걸었을까요.
 
두 사람, 행운 판정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49
실패
 
마릴루:
마릴루
행운
80 40 16
20
어려운 성공
 
태주의 발끝에 무언가 걸립니다.
 
딱딱하고, 구멍이 텅 빈…… 결단코, 유쾌한 감각은 아닙니다.
 
장태주 :..!
.........
.........................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짝 마른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당신의 발은 시체의 두개골, 정확히는 눈이 있었을 구멍 안에 꽂혀 있습니다.
 
시체는 살점이 내리고 피는 말라붙어 거의 뼈만 남은 상태입니다.
 
장태주 :하............................................
........
 
군데군데 성한 가죽이 보이긴 합니다.
 
장태주 :(진짜 싫다!!)
..
 
끔찍한 시체를 본 당신,
 
SanC(0/1D3)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5 22 9
39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시체의 옷 또한 헤지고 낡아 신변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장태주 :...........
 
:겁 없이 제0 구역을 헤매던 젊은이였을까요?
 
장태주 :(발을 팍팍 털어낸다)
장태주
교육
55 27 11
68
실패
 
:시체의 가죽이 모두 녹아내린 것이 아니라, 짐승이 먹어치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짐승인지까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인간보다 커다랗고, 강대한 무언가가 날카로운 송곳니로 뼈까지 발라 먹은 꼴입니다.
 
장태주 :................
 
:구역질이 치밉니다.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59
실패
 
품 안에서 군번줄을 발견합니다.
 
군번줄에는 신변이 쓰여 있습니다.
 
장태주 :........
 
Do■in■■ez at 1■, On ■he d■t, ■■e ■th Timer…….
 
장태주 :.............?
타이머..
 
풍화된 탓에 군데군데 글씨가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타이머.
 
이렇게 형편없는 시체가?
 
대체 몇 기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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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가죽이 거의 남지 않아 누군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죽음에 놀라노라면, 다른 타이머마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칩니다.
 
장태주 :.....
 
“오벨리스크다!”
 
장태주 :...
 
온통 모래로 가득한 바닥에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배치입니다.
 
장태주 :............
 
흰 바닥과 타이머의 시체.
 
그는 왜 이곳에 죽어있는가,
 
온갖 의문 사이로 시선을 들면 바로 앞에 높고 긴 기둥이 보입니다.
 
그렇게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더니, 어느새?
 
몇 발자국 앞에 선 그것은 무척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석재로 만들었는데, 단면은 사각형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처럼 지은 건축물입니다.
 
입구도, 창문도 없고 벽면을 따라 글씨가 잔뜩 조각되어있을 뿐입니다.
 
표면의 글씨는 도저히 읽을 수 없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자입니다.
 
장태주 :.............?
 
태양을 향해 선 것.
 
아까 누군가 ‘오벨리스크’라고 불렀습니다.
 
장태주 :
장태주
교육
55 27 11
2
극단적 성공
장태주
교육
55 27 11
52
성공
 
아, 그래요.
 
이런 구조물을 오벨리스크라고 불렀던 것도 같습니다.
 
태양을 숭배하고 신을 찬양하기 위해 세운 우상.
 
봉헌의 명문을 기록한 기둥. 그리고,
 
신의 첫 번째 손가락.
 
태양이 쨍쨍합니다.
 
당신을 비웃는 것처럼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빛은 오벨리스크의 표면을 따라 흐르다가,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장태주 :...........
 
그 모양새가 꼭······ 시곗바늘처럼 보입니다.
 
마릴루:뭐랄까.... 시곗바늘같네.
 
장태주 :....그러게요.
(불길하게..)
 
마릴루:그래서, 다음에는?
(장태주를 보고 선다.)
 
장태주 :글쎄요.. (그냥 보이는 게 이것 뿐이라 온 건데)
(오벨리스크 안쪽으로 공간이 있으려나?)
 
마릴루:대책없네...
 
장태주 :(한번 툭..건드려봄)
........참나.
 
알 수 없습니다.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은 까닭입니다.
 
장태주 :그럼 그 땡볕에 그냥 서있게요.
 
오벨리스크를 건드려보아도 바뀌는것은 없습니다.
 
마릴루:그게 싫어서 물어본 거 아냐.
....
 
장태주 :
장태주
지능
55 27 11
83
실패
 
시곗바늘과 바닥이 마련되었으니 남은 건 숫자뿐이네요.
 
장태주 :................
(숫자..)
(1시 위치에 서봐야하나?? 마릴루 손 잡고 대충 각 잡아봄)
 
흰 바닥, 검은 그림자, 그리고 숫자.
 
세 가지가 모두 모이니 시계를 연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하루는 고작 한 시간으로만 이루어진게 아니죠.
 
제각기 방황하는 다른 타이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장태주 :....................
(대충 사람들 모아봄) 얼타고 있지 말고.. 이렇게 모인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으니까 시계 배열대로 한번 서보죠.
 
0부터 13까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자 총 14개의 시간이 모입니다.
 
있어야 할 곳은 언제나 여기에 있었고,
 
우리는 우리의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므로 퍽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와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혹은 조금 떨어진 채.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가 나란히 자리를 잡자 ...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한 바퀴를 돌기 시작합니다.
 
태양의 위치와 상관없이 움직이던 그것은 느린 동작으로 결국 정각에 다가섭니다
 
0시이자 12시인 칸입니다.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지만, 대신 오벨리스크가 울기 시작합니다.
 
기다란 것이 몸을 흔드니 천지가 뒤집히고, 지축이 뒤틀립니다.
 
장태주 :.......
 
위압적인 상황에, SanC(0/1)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5 22 9
92
실패
 
이성치감소 -1
 
지진이라도 나는 것처럼 사정없이 사지가 떨립니다.
 
장태주 :....(불길하다.)
 
제자리를 지키기가 퍽 어려웠습니다.
 
땅은 갈라지지 않았지만, 저 멀리 모래로 쌓은 산등성이가 움푹움푹 꺼져 갑니다.
 
생리적인 공포가 고개를 듭니다.
 
진동하는 휴대폰처럼 한참 요란을 떨던 것이 모두 멈추고 나면!
 
새로운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황금의 몸체에 빛처럼 흰 글씨였습니다
 
장태주 :...........
모래 위를 따가운 햇볕이 긁고, 열기가 아지랑이를 피웁니다.
망막에 맺히는 상은 모두 헛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합니다.
완벽한 형태를 갖춘 환상이 세계를 펼칩니다.
제일 먼저 떨어진 것은 회색 신문이었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기사의 굵직한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도밍게즈 멸망까지 초읽기 시작, 카운터의 행방불명!〉,
흉흉한 기사에 누군가 한숨을 뱉습니다.
“그놈의 멸망, 멸망. 지겹다니까.”
 
*
 
:상황이 바뀌고, DOT, 그러니까 하인리히 장교가 책상을 내리칩니다.
 
하인리히 장교:“카운터를 잃어버리다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말이 되건, 되지 못하건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카운터, 반쪽을 잃어버린 세계는 멸망을 향해 가속합니다.
잠깐, 착각하지 마세요.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곧이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흐렸고, 눈은 칙칙한 회색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을 피해 삼삼오오 지붕 아래로, 우산 아래로 숨어들었지만
멸망을 피하려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카운터가 없더라도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너희의 도망하는 일이 겨울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했던가요.
소리 소문없이 다가온 멸망은 겨울에 임했습니다.
 
*
 
:당신이 눈을 깜빡이니 세계가 멸망했습니다.
처음 보는 괴물이 누군가의 머리를 꿰뚫고, 목을 꺾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쓰레기처럼 깔아뭉갭니다.
길거리에는 시체가 잔뜩 널려 있습니다.
하늘의 구멍으로부터 다리가 무수히 많거나, 피부가 벌레처럼 단단하거나,
날카로운 이를 가지거나, 거대한 괴물들이 계속 쏟아지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죽음에 이르는 것뿐이었습니다.
칼 같은 바람이 피부를 저밉니다.
툭하면 눈보라가 시작돼 도망갈 수 없도록 앞길을 막습니다.
거세한 돌풍이 불면 그나마 남아있던 건물마저 목을 떨구며 지은 이들을 짓누릅니다.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이었습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잡아 먹힙니다.
 
:사람들은 괴물이 보내는 꿈에 시달리며 팔이 떨어지거나, 몸을 꿰뚫리거나, 머리를 잡아 먹히는 꿈을 꿨습니다.
눈을 떠도 꿈은 끝나지 않고, 비참한 현실이 반복됩니다.
 
장태주 :.........
 
:괴물이 모독적으로 웁니다.
“테켈리 리!”
울음마저 부재한 작은 별에는 죽음만 가득했습니다.
기나긴 겨울이 이어졌고, 인간이 쌓아온 모든 문명은 무너졌습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판국 입니다.
보고만 있는데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곳이 분명히 도밍게즈란 걸,
제일 처음 본 기사가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믿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태 누리던 평온이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무너졌습니다.
모래가 쏟아지는 속도가 지독히 신속합니다.
목전에 다가온 멸망은 생생했고……
*“우리를 구원하소서!”
 
:누군가 단말마를 지르곤 쓰러집니다.
그러나 추위를 피해, 괴물을 피해, 달리고 달려도 형편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식물은 말라 죽고 동물은 얼어 죽으며 물은 썩고 시체는 되살아납니다.
모든 것이 바닥으로 꺼지고 맙니다.
외려, 인간이 멸종하지 않은 것이 더 놀라울 지경입니다.
현실이 무거워,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의 걸음이 비척거립니다.
 
:그나마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비치고……
 
마릴루:....
 
장태주 :...............
 
:그가 느리게 말을 더듬습니다.
새하야니 불길한 국화가 지천에 가득했습니다.
……직감합니다. 장례식장입니다.
제대로 상복조차 갈아입지 못한 그는 여전히 제복 차림이었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상처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무릎으로 기어, 차게 식은 관 앞에 엎드립니다
 
마릴루:엄마.........
 
:그러면 영정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도 누구라고 설명해주지 않았고, 지독한 환상에 자막 따위 존재하지 않았으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보았던 이들이었고, 나의 타이머를 지독하게도 닮아있었으므로.
……. 고작 7일입니다.
도밍게즈에서 카운터가 떠난 지 7일.
멸망이 도래하고, 종말이 임하기엔 너무 빠른 나날이였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참아왔던 것처럼……
쏟아진 괴물들은 가을의 벌레떼처럼 지구를 뒤덮었습니다.
도밍게즈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타이머의 소중한 이들조차 그러했습니다.
죽음 앞에 예외란 없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신호였습니다.
암시고, 예언이며, 확신입니다.
 
:카운터가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초의 그 예언은,
 
장태주 :.............
 
: 이루어지고 말 것이라고.
구원자가 품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참담함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뒤집힌 화면에서, 당신은 여태까지 중 가장,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낯이 익은 게 아니라······
거울 속에서 늘 보아온 얼굴입니다. ‘당신'이 그곳에 서 있습니다.
 
장태주 :.........
 
:당신은 타이머를 붙들고, 기꺼이 어딘가를 찔렀습니다.
 
장태주 :(토할 것 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환상 속의 당신은 분명히 그러고 있었습니다.
붉은 피가 바닥을 적십니다. 이미 무너진 기둥의 잔해가 바닥에 장난감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제0구역의 오벨리스크,
제1구역의 기상 관측 탑.
제2구역의 높이 솟은 공장의 굴뚝과
제3구역의 세계수라고 불리는 가장 오래된 나무.
 
:제4구역의 시계탑.
제5구역의 녹지 않는 얼음벽과
제6구역의 갈대밭 사이 솟대,
제7구역의 멈추지 않는 풍차.
제8 구역의 화려한 전망대와…….
제9구역의 화이트 루프 꼭대기에 매단 놋뱀.
 
:제10구역의 더는 작동하지 않는 최초의 우주선과
제11구역의 예언의 탑,
제12구역과 13구역의 등대까지.
세계를 수호한다는 신의 손가락은 모두 꺾여,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것은 신을 향한 기만이 아니라, 돌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신이 세계를 나누고, 각 세계를 위하여 세운 것을 꺾어야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로소, 이토록 신속히 임한 멸망의 까닭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장태주 :...........
 
:타이머의 피가 당신의 손을 타고 흐릅니다.
당신보다 더 당신과 닮은, 환각 속의 당신은 그 피를 무너진 잔해에 덧바릅니다.
붉은 피가 각기 다른 색의 벽돌들을 적시고, 문설주와 인방을 모두 칠한 순간……
장미 향기가 났습니다.
신의 손가락을 꺾고, 구원자의 피를 훔치고서야 내내 찾던,
열고자 했던 그 아치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릴루:..........
 
:그가 바닥에 엎드러져 있습니다.
가련한 모습이었으나 당신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시선은 그곳에서 떼어낼 수 없었는데,
환상 속의 당신은 너무나 당연하단 듯이 아치문을 넘어섰습니다.
새파란 장미가 만개했습니다.
 
장태주 :.......
 
:때를 모르는, 완벽한 모습입니다.
아! 그 문턱을 넘으면…… 비로소 돌아갈 수 있겠지.
참담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모든 진실을 깨달은 당신,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4 22 8
95
실패
rolling 1d3
 
(
2
 
)
 
 
=
2
 
눈을 깜빡이면,
 
도로시를 쓸어간 태풍처럼 아지랑이는 흔적도 없고 깨끗한 모래가 희고 곱게 누워있을 뿐입니다.
 
장태주 :................................
 
환각에 시달린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아직 가운데에 놓인 오벨리스크는 건재했으나, 봉헌의 명문만은 달라진 채였습니다.
 
장태주 :
장태주
언어(모국어)
55 27 11
92
실패
.....
 
이상한 일이죠. 전혀 모르는 글자였는데, 분명히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일은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세계를 창조하는 것처럼, 안식에서 깨어난 신이 능력을 휘젓습니다.
 
신의 형체도, 존재도 느낄 수 없었으나 눈앞의 일이 증명합니다.
 
장태주 :..........
 
:눈 부신 빛과 함께 태양이 순식간에 불타고, 비를 머금은 구름이 섬광을 가립니다.
모래뿐인 바닥에서 순식간에 푸른 장미가 자라나 오벨리스크를, 그와 당신의 발목을 휘감았습니다.
천둥소리도, 번개의 형상도 없었는데 별처럼 다닥다닥 오벨리스크의 글자들이 조명을 켭니다
 
부서진 태양은 떨어지며 눈이 되었습니다.
 
차가운 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만나처럼 부드럽게 녹습니다.
 
메추리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메꿉니다.
 
그 어떤 산 것도 다닐 수 없는 사막에 불길한 새의 지저귐이 깨진 자장가를 연주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모든 소리를 몰아낸 즉 봉헌의 명문이 보입니다.
〈태초에 낮과 밤을 짓고, 여자와 남자를 만들고, 하늘과 바다를 빚으니 모든 것들이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 배필이 있어야 완벽하니 이는 세계 또한 마찬가지. 두 세계를 빚어 하나는 우편 하늘에, 하나는 좌편 하늘에 달아두었으니〉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입맛을 다셨다. 아, 한낱 피조물들은 이토록 나약하고 연약하니 어찌 두고 잠들랴. 능히 대적하고 일어설 수 있는 것들을 세웠도다.〉
〈그러나 어리석은 것들이 끔찍하고 삿된 꿈에 현혹되어 기어코 금단을 범했더라. 우편의 것을 좌편에 끌어다 세우니 능히 대적할 자를 잃은 세계에 멸망이 임한다. 틈을 타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기어들고, 혼돈이 가득하더라.〉
〈그런즉 너희는 본분을 다하라. 자리를 지키라.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장태주 :...........
 
가장 높은 것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든 것의 진실이었습니다.
 
옛날 옛적, 신은 두 개의 세계를 빚었습니다.
 
지구와 도밍게즈를 각각 걸어두니 이계 신과 위대한 옛것들은
 
틈틈이 무너뜨리고 부수며 한입에 삼키려 들었습니다.
 
세계를 만들고, 지쳐 노쇠한 신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꺾어 각자의 세계에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타이머를 보냈지만……
 
이계의 것들은 더욱 교활했습니다.
 
그것들은 신이 잠든 사이 신을 흉내내 세계 멸망의 꿈을 전송하고,
 
멸망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는 척 지구의 타이머를 훔쳐다 주었습니다.
 
방법만 알려주자, 일은 척척 전개되었습니다.
 
지구의 타이머가 사라진즉 이계의 신들이 배불리며 포식했습니다.
 
문득, 악몽에 시달리던 지난 밤이 떠오릅니다.
 
세계 멸망이란 재난도, 재해도 아니고……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도밍게즈가 불러온, 지구의 멸망이 딱 그랬습니다.
 
장미가 피어나고, 어둠이 자라납니다.
 
하늘에 뜬 태양을 검은 그림자가 잡아먹고, 빛이 서린 모든 곳에 밤이 내렸습니다.
 
모든 것을 읽고 나자 눈앞에 남은 것은 암막뿐이었습니다.
 
위와 아래를 구별할 수 없었고, 좌우가 헷갈렸습니다.
 
오로지 실감하는 것이라곤 옆에 선 이의 존재뿐.
 
신이 직접 이 땅에 던지는 이야기란 어찌 이토록 선명한가.
 
장태주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다시금 새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의 형체도, 그림자도 확인할 수 없으나 소리만이 선명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신의 울음이거나, 우리를 위한 자장가였을 것입니다.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자……
 
....
 
그곳은 수도였습니다.
 
푸른 하늘, 희게 펼쳐진 길, 끈을 엮어 매달아 둔 색색의 깃발과 우산, 그리고 손수건.
 
정처 없이 부유하는 풍선과 꽃가루. 완벽하게 아름답고, 완전하게 꾸며져 있던 그 날의 수도.
 
건국 축제 즈음의 모습이 분명합니다.
 
너무나 교묘해,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나쁜 꿈을 꿨다고 눈을 돌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신은 도망갈 구석을 두지 않습니다.
 
장태주 :.....
 
수도에는, 오직 사람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물의 창틀마다 여전히 새파란 장미가 피어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지다 못해 질릴 법한 장미 향기가 숨을 틀어막습니다.
 
불가능과 기적이란 모두 신의 영역.
 
아치문이란 신의 예비하심을 따라 운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입니다.
 
시계탑의 흰 벽에 새겨진 새파란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분수의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파란 장미는 목이 꺾인 채 가련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주위의 풍경은 모두, 신이 흡족히 여겼을 만큼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낙원 끝에는 지옥이 있다고 하던가요.
 
가혹한 선택지를 위장하기에 적격이었습니다.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시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장태주 :...........
(기묘하게 평화로운 세계는..)
(역설적이게도 폐허가 된 도시보다 황폐하다. 그저 자신의 정신이 혼미해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치문 앞에 처음 섰던 날처럼 마릴루의 손을 굳게 잡는다.)
 
마릴루:....! (손이 붙잡히자 숨을 크게 들이쉬며 비명을 내지른다. 눈동자에 가득찬것은 외면해왔던 진실의 무게이자 공포이기에. 숨이 틀어막힌 것 마냥 머리를 감싸쥐고 자리에 주저 앉는다) 헉.....
 
장태주 :...............
 
마릴루:태주, ...장태주. ...너야? 네가 맞아? (혹여나 눈 앞의 상대 역시 흩어지고 말 환상일까 주먹을 쥐었다 편다. 그럼에도 쥐어잡을 용기는 내지 못 한다.)
 
장태주 :(역겹다.)
(동시에 가엾고 사랑스럽다.)
.......... 그래. 왜 그렇게 떨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잔뜩 겁먹은 타이머를 안아준다.)
 
마릴루:이상한. ....
환상을.
(숨을 삼킨다.) .....
너는 못 봤어? 아무것도.
 
장태주 :...............
그게 중요해?
내가 여기 있잖아.
 
마릴루:...............
 
장태주 :(부드럽게 웃어준다. 장님으로 살아. 우린 어차피 저주를 받을 거야.)
 
마릴루:(손톱 날을 세워 팔뚝을 세게 그러쥔다. 숨쉬는 법을 잊은 사람 마냥 달뜬 숨을 헐떡인다.) 싫어, 이런거.
이런거 알고싶지 않았어. 보고싶지도...
 
장태주 :....
............. 그러니까.. 내가 말 했잖아. 당신을 사랑할 일 없을 거라고.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마릴루:..............
 
장태주 :(모든 것을 강제로 목도한 이 여자가 자신을 어디까지 붙잡을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안대 위를 )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당신은 어때.
여전히 날 사랑해?
 
마릴루:.......... (공포로 점칠된 눈이 물기를 머금는다. 모든것은 제 자리에 있어. 자리에 있음에 마땅한 것을 손아귀에 쥐고 형편없이 물어뜯은것은 자신이다. 손가락의 방향을 따르듯 한쪽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한방울 흐른다. )
......버, 버리지 마..
미워하지 마... ...
 
장태주 :..........
 
마릴루:(어항 밖을 나온 물고기 마냥 숨이 가쁘다.)
 
장태주 :하하..
하하하!
 
마릴루:.....
 
장태주 :(웃기는 말이라도 들은 양 고개를 젖혀 웃는다.)
(이내 비명을 지르다 마릴루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운다.)
 
마릴루:.......
 
장태주 :(애초에 그 환상속에서 일어났던 참극들은 자신에게 이뤄질 일 없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소년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 인간에게 자신의 하잘 것 없는 세계를 주겠노라고 속으로 삼킨 다짐이 여직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에.)
(만약 그 때, 후회 할 거라는 경고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면. 그 아치문을 함께 넘지 않았다면. 아니 그냥 마릴루의 한쪽 눈 대신 자신이 진작 죽어버렸다면.. 새로 태어난 타이머가 자신의 고향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었을 것이다.)
(죽은 눈을 들어 마릴루의 눈을 직시한다. 숨이 막히는 감각조차 더이상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본심이 터져나온다.)
사랑해.
(살아있어서 죄송합니다.)
 
장태주 :...사랑해.
....(살아있어서 죄송합니다.)
.................사랑해.
(살아있어서 죄송합니다.)
(감히 누가 누굴 버린다고?)
(그나마 누군가의 농간이라는, 면죄부라도 되어줬던 진상을 뒤로 하고 내리는 선택은)
 
장태주 :(오롯이 나의 죄악이다.)
나는 지옥 밑바닥에 처박힐거야.
(당신과 함께.)
 
마릴루:(사방이 물로 막힌 수조에서 겨우 숨을 내쉴 구색을 갖춰준 사람.)
(네 존재가 나를 살게 해. 언뜻 들으면 로맨틱한 말이겠으나 저 멀리 떨어진 쌍둥이별의 입장에선 이만한 해충이 또 없는 것이다. 타의 생명을 좀먹으며 연명하는 생물은 기생충이 아니면 달리 칭할 말도 없다.)
(문득 벼랑 끝에 몸을 던지던 전 세대의 타이머를 떠올린다. 그가 스스로를 내던진 것은 세계의 멸망을 직감했기 때문일까? 신의 부재를 눈 앞에 두고 흘러가는 세월을 견디기 힘들었던 까닭일까.)
(흐르는 눈물 사이로 느릿한 비소가 새어나온다. 그의 뺨을 끌어와 입을 맞춘다. 이름 모를 상대를 밟아서고 모든것을 쟁취한것만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결코 그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
...... 응, 반드시 한날 한시에 같이 죽자.
너도, 나도. 외롭지 않게...
 
장태주 :............
...응.
사랑해. (결국 저질렀구나 나는. 더이상 어리지도 어리석지도 않으면서..)
 
마릴루:... ...쓰레기.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에는 오롯 다정만이 섞여있다.)
나, ...방금 전 지구의 멸망을 봤어.
 
장태주 :..........
그래.
 
마릴루:널 닮은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 널 찾는것도.
 
장태주 :..........
 
마릴루:그리고....
(두 뺨을 감싸쥔 채 아이같은 미소를 보인다.) 너를 기다리는 카운터도.
그래도 떠나지 않을거지?
 
장태주 :...............
 
마릴루:내가 좋으니까.
 
장태주 :.................... 그래.
 
마릴루:아하하! 바보.
바보같아....
....쓰레기.
............사랑해.
 
장태주 :...... 하하..
(고개를 살짝 틀어 제 뺨을 감싸쥔 손 위에 입맞춘다)
(처음부터 이 손은 나를 놓아줄 생각이 한치도 없었어. 그러니 환상속의 자신은 스스로 죽지 않고 이 손의 주인을 죽인 뒤 떠나간 것이다.)
(스스로 목줄을 끊고..)
(가치 있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덕분에.)
.... 사랑해. (난 쓰레기야.)
 
최초에 낙원이 있다면 이런곳이었을까.
 
고요한 광경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을 선포한 신이 왜 이런 공간을 조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난히 시간이 더디게 흐릅니다. 장미가 피고 지는 날들이었습니다.
 
....
 
선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한 움큼, 혹은 그 이상의 눈물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따라, 모름지기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결국 서로 다칠 것을 알면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일련의 사건이, 이편의 나와 저편의 네가, 사이에 쌓인 모든 것들은…
 
운명이라기엔 너무 가혹했으니까.
 
선택을 종용하던 신은 다시금 영광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놓아주거나 구름을 타지도 않고, 빛나는 얼굴을 내밀지도 않았어요
 
천둥과 우레 같은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굉장히, 재수 없는 방식입니다.
 
마릴루:네 카운터는 나 였던것 같애.
 
장태주 :.....
 
마릴루:대신 안대는 안 썼어. ...얼굴은 똑 닮았지만.
네가 돌아갔다면 지구에서 똑같이, 나랑 느꼈던 것들을 반복했겠지...
........
 
장태주 :.........
 
마릴루:그래서, 그 별은 그냥 멸망해버렸으면. 하고 생각했어.
(그리고 상대의 어깨에 기댄다.)
너는, 뭘 봤어?
 
장태주 :.........
(끔찍했던 환상을 다시 떠올려보지만 어쩐지 흐릿하다. 동시에 부질 없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
 
마릴루:.......... 이름 불러줘.
 
장태주 :....
마릴루.
 
마릴루:나는 네가 내 이름 불러줄 때가 좋더라.
 
장태주 :아.. (어린애같아. 정말 한치도 안 자랐구나 얘는.)
(마릴루의 손을 깍지끼워 잡는다.)
나는..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그냥 사랑했어.
설탕 인형처럼 예쁘고, 말 하는 것도 나와 다르게 어른 같고..
그래서 네가 차가운 표정을 지을 때마다
 
장태주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도 생각했었거든.
나같은 걸 누가.. 좋아해주겠어.
그래서 네가 내 손을 잡고 놓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정말
.........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마릴루:...........
응, 그리고?
 
장태주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머리부터 발 끝까지.. 어린 시절의 흔적을 찾기 힘들어진 제 모습을 돌아본다.)
.........
(그리고 한번 더 마릴루를 바라본다.)
(아직 한참 모자라.)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제정신이 들면 아마 난 한번 더 후회하겠지.
 
장태주 :그래도 너는 나를 놓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
 
마릴루:네가 모르고 있던 거 하나 알려줄게.
나는 있지.
네가 싫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오히려 너무 좋아서. 그 감정이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도망갔던거야.
.......
 
장태주 :.......
 
마릴루:있잖아.
 
장태주 :응.
 
마릴루:후회하지 마.
어느것을 고르든 후회가 남겠지만.
.............
하지마. 가질 수 없는 한 쪽에 대해선 그냥 잊어버려.
그리고......
(하아. 느린 숨을 뱉는다.) 그 선택은 네가해. 너 스스로.
 
마릴루:마지막으로 부리는 변덕이니까 잘 생각해.
 
장태주 :..............
 
마릴루:(그 말을 끝으로 일어선다.)
...혼자 좀 있을게.
 
장태주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릴루가 모습을 감추면,
 
인스턴트 식품의 유통기한보다 짧은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환상은 천천히 부서졌습니다
 
머리 위에서부터 하늘이 조각나고 구름이 찢어집니다.
 
새파란 모든 것들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면 검은 하늘이 드러납니다.
 
달도 별도 뜨지 않고 구름도 잠잠한 저녁.
 
모든 것이 부서졌을 때, 계단을 오르지도, 절벽에 매달리지도 않았으나 ...
 
우리는 또다시 싱크홀의 앞에 서 있었습니다.
 
건조한 바람이 불고, 장미 향기 대신 탄내와 잿가루가 휘날립니다.
 
불씨는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타들어 간 탓에 그을린 냄새는 통 가시질 않았습니다.
 
장태주 :.......
 
그렇게 정신이 들고 나면....
 
하인리히 장교:제군들!!
 
뒤에서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가 낯익습니다.
 
장태주 :........
 
하인리히 장교입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하나, 둘…….
 
묻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구원자의, 머릿수를, 헤아리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제12구역으로 돌아왔을 때와는 무언가 달랐습니다
 
장태주 :........................
 
하인리히 장교: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싱크홀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말랬잖아!
아니, 애당초 복구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단체로 어딜……
 
꿱꿱거리는 목소리가 멀게 들립니다.
 
듣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우리의 부재는 들통났다는 것.
 
생각해보세요,
 
그때 운전사는 조금도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우리를 불렀잖아요
 
하인리히 장교처럼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겁먹거나 식은땀을 흘리지도 않았었으니까요
 
...그럼 지금은?
 
하인리히 장교: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시간이 얼마나 흐른거지?
 
장태주 :.........
 
불현듯 고민에 빠졌을 때,
 
하인리히 장교:하루종일 사라진 탓에 온 구역이 뒤집혔어!
 
하인리히 장교가 호통을 칩니다.
 
사실인 모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의 옆에는 항상 붙어 있던 리슬러 부관 대신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었거든요.
 
군복은 아니니 구역의 정치인쯤 될까요.'
 
초조한 기색을 갈무리하고, 하인리히 장교가 큰 보폭으로 다가옵니다.
 
하인리히 장교:언제나 구원자의 사명을 가장 앞에 두라고 하지 않았나.
다들 복귀해. 화재는 다 진압했으니 복구 작업만 남았어.
얼마 걸리지 않겠지....
제2시와 제3시 페어는 나와 함께 가고,
제0시는 제13시와 함께 폐기장으로 움직이게.
 
한 걸음,
 
하인리히 장교:제1시는 호수 아래 수몰된 시체가 있는지 찾아볼 예정이니 경찰에게 협조하고,
혹시 모르니 제5시와 제10시 페어가 합류해서 지원하도록.
제4시는 전력 센터부터 찾아가 보게.
제6시는 내일 동물 보호소에서 출동한다고 하니 숲에 남은 개체가 있나 확인해보고.
 
두 걸음,
 
하인리히 장교:제7시는 다시 불씨가 일지 않게끔…… 아니, 차라리 함께 가는 게 낫겠군.
제8시, 제9시 페어는 잊지 말고 대피소에 방문해.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 이 한 둘이 아니야.
제11시, 제12시는 방화 의혹 용의자들 대면하고,
 
그리고 정확히 세 걸음을 내디뎠을 때.
 
쾅!
 
커다란 굉음이 지나갑니다.
 
컴컴한 하늘이 희게 점멸하고, 요란한 비명이 머릿속의 뇌수를 흔들었습니다.
 
먹구름은커녕 구름 한 점 없었는데, 정말로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이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 것처럼 눈앞이 화려하게 번쩍이고,
 
다시금 눈을 뜨자 건물과 건물 사이, 바닥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아니야. 일렁이는 것은 바닥 따위가 아닙니다.
 
그림자에서 솟아난 것처럼, 순식간에 등장한 ‘어떤 괴물’의 잔상이었습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이글거리는 눈,
 
박동하는 푸른 피부를 가진 그것은 무척 흉측하게 생겼습니다.
 
장태주 :.........
 
옛적에 멸종한 공룡의 사체가 지금 돌아다닌 다면 이렇게 생겼을까요?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목격한 당신,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2 21 8
34
성공
rolling 1d3
 
(
2
 
)
 
 
=
2
 
:이계의 공포.
환각 속에서 계속해서 보았던 괴물 중 하나입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이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하인리히 장교의 머리가 사라집니다
 
의심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이 정확하게 목덜미를 찢고, 머리를 훔쳤으니까.
 
이빨과 머리를 잃은 시체를 타고 푸르고 붉은 점액질이 쉼 없이 흘러넘칩니다
 
낯익은 군복과 그을린 땅마저 모두 울긋불긋하게 물듭니다.
 
쇠 비린내가 훅 끼칩니다. 콧속으로 파고드는 그 악취는...
 
죽음이었습니다.
 
숨구멍을 턱 막는 끔찍한 감각입니다
 
근처에 서 있던 노친네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거나 달아났습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요란스러워 생각을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머리를 먹어치울 때마다 우득, 우드득. 섬뜩한 소리가 들립니다
 
퉤, 어디의 것인지 모를 뼈를 뱉은 괴물은 당신을 바라봅니다.
 
장태주 :..........
 
입맛을 다시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할 일을 마친 듯 사라집니다.
 
....
 
세상에서 가장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던 남자는 머리를 잃고 쓰러집니다.
 
비참한 말로였으나, 저지른 죗값에 비하면 가벼운 징벌이었습니다
 
눈앞의 죽음과 코밑의 비린내, 귓가의 비명과 손끝의 체온.
 
결국, 당신이 끔찍한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고, 모든 감각이 알리기 시작합니다.
 
피가 바닥을 적십니다.
 
붉고 어둡게 물들어, 저주받고 있습니다.
 
장태주 :..............
 
젖은 흙이 축축한 소리를 내며 사그라들고,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61
실패
 
유리의 벽면을 타고 부드러운 모래가 떨어집니다.
 
뜬금없이 시야를 사로잡은 모래시계는 고개를 돌려도, 젖혀도, 숙이거나 휘저어도 끊임없이 쫓아옵니다.
 
피에 젖지 않은, 가장 곱고 순결한 흰색이었습니다.
 
떨어지는 소리가 사르륵, 귓속을 파고듭니다.
 
남은 시간은 하루 남짓입니다. 무엇을 향해 떨어지는지, 모를 수 없었습니다.
 
*
 
:현실로 돌아옵니다. 모래시계의 환각이 시야를 쫓아다닙니다.
모래가 다 떨어지는 것은 2039. 3. 7, 내일입니다. 하루가 지나면 선택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대외적으로 밝혀진 하인리히 장교의 사인은 ‘사고사’입니다. 재해 구역을 돕기 위해 기꺼이 현장에 나섰다 무너지는 건물 잔해에 꿰뚫려 죽었다는군요.
뉴스는 떠들썩하고, 신문은 시끄럽습니다. 호외요! 분명히 대단한 사건·사고이긴 하죠.
2구역의 화재가 일단락되었으므로 하인리히 장교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타이머와 카운터는 수도로 돌아옵니다. 지시사항은 모두 철회되었습니다.
장례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 DOT는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닥쳐올 종말을 모르는 도밍게즈는 평온하고, 평화롭습니다.
곳곳에서 하인리히 장교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행렬이 이어집니다.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엔딩을 위한 장소를 정해주세요
엔딩 분기입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혼을 빼놓은 채 어렴풋 정신이 들면.
 
두 사람은 제 12구역. 기억이 가라앉은 바다 앞에 서 있습니다.
 
장태주 :......
 
두 사람 중 누군가 지시한것도 아닌데, 홀린듯 발걸음은 그 곳을 향합니다.
 
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옵니다.
 
장태주 :(언젠가 이 곳에 왔을 때의 대화를 떠올린다.)
 
마릴루:(다시는 바다에 오지 말자, 분명 그렇게 얘기했음에도. 결국 오고야 만 곳은 이 바다였다.)
 
장태주 :........................ (잠시 안경을 벗어 마릴루의 오른손에 쥐어준다.)
마릴루.
 
마릴루:..................
응.
 
장태주 :(마릴루의 왼손을 붙들고 품 안에서 작은 날붙이를 꺼내 든다.)
오늘 여기서 우리 둘만의 장례식을 치르는 거야.
우리만 애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의..
그리고 전부 잊자.
(서약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로 두서없이 중얼대고는..)
(들고 있던 날붙이로 제 왼쪽 눈을 그어버린다.)
 
장태주 :(빛날 자격이 없는 죄인들에게는 빛나는 반지보다 상처가 어울린다.)
정말 미안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
그래도 네가 바라는 대로 전부 잊을거니까..
 
마릴루:너, ................. (눈을 잠시 크게 떴다가, 날붙이를 손에서 빼앗듯 든다.)
하룻동안 한 생각이 고작 이거야?
 
장태주 :................ 그래. 네 입버릇처럼 난 멍청이니까.
 
마릴루:(모래 위로 흐르는 핏물의 양이 너무 많아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린다.)
너도. 나도.
...여기서 다 죽자고?
......
................
 
장태주 :.............. 바보 아냐.
.........
날 사랑해?
 
마릴루:...사랑,
사랑한다고 했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기회도 줬잖아.
넌,
.......
..............
 
장태주 :그럼 왜 그때처럼
웃어주지 않아?
그때 이곳에서는 내가 괴로워 하는 걸 보고 웃어줬잖아.
 
마릴루:......
 
장태주 :왜 나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겼지?
 
마릴루:(허탈한 웃음대신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정말로 모든것이 엉망진창이다.)
네가 이렇게까지 멍청할거라곤
생각도 못 해서 그랬다, 왜.
......
 
장태주 :(마릴루의 안대를 벗긴다.)
 
마릴루:.... (숨을 크게 들이쉰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국이 딱 네 상처와 맞물린다.)
 
장태주 :...........
 
마릴루:(내뱉는 숨이 떨린다.)
..이러지 마.
 
장태주 :.........
(마릴루의 손을 끌어 눈 위에 가져다댄다. 그것 만으로 고통이 멎는 것 같다.) 웃어줘 그럼.
내 상처를 비웃고 조롱해.
그리고 약속해줘.
내가 잊은 기억들을 너는 평생 끌어안고 나 대신 고통 속에 살겠다고.
 
마릴루:...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끈적한 핏물 위로 여지껏 느껴본 적 없는 커다란 무게가 짓눌린다.)
(비로소 깨닫는것이 있다. 탑에서 보았던 문구. 순응하지 않은 자 저주받으리라. 그래, 그 저주는 고향을 저버린 그 뿐만이 아니라, 고스란히 나에게도 들어오는 것이었다. )
(가장 높이 솟았다 한들 결국은 신의 손가락. 모든것을 쟁취했노라 느꼈던 과거의 감정마저도 허상이었다.)
(눈가에 닿은 손이 떨린다. 비로소 미소를 짓고 그를 취하면 모든것이 편해질까?)
(왜 너와 내가 다시 바다에 이끌렸는지 알것만 같았다.)
(날붙이를 넘겨주고 당신을 끌어안는다.) ......미안해.
 
마릴루:(한참은 늦은 말이다.)
....죽지 마.
(이것 역시도.)
............죽지 말아줘.
(모두.)
 
장태주 :........
(예상 못한 답은 아니었지만)
(역시 속이 아리다.)
(뭘 바랐던 걸까? 칼을 쥐어주면서 죽지 말라는 주박같은 말을 남겨두는 이 사람에게..)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그 날 이후로 주욱 미친 사람처럼 행동해 왔지만 결국 제정신 아닌 사람은 저 혼자 뿐이었다는 걸. 그러니 이 협박 같은 사랑 고백을 준비할 때 부터 최악의 결과를 예상한 것이다.)
(미친사람이 아니고서야 자신과 함께 저주를 받고 살아가줄 리가 없다.)
 
장태주 :(어른이 되었구나.)
........
(봄바람에 고요하게 흔들리는 물살을 바라본다.)
한날 한시에 죽자던 말은 거짓말이었어? (떨리는 손으로 칼날을 부여잡는다.)
버리지 말아 달라고 매달렸던 건?
 
마릴루:......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어.
네가.
.........
처음부터 날 사랑했다고 말하기 전 까진.
 
장태주 :.......
 
마릴루:너,
.....
살아있잖아.
죽지 않았잖아.
슬픈것도, 사랑도, 증오도. 전부 느낄 수 있잖아.
 
장태주 :.....
 
마릴루:........그걸 알아버렸는데
 
장태주 :그만..
그만해.
 
마릴루:어떻게, ....
.....
 
장태주 :..............
 
마릴루:(맞붙힌 가슴 사이로 심작 박동소리가 들린다.)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한 바다에 오로지 두 사람분의 숨만 붙어있다.)
 
장태주 :(살아있다는 감각이 끔찍하다.)
(...전부 포기하고 자신의 것이 되라던 속삭임이 의미를 잃고 흩어진다.)
....... (자꾸만 맥이 풀리는 것 같은 손에 안간힘을 주고 마릴루의 갈비뼈 사이를 찌른다. 닫힌 문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던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마릴루를 마주본다.)
괜찮아.
....... 네가 나에게서 등 돌리는 거, 이제 익숙하니까.
................................
 
장태주 :사랑해.
 
마릴루:.......... (입에서 울컥 혈흔을 쏟아낸다. 가지런히 개어둬 주름 하나 없는 제복 위로 얼룩진 핏물이 베어들어간다.)
(이별은 쓰라리고 통증은 아득하다. 한쪽을 취하면 다른 한 쪽은 전부 잊으라고 얘기한건 자신이었지만, 정작 잊혀지는 입장이 되자니 폐부가 끓는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상대의 손가락에 얇은 잇자국을 남긴다.)
....사랑해.
 
장태주 :........
 
가장 높이 솟은 것을 무너뜨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무너뜨리고 부서뜨리면……
 
사막에서 보았던 환상이 스쳐 지납니다.
 
감히 신의 손가락도 꺾고 구원자를 피 흘렸으니 어찌 세계가 온전하리오.
 
눈앞에는 무너진 잔해가 보입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장태주 :.........
(품에 안긴 연인을 흔들어본다.)
마릴루,
 
마릴루:.... ...응,
 
장태주 :.............
(손바닥 가득 묻은 피를 내려다보다가 분에 넘치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처럼 웅얼댄다.) .......죽어도 된다고 허락해주면 안돼?
 
마릴루:............
.............
..............
가.
(가지 마.)
그리고 전부 잊어.
 
마릴루:(곁에 있어 줘.)
...그러고나면 더이상 나한테 얽매일 필요 없잖아.
(이것은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사랑이다.)
 
장태주 :...................
..... (피 묻은 손을 허망하게 뻗어 잔해를 쓸어내린다. 이 선택 앞에 있을 고통이 벌써 눈에 선하다.)
(잊고 살라는 말 한마디에 어떤 행성 위 목숨값 만큼의 무게가 실려있지만 자신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뼈저린 후회를 할 것이고, 돌아간다 한들 자신의 연인을 빼앗아간 고향을 오롯이 사랑해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잠들기 전 매일 밤을 후회할 것이지만)
(그나마 이제 자신의 악몽에는 멸망하는 고향 대신 죽어가는 연인의 얼굴이 대신 나올 것이라는 것을 위안 삼는다.)
 
장태주 :(잠 못 드는 밤과의 작별이구나.)
(환상 속의 자신은 가치 있는 삶이 아닌 그 악몽을 맞이하러 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너진 잔해에 피를 덧바르자, 익히 알고 있는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피에 젖었는데 쇠 비린내라곤 전혀 없습니다.
 
가장 높이 솟은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썩어들어, 땅 아래로 자취를 감추면……
 
눈앞에 문이 열립니다.
 
철제를 두르고 피어난 새파란 장미는 기적과 불가능의 상징.
 
도저히 장미 향기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을 예고하는 것처럼 진해지고, 덧칠해집니다.
 
이 문을 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히 이별하겠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나와 같은 시간을 사는 이를 돌아봅니다.
 
울었나요? 혹은 웃었던가요.
 
눈앞이 흐릿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인데. 선명하게 보아두어야 하는데.
 
....
 
2
 
추억:저 이런 덜떨어진 애랑 짝 하기 싫어요!!!
 
기억:......저.. 잘부탁.. 뭐?!
나, 나도 싫거든!! 이 호박아!!
 
이제 돌아가면 영영, 다시는 볼 수 없을 텐데……
 
2
 
추억:....짜증나
 
기억:.........저거 언제 사람 구실 할까..
 
마음과 달리 야속하게도 눈물은 멎지 않고 계속 눈앞을 적십니다.
 
2
 
미련:...다시는 바다에 오지 말자.
 
그의 얼굴이 흐려집니다.
 
젖어 들어갑니다.
 
하고 싶은 말은 밤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지만……
 
2
 
2
 
마릴루:안녕.
 
이별하는 처지에, 이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습니다.
언젠가 내가 머물게 된다면…… 꼭 당신 곁이리라고 믿었던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나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은 흐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입니다.
 
떼어지지않는 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등을 돌리고, 고개를 숙여,
 
다시금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눈이 마주쳤다간 애원하게 될 것 같았어.
 
날 보내지 말라고, 네 곁에 있고 싶다고……
 
저주받고 멸망할지언정, 그것만을 바란다고.
 
사무치게 사랑하니 이별 또한 가슴 깊이 사무칩니다.
 
가장 사랑한 것을 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옮기는 그 걸음은,
 
진정으로 구원자의 순례였습니다.
 
시곗바늘은 다시금 돌고 돌아, 자정이 지나면 정오를, 정오가 지나면 자정을 가리키겠지.
 
14개의 숫자는 낮과 밤에 각각 새겨져 있습니다.
 
해가 달을 좇고 달이 해를 좇아 넓은 하늘을 헤엄치듯이,
 
우리도 서로를 좇으며 우주를 헤매게 될 거예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혹사당한 탓에, 꼭대기에 걸린 달이 앙상했습니다.
 
섭리를 따라,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Chapter 3. 모래 시계의 균형
 
시간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두 사람은 멸망할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영원한 이별입니다.
시간은 교차할지언정 함께할 수 없는 법입니다.
지구와 도밍게즈는 모두 이계의 신에게 안위를 위협받습니다.
구원과 종말 중 어느 쪽을 맞게 될지는 각 탁에게 맡깁니다.
 
:오랜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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