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무화과 ]
2022. 09. 26 CoC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 W.수연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2938797
KP/KPC - 똘비 (마릴루)
PC -쮸님 (장태주)
※ 아래는 본 시나리오의 로그 백업이며, 시나리오의 진상, 스포일러등이 전부 포함되어있으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 예정이신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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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 님
키퍼 : 나
~출발~
“......님.”
“용사님! 눈을 뜨세요. 세상을 구하셔야죠!”
장태주:...?
요란스럽게 구는 낯선 목소리가 성가시기 짝이 없습니다.
장태주:(뭔소리야..)
흔들흔들, 몸이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탓에 멀미가 일 지경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개꿈이람.......
설핏 깬 정신을 다시금 재우려 노력해보지만, 워낙에 강경한 모닝콜이라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마릴루:..일어나라니까!
잠자리에 들었던 당신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뜹니다.
장태주:헉..!!!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상대는,
잔뜩 겁에 질린 마릴루 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문장은 퍽 익숙한 목소리였던 것 같아요.
여태 당신을 깨우던 건, 그였던 걸까요?
그런데, 왜 그런 얼굴이야?
장태주:왜 그래?
무어라 물을 새도 없이, 창문의 커튼을 쥔 그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
창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바깥에는......
오, 이런. 어젯밤 세계가 멸망했던가요?
장태주:............................???????????
:어딘가의 건물 위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장태주:(아니 뭔..)
:성급한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다 꺾이고, 공들여 쌓은 도미노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처럼 우르르 쏟아집니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바깥의 하늘은 어둡기 짝이 없습니다.
온당 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검은 구덩이가 텅 비어 있고, 구름은 갈가리 찢겼으며,
주위는 시시각각 창백한 청동, 푸르스름한 시체의 색으로 물듭니다.
장태주:꿈인가..(자주 꾸던 악몽같은 꼴이다..)
그 외에는 어떤 단어로도 이 광경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럽고 참담한 눈앞의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장태주:
:얄팍한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재앙이 추락합니다.
장태주:...?
:눈 깜빡하는 사이에 바닥에 처박힌 그것은......
:퍽
장태주:
서로를 부둥켜안은 사람들.
얼핏 보기엔 종말을 두려워하여 동반 자살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분명 다른 한쪽은 발버둥 치고 있었어요.
장태주:............
죽음이 칼을 휘두르며 애곡과 비명이 들끓는 세계.
지옥이나 다를 바 없는 광경을 목격한 당신,
장태주:
=
이성치 1 감소
실로 이해하기 어렵군요.
어제까지는 평소와 꼭 같은 하루였잖아요.
하인리히의 장례식에 참가하고,
그와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소한 볼일을 보고,
장태주:.............
혹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지극히 평범한 일상.
하루아침에 바스러진 일상을 발치에 두고 당신은 집안을 둘러봅니다.
집안의 풍경은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또한 작금의 상황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장태주:....마릴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마릴루:.... 모르겠어. 본부에서도 아무런 연락 없고.
장태주:(내가 여기 남으면 괜찮아지는 거 아니었나?)
마릴루:......
장태주:...........
마릴루:....지시사항 없이 움직여도 괜찮을까?
장태주:......
일상이 뚝뚝 묻어나는 자신의 방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당신은 현실을 인지하기가 퍽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지나치게 평화로워. 외려 꿈인가 헷갈릴 정도입니다.
당신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것은 창밖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소리입니다.
반복 재생이 예약된 것처럼 BGM은 끊이지 않고 비명과 비명이, 폭음과 굉음으로 얼룩집니다.
평소와 똑같은 방에 선 당신.
장태주:.........
네모난 당신의 방만이 온전한 세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장태주:(이 방이 멀쩡한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인 걸까..)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장태주:(휴대폰을 켜본다.. 정말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당신은 휴대폰 전원을 켜 봅니다.
그래요. 이토록 대단위의 재난이라니, 분명히 국가에서 조처하려 할 것입니다.
재난 알림 문자라던가, 뉴스라던가....... 전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가?
콧잔등에 형광등 불빛이 선명하게 내리쬐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장태주:..........
핸드폰 전원을 켜면,
장태주:.......
쓰다만 문자가 도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태주:답이 없군..
행정안전부라던가, 시청 따위에서도 문자가 우르르 도착했지만...
마찬가지로 끝맺지 못한 내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장태주:........
냉장고엔 덜 깎여진 사과 하나와, 캔 맥주 몇 개.
그리고 간단한 군것질거리들이 있습니다
마릴루:...연락 온 거 있어? (오매불망 장태주의 뒤만 쫓는다)
장태주:(아.. 그랬지 참.. 깎다 만 사과를 마저 깎아 접시에 보기 좋게 담는다.)
마릴루:...
장태주:(사과 한조각을 마릴루의 입에 넣어준다)
마릴루:돼지
장태주:잘 먹으면서 트집은
마릴루:(아삭아삭..)
장태주:음.. 제철이니까.
장태주:
전기도 들어오고, 전파도 터지는 걸 보니 공기관이 완전히 마비된 건 아닌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뉴스는 어떨까요?
장태주:.........(TV를 켜본다)
TV를 켜면 채널과 상관없이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장태주:방송국은 건재한거야? (이건 또 이거대로 놀랄노자다;)
마릴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익숙한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 앞에 앉은 채 긴급하게 속보를 전합니다.
장태주:........................
:아나운서는 스스로 퍽 당황한 얼굴입니다.
장태주:.............
:누가 자르지도, 비틀지도, 당기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점토를 뜯어내는 것처럼, 오래된 음식이 부패하는 것처럼,
장태주:(마릴루의 손을 잡는다.)
:이윽고 원래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 아나운서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다가옵니다.
뚝,
장태주:(.........
케이블이 끊긴 것처럼 방송이 종료되고 대기 화면이 뜬 것은 그 순간입니다
TV 화면에는 새순이 돋아나는 봄철의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자막에는
‘현재 방송 송출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낡은 사과 문구가 적혀 있을 뿐입니다.
장태주:.............
눈알이 구멍 안에서 썩고, 혀가 입안에서 떨어지고, 피부가 뼈대 위를 흘러내리던 그 광경. 똑똑히 보았죠?
장태주:(솔직히 벅차다.)
아나운서의 설명 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이었어요.
끔찍한 괴물을 목격한 당신,
장태주:(불이나 끄고 조난자나 구하러 다녔었는데..)
이후, 채널을 어디로 돌리더라도 방송은 정상 연결되지 않습니다.
마릴루:............. (속이 메스꺼운지 한손으로 입가를 짚는다)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
마릴루:... (창 밖으로 눈을 굴렸다가.) 그래, 일단... 남은 애들이랑 합류하자.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때마침 창 너머로 저 멀리에 선 건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꼴이 보입니다.
장태주:....
검은 연기가 하늘을 채웁니다.
시야로 간신히 닿을 만큼 먼 곳이지만, 분명히 어제도 그제도 멀쩡했던 건물이에요.
그랬던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차례대로.......
장태주:
무너지는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직감을 닮은 어떤 확신이 듭니다.
살육이 벌어지고, 재난이 시작된 가운데 땅을 파고 음부로 들어갈지언정,
하늘로 올라갈지언정, 갈멜산 꼭대기에 숨을지언정,
바다 밑에 숨거나 그 누구의 도움을 구할지언정!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장태주:............
참담한 현실을 앞에 두고 당신은 절망했을까요?
두려움에 떨까요?
그도 아니라면 세계의 구원자답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고자 필사적일까요?
당신이 어떠한 이건 간에, 이 목소리는 분명히 당신에게 닿았을 것입니다
장태주:
이리로 오세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먹어야 해요.......
흐느끼는 것도 같고 웃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목소리.
난생처음 듣는 낯선소리가 귓속을 파고듭니다
장태주:....................
TV는 꺼진 지 오래, 집안에는 단둘.
장태주:무슨..
바깥에서 들린다기엔 지나치게 가깝고, 안에서 들린다기엔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수 없습니다.
장태주:(주변을 둘러본다)
누군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마릴루:왜 그래?
장태주:방금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았는데.
마릴루:잘못 들은 거 아냐?
장태주:...잘못 들었나?
그는 목소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입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감이 오지 않고, 어디로 부르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불친절한 호출.
어쩌면 당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죠.
그렇게 천천히, 정체 모를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 순간,
장태주:....................
띵동.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장태주:?
장태주:.........
마릴루:아, ...응. (뭐라도 지시받은 사항이 있다는 것에 화색이 된다. )
장태주:..........
마릴루:...... 왜?
장태주:그냥. (역시 나 하나로는 부족하구나. 싶어서)
마릴루:싱겁기는.
장태주:.....왜?
마릴루:못 생겨서 봤어. (짧게 웃고 나선다.)
장태주:참나..
...
기숙사를 나서면 복도는 놀랄만큼 조용합니다.
인기척도 없는것이, 이 층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장태주:..............
마릴루:그럴지도. ...네가 늦잠 자서 그렇잖아. (괜히..)
장태주:난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나..
마릴루:조용하니까 기분 이상하다. 그치.
거리에 나서면 매캐한 냄새가 제일 먼저 두 사람을 반깁니다.
장태주:..........
불타는, 썩는 것 특유의 냄새는 보이지 않지만 강렬하게 남아 머릿속을 들쑤십니다
거리는 온통 쑥대밭이 된 상태입니다.
장태주:하...이거.. 진짜 심각한데
:아스팔트는 금이 가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찌그러진 차체의 파편, 사람의 형체를 한 부서진 기계하며 무너진 가로등이 길을 막습니다.
건물의 입구에 쓰러진 시체 두 구.
장태주:.............. (괴물 눈에 띄지 않게 움직여야겠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탓에 두개골은 완전히 박살 나고, 사지의 뼈 또한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습니다.
장태주:(............)
꽉 끌어안은 채 죽어있으므로 어우러진 피가 유난히 붉고 짙습니다.
시선을 흘리고 지나가려는데, 이상한 구석이 눈에 띕니다
장태주:(이 사람들은 왜..)
의문을 갖고 자세히보자면,
지금까지는 두 시체가 나란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장태주:..?
끌어안긴 시체는 자신을 둘러싼 팔을 벗어나려는 것처럼, 밀어내던 자세 그대로 쓰러져 있습니다.
애틋한 사이는 아니었던 걸까요?
장태주:.........
장태주:
하지만 끌어안은 이의 팔은 단단히 옭아매고 있습니다
장태주:(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듯이,
혹은 사냥감을 움켜쥐듯이.
하나 같이 눈앞에 두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도밍게즈가 왜 이렇게 된 거죠? 지난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억을 더듬는데, 차 너머에서 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
채 완벽한 발음을 구성하지 못해 문드러지는 소리.
장태주:.............
사람의 것이라기엔 무디고 짐승의 것이라기엔 애매한 소리.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도로를 배회하는 괴물과 눈이 마주칩니다.
동시에 긴 이명이 들립니다
장태주: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장태주:...................
뭉그러지는 발음이 간절하게 외칩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데, 끈질기게 당신을 부릅니다.
낯선 목소리는 오직 당신에게만 닿는 것입니다.
...
장태주:..........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눈이 마주쳤다는 표현은 틀립니다.
왜냐면 괴물에겐 눈알이라고 부를 만한 부위가 남지 않았거든요
장태주:(왜..)
텅 빈 구멍이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침이 분명한데도 어두운 하늘 탓에 제대로 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괴물들의 팔이나 다리, 혹은 다른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장태주:(마릴루를 등 뒤로 숨긴다)
피부가 흘러내린다거나, 팔이 너덜거린다거나, 부러진 다리가 질질 끌린다거나.
머리통은 종종 뚜껑이 열려 내용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괴물, 이라기보단......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표현이 옳겠군요,
그러나 눈이 마주쳐도 괴물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을 쫓아오지도, 팔을 휘젓지도 않아요.
장태주:(TV에서 본 사람같다.)
마치......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요.
지나치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 안전할 것 같습니다.
거리에는 산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괴물, 혹은 시체뿐.
장태주:........
마릴루:(필사적으로 눈을 맞추지 않으려 한다.)
장태주:(조용히 조심히 마릴루의 손을 잡고 성당이 있는 방향으로 걷는다.)
거리를 걸으려면 반드시 괴물의 사이를 지나야 합니다
하나 같이 무언가를 찾는지, 어딘가로 향하는지 거리를 서성이고 있거든요
청동색의 하늘은 상당히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장태주:..........
곳곳에 쓰러진 철골과 부서진 것들의 잔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장태주:마릴루. 발 밑 조심해.
마릴루:너나 조심해. ... 뒤만 보지 말고.
장태주:.......
드디어 당신이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장태주:
마릴루:
홱ㅡ!
장태주:..;;;;
마릴루의 뒷덜미로 아슬아슬하게 괴물의 손끝이 스칩니다
작은 마찰도 견디지 못한손가락 끝마디가 뚝, 바닥으로 떨어지고 마는군요.
괴물들의 분위기가 어쩐지 심상치 않습니다.
장태주:(뭐임;;)
그것들, 아니, 그들은 꼭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마릴루:;;;...
장태주:괜찮아?
마릴루:잠깐 놀랐어. ....뭘로 인식한 거지?
장태주:.......
마릴루:(거리를 둘러본다.) 그나마 멀쩡한 건물이 몇개 보이네.
장태주:.......
마릴루:(대답을 기다린다. 따르겠다는 양)
장태주:(둘러보긴 해야 할 것 같다..)
마릴루:(끄덕..)
장태주:(병원 안쪽을 슬쩎..살피면서 들어간다.)
병원의 외벽은 새하얀 페인트칠로 완벽한 마무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말이에요.
오늘 본 병원은 무너지고 쓰러진 건물의 여파로 검게 그을리고, 창문이 깨지고, 난간이 휘어진 상태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주위의 건물에 비하면 온건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태주:.............
병원의 문은 좌우로 열리는 자동문입니다만,
난리 통에 단단히 고장 난 탓에 딱 한 사람이 드나들 정도의 틈을 벌린 채로 멈춰섰습니다.
장태주:(자동문 사이로 몸을 구겨 넣어본다)
들어간다면...
장태주:
돼지
태주는....
장태주:(아 그만 뭐라해요)
꼈습니다
장태주:억;;
마릴루:돼지
장태주:그러지 말고 좀 밀든가 당기든가 해봐
마릴루:(꾸욱 밀어본다)
장태주:(흡~~ 숨참ㅇ므)
마릴루:
장태주:하..........
마릴루:으으으으음...
장태주:넌 진짜..
마릴루:제대로 꼈는데?
장태주:............
장태주:
우지끈;
장태주:(되지력)
되지력으로 철문의 틈새를 벌립니다
태주가 틈을 벌려준덕에 마릴루는 판정없이 자동 통과합니다
장태주:휴..
마릴루:(쇽~)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시체 썩는 냄새와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뒤섞여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불쾌한 냄새가 스밉니다.
1층 로비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다 녹아내린 시체가 [대기 의자]나 [접수대], 혹은 [휴게실]의 자판기 앞에 늘려 있을 뿐입니다.
녹아내린 시체는 거리를 배회하는 괴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니, 오히려...... 괴물보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장태주:................
뼈가 마디마디 드러나고, 근육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부는 이미 한 점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병원을 둘러보면,
장태주:
불길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장태주:...........
죽은 이의 원한이라던가....
장태주:나가자.
깜빡, 깜빡. 불길하게 점멸하는 형광등 탓에 더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마릴루:..........생존자 수색하자며
장태주:..........쫄긴 누가..(성큼성큼 드감 ㄱ-;)
마릴루:(쫄앗내)
장태주:;;;;;;;;;
어디를 볼까용
장태주:하.... (대기의자쪽 시신을 살펴본다.. 이거 움직이진 않겠지?)
상아색이었던 의자는 이미 더러워진 지 오래입니다.
무엇으로 더러워졌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맙시다.
입을 벌린 시체의 허리는 의자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려 있습니다.
장태주:
시체는 여기저기가 녹아내려, 처참한 모양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거리의 괴물도 이렇게 되는 걸까요?
환자복을 입고 있지 않으니, 적어도 병에 걸린 환자는 아니었겠죠
물론 진료를 받기 위해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갑자기 녹아내릴 정도로 중병은 아니었을 거예요.
고작해야 감기나 위염일까.
다 녹아내린 시체는 사지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렵습니다.
말을 걸 수 없으니 이 상황의 영문을 물어볼 수도 없겠죠.
장태주:...............
시체를 지나쳐 접수대로 가려는 순간,
장태주:
부욱,
장태주:..!
가지 말라는 것처럼, 바닥으로 미끄러진 시체의 팔이 찢어집니다.
장태주:........
계속 걸어가나요?
장태주:(뭐야 불길하게..)
마릴루:(저거 쫄았네)
장태주:;;;;;;;;;;
마릴루:(이미 접수대 앞에 서서 무언가를 뒤적인다.) 여기 봐봐.
장태주:;;;
마릴루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접수대에 늘어진 시체는 두 구가 있습니다
안쪽의 [PC] 앞에서 엎드러진 [간호사], 그리고 접수대 아래에 쓰러진 [의사].
시체는 모두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이목구비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장태주:...............
마릴루:컴퓨터. 아직 전원이 들어오는것 같거든
장태주:흠..
오래도록 작동하지 않은 탓에 익숙한 화면 보호기만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마우스를 툭 건드리면 화면이 열립니다.
병원의 근무 일지라던가, 약 처방 따위의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만...
백신의 ᄇ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장태주:..........................
엎드러진 시체는 흰 가운을 입고 있습니다.
물론 피와 녹아내린 무언가의 흔적으로 인해 끔찍한 몰골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입에 자신의 팔을 물고 있다는 걸까요.
입가를 살피면 다 빠진 잇새로 너덜너덜한 살가죽이 걸려 있습니다.
꼭 스스로 잡아먹는 꼴처럼요.
무딘 이로 질겅질겅 씹었을 테지만 피부 또한 무르기 짝이 없었으므로 다 녹은 케이크처럼 진득진득하게 늘어났습니다.
장태주:
의사의 시체 아래 깔린 [검은 파일철]의 모서리가 보입니다.
장태주:(조심...히 집어서 열어본다.)
진료를 보거나, 보아야 할 내용을 정리해둔 파일철입니다.
이상 증세를 보이던 환자라던가,
갑자기 녹아내리는 병에 걸린, 사람을 잡아먹는 전염병 환자는 없어 보입니다.
평소와 같은 환자의 증세 따위를 눈으로 훑는데,
첫 장 끄트머리에 쓰다만, 거칠게 휘갈긴 메모가 눈에 띕니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엉망진창인 글씨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글자들이 있습니다.
장태주:......?
읽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읽는다고 무언가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라 무척 유감이지만요
다만 의사의 메모를 보며 대략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나. 어제, 혹은 오늘, 그 사이쯤 사람들이 갑자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둘, 녹아내리는 인간들은 서로, 혹은 스스로 잡아먹는다.
여기까지 떠올린 당신은, 어쩌면 그전부터 가져왔던 가설에 확신을 얻을 것입니다.
이 모든 정황이 꼭......
사람들이 부르던,
장태주:..............
이토록 많은 사람이 녹아내렸다면...... 어떠한 징조라던가, 증세가 있었을 법도한데요.
하루아침에 이 모든 재앙이 들이닥치는 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요?
재앙의 진상이 병마가 아니라면......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위안과 허무가 교차할 때,
장태주:
달그락, 흰 가운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검은 지갑입니다.
장태주:..?
평범한 가죽 지갑입니다.
안에는 6만원 가량의 현금과 카드, 신분증이 들어있습니다.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곳에는 [가족사진]이 끼워져 있습니다.
장태주:(가족사진..을 꺼내 살펴본다.)
아주 어린 아기를 안은 부부의 사진.
카메라 앞에서 능숙하게 웃는 부모와달리 아기의 시선은 엇비슷하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 단란한 풍경이에요. 아마 의사의 가족이고, 아이일 테죠.
입맛이 씁니다.
장태주:
메모의 마지막 문장......
역시 가족들에게 하는 말이었겠죠.
당신은 사진을 물끄러미 내려다 봅니다.
장태주:........
어쩐지 아기에게서 시선을 떼기 어렵습니다.
젖살이 포동포동하게 부푼 뺨은 매끄러운 분홍색입니다.
사진 속 아기와 시선이 마주쳤다고, 그런 착각에 빠졌을 때,
장태주:
그 날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니......
고개를 휘젓거나 눈을 깜빡이면 목소리는 금세 흩어집니다
장태주:........
마릴루:..너 괜찮아?
장태주:..........아마도.
마릴루:안색이 안 좋은데
장태주:... 긴장해서 그래.
마릴루:역시 무섭나보네
장태주:..............
당신 앞에 앉은 채로 손에 [진단서]를 들고 있는 시체는,
연녹색의 간호사복이 아니라면 신원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패했습니다.
단정했을 머리카락은 희게 세고, 움푹 팬 뺨 아래로 드러난 흰 뼈 사이엔 뱉지 못한 비명이 고였습니다.
산 채로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요.
장태주:.................
눈꺼풀이 엉겨 붙은 탓에 눈동자를 볼 순 없지만,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장태주: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마릴루:.......
장태주:(왠지 제 탓 같아 입이 쓰다.)
마릴루:.....
자판기와 원탁 테이블 몇 개가 놓여있는 단출한 휴게실.
걸음을 디디면 발아래 고인 웅덩이가 끈적하게 걸음을 붙잡습니다.
웅덩이는 검고, 희고, 붉고, 아무튼 이런저런 색이 뒤섞여 혼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견 모독적인 색이기도 합니다.
그것의 정체를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희고 둥근 무언가가 발끝에 걸립니다.
장태주:.............................
뭉그러진 눈동자입니다.
둘레가 흐릿해진 동공이 당신을 향합니다.
웅덩이 사이로 솟아있는 작은 것들은 대부분 사람의 어딘가입니다.
코, 귀, 혹은 손가락.
드러난 탓에 채 녹지 못한 것인 듯합니다.
장태주:
자판기 앞에 떨어진 [휴대폰]이 보입니다.
장태주:...........
휴대폰을 들면 카메라가 켜져 있습니다.
영상을 찍고 있던 것 같습니다.
우측 하단에 최근 촬영한 영상의 썸네일이 보입니다.
장태주:......
:최근 파일을 열자, 익숙한 병원 로비가 보입니다.
:그는 정처 없이 몸을 앞뒤로 흔듭니다. 따라서 휘청거리는 팔이 퍽 불안해보입니다.
장태주:.......................
:“취했나봐.” *
장태주:.......
:“헉, 씨발.”
:“으, 으아아! 싫어!”
장태주:...........
:최초의 발원지인 그는 옆 사람의 목덜미를 깨물고, 다른 이들도 덩달아 서로의 살점을 삼키려 기를 씁니다.
누구랄 것 없이 죽음을 질겁하고 삶을 구걸했으므로 목소리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적막이 찾아옵니다.
죽음이 휩쓸고 간 병원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하던 지옥이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너덜너덜한 시체를 보자니, 그것들이 단순히 녹아내려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것 같군요.
별로 알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병원에서 벌어진 참사는 이미 끝난 일로, 당신이 무엇을 살피고, 들추더라도 바꾸거나 돌이킬 수 없습니다.
장태주:...................
마릴루:....(몸을 조금 움츠린다)
장태주:...다른 곳으로 가자.
병원을 나서, 길목에 서면 여전히 괴물이 서성이고 있습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장태주:(맞은편 식당 쪽으로 가본다..)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장태주:
마릴루:
*:
괴물은 목적지를 잃고 배회합니다.
장태주:.........
걸음소리를 낮춰 걸으니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식당으로 당도하면...
식당의 외관은 무척 매혹적인 곳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영어로 쓰인 메뉴판이 걸려 있습니다.
창밖의 풍경도, 문안의 광경도 끔찍하지만, 식당이 본디 얼마나 좋은 곳인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흰 테이블보 위며 아래에는 시체가 쌓여 있습니다.
정작 음식이 담긴 그릇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난 채......
쓰레기처럼 뒤섞였군요.
장태주:................
음식을 먹던 중에 이 꼴이 난 걸까요?
장태주:
시체를 둘러보다 보면, 싫어도 알 수밖에 없습니다.
장태주:(멀쩡한 사람이 있기나 할까..과연)
위에 쌓인 것일수록 멀쩡하고,
아래에 깔린 것일수록 보다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내려갈 때마다 시체는 남은 것이 거의 없고 흰 뼈와 뭉개진 잔해만 도드라집니다.
꼭 먹고 남은 찌꺼기처럼
살지도 죽지도 못한 괴물이었을 적, 잡아먹고 먹힌 거겠죠.
장태주:............................
식당 문을 나서려는 찰나,
“이, 이봐.......”
장태주:..?
가장 구석진 곳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앉아있습니다.
장태주:(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테이블에 매달리다시피 엎드린 그는 멀쩡한 꼴은 아닐지언정 분명히 ‘아직’ 살아있습니다
우리를 발견했는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팔이 앞으로, 앞으로 뻗어 나옵니다.
장태주:(생존자가 있었어..)
40대에 들어섰을까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얼굴은 주름이 졌지만, 꽤 양호한 상태입니다.
장태주:당신..
입술이 문드러져 내용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제외하면 이목구비가 모두 제자리에 붙어 있으니까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면 손가락도 그렇습니다.
흰 셔츠는 딱히 다른 색으로 물들지도 않았고,
테이블을 긁느라 손가락 끝에 피가 고이긴 했지만 뼈가 꺾이거나 피부가 벌어지진 않았습니다.
장태주:(곧 죽을 것 같은데..)
그는 필사적으로 테이블을 긁으면서 두 사람을 부릅니다.
“살려, 살려줘....... 제발, 나 좀.......”
필사적으로 테이블 위를 움켜쥐지만, 테이블보만 조금 구겨질 뿐 테이블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장태주:.................................
마릴루:저기. ..괜찮으세요?
장태주:..........
섣불리 다가가가 어렵겠죠.
그러나 다가가도, 다가가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장태주:............
애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상반신은 기울어져서,
의자 아래로 떨어졌으니까요.
쿵!
무거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사람의 머리가 문드러지고,
뚜껑이 열리듯 내용물이 쏟아집니다.
잔뜩 곱은 뇌와 멀건 뇌수가 역겹습니다.
시체에서 흘러나온 것들은 바닥을 적시고...... 당신의 발끝에 닿습니다.
장태주:..........(마릴루의 손목을 붙잡는다.) 나가자.
의자 아래로 떨어지고서야 깨닫습니다.
시체는 반 토막밖에 남지 않았다고.
그의 하반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허리 아래로 다 녹아내렸는지 뼈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토록 그가 절실하게 매달리고 있던 건지 알것 같습니다.
...
장태주:........................................
마릴루:(붙잡힌 손을 몇번 끌어온다.) 잠시만, 여기...
장태주:........음식?
옆 테이블 위의 접시에는 타르트가 담겨 있습니다.
아직 손을 대지 않았는지 스푼과 포크, 접시 모두 깨끗합니다.
타르트 위를 장식하는 것은 무화과로, 설탕을 발라 반지르르하게 빛나고 있지만......
그 꼴이 어찌 그리 역겹던지요.
사람의 파헤친 살점 같아 도저히 삼킬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다던데 그저 구역질이 치밉니다.
시체를 한 조각 잘라 올려둔 것 같습니다.
장태주:...............
손님이 없는 식당은 조용합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이것이 유일해 보입니다.
무화과의 다디단 향기가 감미롭게 시체 사이를 떠다닙니다.
침이 고이는, 좋은 향기입니다.
장태주: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목소리 또한 부드럽고 유순하게 속삭입니다.
달콤하기 짝이 없어서, 어서 나를 먹으라고, 무화과가 스스로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내려다보니 그것이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합니다.
제대로 된 음식이라곤 보이지 않잖아요
앞으로 얼마나 더 험난한 일을 겪어야 할지 모르잖아요.
짬이 났을 때 먹어 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 단 것은 열량이 높으니 분명히 도움이 될 거고요.
먹을까요?
아니면 유혹을 뿌리치고 식당을 나설까요?
장태주:(이런 곳에 방치된 음식이 위생적일리가..)
마릴루:술 마시고싶어...
장태주:........말 나와서 말인데 너 술 좀 적당히 마셔.
마릴루:(입 비죽)
장태주:........
마릴루:(악!!!!)
장태주:...알아.
마릴루:ㄱㅡ...
식당을 나서, 길목에 서면 괴물의 수가 퍽 많이 줄었습니다.
장태주:(어디로 간 거지?)
그러나 몇 없는 괴물 사이에서,
분명하게 눈이 마주쳐도, 선명하게 걸음 소리가 들려도,
극명하게 짙은 시체의 피 냄새에도 반응하지 않던 괴물이 고개를 돌립니다
마치 홀린 것처럼, 기고, 기고, 기어서...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장태주:...?!
장태주:
*:
허리 아래가 없는 것들은 팔로 기어서, 팔이 없는 것들은 어깨를 흔들며,
눈구멍이 빈 것들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혀가 녹아내린 것들은 음울한 울음소리를내며
거리를 배회하던 괴물들은 마치 하나의 구심점을 얻은 것처럼 이쪽을 향합니다.
소리 없이 머리카락이 녹아내리고, 체질이 불에 풀어진 것처럼 피부가 흘러내려,
붉고 축축한 너머의 근육 따위를 내보입니다만
통증 따윈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장태주:..............
도망쳐야 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걸까요?
시선은 못 박힌 것처럼 괴물을 향합니다.
감정을 헤아리는 감각은 아직도 낯설어 명확하지는 않으나.
대체 왜, 이렇게....... 그들이,
장태주:
사랑스럽지?
드디어 당신마저 미쳐버린 걸까요?
장태주:......................
:문득, 브라운관 너머로 녹아내리던 아나운서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들 또한 산 사람이었음을.
장태주:..................
:숨 쉬고, 웃고, 떠들며, 사랑하고 이별하는......
기실, 괴물의 움직임은 느릿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신이 두 걸음만 물러서면 금세 거리가 벌어질 정도로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슬로우모션처럼, 괴물들은 느리고 지지부진할지언정 멈추지 않고 당신을 향해 기어옵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잠시 감상에 젖은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은 커다랗게 입을 벌려....
장태주:
마릴루:
*:1
마릴루의 목덜미를 물어뜯습니다.
장태주:..!!
단말마의 비명이 빈 거리를 메웁니다
장태주:아, 안돼..
마릴루,HP-2
괴물은 결단코 입에 문 것을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무딘 이로 인간의 살점 을 뜯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괴물의 잇몸이 너덜너덜하게 찢어질 지경이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매달립니다.
피부가 문드러진 탓에 뼈가 훤히 드러난 손가락이 그의 팔을붙잡습니다.
장태주:(괴물을 마릴루에게서 억지로 떼어내본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무딘 이가 피부를 씹습니다.
침이라기엔 지나치게 끈적끈적한 감각이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장태주:(또 쓸데없는 생각이나 해서 머저리같은게..!)
*:2
마릴루,HP-2
마릴루:떠, 떨어져....!
장태주:.........
마릴루가 괴물을 떼어내기 직전에
괴물과 눈이 마주칩니다
장태주:..........
이번 괴물은 운 좋게도 눈동자가 남아 있는 녀석이네요.
희게 막이 서리고, 녹아내리던 눈동자는 어째서인지 순간 청명함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장태주:
눈꺼풀이 깜빡이는 순간, 형태를 유지하던 동공은 물에 푼 것처럼 주르륵 녹아내립니다
눈물 대신 눈동자를 이루던 점액이 흘러내립니다.
어떤 감정도, 생각도 읽을 새 없이 벌어진 참사에
장태주: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장태주:........................
마릴루:..뭐하고 있어..?!
장태주:(그 말에 버튼이라도 눌린 것 처럼 마릴루를 들쳐 업고 뛴다.)
마릴루:꺄악..! 날 들고 뛰라는게 아니고..!! (대롱 들림)
도망치거나 괴물을 간신히 떼어내고 나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장태주:.......................
치열해서라기보단, 공포에 질렸기 때문일 겁니다.
괴물은 너무 문드러졌고, 보잘것없어서 많은 품을 들일 필요가 없거든요.
치열함이란 오히려 괴물의 역할입니다
괴물은 떼어내도, 떼어내도, 도망쳐도, 도망쳐도 그와 당신을 뒤쫓습니다.
그 행동은 외려 필사적이기까지 해서, 알에서 갓 태어난 새새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는데, 어째서?
무엇을 눈치챈 거지?
종잡을 수 없는 공포가 다리 아래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아니, 공포라고 부르는 게 옳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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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맹목적인 행위에서 도망치는 이유가, 정말 공포였던 가요?
이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장태주:.........................
왜 그들은 이토록 필사적인가요.
괴물이 당신을 쫓는 것은, 그저 당신이 살아있기 때문인가요?
당신을 먹어치우고, 그를 먹어치우려는 이유란 무엇인가요
배가 고팠기 때문에?
혹은 미쳐버렸기 때문에?
그도 아니라면......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매캐한 흙냄새가 헤집고 지나갑니다.
장태주:..........................
불확실하고,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투성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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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확실한것은, 당신이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 따윈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당신은 이미 세계를 한번 저버린 구원자니까요.
장태주:.......
마릴루:(괴물의 점액질같은것으로 번들거린다. 벌겋게 부어오른것 같기도 하고....)
장태주:...............
마릴루:.......감염, 되는걸까?
장태주:(옷깃을 찢어 지혈하듯 상처부위를 묶어준다.)
장태주:
그를 지혈하려는데...
아무래도 꼴이 엉성합니다.
마릴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장태주:..........
상처부위를 천으로 덮는것과 비슷한 처치입니다.
장태주:내가
마릴루:... (가까이 다가온 상대를 둘러안은채 느리게 중얼거린다.) 괜찮아, ...괜찮아.
장태주:...............
마릴루:.....꼭, 네 목도 물어줄테니까.
장태주:..........응.
마릴루:아직 사랑하지?
장태주:.......응.
마릴루:그럼 된 거야.
장태주:.......(거짓말.)
마릴루:..... 구원자라는 신분이.
장태주:...........
마릴루:(남은 골목을 돌아본다.) 부축 해주라.
장태주:.......(마릴루의 허리를 붙들고 걷는다.)
익숙한 골목을 걷는데, 주위의 풍경이 이상합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피었던 이름 모를 풀꽃도,
장태주:....
도로 근처에 아름드리 드리웠던 나무도,
주택가의 담벼락을 타고 자라던 장미와 담쟁이덩굴도......
모조리 시들었습니다.
장태주:
시들어서, 회색으로 변색한 이파리들이 잿가루처럼 흩날립니다.
...
죽음이 둘러싼 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면
“으앙, 아아앙.”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장태주:............
주위의 건물은 모두 무너져 산 사람이 그 아래에 깔려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괴물들의 귀에는 닿지 않는 것처럼 반응하지 않는군요
하지만 이것은 환청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릴루:...! 방금..
장태주:.....너도 들었어?
이번에는 그 또한 함께 울음소리를 듣고, 인식하고, 반응하니까요.
장태주:(......)
마릴루:...응. 울음소리..였지?
“으아앙.”
숨넘어갈 듯 요란한 울음소리가 꼭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이는 것처럼 선명합니다.
장태주:.........
소리를 따라 홀연히 걷다 보면 지하철역에 도착합니다.
아래로 뻗은 계단을 두고 커다랗게 아가리를 벌린 입구가 스산합니다.
울음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깜깜한 탓에 계단 아래는 보이지 않아요.
그냥 지나가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게 낫습니다.
지하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 계단을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하고.......
그러나 선택하고 행동하는것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장태주:.............
계단을 천천히 내려갑니다.
몇 칸을 밟아도 우려한 것처럼 괴물이 갑자기 등장하거나 위험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습니다
대신, 지하에 가까워질수록 시시각각 불길함을 느낍니다.
돌아가고 싶다고, 본능이 경고합니다.
계속 걸어갈까요?
장태주:............. (걷는다.)
...
지하의 바닥에 다다르면 불길함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발을 디딜 곳도 없을 만큼 역사를 꽉 채운 시체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으니까요.
종말을 피해 바닥으로 파고든 그들은 결국 지상의 괴물과 똑같은 꼴입니다.
장태주:
A92, A92, A92, A92.......
아기 울음소리와 뒤섞인 낯선 목소리가 신경을 가느다랗게 긁습니다.
시체를 피해 걸음을 옮기려 해도 워낙 빼곡하게 쌓여 있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수를 눈으로만 헤아려도, 어림짐작해보아도 족히 마을 하나의 분량일 것이라고 쉽게 예감할 수 있습니다.
장태주:..........
꼭, 이 도시의 모두가...... 죽거나 괴물이 되어버렸단 것처럼
하나가 된 듯 뒤섞인 그것들 사이에서 아기를 찾아내는 일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나마 울음소리가 이정표가 되어주었기에 망정이죠.
아기는 아주 앳된 티가 나고, 스스로 목을 가누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보호자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만 그럼 무엇하겠어요.
보호자는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 지 오래인걸요.
장태주:..............
눈물처럼 뜨거운 살점이 어린 아기의 뺨이며 이마에 묻어 있습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앙앙거리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상을 와락 쓴 탓에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고, 사정없이 구겨졌습니다.
아기조차 이토록 치열해야만 하는 세계라니,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어요.
장태주:(마릴루를 안은 반대쪽 팔로 아기를 안아든다.)
장태주:
아기의 얼굴이 어쩐지 익숙하지 않나요?
무언가....... 어색하고,
울음소리 마저 녹음된 것 같다고 느꼈을 때,
장태주:.........
문득 깨닫습니다. 이건...
마트, 문구점 따위에서 흔히 팔던 아기 모양의 인형이라고.
살아있는 아기가 아닙니다.
장태주:..............
당신이 아기를 안아준다면 곧 공기를 찢던 요란한 울음소리가 잦아듭니다.
왜 이제야 왔냐는 듯이 칭얼거리던 인형은, 살아있는 것처럼 어깨와 가슴을 새근새근 들썩이다가......
주르륵.
당신의 팔 안에서 녹아내립니다.
장태주:....................
한여름의 눈사람처럼 뼈대도 남기지 않고 녹아내린 아기 인형은 그저 뜨겁고 축축합니다
장태주:(돌아가자..)
가득히 텁텁한 플라스틱과 고무 냄새 따위가 뱄습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을 털어내는데, 요란한 안내 방송이 시작됩니다.
다음에 도착할 열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탑승객을 태울 수 없사오니 기다리는 분들은 그저 종말을 바라보며 마지막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천장에 걸린 커다란 화면에는 열차가 없다고 쓰인 글씨가 요란하게 깜빡입니다.
하긴, 사람이 이토록 무너지고 죽어 가는데 열차가 정상 가동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다음 정거장에도, 이번 정거장에도, 이전 정거장에도 열차는 멈춰 서지 못할 것입니다.
망자를 태우는 열차가 아닌 이상에야 탈 수 있는 이도 없겠지만요.
죽음은...... 천지에 도래했습니다.
장태주:.....................
마지막 건물에서 나와 도로에 발을 디디면, 하늘은 한층 어두워졌습니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요?
여전히 텅 빈 구멍으로 남은 태양 탓에 시간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해는 기울지 않고, 달은 차지 않으니 꼭 시간이 멈춘 듯 기나긴 정적이 드리우는군요.
골목 두 개쯤 너머에 성당이 보입니다.
썩은 시체처럼 푸르스름한 하늘에는 곰팡이가 핀 것처럼 희고 붉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별 아래, 이제는......
장태주:
괴물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요, 산 것은 오직 두 사람 뿐.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만 남았습니다.
장태주:...........
:나무는 시들고, 새는 떨어지고, 물고기는 떠오르며, 무너지는 건물 사이로 녹아내리는 인간의 지성과 육신이 참담합니다.
장태주:
R613, R613, R613, R613.......
의미 모를 문장으로 가득하군요.
낯설던 목소리는 끊임없이 당신을 부르고, 말을 겁니다.
장태주:..................
이제는 귀에 익은 목소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집요하게 어깨에 매달려 있어요.
장태주:누구야! 대체..
의미를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시달리자니, 시시각각 미쳐가고 있다고 실감할지도 모릅니다.
목소리가 채 흩어지기 전에,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저 멀리에서부터 하늘이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핏기없던 시체의 색은 어느새 사라지고, 붉은 불꽃과 연기에 휩싸여 화려하게 치장했습니다.
노을이라기엔 불길하고, 석양이라기엔 끔찍한 색깔에 시선을 사로잡히면,
그와 동시에 한 번 더 ....
쿵!!
커다란 소리가 떨어집니다.
장태주:...........
굉음과 함께 긴 꼬리를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촘촘히 박혀있던 별들은 검은 구멍을 남기고 아래로, 아래로 추락합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은 다시 볼 수 없을 장관입니다만, 느긋하게 감상하기는 그른 것 같습니다
애석하게도, 저 멀리에서 그려지는 별의 궤도 따위가 아니라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별들이 떨어진 곳곳마다 불이 붙고, 화마가 치솟습니다.
장태주:............
저 멀리에서부터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던 건물이 차례차례 부서집니다.
지각 아래에서 용이 깨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땅이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떨어지는 별 중에는......
장태주:
우리쪽으로 떨어지는것이 눈에 띕니다.
어느 별 하나가 유난히도 붉더라니, 하늘을 가로질러 당신과 그의 머리 위로 가까워집니다.
이대로라면 그 별에 짓눌려 쥐포 구이가 되거나, 혹은 폭파의 여파에 휩쓸려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서둘러 도망쳐야 해요!
장태주:(성당을 향해 달린다.)
장태주:
달려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손이 덜덜 떨려서 속도를 내기가 영 어렵습니다.
그와 손을 잡고 간신히 골목의 모퉁이를 넘어서려는데......
장태주:........
쿵 ㅡ !
땅을 쪼개고, 별을 쪼개는 소리는 뼈를 긁는 것처럼 날카롭기 짝이 없습니다
장태주:..!
당신이 끔찍한 소리를 참고 눈을 뜨면, 그와 한쪽 눈이 마주칩니다.
아니, 정확히는…
안대를 한 이마사이로 붉은 혈흔이 흘러 넘칩니다.
장태주:아..
날아온 별의 파편에 긁힌듯한 모양새입니다
장태주:아....
순간, 안대가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눈동자는 하나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별의 파편에 한쪽을 내어주고 말았거든요.
붉은 별 아래로 피가 흘러넘칩니다
끔찍한 광경에
장태주:(숨이 막힌다)
마릴루:아..... ...으.
장태주:.......미안해.
그는 고통에 신음합니다.
눈만이 아니라 팔등이라던가 목덜미, 혹은 뺨같이 드러난 부위에 긴 생채기들이 보입니다.
장태주: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마릴루를 품 안에 끌어안는다 )
날카로운, 부서진 것들이 스치고 지나가며 만든 상처입니다
그에 반해......
당신은 온전합니다.
어느 하나 다친 곳, 상처 입은 곳 없이 평소와 같아요.
그러고 보니......
장태주:
애초에, 왜 우리만 멀쩡한 거죠?
장태주:.......
품에 안아든 그의 상처를 보고 있자니 문득 위화감이 치솟습니다.
상처, 벌어진 피부, 떨어지는 살점.
하지만 그는 상처 입었을지언정 괴물이 되지는 않았잖아요.
물론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대체 왜...... 우리만?
장태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참히 벌어지는 자연의 학살, 재난과 재해 앞에 구원자라는 이름이 어찌 그리 무력한지요.
길목의 끄트머리에 성당의 꼭대기가 보입니다.
장태주:....................................
마릴루:(가쁜 숨을 내쉰다. 이미 잃은 쪽의 눈을 내어준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장태주:...
그를 안아든 채 성당으로 도망치듯 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번에는 누군가의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애원과 예언도 들리지 않습니다만......
대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강렬하게 깨지는 나팔 소리를 듣습니다
이건 세계가 종말을 맞으며 흘리는 BGM일까요?
확실한 것은, 사람의 이성을 갉아먹고 좀먹는 소리입니다.
장태주:
눈을 꽉 감았다 떠도, 고개를 세게 흔들어도 소리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엉망진창으로 뭉치고 뒤섞여서, 숫제 갓난아이의 우는 소리가 됩니다.
날카롭게 앙앙 울어대는 목소리가 지하철역에서 들었던 것과 똑 닮아서, 더 끔찍하게 느껴집니
다
장태주:........................
울음소리가 지겨워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지만......
손가락 끝에 닿는 체온이 당신을 현실로 잡아당깁니다
눈을 깜빡이면,
어느새 존재하지 않는 삿된 소리는 사라지고
텅 빈 거리 위에는 여전히 두 사람만이 살아있습니다
장태주:...................
성당의 입구에 설 때까지도 별은 끊임없이 떨어졌습니다만,
두 사람이 다치는 일은 다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면서도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장태주:(이제 와서는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든 상관 없게 느껴진다. 애초에 마릴루를 나의 저주에 끌어들인 것이 잘못이었는데! 뒤늦게 후회를 하는 걸 보면 나는 이제 와서 제정신이 된 것이겠지 아마..)
끝끝내 도착한 성당은 꽤 커다란 규모입니다.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탁하게 변색한 흰색의 벽돌,
견고하게 쌓인 높은 탑과 구원자의 죽음을 전시한 십자가.
벽돌과 기둥마다 섬세하게 새겨진 이름 모를 나무 덩굴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거대한 건물 앞에 서자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본능 같은 위화감입니다
세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이곳은 어째서 이토록 무사한가요?
신이 실재하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신은 왜...... 세계를 저버린 걸까요?
신의 존재를 의심할 적에,
장태주: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
다시금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두드립니다
출처를 찾을 필요도 없는, 지겨운 그것을 가까스로 떨쳐냅니다.
장태주:..................
마릴루:(시야가 흐리다. 제 발로 걷지 않아 이곳이 어디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도착 한 거야?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주변을 둘러본다.)
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바람이 뒷덜미를 스칩니다.
당신은 성당의 입구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돌아가거나, 들어가거나.
장태주:....................................
마릴루:(안대가 있었던 자리를 손바닥으로 지혈하고 있다.)
장태주:(....)
훤히 열려있던 입구를 지나면 안뜰이 펼쳐집니다.
새순이었을 잔디는 흐릿하게 색이 빠졌고, 밟으면 버석거리는 소리와 함께 흩어집니다
걸음걸음을 옮길때마다 석고로 세운 조각상의 시선이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기도를 올리는 성인, 십자가를 든 성인, 열쇠를 쥔 성인과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의 조각상
근엄하고 경건하기 그지없는 풍경이건만 오늘따라 왜 이리 스산하고 불길한지요.
걷고 걸어 입구 바로 앞에 서면......
장태주:..............
닫힌 문 좌우로 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커다란 나무는 여태까지 보아온 다른 것들과 달리 새파란 이파리를 내고 있습니다
끄트머리가 둥근 이파리들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입니다만, 꽃도 열매도 걸려 있지 않아 무슨 나무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여름 특유의 더운 바람이 불고, 가지가 몸을 떱니다.
장태주:...........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지만, 이파리의 모양새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무화과나무가 분명합니다.
수확 철이 멀었으니 당연히 열매가 열리지 않았겠죠.
꽃도, 열매도 내지 않았건만 나무 근처에 서 있으면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향기의 근원을 통 알 수 없습니다.
장태주:............
마릴루:.... (문을 힘주어 밀어본다.)
장태주:..?
당신이 문을 당기면,
소리 없이 문이 열립니다
너머에는 예배당이 펼쳐집니다.
장태주:(....)
예배당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내려앉았습니다.
장태주:들어가자.
별이 추락하는 소리도, 속삭이던 낯선 목소리도,
아기의 울음소리와 말발굽 소리, 요란한 나팔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장태주:........
바깥의 근심과 걱정은 모두 거짓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천장까지 솟은 기둥 뒤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색의 빛을 떨굽니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감탄할 눈이 없군요.
좌우로 늘어선 긴 의자에는 예배드릴 사람이 없고, 앞에 솟은 단상에도 설교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당신과 그를 위한 예배 시간일까요.
장태주:................
인기척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릴루:.........
장태주:........응.
마릴루:이 근처 성당은 여기 아니면 없을텐데.
장태주:(휴대폰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마릴루:다른 타이머도, 카운더도. 사람들도....
행정안전부] 긴급 대피 요망. 가까운 성당, 교회로 집합할 것.
문자는 여전히 메시지 함에 얌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아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내용입니다.
찬찬히 읽어도 내용의 변화를 눈치챌 수 없습니다
분명히 맞게 찾아온 것 같은데요. ...
장태주:...........
문자에는 특정 성당, 교회의 이름이 쓰여 있지 않습니다.
분명히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은 이곳입니다.
하물며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니 이곳을 두고 구태여 더 작은 성당, 교회에 집합시킬리가 없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장태주:
문자를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문제죠?
장태주:...............
나무를 깎아 만든 기다란 의자는 대여섯 명이 거뜬히 앉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습니다
당신은 그 위에 마릴루를 앉힙니다.
단상에 도착하기 위해선 그사이를 걸어가야 합니다.
칸칸이 지나도 사람의 흔적이라던가, 지척에 널려있던 시체라던가, 무너지던 괴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장태주:..........
포도나무와 엉겅퀴의 문양을 새겨 넣은 단상에는
이렇다할 메모는 없으나 전원이 꺼진 마이크와 두꺼운 책이 한 권 놓여있습니다.
장태주:...?
검은 가죽 표지에는 당연하지만, 성경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장태주:
낯익은 구절이건, 낯선 구절이건 글줄을 읽다보면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태 속삭이던 목소리와 퍽 비슷한 뉘앙스라는 것을요.
그러니까,
장태주:
이 모든 이야기가 성경에서 기인했다면,
당신이 여태 들었던 이상한 영어와 숫자의 조합은......
성경 구절을 가리키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낱낱이 적힌 이야기들은 일맥상통하게 세계의 마지막을 가리킵니다.
징조, 과정, 결과....... 모든 것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요.
당신이 길목을 지나며 보아온 광경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진정 예언이 존재한단 말인가요?
우리의 미래가, 세계의 종말이, 모든 것의 마지막이 이미 정해져 있었단 걸까요?
당신이 신을 믿었다면 예언의 성취에 감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두려워 떨겠죠
이미 정해진 끝이 찾아왔다면...... 돌이킬 방법 따위 없다는뜻이니까요.
장태주:...........
구원자라는 이름을 달았음에도 한낱 인간.
두 사람이 발버둥 쳐봐야 종말은 입을 벌리고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을 뿐입니다
참담한 깨달음에
장태주:.........
그 순간 거센 바람이 지나칩니다
사방에서 놓인 바람이 전쟁처럼, 죽음처럼 유리창을 흔듭니다.
붉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유리가 비명을 지르는 양 어지럽게 빛을 떨굽니다.
바닥에 그림자 대신 빛의 흔적이 아롱집니다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더라도 무화과는 떨어지지않습니다.
그야, 나뭇가지 끝에는 열매가 매달리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꼭대기의 불그스름한 유리가 유난히 불길하게 흔들립니다
꼭 무화과의 색입니다.
장태주:..........
쾅!
그러나 유리가 깨지는 소리 대신 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빈 예배당을 울립니다.
장태주:...!!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좌편에 난 좁은 문이 보입니다.
장태주:......
암적색 커튼 너머에 비스듬히 가려졌던 좁은 문에는 고해소라고 쓰여 있습니다.
어째선지 열린 문은 당신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장태주:............
마릴루:...거기 뭐 있어?
장태주:고해소가..
마릴루:..........
장태주:들어가보자.
마릴루:응. ... (다가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고해성사 :: 지은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에게 고백하여 용서받는 일.
그러니 고해소라면 본디 용도에 맞게 칸막이를 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해야합니다.
지은 죄를 낱낱이 고백할 수 있도록, 죄를 미워하되 지은 이까지 미워하지 않도록.......
그러나 어째서일까요? 이곳의 고해소에는 칸막이도, 의자도, 지은 죄를 고해할 신부도 없습니다.
대신 눈앞에는
장태주:.................
:새파란 이파리를 낸 두 그루의 나무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울에 비춘 것처럼 가지의 방향만 반대로 섰을 뿐입니다.
:놀랍게도, 허공에 떠 있습니다.
흙 한 점 없는 실내에서 어떻게 나무가 자라난 거죠?
심지어 뿌리는 바닥에 닿지도 않고, 느릿하게 꿈틀거리며 허공을 배회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두 사람.
장태주:.............
이상하기 짝이 없는 나무입니다.
두 그루의 나무 모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는 식물임에도......
장태주:
이것은 무화과나무가 분명합니다.
무어라 불러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무화과나무는 가지를 드리웁니다
향긋한 단내가 밀려옵니다.
바람은 새어들지 않는데 향기는 이토록 짙습니다.
장태주:.........
홀린 듯이 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장태주:
나무껍질 표면에 각각 무어라고 쓰여있습니다.
장태주:....?
나무의 표면에는 난생 처음보는 글씨로,
장태주:
각각 생■ 나■, ■악을 알■ 하는 ■무라고 쓰여 있습니다.
왼편에 선 나무에는 ■악을 알■ 하는 ■무라고 쓰여 있는데, 글씨 위로 둥그스름한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따라 시선을 올리면 가지 끝에 매달린 무화과가 보입니다
우편에 선 나무, 생■ 나■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태주:...............
장태주:
이리로 오세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먹어야 해요.......
장태주:.....
:무화과를 바라보면 누군가 다시금 속삭입니다
장태주:(이걸 먹으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눈을 깜빡이면 그 열매의 표면이 얼마나 매끄럽던지요.
장태주:...........
:그것은 그저 눈을 밝게 하고, 선악을 구별케 하는 과실입니다.
장태주:............
열매는 부드럽다 못해 물러 터졌습니다.
어쩌면 이 순간을 내내 기다려왔을지도 몰라요.
장태주:..............
잘 익은 과실의 표면은 붉은 기가 도는 보라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장태주:(무화과를 따서 손에 쥐어본다.)
손가락 끝에 조금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열매는 쉽게 가지 끝에서 떨어집니다.
장태주:(한 손으로는 마릴루의 손을 쥐고 과일을 한입 베어 문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릴루에겐 이게 뭐하는 짓일까 싶겠지만..)
마릴루를 꽉 붙잡은 채 무화과를 한 입 베어 물면......
꿀처럼 달고 술처럼 독한 과즙이 터집니다, 흐물흐물하게.
혀 위에서 녹는 식감이 꼭 봄에 내린 서리 같습니다.
잇자국을 남기고 뭉개진 단면은 혈관처럼 우둘투둘하게 일어나 여태까지 보아온 시체를 연상시킵니다.
분명히 혀끝에는 달기만 한데, 어째서 이토록 불길할까요?
이유 모를 감각에 의심을 품기 전에,
장태주:.........
쨍그랑!
문 너머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심지어 한 번이 아닙니다. 날카로운 것이 깨지고, 부서지고, 산산이 조각나는 소리가 연달아 고요하던 성당을 할큅니다.
마치 예배당의 모든 창이 깨지기라도 한 것처럼...... 잘고 끊이지 않는 파열음입니다.
장태주:?!
마릴루:뭐, 뭐야 이 소리..?
장태주:.....
다시 예배당으로 나가면,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곳곳의 풍경이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도 없습니다.
장태주:...?
들었던 소리가 모두 거짓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또한 놀란 기색이 역력하니 환청은 아니었겠죠.
천장까지 솟은 기둥 뒤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색의 빛을 떨굽니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무언가 이상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원래 이런 모양이었던가?
장태주:.........
:색에 물든 유리 조각은 부서지고, 재조립되어 새로운 그림을 완성합니다.
첫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신의 탄생을 축하하듯, 태초부터 존재하던 빛은 나팔을 불고 어둠은 요람을 펼칩니다.
두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세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네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심혈을 기울인 끝에 기어코 남자와 여자가 첫숨을 터트리니, 그가 매우 기뻐하며 축복했습니다.
다섯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신의 형상을 닮았으나 그들은 신이 아니었습니다.
:신은 열 네개의 손가락을 꺾어 구원자를 보냈습니다
여섯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신은 슬픔에 젖어 자신이 만든 것들에게서 눈을 돌렸습니다.
:그 해부터 여름이면 무화과나무가 가지를 뻗고 열매를 틔웠고, 신의 행적은 바람을 타고 종이에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일곱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생육하고 번성하라. 사람은 마지막의 직전까지 살아남았지만......
:“우리를 구원하소서!”
장태주:
종말의 진상을 공개합니다.
장태주:.............
깨달은 진실은 가혹한 것이었을까요.
얼마나 당신에게 와닿았을까요
쏟아지는 이야기를 감당하기 위하여 가만히 서 있자면, 그가 어깨를 흔듭니다
마릴루:.....장태주,
” 묻습니다. 마치......
그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라고 하던가요.
지혜를 가르치는 나무라고 하던가요.
당신만이 삼킬 수 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당신의 것이니, 오직 당신에게만 허락된 거예요.
장태주:.........
하나씩 조각이 들어맞습니다.
왜 당신이 녹아내리지 않았는지,
당신만 다치지 않았는지,
이토록 낯선 목소리는 어째서 자꾸 정신을 뒤흔드는지,
괴물이 왜 당신을 향해 울부짖는지,
애걸하고 매달리듯 발아래 엎드려, 멈추지 않고 기어오는지.
징그럽기 짝이 없는 그 광경이
…
왜 그리 사랑스러웠는지.
모두 당신이 빚고 만들고, 꾸며, 축복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사람들이 생명과라고 부르는 그것, 신의 권능을 숨겨둔 과실을 찾기만 하면 돼요.
오래 고민할 필요도, 그것을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기억해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야, 이토록 달콤한 향기가 다시금 뇌리를 파고드는걸요.
마릴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주인을 기다린 열매가,
여름을 기다린 열매가 완전히 만개했는지 예배당 전체에 무성한 향기로 가득 찹니다.
장태주:........
마릴루:...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괜찮..냐니까.
장태주:난 괜찮아.
고해소에 다시 들어간다면, 아까와 똑같은 나무 두 그루를 마주합니다.
새파란 이파리를 낸 두 그루의 나무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울에 비춘 것처럼 가지의 방향만 반대로 섰을 뿐입니다.
여전히 우편의 나무에,
장태주:
무화과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무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무화과. 또 다른 열매, 혹은 비슷한 것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생명과와 선악과는 항상 같이 있잖아요? 당신은 분명 그렇게 두었잖아요?
그런데 왜......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죠?
질문을 던지면,
마치 대답하듯 생명 나무의 이파리에 글귀가 드러납니다.
창세기 3:22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 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아, 그래요. 감히 영생을 부여하는 그 열매를, 함부로 따먹지 못하도록,
장태주:.....
마태복음 24:32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무화과를 닮은 것에 숨겨두었잖아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비로소 여름,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종말에 드러나게끔.
마가복음 11:13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주께서 나무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
랍비여, 보소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랐나이다.
그러니 이 가지 끝에 열매가 맺힐 일은 없어요. 왜냐하면,
마태복음 13:35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그것은 오직 비유에 불과하고......
요한복음 6:53 내가 진실로 진실로 이르노니 그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영생을 얻으리니.
그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실체는
무화과에 숨을 불어 넣어, 자신의 권능을 숨긴 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장태주:.........
무한한 삶은 너무나 지겹고 외로웠어요.
그는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분명히 원하던 바를 이루었습니다.
오직 당신을 위해 마련된 생명과.
당신의 파트너, 마릴루는 살아 숨 쉬며,
문드러지지 않은 채 존재했고,
당신이 하나의 세계를 저버리는 한이 있어도
기어코 함께하고 말았으니까.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와 동시에,
뚝.
당신의 살점 또한 문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장태주:......
신의 권능을 도려낸 당신의 육신 또한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것.
이대로라면 여태까지 보았던 괴물과 시체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려 흔적도 남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종말을 물리칠 구원자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겠죠.
그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깁니다.
무화과의 향기입니다.
장태주:(마릴루의 조잡하게 목에 감아두었던 천을 풀어낸다.)
천을 풀면, 붉으스름하게 올라왔던 사람의 잇자국은 온데간에 없습니다.
마릴루:...어,
장태주:........ (바보같아 전부..)
마릴루:......응?
장태주:..........
마릴루:(생명의 부재. 상대의 알 수 없는 행동들. 그 모든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한낱 피조물로서는 알 수 없으나.)
장태주:.........
마릴루:...네가 다치게 한 것도 아니잖아. 나는....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제 까짓 게 무슨 신이라는 건지. 과일향이 짙은 마릴루의 품에 몸을 기댄다.)
마릴루:(품에 안긴 등은 그 여느때보다 앙상하고 작아보여 연신 그의 머리며 뺨을 쓸어내린다.)
장태주:.......
마릴루:왜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꾼거야?
장태주:........
장태주:이제 이 곳에 우리가 구해줘야 할 인간 같은 건 남지 않았잖아.
마릴루:....
장태주:(지친 팔을 옮겨 마릴루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곧 녹아 사라질 나의 육신..)
마릴루: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너한테 못되게 굴기만 했는데.
장태주:......
마릴루:... (어깨를 꽉 끌어안는다.)
장태주:..........
마릴루:..... ......
장태주:........
입술 사이로 파고든 혀는 무화과의 속살만큼 말캉합니다.
실수로라도 베어물면 과즙이 터질것같이 말입니다.
장태주:(눈을 뜨고 마릴루의 얼굴을 바라본다.)
마릴루:(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눈을 감았다.)
장태주:나를 만나서 기뻤어?
마릴루:.......
장태주:............ 바보 아냐.
마릴루:.............
장태주:하하!
마릴루:.....그래도 너랑.
장태주:................
마릴루:그게 혼자인것보다 나은 것 같았거든.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
마릴루:혼자여도 괜찮았던 나를....
장태주:난..
마릴루:이렇게 될 줄 몰랐단 말 하지 마.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
마릴루:(힘이 들어간다.) 그럴 용기가 있다면 그날 밤 너를 보냈겠지.
장태주:... 그래.
마릴루:.....
장태주:...
마릴루:사랑해.
장태주:...........
만개한 무화과의 향이 코 끝을 아립니다.
장태주:(따뜻한 입술과 향기를 잠시 느껴보다가 그 안에 든 혀를 베어 문다. 그리고 과일이 아닌 독을 탄 핏덩어리를 삼키는 기분으로 눈을 감는다.)
그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만든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고, 애곡하며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잖아요.
이 황폐한 세계에 그를 남겨두는 것 대신, 모든 것을 돌이키기로 합니다.
물러지기 시작한 손끝으로 그를 당기면 순순히 이끌려옵니다.
따라서 기분 좋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집니다
전부 먹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는 살아있는 과실이었으니까요.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붉은 물을 핥아 마시고, 씨앗처럼 둥근 안구를 마지막으로 삼키면
남은 것은 희고 딱딱한 뼈와 먹기 거슬리는 머리카락 뿐입니다
원래 과실이라고 통째로 먹는 건 아니잖아요.
껍질도 버리고, 때에 따라선 심이나 씨앗도 버리는 법이죠.
포만감이 차오릅니다.
어쩌면 눈물이 흘렀을지도 모릅니다
달고 짭잘한 맛은 혀 끝에 오래도록 남아있었습니다.
영생과 권능을 얻고, 그를 잃었다면, 수지타산이 맞는 거래였을까요?
....
당신은 손끝으로 다시금 세계를 세우고, 시간을 돌립니다.
죽었던 모든 것들이 일어서고, 녹아내리던 조각조각들이 단단하게 실체를 갖습니다.
떨어진 별이 너무 많아 제자리를 찾는 일만이 조금 까탈스러웠을 거예요.
그렇게 세상을 돌이키고 나면, 당신은 곳곳을 내려다 봅니다.
마릴루는 오직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
세상을 돌이켜도 그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와 당신이 사라진 세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합니다
종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세계는 여느 때와 같이 굴러갑니다.
다만,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쯤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날부턴가 점점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을 칭송하며, 찬양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구원자가 아닌 이의 이름은 잊혀지는 법.
기억되는 것은 오직 용사 뿐.
구원을 위하여 당신의 뱃속에서 녹아버린, 끓는 듯한 지옥불에 떨어진 그를 기억하는 이는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이 기억할 테니까
영원 중에 하루에 불과한 오늘이 지나갑니다.
당신이 잃은 것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이......
END1.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KPC 로스트, PC 생존?
[마지막 무화과]
........
뭐, 뭐라고?
장태주.
밖을 봐
(부스스..안경 쓰고 창문 봄..)
그의 시야를 따라가면 창밖의 풍경이 보입니다.
검게 죽은 나뭇가지가 축 늘어진 시체의 팔처럼 바닥으로 휘어지고,
아스팔트 도로 위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를 피 해 도망칩니다.
기준치: | 46/23/9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분명히 사람이었습니다.
두 명의 사람이 단단히 끌어안은 채로 높은 곳에서부터
거꾸로,
뒤집혀
떨어졌고.......
들릴 리 없는 효과음이 들렸다면, 일상이 깨어지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기준치: | 47/23/9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45/22/9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
1
1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
.....................
(장태주의 옷깃을 잡는다. 어떡하지? )
일단.. 나가보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게 우리의 일이니까.
.........................
모르겠어..
(일단 배를 채우자.)
(냉장고를 열어본다..)
연락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고..
일단 뭘 먹고 생각해보자.
(냠..)
(냠..)
이거, 달다.
..........흠..(나가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달리 챙겨야 할 게 있으려나)
기준치: | 55/27/11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도밍게즈에 거주 중이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비상사태입니다. "
"현 시각 12시 41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등장과 함께 곳곳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
"현재 정부 기관과 대다수 언론이 마비되고, 제 4 구역의 건물이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다급한 와중에도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지문을 읽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점차 말꼬리가 뭉개지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뚝,
“아아악―――!”
붉은 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흰 테이블 위에서 펄떡이는 모양새가 도마 위 횟감과 비슷합니다.
채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누군가 큰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 여과 없이 스피커로 터져 나옵니다.
한 박자 늦게, 아나운서가 천천히 자신의 입가를 매만지고,
곧 빈 자리를 깨닫는 것과 동시에 둥근 뺨의 곡선 또한 무너집니다.
손가락을 덮은 피부도 점차 아래로, 아래로,
중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무디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점점.......
걸을 때마다 진물과 같은, 피도 무엇도 아닌 진득한 액체가 스튜디오의 바닥을 적십니다. 온갖 비명은 액정 너머의 것이 더 생생합니다.
“아, 안 대.......”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매우 뭉개진 탓에 발음이 부정확했습니다.
기준치: | 44/22/8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마릴루의 얼굴을 바라본다.)
방금 저게. ....
(네가 계속 옆에 있어줄 것이라는 것만 믿으면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아.)
무슨생각.. 해?
가자. 넌 타이머잖아.
(다른 페어들은 뭘 하고 있지?)
기준치: | 47/23/9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섭게..
(귀 벅벅)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마릴루에게 메시지를 보여준다) 나가자.
(괜히 머리 툭....)
(옆구리 툭..)
.. (현관에 서서 물끄럼 바라본다)
(마릴루의 뒤를 따라간다.)
다들 먼저 간 건가?
(복도를 따라 걷는다.)
.......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인간의 시체는 널브러지고, 괴물은 서성입니다.
(이런 선택을 했을까.)
기준치: | 47/23/9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당에 가면 생존자들이 있긴 할까?)
(일단. 걷자.)
기준치: | 15/7/3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15/7/3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깜..짝이야
아무튼. ...
생존자부터 찾아봐야겠지.. ..아니면 바로 성당으로 갈까?
가까운 병원부터 들어가보자.
(들어가려나;)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55/27/11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그냥 자동문을 벌려볼까.. 힘줘서 밀어봄)
기준치: | 60/30/12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
쫄았어?
기준치: | 55/27/11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
흠..
모르겠네
(접수대 쪽도 살펴본다. 뭔가 특별한 게 있으려나..)
기준치: | 46/23/9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 휴게실을 볼까..ㅎㅎ;;)
(ㅅㅂ)
(저건 꼭 저렇게 막나간다니까)
뭔데?
(PC를 함 건드려본다.)
(근데 의사는 왜 접수대 쪽에 있지.. 살펴본다.)
(보통 진료실에 있지 않나..)
기준치: | 47/23/9 |
굴림: | 2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읽는다.)
................
좀비
와 같다고.
기준치: | 46/23/9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주워서 열어본다.)
(가족이라..)
기준치: | 55/27/11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슨..
(아까부터 자꾸 들리는 게)
(정말 환청일까..)
...
.... (손을 잡아준다)
괜찮아.
(마릴루의 안대를 빤-히 보다가 간호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잡은 손을 내려다본다.)
그래도 버리지 않을거지?
(어렴풋 지난 일을 상기해본다. 순응하지 않은 자 저주받으리라.... ....신의 저주란 이런식으로 내려지는걸까?)
(죄인의 입장에서 마주하는 종말이란 참담하기 그지없다.)
...............
이게 저주라면 받아들여야겠지.
(휴게실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래. ( 전부 품고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
기준치: | 47/23/9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7/23/9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휴대폰을 들어 켜본다)
(영상을 눌러 켜본다.)
사람이 바삐 돌아다니는 로비.
하나같이 멀쩡한 모습으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순번을 기다리거나, 약을 처방받기 위해 드나듭니다.
그리고 북적이는 가운데......
“아아악―――!”
영상의 초점은 병원 한가운데 선 어떤 이를 겨냥합니다.
휴대폰의 주인이었을 앳된 목소리가 교활하게 키득거립니다.
“야, 그러다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떡이 돼서 모른다니까. 아, 진짜 진상. 고개 좀 들어보지......” *
얄팍한 정의감인지, 혹은 이야깃거리를 놓치지 않는 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초점은 집요하게 그를 쫓아가고,
고개를 들어보라는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번쩍 고개를 치켜듭니다.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연달아 터집니다.
영상 속의 그는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피부 가죽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뉴스 속 아나운서처럼, 이마가 무너지고 코가 뭉개지고, 피눈물이 흐릅니다.
처음 보는 끔찍한 광경에 주위에 선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지만......
곧 꽃망울이 터지듯 비슷한 증상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영상에 담긴 모든 이들이 아래로, 아래로 흐릅니다.
그와 가까운 이도, 먼 이도, 닿은 이도, 닿지 않은 이도.
아우성이 들리고, 유리문을 향해 뛰어가던 이도 다리가 문드러져 쓰러지고,
휴대폰이 떨어졌는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몇 차례나 뒤집히더니 천장을 비춥니다.
지금 당신이 머리 위에 지고 있는 바로 그 천장입니다.
“사, 살려줘! 죽기 싫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영상이 끝납니다.
생존자는 없을 것 같지.
그렇네 ...
(시체들을 지나쳐 나간다.)
(......불안..)
기준치: | 15/7/3 |
굴림: | 5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15/7/3 |
굴림: | 5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7/23/9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기도 그다지.. 산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지하철 역 쪽으로 가본다.)
누구..
(마릴루 쪽을 돌아본다.)
(말은 걸어보나 본능적인 두려움이 앞서는지 태주의 등에서 섣불리 나서지 못 한다.)
(생존자를 찾고 있긴 했지만 감염이 진행 중인 사람을 도울 방법은..)
....음식이 있어.
기준치: | 55/27/11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나가자.
돌아가면 더 맛있는 것을 먹으면 돼.
왜?
취하게 해 줄것도 아니면서.
(딱밤 빡!!!)
쓰레기
가자.
(마릴루 뒷덜미 끌고 나감..ㄱ-)
기준치: | 35/17/7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아씨;)
기준치: | 60/30/12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44/22/8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영문을 알지 못한 채, 고통과 공포에 젖어 들던 그 눈동자를.
. 충격으로 벌어지던 입술과 바닥으로 추락해 펄떡이던 혓바닥을.
어쩌면 이 감정은 동정심일지도 모릅니다.
거리를 배회하는 괴물은 난데없이 쳐들어온 외계의 것들도 아니고,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도 아니에요.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왔을 뿐인사람 말이에요
이런 모습이 되어 가장 괴롭고 비참한 것은 괴물, 이 되어버린 자신이겠죠.
기준치: | 15/7/3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15/7/3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마릴루!
기준치: | 60/30/12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떨어져 제발!
이게...
기준치: | 55/27/11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힘을 주어 괴물을 떨어트리고, 그의 몸체를 구두굽으로 밟는다.)
기준치: | 10/5/2 |
굴림: | 3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4/22/8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뛰어..!
..........
.......(떨리는 손으로 마릴루의 목덜미를 짚어본다)
.................
그럼나도 저렇게.
......
기준치: | 50/25/10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 미안해.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어
만일 내가 감염된다면.
.....하나도 잘못되지 않았어.
(적어도 고향을 버리고 선택한 인간 만큼은 지킬 수 있길 바랐지만 역시 세상은 변절자에게 자애롭지 않다.)
(적어도 죽음 만큼은 당신의 뜻 대로 되기를 바라며 한참 남은 것 같은 길목을 바라본다.)
그냥 성당으로 가자.
가면 누군가 도와줄지도 모르잖아. (타이머와 카운터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염치없긴 하지만..)
막상 이럴 때 되니까 보잘것 없네...
기준치: | 46/23/9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
(만약 마릴루가 괴물이 된다면 금방이라도 내 목덜미를 물어주겠지.)
(어차피 나의 것이 아닌 목숨이라면 구할 수 있는 인간을 구하고 떠나는 것이 그나마의 속죄가 될 것이다.)
(마릴루를 고쳐안고 지하철 역으로 들어간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이 곳에서 어떻게 아기를..
기준치: | 47/23/9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고작 이런걸..
.....
기준치: | 47/23/9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갈라진 아스팔트 도로의 균열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깊어서, 말 그대로 음부가 뒤따르는 꼴입니다.
바람이 지나며 죽음이 채 거두지 못한 얄팍한 껍질을 흔들 때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
원하는 게 뭐길래..
별
입니다.
기준치: | 47/23/9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35/17/7 |
굴림: | 45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3/21/8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55/27/11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확신에 가까운 의심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한들 당장 이유를 알 수도, 원인을 찾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밤하늘의 별은 바닷가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고 계속해서 아침을 부르는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하늘이 부서지건, 별이 떨어지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시선을 빼앗겨, 도로에 붙박여 선 채로 가만히 모든 광경을 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뭐, ...뭐해. 여기 있다간...
(마릴루를 안아든 채로 더듬더듬 성당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기준치: | 43/21/8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하아..
...........
....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간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응..
도착했어.
사람이 있어?
저기요..!
누구 있어요?
(마릴루의 상태를 본다.)
쉴 곳이 필요해
(들어간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거. 왜.. 안 열리지?
당기는 문인가..(당겨본다.)
(마릴루의 손을 잡고 들어간다.)
(사람들은..없는 건가?)
문자..에 분명 성당으로 대피하라고 했었지?
(여기가 아닌가?)
기준치: | 47/23/9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뭔지 몰라도 이제 안전한 기분은 든다.)
(긴 의자에 마릴루를 앉혀준다.)
(혹시 단상에 메모라도 붙어 있지나 않을지)
(단상쪽으로 다가선다.)
(책을 펼쳐본다.)
기준치: | 33/16/6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43/21/8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좁은 문에 가까이 다가간다.)
..........
(묵직한 글자다.)
두 그루의 나무
가 서 있습니다.
끄트머리가 둥근 이파리들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로, 꽃도 열매도 걸려 있지 않습니다
더욱 특이한 것은 나무의 가지와 몸통, 그리고 나아가 뿌리입니다.
눈처럼 새하얀 나무의 가지와 몸통은 색과 달리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끄트머리에 걸린 이파리가 파릇파릇하니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바닥에 놓인 뿌리는......
기준치: | 43/21/8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화과..
기준치: | 47/23/9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가까이 다가가본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뱀 같이 교활하고 상냥한 목소리입니다
배어 나오는 향기는 어찌나 다디달던지요.
당장이라도 한 입 베어 물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선악과로부터 죽음이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상처투성이의 마릴루를 바라본다.)
(내가 이 목소리를 믿어도 될까?)
(정말 남은 방법이 이것 뿐이라면..)
왜..
(고해실 밖으로 나가본다)
창틀에 걸린 것은 불규칙한 무늬의 배열에 그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편에서 저편까지 그 모든 것을 훑으면,
가장 찬란한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화려한 빛무리에 둘러싸인 가운데, 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태어난 신은 오직 홀로된 자이며, 시작과 끝이고,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완전하고 완벽하며 그 권능이 전지전능하니 타종이 필요치 않습니다.
신의 머리 위로 궁창의 물이 갈라져 구름을 찢고, 바닥의 물은 흘러넘쳐 바다를 이룹니다.
물이 말라 드러난 곳은 땅이 되니, 신이 밟은 곳은 마을이, 밟지 않은 곳은 산이 되었습니다.
빛과 어둠은 낮과 밤이라 불립니다.
풀과 씨 맺는 채소, 열매 맺는 과목이 자라니 보기 좋았습니다.
하늘에는 날개달린 새들이 둥지를 틀고, 바다에는 온갖 모양의 물고기와 짐승들이 생육하고 번성합니다.
땅의 짐승들 또한 넘어지고 내달리며 빈 곳을 채웁니다.
신은 자기 형상, 곧 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여태까지 창조한 것 중에 신은 사람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땅에서 사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였으나......
유한하고, 불안정하며, 망각하고, 죽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반복했습니다.
몇 번의 삶과 죽음이 반복되자 사람은 신을 감쪽같이 잊었습니다.
하루는 천년이오, 천년은 하루라. 신이 사람을 만들기까지 보낸 날보다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신은 허망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보호할 새로운 구원자를 찾았습니다.
그러니 하늘을 펴고, 바다를 우린 신을 잊고, 셀 수없이 많은 구원자의 이름이 태어나고 사라졌습니다.
그곳에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신을 잊은 이들에게도 축복은 여전했습니다. 사람들은 생육하고 번성했으며 땅에 충만했습니다.
보기에 좋았으나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성껏,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열매를 만들었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고, 생명을 주는 것.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 ■■을 닮은 것.
무화과에 숨을 불어 넣어, 자신의 권능을 숨긴 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무한한 삶은 너무나 지겹고 외로웠어요.
그는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신이 사랑한 피조물.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신의 피조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이 자신의 역할을 잊고 그것들을 보살피지 않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악한 것들은 본디 더 악해졌고, 얼음이 녹으며 바다가 넘치고 땅이 갈라지니 동식물이 죽어 나갔습니다.
다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신이 돌보지 않는 세계에 드디어 끝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체질이 녹고, 뼈가 스러지고, 살점이 문드러졌습니다.
썩은 피가 흘러넘치니 어디에도 신이 사랑한, 신을 닮은, 신의 형상을 본딴 모양은 남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신을 찾고, 구원을 부르짖었습니다.
마지막 유리 조각에 시선을 던졌을 때, 당신은 깨달았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왜..그래?
(마릴루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곁에 있어 매번 고통 받는 나의 인간.)
(예배당에 퍼진 향기를 따라가본다.)
기준치: | 47/23/9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마릴루
니까.
....
뭐지? 상처가..
(왜 하필 너는 그날 가만히 칼에 찔려주었는지.)
마릴루, 내가 지키고 싶었던 세계는
그냥 너였어.
.....
아마 우린 여기서 죽을 것 같아.
왜... 그래, 무섭게.
(옷깃을 그러잡는다. 눈에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너를 이런 꼴로 만들어서 미안해.
(왜 하필 너였을까.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어 다른 것을 뱃속에 집어넣을걸.)
(하긴, 내가 하는 선택이라곤 항상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이것 또한..)
(괜찮아. 영문모를 위화감에 그 세 글자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
.....
나를 안아줄래? 흩어지더라도 네 품에 사라질 수 있게..
이리 와. (항상 했던 것 처럼 두 팔을 벌린다.)
(너는 그래도 내가 만난 인간중에 나를 제일 사랑했잖아.)
.........그거면 된 거야.
(다 잊고 살았다는 게 무색할 만큼 기나긴 과거였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신으로서나 인간으로서나, 내가 벌였던 모든 어리석은 선택들은 이 짧은 포옹을 위한 것이었다.)
... 세상에 우리만 단 둘이 남겨진게 신이 말한 저주인걸까?
너는...
...........왜, 지구로 돌아가지 않았어?
그냥,
네 옆이 아닌 곳을 사랑할 자신이 없었어.
네 말이 맞아. 난.. 구원자 놀이 같은 거 재미도 없었고
그냥 네가 제정신 아닌 사람처럼 웃어줄 때마다 그 옆에 누워서 같이 웃고 싶었거든.
.......
...
누구에게나 쉴 곳은 필요해. 나에겐 그게 네 곁인 것 같아.
너는왜, 바보같이....
.....
나만 남겨두고 가지 마.
... 이런게 저주라면 그 날 어떻게든 너를 보내야했었어.
내가 죽기 전까진 내 앞에서 죽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야 마릴루.
왜 네가 몸으로 칼을 받아냈는지, 무슨 결심을 한 건지 나는 이제 알 것 같아.
웃기지, 죽음이 왜 두려운 것인지 나에게 알려준 것도 너였는데.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사랑이야.
(입안이 쓰다. 녹아가는 상대의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무엇도 없어서.)
......( 전부 닳아 없어지기 전에 그의 둥근 뺨을 쓸어내린다. 가느다란 안경다리를 들어 떨어트리고..)
(입술을 맞붙힌다.)
(사랑스럽다.)
(들려서는 안 될 외설적인 소리가 예배당을 채운다. 평소와는 달리, 자꾸만 애닳아 매달리는 쪽은 자신이다.)
(입을 떼어내면 금방이라도 사라질것만 같아서.)
그렇다고하면, 버리지 않을 거야?
나는 한번도 널 버린 적 없어. 지금도..
네가 있어서.
....짜증난적도, 미운 적도 많았는데.
같이 있고 싶었어.
........
전부 너 때문이잖아.
네가 어린 나를 기어이 그 방에서 나오게 해서.
네가 아니면 안 되게끔 만들어버려서.
..........
.........
...다 알고 그런거잖아.
전부....
혼자 남게 된다면 넌 많이 괴로울까?
(안긴 품 안을 파고든다.)
네 몸은 나랑 다르게 따뜻해서 좋아.
...........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지 않을 거지.
있잖아.
(넌 기어이 내가 너의 죽음을 지켜보게 만드는구나.)
(차라리 영원히 증오하지 나를 사랑해서.)
(마릴루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춘다.)
(그리움이나 고독을 품고 영원히 세계를 떠도는 것은 내가 할테니 너는..)
(내가 그렇게 바랐던 쉴 곳을 찾아 사라져버려.)
...........
잔인한 계집애.
(턱 끝으로 떨어지는 것은 혈향이 밴 눈물이다.)
보상 : 권능과 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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