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시의 도밍게즈 1부 ]
[ Chapter 2. 어떤 숫자의 규칙 ]
2022. 08. 07 CoC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 W.팀 라퓨타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4507568
KP/KPC - 똘비 (마릴루 클러라먼시)
PC - 쮸 (장태주)
※ 아래는 본 시나리오의 로그 백업이며, 시나리오의 진상, 스포일러등이 전부 포함되어있으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 예정이신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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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의 밑바닥을 보았을지언정 시간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날과 달은 흐르고, 낮과 밤은 뜨고 지기를 반복해
어느덧 졸업을 앞둔 열여덟의 끝이 다가왔습니다.
오늘도, 도밍게즈는 평화롭습니다.
Written by 수연
Timer. 마릴루
Counter. 장태주
Date. 2022.08.06
여느 때와 같은 밤.
겨울이 한창인 12월의 끝자락입니다.
날이 추운 탓에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라고 안내문자가 뿌려지는 시기예요.
창밖을 내다보면, 뿌연 회색 하늘이 구름을 잔뜩 끌어안고 있습니다.
눈이 함빡 올 것 같은데, 정작 내리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하려는 셈일까요?
:두 사람은 어디에 있나요?
장태주 :(창 밖은 구름까지 잔뜩 낀데다가.. 답답한 교실 안에서 초록색 정수리만 뚫어지게 보고있다.)
마릴루:(시선이 느껴지면 힐끔 돌아본다.)
장태주 :..... 눈이 올 것 같은데. (소근....)
마릴루:진짜? (몸 일으켜 창 밖 내다보다 도로 앉는다.) ...아니잖아.
장태주 :올 것 같다고 했지, 온다고 했나...
마릴루:(책상 아래서 발 밟음)
장태주 :아!!
마릴루:안에서 보는 것만.
마릴루는 당신을 흘겨보면서도 착실히 답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관계는 확실히, 작년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어쩔 수 없죠.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마냥 처음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장태주 :..(역시 눈보다는 여름에 내리는 비가 낫지? 왠지 기분 좋은듯...)
마릴루:바보는 감기 일찍 걸린대.
장태주 :참나... 너나 잘 해. 목덜미는 다 내놓고 다니는 게?
마릴루:너 때문에 자른거잖아! ... (괜히 짧아진 머리 만지작..)
장태주 :.....................................
마릴루:................................... 됐다. 물어본 내가 바보지. (홱!)
장태주 :(아오)
어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눈이 쌓이고 녹듯 소리 없이, 흔적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라곤 하나 없어요.
헤르만 헤세(도밍게즈에는 그런 이름의 소설가가 없지만)의 말마따나,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납니다.
알은 새의 세계이고, 태어나는 모든 것들은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해요.
새는 신에게로 날아가지만, 당신은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얄팍한 차이점이 있군요.
세계를 파괴하고 싶건, 구원하고 싶건,
시간은 흐르고 흘러 두 사람도 어른이 될 밤을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18살이 끝나는 겨울의 마지막 날!
도밍게즈는 어제까지 아이였던 이를 축하하는 성인식을 치릅니다
DOT의 졸업식도 같은 날 거행됩니다.
네, 이번에는 두 사람의 순서예요.
장태주 :...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니, 어른이 될 수는 있을까요?
장태주 :.......
만들어진 생명체 또한 성장하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도 손톱도 자라고, 1년 사이 아주 조금 키가 컸으니까……
추측하건대, 평범하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늙어가는 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
졸업식 이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임관을 받고 도밍게즈의 구원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막중한 임무를 앞둔 셈이죠.
장태주 :
태주는 시라린 창가앞에 앉아 '성인식'에 대해 생각합니다.
장태주 :어른이라니..
장교가 말하길 분명 근사한 의장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짝과 함께 춤을 추며...
'꽃을 선물하고, 축하의 말을 건네고, 가까운 이가 애정을 담아 입 맞추는 것이 전통' 이라고 강조했었죠.
잠시 생각에 잠겨있노라면,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이렇게 오늘의 마지막 수업이 끝이 났네요.
장태주 :......(멍뎅............)
마릴루:바보
마릴루:바보야, 안 들려? (눈 앞에 손뼉 짝)
장태주 :헉!
마릴루:뭐가?
장태주 :어?
마릴루:너 또 변태같은 생각했지?
장태주 :뭐 뭐래 이 땅꼬맹이가
마릴루:(흥) 말 끝마다 꼬맹이래..
장태주 :어.. 가야지.
수업이 끝났으니 오늘 남은 일정은 없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장태주 :(달리 갈 곳이 있나..... 숙소로 돌아가요)
복도로 나가면 ....
DOT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해보입니다.
장태주 :........?
직원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연구원들도 무언가를 떠들며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장태주 :뭐야?
장태주 :누가 다치기라도 했나..
:ㅇㅋ
장태주 :
복도의 어수선한 소리를 듣습니다.
“괜찮을지 모르겠어. 다들 무서워할 텐데.”
“그래도, 본보기로는 확실할 테니까…….”
장태주 :...(본보기?)
“수도는 여태까지 제일 안,… ”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두 사람을 눈치채고 입을 다뭅니다
장태주 :.........뭐야..
마릴루:.............뭐야?
장태주 :무슨 일 있어요?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은 저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다 답합니다.
“그... 준비할 게 많아서, 바쁘단 얘기 중이었어요. 곧 졸업식이고, 정식 임관을 받잖아요. "
"프롬도 준비하고, 타이머와 카운터가 필요한 곳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새 제복도 맞춰야 하니까……. "
"맞아요! 다들 첫 임무가 버겁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하하...”
장태주 :...............(개구라같은데)
:관찰, 심리학 판정 해볼수있어요
장태주 :(관찰해복괴요)
:웅
장태주 :
:아직두 안경 안닦앗어
장태주 :(지저분..)
태주로서는 도당최 그 말의 의미들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곳이 다름아닌 DOT 이기 때문일까요.
...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면, 맞은편 복도에서 누군가 휘청거리며 걸어옵니다.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걸음걸이가 위태롭습니다.
장태주 :??
애쉬입니다.
장태주 :(엇..)
애쉬:...
창틀을 잡고 느릿느릿하게 걷는 애쉬는, 내내 바닥에 시선을 처박고 있습니다.
장태주 :저 재수 없는 관상이 왜.. (괜찮으세요?)
주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일하는 날이 아닌지 가운을 입지 않은 가벼운 차림새입니다.
마릴루:말 좀 가려하랬지.. (옆구리 툭침)
장태주 :아니 ;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면 짙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를 맡습니다
장태주 :
푹 숙인 고개,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표정이 무척 나쁩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요?
딱히 들은 이야기는 없습니다.
애쉬:아... 으응, 괜찮아. 신경쓰지 마. (이마를 짚으며 일어난다.)
장태주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애쉬:... 좀 어지러워서 그래. 쉬면 낫겠지.
장태주 :(마릴루 슬쩍 봤다가..) 근무일도 아닌 것 같은데 여긴 왜 왔어요? 그 꼴을 해서..
애쉬:(제 차림을 한번 보고 어색하게 웃는다.) 응, 연구실에.. 뭘 좀 놓고간 게 있어서.
장태주 :......
애쉬는 좀처럼 말을 붙히려 하지 않습니다.
:이꾸와요
장태주 :
:ㅋ
장태주 :(아니 근데.. 마릴루랑 친하지 나랑 친한 건 아니잖아?)
마릴루:1 pc를위해 잡아본다 2 그냥보낸다 1
장태주 :(칫..)
애쉬:무슨 일.... 그런 거 아냐. 그냥 피곤해서…… ...... (한참을 망설이듯 바닥을 보았다가. 곧 울것같을 얼굴을 한다.)
장태주 :......(무슨 일 있는 거 맞구만..)
이야기 끝에 애쉬는 다시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리곤 정말 자리를 떠납니다.
장태주 :뭐야..
마릴루:.......
장태주 :....신경쓰여?
마릴루:죽은 친구가 있단 소린 처음 들어서...
겨울, 이별의 계절입니다.
장태주 :(서로 별 일 다 알고 있을만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서풍은 소중한 사람을 데려가고 북풍은 꽁꽁 여민 옷깃 사이를 기어코 파고듭니다.
눈보라가 외로움을 데리고 오니 이 얼마나 서글픈 계절인가요.
얼굴도 모를 누군가의 죽음인데도 어딘가 서늘합니다.
애쉬가 떠난 자리는 텅 비어있습니다. 복도 바닥만 조금 젖어 있습니다.
두 사람도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대로라면 감기들 거예요.
장태주 :(기실, 나는 죽음을 견뎌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는 상태니까. 그의 슬픔이 어떤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 때가 오기 전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릴루:(누군가 들이찼다 떠난 자리가 얼마나 시린지 짐작치않고도 알고 있어서, 그가 머문 자리를 몇번 서성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실까지 가는 길에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일을 상기시켜볼까요?
‘능력을 자각한 지 얼마 안 된 카운터는 위험 요소다’
…라는 핑계로 당신의 먼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바깥으로 나가, 자신의 가족과 고향의 부재를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겠죠.
지하 2층에는 다시 들어갈 기회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바뀌지 않고, 두 사람은 현실을 살아가야 합니다.
...
장태주 :......
긴 복도를 지나, 어쩌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개인실의 문을 닫습니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방의 정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장태주 :
어쩐지 속이 메슥거립니다.
방금 들은 이야기 때문인지, 맡은 술 냄새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역한 냄새가 나서, 숨을 쉬기가 버겁다고 느껴집니다.
장태주 :..... (짜증나..)
당신은 급격하게 컨디션이 떨어지는것을 느낍니다.
장태주 :
누군가 목을 조르는 느낌이 잠시간 느껴집니다.
과호흡이 오는것까지는 방지했으나, 여전히 숨이 헐겁습니다.
장태주 :......하아..
일련의 과정은 익숙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도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괜찮아지기를 기다릴 뿐.
그야 이 현상은...
그날부터 계속된 증상이었으니까요.
장태주 :......(벽에 잠깐 머리를 기댄다)
마릴루:(아무리 익숙한 상황일지언정 걱정까지 휘발되는것은 아니었다. 그의 손가락 한마디를 붙잡는다)
장태주 :..괜찮아. 이러다 말겠지 뭐..
마릴루:(흘겨봄....) 좀 살만 한가봐?
장태주 :(아까 일도 그렇고 쓸데없이 불안하게 만들기는 싫은데..) 이러다 만다니까.
마릴루:... (핀잔주고싶지만 이럴 때 만큼은 건들지 않기로 했으니까. ... 한숨쉬며 손가락을 놓는다.)
달의 뒷면에는 수많은 흉터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뒷면의 상처는 쉬이 낫지 못하고 서서히……
곪고, 썩어가면서, 흉터로 남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존재의 증명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법이죠.
상처받고 흉터를 새기는 일만이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또한 고스란히 상처와 흉터가 되었죠.
축제가 끝나고,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달이 회전하는 것처럼 시곗바늘도 정해진 판 위를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하루가 너무 길다고 느껴지곤 했어요.
잘못된 별에 착륙한 것처럼 이따금 숨이 막히기도 했다면, 아무는 속도가 더딘 탓일까요?
잊어버리지도 못하고,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이제 고작 열 몇 살 먹은 당신이 떠안기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밑바닥.
구태여 시선을 떨구고 고개를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 마주할 필요가 없는 곳
바로 그곳에 보이지 않는 흉터처럼 묻어둔 비밀들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으면 달은 반 바퀴를 돕니다.
세상은 깨끗하고, 우리는 천진해요.
그러나 문득, 달이 차는 것처럼 호흡이 버거워지거나 울렁임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곤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
장태주 :(..언젠가 마른 뭍에서 익사라도 하는 것 아닐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증상은 사그라들고 당신의 컨디션은 점차 돌아옵니다.
장태주 :휴..
야속하게도 당신이 상처받고, 흉터를 감내하는 동안 당신은 분명히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떼놓을 수 없는 한 쌍의 무언가처럼 여깁니다.
축제 때는 타이머의 이름만을 찾던 이들이, 이제는 그 옆에 나란히 카운터의 이름을 적습니다.
아주 당연한 일처럼 자연스럽게.
이건 모두, 살아가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마릴루:너, 좀 앉아있어야겠다 (넥타이 풀어 탁자위에 두고는 턱끝으로 소파 가리킴)
장태주 :...(얌전히 가서 앉는다. 어쩐지 네가 있을 자리는 이곳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에 비죽 웃음이 샜다.)
마릴루:(머그컵에 따뜻한 코코아 두 잔을 타가지고 와 옆자리에 착석한다. 딱 보기에도..............물이 많다.)
장태주 :야...........
마릴루:왜?
장태주 :그거 먹으면 진짜 오래 살겠다.
마릴루:하???? 신경써줬더니만 왜 또 시비야!
장태주 :칭찬인데? (잔 다시 뺏어옴ㅋ)
마릴루:짜증나 장태주.
장태주 :언제는 좋아했나 뭐.
마릴루:(한모금 마시고.. 싱거워서 도로 내려둠)
장태주 :(벌컥벌컥...마시다가 어이없는 얼굴로 봄)
마릴루:(흠...) (눈 피하며 TV전원이나 켠다)
전원이 들어온 TV 화면에는 익숙한 아나운서가 앉아 있습니다.
주로 타이머와 카운터에 관한 방송을 담당하는 아나운서입니다.
아직 뉴스 시간은 아닌데. 옆에 앉은 게스트는……
장태주 :
누구지?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인상은 썩 좋지 못하군요.
“제2의 타이머, DOT에서는 카운터라고 부르는 이들이 등장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
" 세간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례적인 예외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너머의 아나운서가 안경을 추켜 올리며, 역시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타이머 전문가, 블랙 씨를 모시고……”
뉴스의 목소리 너머로, 하인리히 장교의 호언장담이 스칩니다.
그의 말마따나 카운터의 등장 이후 뉴스의 판도가 뒤집혔었죠.
어느 매체도 다시는 세계 멸망을 논하지 않았습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세계 멸망을 막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장태주 :...........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
"이 완벽한 타이밍 이야말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 난 노인이 자신의 주름진 손등을 매만집니다.
블랙 씨라고 불리는 그는……
장태주 :
DOT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자로 유명한 인사였습니다.
“DOT가 타이머를 관리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한낱 사람이 어찌 신의 사자를 다스린단 말이오!”
장태주 :(오..)
라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소리치는 모습이 종종 뉴스 헤드라인에도 걸려나오곤 했죠.
언제나 타이머의 자유를 주장하는 신실한 종교인입니다.
오늘은 흰 얼굴로 점잖은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그는 신을 예찬합니다.
“세계를 구성하기 위하여 신은 타이머를 보내셨소. "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하여 신께서 카운터를 보내신 게지. "
"사실상 카운터라고 부르는 것도 인간의 시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
"그들은 그저 또 다른 타이머일 뿐.”
그는 신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를 보낸 것이 틀림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카운터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는 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니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의 신앙이란 이토록 멍청한 법입니다.
“세계 멸망은 어림도 없는 소리. 신을 믿고 따르면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약속받을 겁니다.”
교회의 목사도 이토록 신실할 수는 없습니다.
마릴루:(힐끔봄..) 또 저러네.. 다른채널 돌릴까?
장태주 :그래 뭐.. 네가 보고싶은 거 보자.
마릴루:나 말고 너.
장태주 :(그다지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불편해야 하는 거야?
마릴루:...... 뭐, 아니면 아닌거지만...
장태주 :....... (진짜 인생이랄게 없는 입장에선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전부 내가 아닌 모르는 사람의 뒷담화를 듣는 기분이라 크게 와닿지 않는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싫은 것 같네.
마릴루:... 그게 뭐야? 줏대없이.
TV채널을 돌리려 리모콘으로 손을 뻗으려던 찰나,
옆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가 한숨처럼 꼬투리를 잡으며 끼어듭니다.
장태주 :네가 설득력이 좋은 거지. (심드렁.... 하니 화면만 본다. 저렇게 늙으면 몸 이곳저곳이 아프겠지?)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리고 세계 멸망의 원인이 진정, 타이머가 홀로이기 때문이라면…… 왜 진작 둘을 만들지 않은 거죠?”
초능력과 시간의 상관관계 따위를 연구하는 박사였습니다.
제9구역 출신으로 상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편이라 젊은 층에 인기가 좋았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그는 날카롭게 따져 물었습니다.
“타이머의 능력이란 유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위로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
"지난 수백 년간 한 세대에 하나라는 규칙을 고수했죠."
" 세계 멸망의 예언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새 타이머’의 등장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러 가지 가설과 타당한 사유를 읊습니다.
장태주 :........(되게 예리하네)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지 않나요?”
안경 너머의 시선을 빛내며 박사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박사: 타이머는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공인이에요. 사람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죠.
화면 너머의 시선인데도 형형하기 짝이 없습니다.
박사: 그러나 누구도 새로운 타이머의 존재를 떠들지 않았고, 카운터의 가족과 친구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장태주 :.......(눈 마주친줄)
박사: DOT는 사생활 침해라며 입을 다물고 있지만……
박사의말은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예리하게도, 진실에 상당히 가까운 편이기도 합니다.
장태주 :
언젠가, 리슬러 부관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카운터는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DOT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사생활에 관해선 침묵할 것이고, 그들이 타이머, 카운터로서 자각하기전의 삶을 파헤치지 않을 것입니다."
뱀 같이 교활한 변명이었고, 이에 박사가 분개한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했었죠.
리슬러 부관:외부와 연락은 자제하도록 하세요. 여론이 뜨거운 냄비처럼 들끓는 동안에, 혹시라도 당신을 알던 이들이 노출되면 평생 시달리게 될 테니까
그는 우리를 겁주는 것처럼 단호하게 설명했습니다.
전부, 우리가 달의 뒷면, 우리의 밑바닥을 모른다는 전제의 설명이었어요.
여론이 들끓건 말건, 시달릴 이라곤 없으면서 말이죠.
씁쓸한 기억입니다.
DOT는 어쩔 작정이었던 걸까요.
이렇게 얄팍한 거짓말을 겹쳐 쌓으면서, 언제까지고 그 거짓말들이 견고하리라고 믿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들의 성과가 그토록 훌륭하여, 한 치의 의심을 둘 수 없을 거라 스스로 맹신했던 걸까요.
핑계로 연락을 막을 수 없게 되었을 때쯤엔, 어떻게 하려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
장태주 :진짜 대책없다..
마릴루:뭐가?
장태주 :DOT말이야. 조금만 똑똑한 사람들은 저렇게 예리하게 다 분석해버리는데.. 뭘 믿고 우릴 세상에 내보인 거야?
마릴루:으음........................ 글쎄... 굳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얻을 이점이 있었나?
장태주 :........ 어른들 생각은 정말 모르겠다.
마릴루:우리가 생각 한 것 보다 더 큰 비밀이 있을수도... ... ...모르지.
그리 말하곤 리모콘의 채널 버튼을 꾹 누릅니다.
...
장태주 :....그래. (마릴루가 남긴 싱거운 핫초코를 마저 마셔버린다)
채널이 넘어가면,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태주 오빠를 정말 좋아해요! "
장태주 :으악!
" 원래는 마릴루 언니 팬이라서 파트너가 생겼단 소리에 섭섭했는데…… 뭐, 타이머와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허공에 물총을 쏘며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리는 어린아이라던가,
“귀엽죠. 타이머 전시회에서 샀어요.”
장태주 :저 코흘리개들이 뭐라는 거야?!
두 사람의 모양을 본뜬 곰 인형을 품에 안은 학생도 보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인기는 날로 치솟아, 관련 사업도 천정부지로……”
리포터가 경쾌하게 떠들어 댑니다.
그러고보니...
장태주 :
:없으면 행운으로돌려보세요
장태주 :
?
그런데 왜 당신의 통장엔 잔고가 이것뿐이죠?
이 인간들이?
장태주 :.........
마릴루:네가 너무 흥청망청 써댄거 아냐?
장태주 :그럴리가 없어!
활짝 웃는 연인이 사이좋게 손가락을 얽곤 군번줄을 자랑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군번줄에 이름을 적어서 연인과 교환하는 게 유행이에요. 제가 타이머고, 여자 친구는 카운터죠.”
두 뺨에는 여름의 붉은 기가 서렸습니다.
도밍게즈는 타이머를 사랑합니다.
도밍게즈는 카운터를 사랑합니다.
도밍게즈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운명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안팎으로 너무나 선명한 명제입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광고가 흘러나옵니다.
두 사람이 홍보를 맡은 썬크림의 광고영상입니다.
TV 속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얼굴과 어딘가 달라 보입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화장이 짙고 조명이 강해서 꼭 다른 사람 같아요.
타이머와 카운터란 군인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달리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서,
방송 출연을 요청받거나, 광고 섭외가 끊이지 않습니다.
장태주 :(........왠지 민망하다..)
태주도 올해만…… 52개의 광고를 찍었었죠.
장태주 :(하 깡촌 농부출신이라고 착각햇을때가 엊그제같은데)
:7900원
장태주 :ㅋㅋㅋㅋ
:ㅋㅋㅋㅋ
장태주 :(롯데리아나 가야겟다 난 )
마릴루:65+0*1
장태주 :마릴루는 욀케 거지야 시발ㅋ
마릴루:내말이시발
장태주 :그지랑 땅그지
마릴루:ㅠㅠ
장태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입니다.”
장태주 :?
광고의 마지막, 당신의 마지막 대사가 채 끝나기 전,
광고가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이미 끝났던 뉴스가 재개됩니다.
뉴스 다음에는 일일 연속극이 할 차례였으므로...
<속보로 인해 월화 드라마 ‘시간아, 멈춰라!’ 39화는 오늘 방영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넓은 양해 바랍니다……>
화면 밑에 양해 문구를 실은 텍스트 슬라이드가 깜빡입니다.
속보? 이런 어정쩡한 시간에?
TV를 보고 노닥거리느라 느슨해졌던 시위가 다시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금일 저녁 8시 48분,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장태주 :뭐?
"제4구역, 주택가에서 A모씨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시체의 상태가 상당히 부패했고, 집안이 오래도록 비어있던 정황을 토대로 경찰은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때아닌 속보의 내용은, 다름 아닌 살인사건입니다.
드문 일이군요.
수도는 DOT, 타이머와 카운터가 머무는 곳입니다.
도밍게즈의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게다가 정부와 DOT는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어요.
살인사건이, 심지어 제4구역 수도의 살인사건이 공개적으로 방송을 타다니!
장태주 :......(왠지 아까 엿들었던 대화가 신경쓰이는데..)
장태주 :
그렇죠, 언뜻 복도에서 들었던 대화소리가 기억납니다.
정부, 혹은 DOT가 꾸민 짓은 아닐까요?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하여?
...
화면이 요란하게 흘러갑니다.
아나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장태주 :(죽은 사람은 대체 누구길래..)
“시체는 두 눈으로 바라보기 참혹할 정도로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어, 연쇄살인범의 등장이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
"한편, 피해자의 뇌가 분실되어……”
“피해자인 A모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화면 위로 피해자의 평소 사진이 공개됩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탓에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선명합니다.
사진 아래에 적힌
이 이름, 어디선가...
장태주 :
일년 전 지하실에서 발견했던 뇌 보관통.
분명 그 라벨에 낯선 이름이 쓰여있었습니다.
아르고.
장태주 :...........
헤집었던 기억에서 보았던 연구원의 이름입니다
사라진 뇌가 어디로 갔는지 깨닫고야 맙니다.
SanC(0/1D2)
장태주 :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장태주 :.........
몇 번이고 항의하던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립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는 분명히 DOT 소속의 연구원이었어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회사원이니 뭐니, 뉴스가 떠드는 신상을 믿을 수 없습니다.
장태주 :(본보기라고 했던가..)
...
똑똑.
뉴스가 한참 이 이상한 살인사건을 조명하고 있을 때, 누군가 노크합니다.
장태주 :?
마릴루:이 시간에 뭐야..?
장태주 :(설마 살인마...! 경계하면서 문 빼꼼..열어봄)
문을 열면 ,
설마하던 살인마..!
는 아니고 리슬러 부관이 서 있습니다.
장태주 :부관?
여느 때와 같이 어떤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그는 흘깃, TV의 화면을 확인한 후 평소처럼 웃습니다.
리슬러 부관:쉬고 있는데 미안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대상으로 광고 섭외가 추가로 들어왔어요.
장태주 :........(고작 7900원 남기고 다 가져가는 주제에)
서류를 열면 광고의 시놉시스와 계약서가 들어있습니다.
리슬러 부관:입욕제 광고입니다. 가급적 수영이 가능토록 지시를 받았습니다만... 가능하십니까?
장태주 :수영....
리슬러 부관:...
장태주 :개헤엄으로 괜찮지 않나?
리슬러 부관:2+0*10정도.. 들어올겁니다
장태주 :아니...
리슬러 부관:자세한건 계약서를 읽어보시길.
장태주 :.......
짧게 목례하고 일어난 부관은 시선을 잠시 TV뉴스에게로 둡니다.
리슬러 부관:이런 뉴스는 예정에 없었는데, 곤란해지겠군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당황이라곤 한 줄도 찾아볼수 없습니다.
시선은 비스듬히 TV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리슬러 부관:군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군들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고, 또……
위로하는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얼핏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장태주 :...........
예민하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어요, 순순히 표면의 문장만 받아들이기 어려운걸요.
표정이 좋지 않은 당신을 달래며, 그는
“타이머와 카운터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라며 못 박습니다.
어딘가 초점이 어긋난 대사입니다.
장태주 :(무슨 뚱딴지 소리야..?)
무게없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저 보기좋은 허울로 포장해 둔 껍데기일 뿐이겠죠.
리슬러가 떠나고, 밤이 내려 깜깜한 창문 위에는 두 사람의 얼굴이 비칩니다.
뉴스에서 내보내던 피해자의 얼굴처럼 흐릿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선 불투명하고 캄캄한 유리론 부족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등을 찌를 수 없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도 없어요.
뒷면에 흉터를 쌓고 살아가는 달과 비슷한 꼴입니다.
모자이크가 깨지는 것처럼, 오늘 밤도 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였습니다.
...
장태주 :...........
연말을 준비하는 DOT는 바쁘게 돌아갑니다.
겨울 방학이라 두 사람은 수업도, 숙제도, 시험도 없이 자유롭습니다.
두 사람이 무엇을 알게 되고, 겪더라도 일상은 언제나 시계초침처럼 반복 됩니다
그렇게 여느 날과 같은 저녁이었습니다.
띠링.
한적한 저녁 시간을 깨트린 방해꾼은 카운터의 휴대폰이었습니다.
장태주 :?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떠드는 안내음이 선명하게 울려 퍼집니다.
장태주 :(휴대폰을 확인한다.)
2053-12-21, 14:32
카운터 9회의실 소집 요망
장태주 :(그럼 그렇지...)
메시지 그 어디에도 타이머의 이름은 없습니다.
타이머의 휴대폰 또한 조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마치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장태주 :........
마릴루:....뭐야? 난 그런 거 안 왔는데. (깜깜한 화면 켰다 껐다..)
장태주 :뭐.... 또 쓸데없는 설교나 하고 말겠지.
……타이머를 배제한 호출은 처음입니다.
타이머에겐 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있는걸까요?
예고도, 조짐도 없던 호출이라 이유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신뢰가 없는 상대에게 완전한 복종이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의심이 따릅니다. 카운터가 만들어진 존재라면……
또 어딘가 손을 대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장태주 :.........(별 일 아니었으면 하는데..)
검은 불신이 의심의 틈새로 뿌리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군인에게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
이번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
본관은 지척이에요.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니 사실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토록 불안하고 불길한 것은, 그 가까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장태주 :다녀올게. (찌뿌둥.. 한 몸을 펴고 숙소를 나선다. 괜히 불이익을 받으면 마릴루까지 덩달아 곤란해질 것 같다.)
마릴루:(저녁. 달은 지천에 떠 있고 우리는 저마다의 결심을 갖고 본관으로 향하던 그 날. 어쩐지 지난 일이 상기되는 기분에 미간을 찡글이다가..)
장태주 :........
마릴루:(쭈뼛..) 다, ... 다시 와. 알겠지.
장태주 :(뭔가 말하려다가 만다. 그 땐 그렇게 미련 없다는 듯 밀어냈으면서..) 당연하지. 바보 아냐?
마릴루:내가 뭘....
장태주 :(아옼)
늘 거니는 운동장은 밤이 내려앉으면 낮과 전혀 다른 곳처럼 보이곤 합니다.
어두컴컴한 보라색을 덧칠한 잔디도, 경사진 스탠드도,
평평한 아스팔트바닥도 모두 그랬습니다.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날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아 유난히 짙은 밤이었습니다.
...
본관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눈인사를 건넵니다.
"호출받고 오셨죠? 제 9 회의실로 가시면 됩니다."
장태주 :무슨 일이길래 따로 불러요? (궁시렁 대면서 회의실로 감..)
차례대로 복도를 걸어, 다른 회의실을 지나자 곧 아홉 번째 문 앞에 도착합니다.
문 너머에는 서늘한 침묵만 가득했습니다.
문밖에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불이 꺼져 있다면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장태주 :......?
"들어오세요"
딱딱한 어조가 문 너머로 들립니다.
장태주 :...(약간 긴장해서 뻣뻣하게 들어간다. 면접 보는 것도 아니고 무슨..)
끼이익... 조용히 문을 열고들어가면,
9회의실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낯선 연구원들이 대기 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도, 리슬러 부관도, 애쉬와 교사라던가, 눈에 익은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피로해 보이는 그들은 타이머를 한 번 바라본 뒤, 금세 시선을 넘깁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은색 상자의 뚜껑을 두드립니다.
테이블 위, 벌어진 상자에는 주사기와 앰플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투명한 앰플 병에는 희미한 푸른색 액체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장태주 :
퍽 눈에 익은 색이었습니다.
장태주 :..?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한 액체. ……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의 근간이 되는 그것을.
장태주 :..........
연구원은 액체의 정체를 설명하지도 않고 주사기에 쏟아 넣습니다.
장태주 :절 왜 부르신 거죠?
연구원: (귀찮다는 듯 주사기를 보여주고는 손짓한다.)
뒤늦게 설명이 따라오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적으로 대답을 뱉은 연구원은 카운터에게 손을 내밉니다.
연구원: 팔 주세요.
장태주 :....(머뭇..)
당신의 답에 연구원은 신경질적으로 덧붙입니다.
연구원 : 우리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능력을 유지하고, 증폭하기 위해 온종일 매달리는 사람들입니다.
연구원: 무엇을 의심하는지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의심이에요.
분명 타당한 설명입니다.
미심쩍은 것은 그저, 두 사람이 그들의 밑바닥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연구원: 팔을 내미세요
연구원이 카운터에게 다시 손을 내밉니다.
피곤하고 수척한 인상의 그들 중 일부는 지하실에서 엿본 기억에 존재하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대로 맞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장태주 :......
언제나 선택에는 대가가 필요하고, 누구도 대신 확신해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표정 없는 얼굴로 앵무새처럼 무해하다는 말만을 반복합니다.
오히려 카운터에게는 필요하다고....
그야 도밍게즈도 DOT도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나쁜 짓을 하진 않겠지만……
어떻게 할까요?
장태주 :..... (저 사람들에게서 태어났으니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불안하지만 팔을 내준다.)
주사기의 바늘이 피부를 파고듭니다.
당신의 피부 너머로 은색 바늘이 사라지고 소리 없이 액체가 비워집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약물은 기어코, 물거품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혈관으로 쏟아졌습니다.
겨우 100ml 남짓의 무언가가 들어왔을 뿐인데, 속이 울렁거립니다.
바늘이 파고든 자리가 욱신거려서, 저절로 미간이 구겨집니다.
장태주 :...!
그러나 호흡이 어려워진다던가, 이상증세가 생기는건 아닙니다.
아무 일도 아니건만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건, 아마 불안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당신의 핀잔에도 연구원들은 꿋꿋이 앰플을 주사합니다.
타이머는 필요치 않고, 오직 카운터에게만 필요로 하는 액체의 정체란 대체 무엇일까요.
역시, 카운터의 근원……
장태주 :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선 원형 유리관에는 모두 정체불명의 액체가 꽉 차 있습니다.
각 유리관에는 숫자와 간단한 낱말이 적힌 네임택이 붙어 있습니다.
〈제0시, 빛〉, 〈제1시, 물〉, 〈제2시, 불〉, 〈제3시, 식물〉, 〈제4시, 전기〉, 〈제5시,얼음〉……
구태여 더 읽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장태주 :....................
당신은 진실을 모두 알고 있으니까.
연구원: ...다 됐습니다.
우리의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의사항이 쏟아졌습니다.
장태주 :..네.
연구원: 능력이 안정화되면 기분도 컨디션도 한결 나아질 겁니다
장태주 :(거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림..)
마지막 문장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 당연했고요.
...
탁, 탁, 탁.
상자를 접고 다 사용한 주사기를 폐기한 연구원들이 썰물처럼 9회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회의실에는 아주 옅은 장미 향기와 소독약 냄새가 떠다닐 뿐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출렁이는 소리가 가까이 들립니다.
장태주 :.........
이 낯선 땅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내고 있는 한 곳.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
장태주 :....
기숙사로 돌아오면, 잘 준비를 마친 마릴루가 거실에 앉아있습니다.
장태주 :나 왔어.
마릴루:(힐끗 보고 도로 돌아앉음) 늦었네
장태주 :주사 맞고 왔어.
마릴루:주사?!
장태주 :몰라. 무서웠는데 참았어. 기특하지? 돈가스 사줘.
마릴루:나 통장에 650원 있어서 못 사줘...
장태주 :650원 어치만 달라고 구걸해보지 뭐. (소매를 내려 팔을 가린다.)
마릴루:한 조각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게.
장태주 :참나.... 7500원어치만 먹어.
마릴루:...몰라, 그냥.
장태주 :..그건 그러네. (자꾸 사람 간질간질 하게 하네 이 기집애... 가만히 생각하니까 얄미워서 괜히 머리카락 북북 쓰다듬어줌)
마릴루:이게 생각해줘도 자꾸 이러네 (입 삐죽)
장태주 :그럼 그렇지. (머그잔 복복박박 닦음.. 아니 이거.. 말라붙었는데;)
마릴루:먼저 잔다. (설거지시키고 방으로 쌩~)
장태주 :어지르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고.. (궁시렁...)
마릴루:(자는척함;)
장태주 :(-_- .......)
마릴루:...안 자거든? (눈 슬쩍 뜨고 봄)
장태주 :(드르렁..)
마릴루:너.. 내가 모를 줄 알았지? 맨날 자기전에 내 험담하는데..
장태주 :(아씨 깜짝이야.. 갑자기 가까이 들이대고있어)
마릴루:.........
장태주 :맨날 눈은 무슨.. 고양이처럼 떠가지고
마릴루:...............................
장태주 :....(뭐야? 왜? 갑자기?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입술 위로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보이는 것도 없으면서 눈을 깜빡인다. 이 되바라진 타이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감도 안 온다.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 줄 아는 거야?)
마릴루:... (이 애는 역시 이상하다. 전부 다 받아주고, 전부 다 이해해 줄 것 처럼 굴어놓고. 세상 모든것이 변해도 단 하나 불변하게 머물러주겠다 선언하면서도 정작 제 마음 갈피 하나 못 정한 채 우두커니 서 있는 꼴이란.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정말 마음에 없는 말만 하는게 누군데?)
장태주 :... 난, (고작 도망치거나 숨을 곳이라고는 DOT가 내준 작은 방이 전부니까. 매여있는 신세니까. 라고 정당화 했던 것이 무색하게 파고드는 것이 무섭다. 하지만 정체를 알고 싶지도 않은 주사를 맞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광고 따위를 찍어 대며 유명인 놀이에 어울려주고, 그렇게 안전하다는 도심에 나타난 시체의 정체를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것들을 살아 숨쉬는 존재로서 견딜 자신이 없었다. 곁을 지켜주겠다고 해 놓고 정작 줄행랑 치고 싶어질 것 같아서, 정작 당사자는 사람 속이나 긁어대는 꼴이 우습기도 하고.. )
마릴루:.................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언어에는 거짓말만이 베어들어간다. 아무래도 이 관계는 염도높은 바닷물인듯하다. 파도가 들이닥치는 것 마냥 자신의 진짜 마음을 숨기고 외면하고 도망치고. 결국 꾹 꾹 눌러왔던 기분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물거품처럼 사그라든다. 종래엔 소금기 어린 물만 내보이는게 전부니까..)
장태주 :...너는 진짜 최악의 타이머야. (지금도 충분히 방해 중인 주제에 생색은? 손을 거두면 거두는 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이런 얼굴을 보여주면 거짓말이 들통날테니까.)
마릴루:언젠 뭐 좋았다구. ... (이제 훌쩍 커버린 뒷통수를 흘겨보고는 옆자리에 함께 몸을 눕힌다.)
장태주 :울긴 누가 울어? (선글라스 어디에 놨더라 ㄱ-;;)
마릴루:코맹맹이소리 하고 있으면서 허세는
장태주 :......자라 못난아.
마릴루:다시.
장태주 :못난이.
마릴루:........
장태주 :..........
잠자리에 들기까지 당신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두 눈이 조금 아렸을 뿐.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에 듭니다.
...
쮸님:소리가 안나와잉
똘비 (GM):이??
쮸님:내문젠가?
똘비 (GM):혹시 아래쪽에
쮸님:아됏다됏다
똘비 (GM):구웃
쮸님:네!!!!!!!!!
똘비 (GM):좋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밤이 깊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으면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시작됩니다
창틀을 타고 쏟아진 햇살이 침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자연스레 잠에서 깨면,
쮸님:
:저기요
쮸님:아 난 병약미소녀지 참..
장태주 :
:근육병약미소녀
오늘따라 유난히 몸이 가볍네요!
컨디션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오래 생각지 않아도 어제 맞은 앰플 때문이라는 결과에 도달합니다
장태주 :(뽀뽀해서인줄ㅋㅋ)
:ㅋ
장태주 :(-_-;)
:싫어. ㅇㅈㄹ햇으면서
장태주 :(하 몰라 짜증ㄴ ㅏ 진짜 호박주제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뜨면, 마릴루는 여전히 옆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항상 아침잠이 많았었죠
장태주 :이럴 줄 알았다 내가
마릴루:(흔들림없는 편안함.)
장태주 :(아오)
마릴루:(눈 감은채로 장태주 얼굴 챱 때림)
장태주 :악!
잠꾸러기를 제쳐두고 창밖을보면
오늘의 날씨는....
장태주 :
오... 창 밖으로 보이는건 첫눈인가요?
장태주 :(오..)
적은양의 눈이 포슬포슬 내려오고 있습니다.
장태주 :(마릴루가 눈을 보는 건 좋아한다고 했는데..)
마릴루:웃... (움찔..)
장태주 :어제 분명 니가 먼저 잠들지 않았냐..
마릴루:난 원래 잠 많아. (입가리고 하품..)
장태주 :미인은 잠꾸러기라더니... 근데 왜 넌 잠꾸러기만 하냐
마릴루:짜증나. 다시 잘 거야 (도로 이불덮고 누움)
장태주 :(저렇게 쬑금 내리면 눈사람은 못 만들겠지?) ... (창문 열어봄)
마릴루:읏 추워.. (이불 돌돌 싸맨채 얼굴만 빼꼼) 진짜 눈 와?
장태주 :내가 그런 거짓말을 왜 하냐?
마릴루:넌 맨날 거짓말만 하니까?
장태주 :내가 언제..
마릴루:아무튼, 오늘은 뭐 할거야?
장태주 :그러게.. 나가도 되나 오늘은?
마릴루:(끄덕.) 외출증 받으면 나갈 수 있어. 어디가려고?
장태주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네가 심심해보여서. (아침잠 다 깨워놓은 사람)
마릴루:또 책임전가한다... (흘겨봄..) ................음..
장태주 :(ㅎㅎ..)
마릴루:너 꽃다발 아직 안 샀지.
장태주 :잉?
마릴루:그 왜, 졸업파티때 하는 형식적인.. 그런거 있잖아.
장태주 :아..!
마릴루:우리만 없으면 너무 튈..거 아냐?
장태주 :그거.. (흘려들어서 까먹고있었따..)
마릴루:그것도 보는것만 좋아해. 키우면 금세 죽어서.
장태주 :(참나..)
두 사람은 근처 쇼핑몰로 꽃다발을 사러 가기로 합니다!
외출증을 받으면 근처로의 외출정도는 허가받을 수 있지만,
이미 광고며 촬영에 얼굴이 이곳저곳 팔린 몸이므로...
이동하기 전 은밀행동 / 변장 판정입니다!
장태주 :
:오;;
장태주 :(조낸 범죄자처럼)
:시발 ㅋㅋ
장태주 :아무도 신경 안쓰겠지?
검은마스크..눌러쓴 모자.. 검은외투...
씻고나온 마릴루가 '미친 깜짝이야' 같은 감탄사를 뱉어버리곤했지만....
완벽한 범인 행색입니다! 당신이 장태주임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거예요!
장태주 :(마릴루는ㄴ 뭘 입었나용)
마릴루도 무장을 단단하게하고.. 두 사람은 근처 쇼핑몰로 향합니다
장태주 :(귀엽다..)
마릴루:(좀 떨어져서 걸음..)
장태주 :(눈치못챔)
마릴루:.....................................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뭐.. 좋아하는 꽃 있어?
어색..서먹..한채로 당도한곳은
제4구역, 수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입니다.
여성 의류, 남성 의류, 유·아동 의류부터 신발, 가방 같은 잡화와 수공예품, 생활용품도 판매합니다. 지하에는 커다란 수족관이 딸려 있습니다.
두사람이 찾는 꽃집은 바로 1층에 위치해있네요.
마릴루:백합...? 생각해본적 없어서 모르겠어.
장태주 :백합... 좋지.
마릴루:사실 꽃다발같은 거, 받아보기만 했지 줘 본 적은 없어서 이름을 몰라.
장태주 :백합이 아니어도 하얀색이면 어울릴 것 같아.
장태주 :(말해놓고 민망함)
마릴루:그럼 너는이거 (끈끈이주걱 보여줌)
장태주 :-_-
마릴루:..저런거는?
장태주 :(네잎클로버 닮았다.)
마릴루: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장태주 :이게진짜
식품코너도있어요 ㅇㅇ
장태주 :(R)
마릴루:(ㅋ
장태주 :(식품코너로 휘적휘적 걸어감)
마릴루:(노간지페어)
아무튼 물건을 산다면, 재력판정! 인데
장태주 :ㅠㅠ
7500원
장태주 :.......
안에서 시세맞춰서사봐여,,,
장태주 :(애호박 하나 상추 한단 살게여..)
ㅠㅠ애호박과 상추한단을 샀습니다
장태주 :넌
마릴루:고오맙다... (ㅡㅡ)
장태주 :...-_-
마릴루:내가 너처럼 뒷끝쩔고 치사한줄알어?!
장태주 :네~~ 그러세요~
아무래도 순탄치못한 프롬파티가 될 것 같습니다...
둘은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실랑이를 하다 집에 돌아왔고...
어느새 저편으로 떨어지는 노란 태양은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예정에 없던 외출을 한 탓에 피곤할 수는 있지만, 몸 상태는 그다지 나빠지지 않습니다
앰플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정말 능력의 안정화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장태주 :(이상하단말야..)
DOT의 계략을 종잡기 어렵습니다
장태주 :(아 양말을 뒤집어신었었네.)
그렇다면 왜 능력이 텅 비거나 타이머를 만났을 때 투여하지 않았죠?
단순히 개발이 늦게 끝난 걸까요..
장태주 :(흠..)
하루를 몽땅 털어내도, 다음 날과 그다음 날도 평범하게 지나갑니다
의심은 눈덩이마냥 불어나가는데, 그것을 지워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슬아슬한 신뢰와 불확신 속에서 두 사람은,
...
처음 만난 초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겨울의 중턱에 접어들었습니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고개를 들이밀 때마다 새하얀 서리가 창에 앉고, 너테가 창틀을 뒤덮습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코끝이 시리곤 합니다.
장태주 :어우..추워
옷차림이 나날이 갈수록 두툼해지고, 바깥에 나가기는 꺼려지는 시기,
완연한 겨울 냄새가 납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매해, 타이머의 성인식을 겸한 졸업식이 열리곤 합니다.
본관의 식당을 비우고, 시시한 형광등 대신 화려한 샹들리에를 걸고, 산더미 같은 음식을 테이블에 쌓으면서요.
오늘은 유난히 음식이 풍성합니다.
익힌 자몽과 아스파라거스를 가니시로 곁들인 채끝 스테이크,
발사믹 소스에 조린 마늘을 얇게 썰어 장식한 꽃등심,
달콤한 데리야키 소스를 얹은 양고기 스테이크가 차례대로 그릇 위에 오릅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코코넛 쉬림프, 여러 가지 양념을 입힌 감자튀김.
한 입베어 물면 내용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펌킨 파이부터 라즈베리 파이,
블루베리와 치즈를 넣거나 얇게 저민 고기와 자극적인 소스를 때려 넣은 미트 파이까지. ...
파이끼리 겹쳐 쌓은 산이 당신의 눈높이와 비슷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치킨을 얹은 샐러드와 라코타 치즈를 얹은 샐러드,
자허 토르테와 일곱 가지 색깔의 크레이프 케이크,
딸기를 올리고 사이사이 절여 넣은 생크림 케이크.
세상의 모든 달고 귀한 것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장태주 :(이거 다 먹을 수는 있는 거야?)
먹어치울 것들이 잔뜩인 가운데, 홀의 끄트머리에는 끊임없이 황금색 술을 뿜는 분수가 서 있습니다.
장태주 :술..
도수 없는 사과 샴페인입니다.
장태주 :(그렇겠지)
마릴루:장태주오늘의 프롬착장뭐임?
장태주 :(평범.... ~~~ 한 연미복에 앞머리깜)
똘비 (GM):헐..
장태주 :(ㅅㅂㅋㅋ)
똘비 (GM):패션의완성은 얼굴이니까괸찮음
장태주 :(후하다..)
음식에서 시선을 떼면,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 차려진 음식 위로 부드러운 선율이 춤을 춥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차림새로 하나 둘 모여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머리를 땋고, 누군가는 넥타이를 매고, 누군가는 어깨를 드러낸 채로.
평소 같지 않은, 새로운 계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옆자리의 그입니다.
졸업식의 목전.
장태주 :.....
술 냄새가 겨울바람을 타고 물결치면, 테라스 너머로 첫눈이 종이 꽃처럼 나풀나풀 날리고...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연회가 열렸더라.
장태주 :야 호박.
마릴루:(말없이 장태주전신 훑어봄..)
장태주 :.....뭐, 뭐야..
마릴루:답지않게 머리도 까고..?
장태주 :에이씨.. (앞머리벅벅 내림)
마릴루:..! 왜!
장태주 :모, 몰라!
마릴루:(팔 내민다..)
장태주 :(손목에 상추로 만든 코사지 채워줌ㅋ..)
마릴루:...................................................
장태주 :하진짜.. 만든 보람이 있다 진짜..
마릴루:어제 늦게자던게 겨우 이거???? 만드려고??
장태주 :기특하지?
마릴루:짜증나!
장태주 :아!
마릴루:오늘 아는척 하지마! (쒹쒹... 혼자 저멀리 쌩 감)
장태주 :아 같이가~!
마릴루:몰라 바보야. 기대한 내가 바보지..
장태주 :......
마릴루:..................................................(입 비죽)
장태주 :........뭘 기대했는데?
마릴루:됐어, 짜증나 장태주.
장태주 :야! 말을 안하면 어떻게 아냐?
마릴루:......
장태주 :아, 아니..
마릴루:(발 퍽!! 밟고 홀 밖으로 튐!!)
장태주 :(아!!)
풀썩! 주저앉고있으면 주변엔 각자의 페어들이 꽃을 주고받고, 춤을추고 있는 광경이 보입니다.
때마침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네요.
제 7시 페어가 손을잡고 앞으로 나옵니다.
경쾌한 박자, 발랄한 음계. 왈츠입니다.
퍽 익숙한 멜로디군요.
분명 제목이...
장태주 :
겨우겨우 수업시간에 들었던 기억을 되살려냅니다...
장태주 :........
어쩌구 라우스의... 봄의 왈츠, 였었죠.
곡의 제목처럼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았습니다.
구원자들은 박자에 맞추어 걸음을 옮깁니다.
어깨를 감싼 손과 허리를 끌어안는 팔, 익숙하게 스텝을 밟는 구두 굽 소리,
시샘 추위에 파르라니 떠는 꽃잎처럼 활짝 펼쳐지는 드레스의 치맛자락……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낭만적인 순간입니다.
...............................정작 당신은 동화 바깥에 있지만요.
장태주 :...............
분명 입구쪽으로 달려나간것 같은데, 그 다음엔 어디로 갔는지 당최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장태주 :(마릴루를 찾아봐용....ㄱ-)
찾아볼 장소를 선언하고 행운판정 해봅시다!
장태주 :(복도로 나가봅니다!)
후다닥뛰어나온 복도는 싸늘합니다...
어렴풋 복도끝 화장실 근처에서 두 사람의 인기척이 나는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찾는이는 아닐겁니다.
장태주 :............
아뭔가..가면 불쾌해질것같은 본능이?
듭니다
장태주 :아니..화장실에서 뭘 하는 거야? ㄱ-;;
장태주 :
복도에서 다시 홀로 들어오자, 왈츠곡은 경쾌하게 샹들리에를 스쳐 지납니다.
장태주 :(나 빼고 다 즐거워보이네..)
시간은 무르익고, 모두가 편안해보이는 분위기입니다.
멈춘듯한 공간을 가르고, 테라스로 발걸음을 향하면...
익숙한 등 뒤로, 소복하게 쌓인 눈의 언덕이 보입니다.
눈은 소리 없이 내리므로 눈 깜짝할 새 이만큼 쌓여있곤 했습니다.
겨울은 안식의 계절.
세상을 뒤흔드는 재난과 재앙도 잠시 숨을 돌리는 시기예요.
장태주 :(언제 이렇게 내렸지..)
종종 타이머와 카운터의 손길을, 발걸음을 구하던 이들도 잠잠했습니다.
장태주 :야, 많이 화났어? (뒤에서 툭.. 건드림)
마릴루:(테라스 난간에 디저트 접시 놓고 먹고있다가 뒤돌아봄... )
장태주 :뭐야?
마릴루:... (킁) 아, 아야야...!
장태주 :뭐야.. 울었어?
마릴루:누가 태평하다 그래?! 어차피 파트너라는 자각도 없으면서.
장태주 :......
마릴루:...............내 탓이라고? (째려봄)
장태주 :아 미안하다고......... (주눅들어서 바닥 봄)
마릴루:... (입에 머핀하나 꾸겨넣음)
장태주 :(우적우적...)
마릴루:.....
장태주 :아, 아닌가? (화장실 간 애들 생각남)
마릴루:응?
장태주 :..암것도 아냐;;
마릴루:....
장태주 :아무튼 그렇다고.
마릴루:출..거야?
장태주 :파트너 자각도 없는 바보멍청이등신새끼라도 괜찮으면??
마릴루:..(갑자기화나내)
장태주 :무..뭐?!
마릴루:왜? 대리 파트너해달라고하면
장태주 :...........................
마릴루:...........나랑 춤 출 거면, 파트너로서 추라는 소리야.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치.. 자기는 뭐 잘 하나... (그래도 기분 쫌 좋은듯)
마릴루:코사지로 상추 주는애보단 낫거든?
장태주 :이거 봐. 뒤끝 있잖아.
마릴루:....
장태주 :으악!
마릴루:... 흥.
장태주 :(손 잡고 댄스 플로어로 들어가..는데...)
마릴루:너, 너도 마찬가지잖아!
장태주 :.....
마릴루:........춰, 춰본적 없어. 그러니까 제대로 에스코트 하라고 했잖아.
장태주 :..........
마릴루:못미더운데..
장태주 :나도 몰라. (자리잡는 거 보고 대충 리듬에 맞춰서 발을 옮겨본다.)
하나 둘 발걸음을 옮기면...
샹들리에의 빛 망울이 머리 장식에 부딪혀 찬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장태주 :............
분명 아까까지 함께 겨울바람을 맞고왔건만, 품 안에 가까이 닿은 몸은 지나치게 따뜻해 놀랄 지경입니다.
한껏 고양된 감각에 취한 사이,
장태주 :
순간 스텝이 엉키더니..... 으악!
발끝이 밟혀버리고 맙니다.
이 부분에서 한 바퀴 돌았어야 했는데, 잊어버렸거든요.
장태주 :으악!
마릴루:꺅!!!!!
장태주 :밟힌 건 난데 왜 니가 놀라?
마릴루:알고 밟는거랑 모르고 밟은거랑 다르니까...
장태주 :(사실 내 실수긴 한데.. 암튼 아프다)
마릴루:(빙글빙글)
장태주 :아(재밌다.. 몇바퀴 더 돌려봄)
마릴루:??? ????
장태주 :(ㅋ... 원래 땐스씬은 애드리브야)
마릴루:그, 그만... (어지러서 휘청;)
장태주 :(내친김에 로봇댄스도 춰봄)
마릴루:(로봇댄스가뭐야)
장태주 :(뚝딱뚞)
마릴루:....
장태주 :나 좀 멋있지
마릴루:어디 고장난거같애
장태주 :.......
음악을 따라 합을 맞추기를 여러 번,
어느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궤도에 오릅니다.
사실 졸업식이라고 해봐야 별달리 설렐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
자유는 축소 당하고, 책임은 멍에가 되며, 의무는 발목을 잡겠죠.
마땅히 휘두를 수 있는 권리도 마뜩잖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
언젠가, 두 사람은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혹은 빨리 어른이 되길 잘했다고 안도하게 될까요?
알 수 없는 미래만 남은 가운데, 유난히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분 탓이라기엔 미묘하게 공기가 느슨합니다.
이 순간에 우리를 붙잡고 싶은 것처럼……
꼭 시간에게 자의라도 있는 듯.
장태주 :.......
마릴루:힘들어~ 이제 좀 쉬자. (춤 잔뜩 추고 대충 근처 소파에 늘어짐)
장태주 :내 춤 진짜 별로였어? (옆에 앉으며..)
마릴루:아까 그 고장난 로봇 춤?
장태주 :아진짜 ㄱ-
마릴루:12시?
장태주 :............
마릴루:(ㅋ)
장태주 :...
마릴루:야.
장태주 :...왜.
마릴루:....그게아니구
장태주 :..그럼?
마릴루:그래도... 샀으니까 가져. (백합꽃으로 된 부토니예 옆에 던져둠)
장태주 :어..?
마릴루:챙기는건 나밖에 없지?
장태주 :넌 진짜...
마릴루:진짜, 뭐.
장태주 :이럴 거면 말이나 곱게 하든가.
마릴루:...할 말 없어?
장태주 :....................
마릴루:............................(힛죽...)
장태주 :.....
마릴루:버린거 아니거든?!
장태주 :아!
마릴루:내가 뭘? (미간 더 패임..)
장태주 :미간으로 모기도 잡을 수 있겠다? (미간 꾹...)
마릴루:그, 그걸 나한테 물어봐도..
장태주 :뭐야, 자기도 모르면서.
마릴루:........
장태주 :.................................................................
마릴루:................(인상 팍!!)
장태주 :아 진짜
마릴루:됐어. 짜증나.
장태주 :마릴루.
마릴루:...좀 한번에 하면 어디 덧나?! (왁왁)
장태주 :아, 안 나오는 걸 어떡해!
마릴루:꼭 그렇게 한마디씩 해서. (등꼬집)
장태주 :으악~!
마릴루:...흥, 억지로 한건 안 쳐.
장태주 :.......... 어..... (빤히 보다가 웃음을 터트린다)
마릴루:....! 왜, 왜 웃어..!
장태주 :그냥, 네표정이 너무..
마릴루:내 표정이 뭐!
장태주 :귀엽다고 하려고 했는데.
마릴루:................................
장태주 :... 아까 너 찾느라고 돌아다녔더니 감기라도 걸렸나 보다. (어른이 되면 많은 게 바뀔까? 이런 모습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마를 짚은 손을 끌어다 잡는다.)
마릴루:절대 안해줄것처럼 굴더니만... ... (툴툴거리면서 잡힌 손을 꼼지락거린다.) ...근데, 싫어도 해야 되는 거 하나 남았어.
장태주 :?
마릴루:꽃 선물했고, 축하한단 말도 했으니까...
장태주 :뭔데?
마릴루:....됐어, 모르면 말아.
장태주 :바보.
마릴루:...?
장태주 :(아무것도 없는 뺨을 들여다 보는....척 하면서 입술 위로 가볍게 입 맞추고 떨어진다.) 잘못 봤나?
마릴루:...! ... ... (화악 달아오르는 뺨에 아랫입술을 한번 꾹 물었다가) 지, 진심이 안 담기면 무표라는데, 제대로 담은거 맞아?
장태주 :......... 불안하면 한번 더 하지 뭐. (그러고는 한번 더 입 맞춘다. 눈까지 감은 폼이 사뭇 진지하다.)
마릴루:.........(어떡하지. 이렇게 진지하게 분위기 잡은 거, 처음인거 아냐? 낯선감각에 속이 간질거린다. 가까이 엉겨붙은 숨소리가 너무커서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가, 여전히 붙들린 손가락을 몇번 꼼지락거리기도 하고.)
장태주 :(떨어지는 입술이 아쉬워 감았던 눈을 느리게 뜬다. 우리는 정말 어른이 되는 건가? 정말 미래 같은 게 있을까? 이제는 아무도 종말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도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한 것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구원자니 뭐니, 떠받들여지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일 것이다. ..그냥 마릴루의 생각을 하자.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분명한 것은 눈 앞에, 내 손에 붙잡힌 채로 앉아있다. 아, 그렇구나. 마릴루는 이런 게 두려운 거야. 가까이 붙어있던 숨결이 멀어지는 것. 죽음이라는 건 이런 방식으로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거였어.)
DOT에서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기묘한 위화감과 애매한 기시감은 중첩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넘겼고, 두 번째에는 세계의 멸망이라 여겼으며,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자신의 정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새파란 장미도, 아치문도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도 축제의 그 날이 마지막이었어요.
시간은 다시금 멈추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여전히 그 일의 주모자를 모릅니다.
그것은 무엇이 안배한 발견인가.
카운터에게 자신의 근원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래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그날의 파란 장미가, 시곗바늘이 가리킨 것이 불가능이었는지 기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졸업축하해, 진심담은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면.
끼익, 의문 틈새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들어온 것은 정복을 차려입은 하인리히 장교였습니다
리슬러 부관은 꼬리처럼 그 옆에 선 채, 품 안 가득 꽃을 안고 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충분히 즐기고 있으신가?
장태주 :.......
하인리히 장교는 여유롭게 웃으며 샴페인으로 목을 축입니다.
이런, 논 알콜이군. 덧붙이는 목소리가 퍽 아쉬운 듯했습니다.
그는 상투적인 문장으로 서두를 엽니다.
하인리히 장교:우선, 졸업을 축하하네
어떤 기회도, 자유도 없는, 선택을 박탈당한.
축하해줄 사람 없이 형식적인 졸업장만 끌어안게 될 졸업식이건만,
그에게는 감회가 퍽 새로운 모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타이머와 카운터로서, 자네들이 받는 기대와 애정, 지지가 어떤 것인지 좀 실감하나?
짐을 얹어주겠다는 티가 노골적인 질문입니다.
이전 세대 타이머가 가지고 있던 책임감도 이런 식으로, 눈처럼 한 겹씩 쌓여 갔겠죠.
시선은 집요하게 당신을 좇습니다.
장태주 :.......(바닥만 본다.)
대답이 돌아오든말든, 그는 아랑곳않고 큰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자네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제일 큰 팬으로서 보내는 축하 선물일세!
하인리히 장교가 드디어 한 걸음 물러섭니다.
리슬러 부관이 두 사람에게 꽃다발을 안겨줍니다.
꽃은 계절을 잊고 흐드러졌습니다.
장태주 :.....................
사랑을, 순결을, 헌신과 매력을 상징하는 향기가 홀을 떠돕니다.
새파란 장미 향기와는 전혀 다른, 희미하고 은은한 향기였습니다.
누군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 포장지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고,
하인리히 장교:본격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네들에게도 더 많은 임무가 부여되겠지.
진부한 당부가 마지막까지 쫓아옵니다.
하인리히 장교:흠, 그리고...
장태주 :?
소속과 인식 번호가 적힌 군번줄 입니다.
장태주 :아..
하인리히 장교:잘 어울리는군.
은색 표면이 매끄럽게 빛나고, 패인 각인이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장태주 :(목이 무겁다..)
일정이라도 있는 걸까.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한 그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리고, 일러둘 것들이 몇 가지 있어
하인리히 장교는 마찬가지로, 군에서 지급한 휴대폰의 연락 제한 또한 풀리리라고 선언했습니다.
그 말은 즉……외부와 연락이 가능하단 소리일 텐데.
장태주 :(어차피 연락할 사람도 없는데)
카운터의 가족이, 고향과 과거가 이 별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어른들과 DOT,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이 문장이 무척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띵동.
마침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장태주 :..........
[외부와의 연락이 허가되었습니다. 군내 기밀을 유출할 경우 군법에 의거, 합당한 처분을 받게 되며······]
길고 긴 안내사항입니다.
첫 줄이 특히 눈에띕니다.
……답장이 올 리가 없는데. 휴대폰을 쥔 손가락이 머뭇거립니다.
연락해볼까?
기대했다 되려 실망하는건 아닐까?
장태주 :......
여러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장태주 :(말자. 연락이 돌아오더라도 누가 거짓말로 꾸며낸 거라고 생각하면 좀.. 징그러우니까)
카운터들의 반응을 살피던 하인리히 장교가 마지막으로 스치듯 제안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리고…… 볼 일이 있어 당분간 12구역에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네
순간, 옆에 앉아있던 마릴루의 눈이 커집니다.
12구역은 분명…
장태주 :
언젠가 들은 적 있어요. 그의 고향이었죠.
장태주 :.....
마릴루:(마찬가지로 태주의 표정을 살피려 고개를 돌렸기에 눈이 마주친다.)
장태주 :(어깨 으쓱..)
마릴루:(고민하는듯 하다 고개 끄덕인다)
하인리히 장교:좋아, 그러면 그렇게 알겠네. 각자 파트너들과 마저 좋은 시간 보내고… 내일 보지
그들이 돌아간 뒤에도 음악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밤도 이제 막 무르익고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원하는 만큼 방종을 누리고, 새해의 종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떠나보냅니다.
장태주 :........
영원할것만 같던 시간도, 흐름을 붙잡을 방도는 없었나봅니다.
개인실에 돌아가면 새 제복이 기다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멸망한 세계였습니다.
...
...
...
장태주 :;;;;
:간단한 ... 근황? 같은걸
장태주 :근황?이랄게 잇을라나
:연락을안해도
장태주 :음...
장태주 :이새끼들
:헐...
:.............
장태주 :보험금은 나오나요
:..나?
장태주 :근데 머..
:그치
장태주 :구라인거
:웅
장태주 :ㅇㅇ..
:...
장태주 :몰랏으면 식음전폐햇겟지만
:쩝,,
장태주 :ㅅㅂㅋㅋㅋㅋㅋㅋㅋ
:ㅠㅠ우
장태주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여그럼그런느낌으로...
오후 느즈막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어 나를 버스가 DOT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바다에 데려가 주겠단 하인리히 장교의 약속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운전사와 리슬러 부관이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장태주 :
가까이 다가가면, 운전사와 리슬러 부관이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역시…… 두고…… 낫지 않……”
“괜찮습니다. 이미 일차적인…… 그냥……”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 않지만, 표정은 사뭇 심각해 보입니다.
장태주 :(뭘 저렇게 쑥덕대?)
부관은 다가오는 타이머와 카운터를 발견했는지,
사람 좋게 웃으며 운전사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리슬러 부관이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사라지고, 운전사가 우리를 부릅니다.
“타시죠.”
장태주 :...(음침한 영감탱이...라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탐)
마릴루:(옆좌석에 탄다)
버스에 타면, 좌석마다 간단한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물과 음료수, 주먹밥과 과자 같은 것들입니다.
긴 운행을 대비한 수면 안대나 담요도 있습니다.
덜컹, 덜컹.
장태주 :......
밤을 가르고 차가 도로 위를 내달립니다.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창밖의 풍경이 바뀌어 갑니다.
수도의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스쳐 지납니다.
장태주 :(창 밖만 바라본다. 처음 보는 풍경......)
수도를 제외한 구역을 가보는건 처음인가요?
새삼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태주 :(이왕 과거를 지어낼 거면 도시 출신이라고 해주지.)
보랏빛과 쪽빛으로 오묘하게 물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납니다.
제4구역과 제12구역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차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재빠르게 달려나갔습니다.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를 실은 차 안은 조용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의 차는 따로 있었으므로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운전사도 말이 없습니다.
장태주 :.......
마릴루:(담요덮고 안대끼고기대있음)
장태주 :...............
마릴루:그..그렇게까진?
장태주 :(쩝..)그래.
마릴루:..근데 카운터들 말야, 뭔가 너랑 다 닮은것같기두..
장태주 :그런가..
마릴루:응?
장태주 :역시 타이머들 중에서
마릴루:...내가 그 소리 할 줄 알았다
장태주 :(ㅋㅋ)
마릴루:나는 7시 카운터가 친절해서 좋던데.
장태주 :............
마릴루:당연한거 아냐?
장태주 :지루하잖아..
마릴루:원래 지루하고 재미없는게 젤 성실한거야 바보야.
장태주 :...........
마릴루:악!
장태주 :난 심술맞고 못생긴 게 좋던데.
마릴루:취향 특이하네?
장태주 :..................
마릴루:(메롱)
장태주 :(창 밖으로 고개 돌려버림)
마릴루:이런걸로 삐지냐~?
장태주 :삐지긴 누가?
그렇게 2분이 지나면……
연 창문으로 따가운 겨울바람이 쏟아집니다.
슬금슬금 소금기가 배기 시작한 것이 바다가 지척에 있는 듯했습니다.
어렴풋이 파도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장태주 :......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쏴아아, 쏟아지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창에 서리가 서리기 시작합니다.
마릴루:.... (엣취)
장태주 :(창문 닫아줌..)
마릴루:춥다...
장태주 :거의 다 왔나보네..
마릴루:그러, ... ...아!
장태주 :?
마릴루:...저거! 내가 말했던 등대.
창 너머, 저 멀리에 덩그러니 선 등대와 방파제를 쌓아 올린 테드라 포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흰 새들이 아직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바다를 헤매고 있습니다.
완벽한 겨울 바다의 풍경입니다.
끼익,
장태주 :.........
느리고 끈적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차가 멈춰 섭니다.
하인리히 장교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대신 차를 완전히 주차한 운전사가 당부를 대신 전합니다.
운전사: 장교님과 부관께선 먼저 들릴 곳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차 너머로 커다란 숙소가 보입니다.
늦은 밤임에도 방마다 불이 켜져 있어 화려하게 반짝이는 호텔이었습니다.
퍽 높이 솟아 있네요.
고개를 다 들어도 까마득한 그것은, 바닷가 근처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빌딩만큼의 높이를 자랑하는 등대가, 두 선물 사이에 오두막이 하나 있으며,
바로 아래 절벽에선 모래를 적시며 바다가 긴 호통을 칩니다.
파도가 이만큼 왔다가 저만큼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파도는 꼭 바닷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공기가 차가운 탓에 오래 나와 있는 건 고역이 될 테지만.
운전사: 휴식을 위해서 방문한 만큼.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전달받았습니다
깍듯하게 인사하고 운전사가 먼저 떠나자, 파도만 한층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머리 위에서 새가 까악까악, 안 어울리는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장태주 :.........
귀소본능이 없는 건지, 길을 잃은 건지 모르겠어요.
마릴루:(콜록, 기침하며 챙겨온 목도리를 여민다)
장태주 :....감기야?
마릴루:(절레절레) 감기는 아닌데. ..안 추워?
장태주 :겨울인데 당연히 춥지.
마릴루:12구역, 여름은 엄청 덥고 겨울은 엄청 추우니까.
장태주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네..
마릴루:그치?
장태주 :넌 가족들이나 뭐.. 친구들 안 만나봐도 돼?
마릴루:지금 시간이면... (휴대폰 시계 흘끔) 엄마는 일 나갔을거고. 아빤 원래 없어.
장태주 :(흠..)
마릴루:그리고, 내가 놀러나가면 넌 차에서 손이나 빨고있게?
장태주 :뭐 어때, 오랜만에 왔는데 못 보고 가면 아쉽잖아.
마릴루: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
장태주 :......(손 잡음) 응.
마릴루:겨울에와서 그래. ......여름이랑 겨울밖에 없긴 하지만.
장태주 :
마릴루:(손을 잡고 천천히 해변가로 거닌다)
날씨 탓일까.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두 사람이 거닌 발자국만 도장 자국인 양 바닥에 남아있습니다.
장태주 :(온통 차가운 날씨에 맞잡은 손만 따뜻하다.)
밤하늘과 맞닿은 수면의 경계선을 구별 할 수가 없어서, 위와 아래가 뒤집힌 것처럼 보입니다.
마릴루:있잖아.
장태주 :(물이 진짜 많네... 1시의 타이머 아니랄까봐 고향도..)
마릴루:나 지난세대 타이머 본 적 있다?
장태주 :진짜?
마릴루:DOT에 들어오기 전에.
장태주 :...뭔데?
마릴루:기억이 가라앉은 바다
장태주 :.........
마릴루:근데 이상하게 시체는 한 번도 못 봤다? 파도가 쓸어간건지, 아니면 정말 사라져버린건지 모르겠지만.
장태주 :그게 그 사람이었어?
마릴루:(끄덕인다.) 좀 뒤늦게 알았는데..
장태주 :.....
마릴루:도와... 달라고.
장태주 :......그 사람도 바다에 떨어졌어?
마릴루:...응.
장태주 :....
마릴루:DOT는 어떻게 알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집에 왔는데...
장태주 :....
마릴루:죽는 건 무서워.
장태주 :...........
마릴루:(해수면으로 두어걸음 가까이 다가가다, 일순 멈춰선 채 뒤를 돌아본다.)
장태주 :(그런 말을 하면서 돌아보는 모습이 모순적으로 그 풍경과 하나가 된 듯 어울린다.)
마릴루:왜? 나는 너처럼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니까?
장태주 :..... 응, 근데 그냥.. 그러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고.
마릴루:.... ( 마주보고 나란히서니 상대의 가슴팍이 시선끝에 닿는다. 키가 언제 이렇게 큰 거야. ... 작게 볼멘소리를 내며 그 품에 고개를 기댄다. ) 바보 아냐? 내가 왜 처음에 널 싫어했는데.
장태주 :.......
마릴루:... ... 이렇게 다 망가지고나서야 네가. ...너를.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조금 더 어릴 땐 네가 날 보잘것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마릴루:.............
장태주 :........
장태주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왜 방금 전의 마릴루가 이 해변의 일부처럼 보였는지 이해해버렸다.)
마릴루:...그러면 됐어.
장태주 :.......
순간 오한이 불었습니다.
겨울바람치고는 차가운그것은, 짭조름한 바람을 타고……
장태주 :
장미 향기가 스며듭니다.
염분이 짙은 땅에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장미가 필 턱이 없는 곳이에요.
그러나 향기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절벽 아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린아이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바다로 내던지고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에 이리로 흘러든 듯싶습니다.
장태주 :........
이제 막 열 살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어린아이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립니다.
아이는 눈을 내리깔고 수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종 찬물이 신발을 적시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신발의 둥근 앞코에 거뭇한 물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한참 울었는지 눈가가 불그스름합니다.
오래 나와 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야, 코끝도 그랬으니까.
장태주 :(저애도 사랑하는 사람을 바다에게 빼앗겼을까?)
두 사람의 인기척에 아이는 고개를 듭니다.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아이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당황하는 법 없이, 짧게 고개를 까닥입니다.
아이답지 않은,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든 행동이었습니다.
이 얼굴. 분명 어디선가...
장태주 :...?
장태주 :
며칠 전 TV속에 나온 그 피해자와 똑 닮은 얼굴입니다.
장태주 :.....
그리고 분명... 코마니호수에서도 한 번 봤었죠.
어린 아이:아빠한테 인사를 하러 왔어요.
한참 말이 없던 아이는 마지막으로 꽃다발을 품에 꽉 끌어안습니다.
어린 아이:우리 아빠가 여기에 있거든요
아마 화장한 후, 유골을 바다에 흩뿌린 모양이에요.
요새는 꽤 흔한 장례방식이었고, 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는 방식도 퍽 흔한 것이니.
아빠의 죽음을 추모하러 온 건지,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이의 바람을 알 것 같았지만, 확실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장태주 :....
본인조차도 어느 쪽이 우선인지 구별할 수 없을 테죠.
장태주 :아빠가 좋아하시겠다. (이미 죽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할지, 생각이나 하기는 할지 알 수 없지만 예의상 대답해줬다.)
어린 아이: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장태주 :일?
어린 아이:아빠에게, 아직도 나보다 중요한 것이 뭐였는지 모르겠어요....
장태주 :.....
두서없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어린 아이:응.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어요
장태주 :.......
몇 송이 남지 않은 장미를 꺾다가, 아이는 이쪽을 바라봅니다
어린 아이:있잖아요, 장미로 만든 아치문을 본 적 있어요?
장태주 :.....!
어린 아이:..맞구나.
대화 끝에, 아이는 고개를 숙입니다. 어느새 모든 꽃송이는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파란 물결과 파란 꽃잎. 한데 어우러져 경계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어린 아이:사실, 언니랑 오빠들을 만나려고 기다렸어요.
물끄러미 고개를 든 아이가 당신에게 작은 상자를 건넵니다.
어린 아이:아빠가, 마지막으로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장태주 :..이게 뭐야?
어린 아이:팔 떨어질것 같아요
장태주 :아!
당신이 상자를 받으면 아이는 배시시 웃습니다.
어린 아이:고맙습니다.
장태주 :조심히 가.
툭툭, 신발에 묻은 모래를 걷어낸 아이가 꾸벅 인사하곤 저 멀리 달려가 버립니다.
장태주 :(상자를 흔들어본다.)
흰 상자에는 어떤 무늬도, 글씨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왜 이것을 전하라고 한 걸까요?
장태주 :(이게 뭐지..)
마릴루:찝찝한데...
장태주 :뭐 설마
뚜껑을 열자, 제일 위에 놓인 것은 사원증이었습니다.
장태주 :?
세 번째 보는 얼굴입니다.
첫 번째는 지하 2층의 기억 속에서,
두 번째는 모자이크로 엉망이 된 뉴스 속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
여태까지 본 얼굴 중 제일 선명합니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었습니다.
장태주 :..........
선량한 얼굴의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까전의 아이와 똑 닮은 얼굴이에요.
...
상자에는 장미 향기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속은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단출했는데,
사원증 옆에 누워있는 것은 익숙한 그 앰플 뿐입니다.
두 사람이 지하 2층을 목격하지 못했노라면 도저히 눈치챌 수 없는 내용물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근원을 알려주고, 앰플을 연구하길 바랐던 걸까요.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우연이었을까요?
DOT의 수작이었던 가요?
그도 아니라면 제3의 계획 중 하나였던 걸까요?
불친절한 선물은 오히려 의심만 가중합니다.
앰플 속의 그 파란 액체는 여느 때처럼 느릿하게 흔들립니다.
장태주 :이거... 그 때 맞았던 약이다.
마릴루:응?
장태주 :나만 호출 받았을 때 말이야.
마릴루:아. .... (상자 안을 물끄럼 본다)
장태주 :잘 몰라.. 말로는 능력을 안정 시켜준다고 하던데..
마릴루:나는 그런거 받은 적 없는데...
장태주 :(병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당신이 앰플이 담긴 병을 만지는 순간,
미끄러진 그것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장태주 :으악!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파도가 고개를 듭니다.
마치 바닷속에 잠자는 괴물을 깨우기라도 한 것처럼 커다란 파도였습니다.
파도가 순식간에 타이머와 카운터를 쓸어가고,
철썩, 바닥을 내리치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장태주 :...!
축축하게 젖은 모래만 남았을 뿐.
장태주 :..........
...
...
...
천지에 짠 내음이 가득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천장과 바닥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고,
흰 포말 터지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망망대해에 난파된 배처럼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휘둘리며 사지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바다에 빠져 죽는 감각이란 이런 것인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숨을 쉴 수 없으나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때.
깜빡.
불을 켜는 것처럼 눈이 떠집니다.
눈꺼풀을 파르라니 털면 소금기와 물기가 후두두 털려 나갑니다.
조금 따가운 것도 같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방금, 앰플이 깨졌고, 바다가 요동쳤으며, 파도가 휩쓸더니……
장태주 :허억..
두 사람이 눈을 뜬 곳은 아주 작은 섬입니다.
한달음에 섬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커다란
장태주 :이게 무슨,
마릴루:헉, 콜록. 콜록.... (짠 바닷물을 뱉으며 일어난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밤과 겨울, 바다와 모래. 모든 구성 요소는 똑같았으나, 그 무엇도 같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에는 별 대신 먹구름이 가득했고, 바다는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새까맸고,
모래는…… 질척거립니다.
장태주 :...........
바람이 불 때마다 휘이잉, 길고 가느다란 곡소리가 났습니다.
파도가 키만큼 솟았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디를 둘러봐도
배며, 사람, 마을, 우리가 타고 온 차라거나 묵기로 한 호텔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바다, 바다, 바다뿐입니다.
마릴루:방, 방금 뭐 한거야..?!
장태주 :....나도 몰라!
어두워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장태주 :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캄캄했던 섬의 외각이 드러납니다.
섬의 테두리, 질척한 회색 모래 위로 낡은 배가 쓰러져 있고,
그 위로 사람의 뼈 같은 것이 굴러다니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불길한 예감에, SanC(0/1).
장태주 :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배라곤 해도 어찌나 오래되었던지 먼지가 자욱하고, 손을 대면 부스스 부서지는 수준입니다
무엇 하나 성하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고 돌아가기엔 거친 바다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타고 갈만한 배도 아니에요.
영문을 알 수 없어 주위를 둘러보면, 등대에 쓰여있는 숫자를 발견합니다.
……배의 파편과 시체의 뼈, 검고 자욱한 안개 같은 먹구름, 거세게 흔들리는 성난 파도까지.
장태주 :13...?
장태주 :
마릴루:설마....
제13구역이라니. 제12구역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살아서는 갈 수 없다는 곳이 아니던가요..?
장태주 :...........
마릴루:우리 죽은거야???? (우뚝섬)
장태주 :아니,
마릴루:아파 바보야!!!!
장태주 :그치?
마릴루:....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그래 일단.. 보이는 게 저거 뿐이니까.. (마릴루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등대 쪽으로 나아간다)
손을맞잡은 채 어둠속을 나아갑니다.
등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와 파도 소리만 몇 번이고 메아리쳤습니다.
장태주 :(마치 들어오란 듯이..)
마릴루:..으스스해.
장태주 :....들어갈까?
마릴루:... (끄덕인다)
장태주 :(한숨을 한번 깊게 쉬곤 등대 안으로 들어간다.)
등대 안에는 나선 모양의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습니다.
소라의 껍데기처럼 둥글게, 둥글게……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엘리베이터도, 내려가는 계단도 없으므로 올라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넌 진짜.. (옆구리에 짐짝처럼 덜렁 끼고 올라감;;)
마릴루:잉.... (대롱대롱..)
섬의 광경과 달리 등대만은 새것처럼 깨끗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13구역이라면…… 등대는 누가 세운 걸까요?
어떻게 이런 곳에 등대를 세운 거죠?
반지르르한 난간은 깨끗하기 짝이 없어서,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마지막 층에 도착할 때까지, 회칠한 벽은 깨끗했고, 나무 계단도 얌전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외려 불안을 부추깁니다.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돼지라고 별명을 바꿔야겠어...
마릴루:죽을래 진짜!
장태주 :아니면 쌀포대..
마릴루:조용히하면 반은 간댔다...
오르고 올라, 마침내 가장 높은 층에 도착합니다.
제일 먼저 탁 트인 바다가 보입니다.
장태주 :.......
주위는 여전히 어둑어둑합니다. 구경할만한 풍경도 없지만요.
여태까지와 달리 바닥은 먼지가 자욱합니다.
마릴루:먼지가.. (콜록)
장태주 :(왜 여기만 이렇게 드럽냐..)
마릴루:장태주같다 o0(그러게)
장태주 :-_- 돼지.
마릴루:(-ㅅ- )
등대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등대에는 여전히 타이머와 카운터 뿐이었고, 바다는 황량했습니다.
장태주 :....... 진짜 뭐야.
수면은 너무 어두워서, 여태껏 가라앉았을 모든 것들을 완벽히 숨기고 있습니다.
어두운 사위에서 당신은 ‘그것’을 발견합니다.
장태주 :..?
갈 데 잃은 시선이 발끝으로 떨어집니다.
왜 이 곳만 이렇게 드러운걸까요..
장태주 :
으악!
주변이 어두운탓에 그만 엉덩방아를 찧어버립니다
hp-1
넘어지면서 고개를 젖힌 당신의 눈에 천장이 들어옵니다.
장태주 :-_-;;
흰 천장에는 기묘하게도 먼지 한톨 앉지 않았습니다.
천장은 깨끗하건만 바닥은 엉망이라니.
장태주 :누가 먼지를 뿌리기라도 했나..
...어쨌건,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장이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천장에는
장태주 :?
마릴루:바보.
장태주 :아니,
마릴루:응?
장태주 :위대한 발견이라고 해주라.
마릴루:이게 뭐길래..
제0구역부터 제13구역까지……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입니다.
세계의 위, 구역마다 파란 장미가 한 송이씩 피어 있습니다.
생생하게 피어난 모습이, 여름의 한 조각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장태주 :........
날은 이토록 싸늘하게 얼어가고 있건만……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장태주 :
……정말 당신이 배워온 지도가 이렇게 생겼던가요?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무언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장태주 :...(뭐지?)
묘한 기시감은 장미로부터 오는것이 틀림없습니다.
장태주 :(천장에 손이 닿나??? 만져보고싶따..)
장태주 :
천장이 생각보다 낮아서인지, 그간 키가 컸기 때문인지, 쉽사리 천장에 손을 닿을 수 있습니다.
세계의 위, 손끝을 따라 피어있는 파란 장미는 정확하게 14송이가 피어있습니다.
아니, 만개한 것이 14송이고 그 옆에 피어나는 새 봉오리까지 치자면 정확히
그것이 놓인 위치들을 바라보자면……
장태주 :(뭐야..)
장태주 :
:지능으로 굴려도됨
장태주 :
불규칙하기 짝이 없습니다. 구역마다 피어있지만, 지도만으론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장태주 :공부좀 할걸..
아, 조금 더 열심히 배워둘걸! 후회가 막심합니다.
마릴루:...멍청이 아냐?
장태주 :........너는 뭐.. 아냐?
마릴루:....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어떻게 돌아간담......
마릴루:....몰라, 이 바보.
장태주 :......아주 상전이야. (겉옷 벗어서 삭삭 닦아냄;)
겉옷으로 삭삭 바닥의 먼지를 쓸어버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계입니다.
발 아래 그려진
오히려 오래도록 관리되지 않은 건지, 드문드문 지워지고 번지기까지 했습니다
장태주 :...?
마치 멸망한 세계의 유적처럼!
장태주 :왜 지도가 두개나..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도밍게즈의 지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척 비슷하게 생겼고, 똑 닮았지만……
섬의 모양이라던가 해안선의 둘레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쌍둥이처럼 교묘해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어쩐지....
장태주 :
……왜 이렇게 눈에 익지?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그렇습니다.
금방이라도 당신의 집이 어디 있고, DOT가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장태주 :.........
이유 모를 기시감에 당신, SanC(0/1)
장태주 :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장태주 :..... (이 지도는 정체가 뭐지?)
:찍으셔두됩니다
장태주 :(찰칵찰칵)
:먼지때문인지 화질은 흐릿하게 나오네요
장태주 :(엣취!)
세계, 세계, 세계.
분명히 같은 세계인데…….
분명히 같은 세계인데…….
한쪽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한쪽은 소홀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당신이 익히 알던 세계와 어딘가 달라 보였다면, 이렇게 더러워졌기 때문일까요.
장태주 :.....
무언가 이상합니다.
정말로, 이상합니다!
장태주 :물청소를 해야하나..
그러나 무엇이 이상한지 채 알아채기 전에, 파도가 들이칩니다.
장태주 :?
철썩....
거센소리에 귓속이 먹먹해지고, 생각은 잡아 먹힙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짠 내음이 숨을 파고듭니다.
장태주 :...!
바다는 신의 눈물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눈물의 냄새를 맡은 걸까요
그저 눈이, 숨이, 어떤 경고 신호가 깜빡일 때······.
툭.
바닥으로 상자가 떨어집니다.
아까 아이가 건네주었던 그 상자입니다.
그 거친 물살을 함께 헤맸을 것이 분명한데도 상자는 깨끗합니다.
장태주 :헉..!
바닥에 떨어진 탓에 완전히 뚜껑이 열려 있습니다.
사원증을 꺼내고, 앰플을 꺼냈었죠.
그렇다면 상자의 안은 텅 비어있어야 하는데……
.....
상자의 바닥 면이 미끄러지고, 먼지를 긁어냅니다
장태주 :.............?
등대의 바닥에 지도를 따라 홈이 패여 있었고, 상자의 안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습니다.
상자가 뱉은 것은 낡은
장태주 :(서류봉투를 주워서 열어본다.)
봉투를 열자 종이 냄새가 훅 끼칩니다.
오래도록 읽어보고, 넘겨본 것인지 너덜너덜합니다. 군데군데 빈 페이지도 있고요
장태주 :(이런 게 있었다니)
급하게 복사했는지 글씨가 비뚤어서, 정식으로 얻어낸 서류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서류의 첫 면에는 앰플의 사진과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네, 우리가 본 그 액체이자 투여받은 앰플의 정체입니다.
장태주 :.......
…….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장태주 :............
이것을 보노라면, 원래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직감이 그렇게 외칩니다.
장태주 :(그래도 보기로 한다.)
O'clock Ampule.
DOT에서 지을 법한 이름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태주 :.......
마릴루:......
장태주 :(제조 방법은... 됐고. 앰플의 역할을 먼저 본다.)
모든 것은 종속을 위해서. 우리가
장태주 :..?
장태주 :
뒷장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장태주 :(? 떼어서 읽어본다)
「손가락에 얽을 수 있는 것은 똑같은 손가락뿐.」
...무슨 소리일까요?
장태주 :(뭐래..)
장태주 :
14개의 손가락, 그리고 28송이의 장미.
손가락이 상징하는 것은 신의 분신, 타이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장미가 왜 28송이인지는 너무나 자명하잖아요.
장태주 :............
옆을 바라봅니다. 그가 보입니다.
혹시, 지금 손을 잡고 있었나요?
장태주 :.......
마릴루:....(눈을 꿈뻑인다.)
장태주 :(왠지 불안하다.)
마릴루:..이건 뭐라고 적힌거야?
장태주 :앰플의.. 제조 방법? 이라는데.
첫 장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도밍게즈의 공용어도, 오래전에 사장된 문자도 아닙니다.
장태주 :???????
이 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독적인 글자입니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찝찝하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장태주 :뭔소리야 이게..?
앰플의 제조방법이라고 했는데, DOT에서 개발해낸 것이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면 누가...?
장태주 :..........
마릴루:....몰라, 이런 언어 배운 적 없는데...
장태주 :(모루겟다~! 내가 맍들 것도 아닌대..)
다음 장에는 도밍게즈 공용어로 적혀 있습니다.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장태주 :(에)
:지구의 바닷물과 도밍게즈의 타이머의 피를 섞어 만든다.
장태주 :(읽어봄..)
:바닷물은 도밍게즈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므로 주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장태주 :(지구?)
:깨지지 않는 특수한 병을사용하고, 제8시의 타이머의 초능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막아둔다.
지구?
장태주 :..............
들어본 적 없는 단어입니다.
그들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장태주 :지?구?
타이머에게 주입한다
위치는 어디라도 상관없으며,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한다.
혈액에 섞이기만 하면 약 6개월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
장태주 :........
어라?
카운터가 아니라 타이머라니. 오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장태주 :?
분명, 타이머는 소집 된 적 없다고 했잖아요.
장태주 :(뭐야..)
마릴루:???
장태주 :..........
마릴루:..이거 부작용도 있는거였어?
장태주 :(기억을 못하는 건지. 진짜 아닌 건지..)
장태주 :설마 막 죽을 병에 걸리지는..
확인되지 않음
장태주 :?
그들의 의견과 다각도의 시뮬레이션 결과,
장태주 :(이럴거면 목차 왜 썼냐)
...
지구의 바닷물.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
얽어야만 하는 손가락.
그리고……
지구의 타이머.
일련의 상황이 절묘하게 들어맞습니다.
머리 위의 세계에는 장미가 흐드러지고, 두 사람은 발아래의 다른 세계를 짓밟고 서 있습니다.
장태주 :...............................
:그러나 카운터들은 태어났죠.
:우리는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것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규칙을 따라 그곳에 서 있었고,
일정한 규칙 사이 우리는 발견했습니다.
...
...
Chapter 2. 어떤 숫자의 규칙
천장의 스물여덟과 바닥의 부재.
너무 명확한 사실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신이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닥으로 시선이 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안 들어오세요?”
뒤에서 운전사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부릅니다.
장태주 :......................?
그 목소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자 등대도, 세계와 장미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파도가 들썩였습니다.
해골도, 난파된 배도 없는 평온한 해안가예요
떠나간 아이의 발자국이 작달막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새로운 모래가 그 위를 덮으며 자취를 감췄습니다.
절벽 위, 숙소 입구에서 운전사가 큰 소리로 이쪽을 부르고 있습니다.
손은 텅 비어있고, 상자와 앰플, 서류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허탈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지만 않았다면 ...
분명히 귀신에게 홀렸나 봐, 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죠.
그야……세계가 이토록 평화로운걸요.
...
장태주 :..........
하늘은 공전하고 자전하며 땅은 온전히 버티고 섰습니다
별은 이토록 반짝이고, 파도는 이토록 상냥합니다.
사라진 능력은 실상, 돌아갔던 것뿐이에요.
평화로운 세계의 파문이 입니다. 물결은 멀리 퍼져나가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불합리한 것.
할 수 있는 것도, 돌이킬 능력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추위에 떨며 숙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후, 타이머와 카운터는 제12구역의 바닷가에서 휴식일을 보냅니다.
: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바닷가에서 휴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버스의 TV에서는 뉴스가 한 편 지나갑니다.
제12구역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어떤 건물의 화재 소식과,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의 불운한 전복사고 따위가 눈에 띕니다.
어떤 건물은 정부와 구역이 허가하지 않은 불법 건물로 모종의 실험, 연구 시설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다 불살라진 탓에 무엇도 복구할 수 없게 되었다는군요.
타이머와 카운터가 복구를 위해 출동하는 일은 결단코 생기지 않습니다.
화재에서 가장 먼저 불려나가는것은 자신들이었음에도,
지켜보는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는 휴가를 왔다 수도로 돌아가던 길목이었습니다.
자동차 불량으로 간주하고 수사에 들어간다는군요.
사망자 중에 어린아이가 포함되어 있다며, 아나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
카운터는 주기적으로 앰플을 투여받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DOT도 더는 거부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7년 동안 그렇게, 카운터는 붙잡혀 있어야 했습니다.
3부에서 계속...
시작하는 장소는 어디든 좋습니다. 개인실이어도 좋고 교실, 복도, 식당, 훈련실..등등
왜? (입모양만 벙긋벙긋)
눈 오는 날, 좋아해?
뻥쟁이
귀머거리
....... 그래서.. 좋아하냐고.
밖은 추우니까...
너도 조심해야겠다?
...
길... 었던게 나았어?
..........................................................................
손잡이가 사라져서 허전하잖아. (둘 다 귀여운데 어떻게 골라 미친..)
너는 진짜..
......조금은 자유로워질까..
말도안돼
뭐 뭐야? 나 아무생ㄱ갇도 안했어
.......
........
수업 끝났잖아. 안 가?
(애정을 담은 입맞춤이라니, 쟤가 나한테 애정 같은게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고..참나.)
(생각 털어버리고 대충 일어남)
강행 ㄱ..
(안경을 닦아야지 뭐가 보이든 말든)
저기, 괜찮아요? (어깨 툭..)
냄새가..
피곤하니 다음에 보자. 둘 다.
뭔가 이상해
대인관계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설득 되나용)
(내가 찬 거다)
rp로설득해도되고..강행해도되고..그냥 차도되고..
자유
(주정뱅이자식! ..보내줌)
(지나가는 애쉬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가 놓는다.) 그, 무슨 일 있으세요..?
그냥, 정말…… 별거 아니야. 오늘, 친구의 기일이라서…….
그래서 그래.
아, 젠장.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들어가자. 애먼 우리도 얼어죽겠네.
..........
............ 또 그래? 좀 괜찮아?
표정이 왜 그래? 못생겼어. (괜히)
싱거워서.
놀릴거면 먹지마. (머그컵 끌어옴 ㅡㅡ)
나는 장수해야지~
.....
(슬쩍 옆에 밀어둠 )
누구야?
@1
(아니 어쩌면.. 세상에는 모르는 게 나은 일들이 더 많을지도 몰라.)
안 불편하냐고? 저렇게 떠드는 거.
난 싫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내 얘기 하는거.
그렇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누가 지켜주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홀연히 나타나 의심스러운 이들을 구원자라고 믿어야 한단 말인가요?
나였다면 카운터 같은 것들은 절대 공개하지 않았을 텐데.
솔직히 무서워.
(괜히 발로 바닥을 툭..툭..)
..역시 그냥 다른 거 보자.
뭐 뭐야!
근데 있음?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왜빵원이야 ㅠㅠ
ㅋㅋ
아니
..
ㅋ
이 악덕고용주들이!
많다
79
0*2
tq
난왜 650원박에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도 DOT
이니셜 A
.누구세요?
(장태주 뒤로 붙음..)
강제는 아니니 검토해보고 답변을 주면 좋겠군요
(두 사람에게 서류 하나를 건넨다)
(서류를 팔랑..넘겨본다)
무슨 광고인데요?
개헤엄정도..
이번 건은 페이가...
이거 하나 찍는데 그만큼 들어온다고요?
(사기아냐?)
보고하고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군들이 어쩔 수 없는 문제기도 하죠.
연락 올 데가 없는데..
(타이머는 안 가는 건가?)
...... 알았으면 가! (얼굴 벌개져서 발로 참)
(뒤도 안돌아보고 척척 떠남..)
(바보 멍청이)
(노크해본다)
사람 있는 거 맞아?
능력 안정제입니다. 신체 상태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에요.
인체엔 무해하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안 맞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기분나빠요..
하루 정도는 적응 기간을 갖느라 열이 날 수 있어요.
과한 신체 활동을 금하고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어야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좀 뻐근하고 무거울 겁니다. 갈증이 일지 않도록 물을 수시로 마시세요.
만약 이상한 점이 생기면 바로 안내 데스크에 이야기하시고요
아. 돌아가야지.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제는 턱 언저리에나 닿는 간지러운 머리카락을 떠올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 녀석, 오늘 따라 답지 않은 배웅이나 하고..)
뭐 했어?
(조금 지친 기색으로 옆에 앉는다)
...
왜?
어디 아퍼?
(팔 힐끔 내려다본다)
나는 졸린데 너 올때까지 기다렸어. 기특하지?
음...
스테이크사줘
......근데 왜 안자고 기다린 거야?
어차피 금방 돌아올 거였는데.
어디 나갔다 들어왔을때 불 꺼져 있는것보단 켜져 있는게 낫잖아
... 아님말구.
늦게 자니까 난쟁이 똥자루지.
다 뻥이고, 컵 설거지 시키려고 안 잤다 왜. (머그잔 두개 떠밀듯이 안겨주고 싱크대 가리킴)
내일 양말은 니가 개라?
(물기 탈탈..)
(대충 옷 갈아입고 옆에 누움) 자는 얼굴도 대책 없이 못생겼네 이거.. 나중에 누구더러 데려가라고 하려고.
(고개돌려서 불쑥 들이댐)
진짜 못생겼어?
........
진짜 못생겼..어.
그러면 네가 눈... ... 감으면 되겠..네.
(마주친 시선은 평소마냥 심술맞아보이기보단 사뭇 어색하고 낯설다. 귀까지 붉어진 얼굴로, 한 손으로 상대의 눈을 가린채 입술을 부딪힌다.)
(마릴루의 턱을 쥐고 제 쪽에서 한번 더 짙게 입 맞춘다. 사실은 애정을 담은 어쩌고.... 주책 맞은 전통 타령을 들었을 때 부터 이 얄미운 주둥이가 자꾸 신경 쓰였단 말이야. 욕망 같은 거 일찍이 버리는 편이 나을 거라고, 그날 이후로 계속 생각해 왔는데. 그러니까 이건..)
...이건.. 카운터로서 하는 의무적인 행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마치 자기 자신에게 경고하듯이 그렇게 엄포를 놓는다. 이 밑바닥 아래에 또 어떤 비밀이 있을지 아무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기대를 품어서 다치는 건 자기 자신만이 아닐 테니까.)
(사람의 눈은 감정을 투영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눈을 마주치지 않았을 때마다 미운소리나 해대는 거겠지. ) ...카운터의 의무가 뭔데? 내가 원할 때 기계적으로 키스나 받아주는 거?
나는 그런 거 싫어. 꼭... ...죽어있는 거 같잖아. 그럼.
네 선택을 해. 네가 생각하고 움직이라고. 여태까지 살아온 일이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해도, ...좋다 싫다 정할 권리 정도는 있잖아.
...........그 의무란걸빼면. ....나랑 하는 키스는 싫어?
(기분에 속아 넘어가면 안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건 착각이야. 망치지 마.)
(눈 앞의 손목을 동앗줄 처럼 그러쥐고는 한숨 같은 한 마디를 뱉는다.)
(눈 앞에 있는 상대의 도피는 필사적으로 도망칠곳을 찾던 지난날의 저와 꼭 닮아서 괜히 애닳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기틀없이 표류된 쪽은 저 역시도 마찬가지란란점 만이 그때와 달랐다. 우리는 결코 서로를 구원할 수 없어. 함께 있어도 영원히 외로울 뿐이야……. 언젠가 들었던 말을 비로소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
(조용히 손을 거둔다.)
그럼 싫어해 봐. 안 도와줄거니까.
너, 울었으니까 내일 눈 다 붓겠다.
...잘래.
너랑 내일부터 말 안해
(홱 돌아누움..)
안녕히 주무세요 이 세계의 지배자이신 마릴루님.
브금이어요
들어가지나요?!
소리잘들리나욜??
근데
전원이랑 볼륨안켜져잇는지
확인해봐여
컴 설정이 이상햇음
그러면
준비되셧나요
근육말티주말고
장태주가굴려주세요
(흔들~~~) 야 호박. 일어나.
안 일어나면 . . . 얼굴에 낙서한다
이거 또 자는 척 한 거 아니야?
눈오네.
야 진짜 안 일어나? 밖에 눈 와.
(발가락 찔러봄)
눈..?
(부스스스 일어남)
(이불애벌레된채로 옆에 선다..) 진짜네.. 나 깨우려고 거짓말 하는 줄 알았는데.
.. 됐다 됐어
꽃다발?
사러가자 그럼.
근데 너도 꽃 같은 거 좋아하냐? 의외네..
(수건들고 욕실로 쪼르르 들어감) 먼저 씻는다~
뭘 맨날 보기만 해 쟨..
어캐 변장햇는지 설명좀
(ㅎㅎ)
어...
머리 모자위로 넣어서 숏컷만듬
흠..
보통
꽃다발은 머리색이나 눈색에 맞추지?
상추나 사야겠다 우린
허브나 로즈마리같은것도 있잖아?? 왜 상춘데??
아무튼 식재료네
농담인데.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흰색을 좋아하나?)
뭐가 어울릴것 같은데?
너 리본도 맨날 흰색만 하고 다니잖아.
아! 파리지옥이나 들고다니던가..
(하얀 장미도 괜찮지 않을까..괜히 만져봄)
(수국다발들 가리킴)
저걸로 할래? 죄그만게 너 닮아가지고.. ㄱ(..) 난쟁이 똥자루같다.
네 건 역시 브로콜리가 좋을것같애
(여기 야채도 파나)
(꽃 버려.. 브로콜리와 상추 컨셉으로 가자.)
이거나 해. 이 호박아.
(호박에 리본 달아서 안겨줌)
네건 이거
(콜리플라워줌)
나중에 딴 말 하기 없기다.
(맞음)
(콜리플라워도 플라워 아닌가?)
(어쩐지 이상하더라..)
사귀자
(사실 쌀포대 입고옴)
;;
프롬파티 내부지도 / 프롬파티 버킷리스트를 공개합니다.
이벤트 중 발생하는 사건은 없으니 자유롭게 rp해주세요
호박은 잘 들고 왔냐?
들떴어?
팔이나 줘 봐.
잘어울리네
누가 만들었냐? 센스 미쳤다.
진짜 할짓이 없냐?!?
(상추 얼굴에던짐)
사람 성의를 아주 깔보고있어..
야 그럼 어떻게 해, 꽃도 안샀는데
너는 내가..!
하여간 호박.. 마음씨도 구김살만 많아 가지고
..........................................
.....나, ....나도 너한테 .
꽃 받고싶었단 말이야 이 바보 멍청이 등신새끼야!!!
(발 부여잡고 주저않음)
아니 그 때 호박 줄 땐 별 말 없었으면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얘는 나 혼자 두고..
(화장실에 있는 애들한테 물어봐용.. ㄱ-)
(ㅌㅌ..)
(혹시 테라스로 갔을까..... 함 봐요)
야, 호박~
(...)
.......................딸꾹,
.............누구는 눈 빠져라 찾아다녔구만
태평하게 간식이나 먹고 있어?
(볼 잡아늘림)
...아, 아니거든!
아니..
난 네가 별 말 없이 채소나 던져주길래..
미,미안
(꿀꺽..)
근데
지금 춤 안 추는 거 우리밖에 없어.
가서 애쉬랑 춰달라고 할 거야.
(괜히심술..)
야
아니
그건아니지!
애쉬는 해 줄걸!
그럼 나는 장교님한테 해달라고 할거다 뭐.
.......(삐죽)
똑바로 에스코트 하라고. ...
(말 없이 손 내밈)
(퉁명스럽게 맞잡음)
.................
......................................
........................................................
(발 밟음!)
............ 죄송합니다.
너 춤은 출 줄 아냐..?
성격이 그래서 한번도 안 춰봤을 것 같은데
솔직히 난 이제 막 태어났으니까 봐줘야지
(뻔~)
나름 최선을 다하는 거라는 것만 알아둬..
(한 손을 태주의 어깨위에 올려둔다. 올려다보고)
...이렇..게 하는거 맞아?
(예쁘다.)
(으앗)
(같이놀람)
(어휴 정신 차려야지)
(마릴루 한 바퀴 빙글 돌림)
(이거맞아? 빙글빙글빙글돔)
쪽팔려
(옆구리꾹..)
아냐, 괜찮았어. 내 파트너만 아니었음 더 좋았을뻔했는데
12시 카운터가 가르쳐 준 건데
(끄덕..)
걔네 좀 이상한것 같애
(하 필살기라며 씨발)
그 춤 다신 안출거야.
................
.......................
(이러면 내가 뭐가 돼. . .. .. . . . . . (백합꽃으로 자기 이마 때림)
바보멍청이.
(가슴팍에 부토니에를 달아본다. 나보다는 너한테 어울렸을텐데 등신같이........ㄱ-)
(물끄럼봄..)
고마워. (먼 산 봄..)
어째 처음 듣는거 같다?
당연하지.
맨날 걷어차고
때리고
이상한 핫초코 타서 타한테 버리고..
(나한ㅌ테)
그리고 자꾸 맞을짓을하니까..!
지금도..!
(어깨찰싹때림)
하여간 짜증나.
참나...
....
그렇게 웃을 줄 알면서 맨날 인상이나 쓰고..
너 때문이잖아 너. 알면 잘 하란 말이야. 웃을 수 있게
(꾹꾹...)
어떻게 해야 웃을 건데?
...........................
....이, 이름 불러봐.
야, 너. 이러지 말고.
(이게 뭐라고 민망하냐)
마.............................................................
ㅁ.....
ㅁ..
못난이.
..... 이상하다. 왜 이름이 마릴루지.
호박이 더 잘 어울리는데
화나게 만들지 (꼬집)
그래도 부, 불렀잖아?
시키는 대로 해도 난리야..
그리고..
........
조, 졸업..축하. 해.. (이게 뭐라고 민망..)
뭔데?!
또 시비걸려고 그러지!
.............................................................어디 아퍼? (이마에 손짚어봄..)
파트너 대우 해 달라고 했던 게 누군데~ 막상 해주니까 환자 취급이나 하고.
다신 국물도 없어 진짜..
........................................................................................................
.............
나 돈 없다? 상추 사느라 다 써서..
(꾹..밀어냄)
(볼 찌름)
어, 야 너 볼에
이거 뭐야??
뭔데?
(결국 미동없이 입술만 부딪히다 조심스레 떼어낸다. 처음엔 이 감각이 모두 남의 것만 같았는데, 세상이 등떠밀어 어쩔 수 없이 생겨났던 것 같은 이 감정이. 이제는 겉잡을 수 없을만큼 커져버려서..)
부, ....부끄러워. (지난밤의 패기는 어디가고.. 다가온 얼굴을 살짝 밀어낸다. 이 거리라면 분명 제멋대로 뛰는 심장소리마저 들려버릴텐데...)
.....
.... 졸업 축하해.
마릴루.
시간이란 금세 뛰어가는 법이지. 어린애들이란 특히 빨리 크니까.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으리라고 믿어
부디 그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른, 어엿한 군인이 되길 바라네
(한걸음 성큼 다가와 제 1시의 페어에게 무언가를 걸어준다.)
새 제복과 계급장은 개인실에 보내두었으니, 돌아가면 확인해보게
첫째, 오늘부로 카운터의 외출을 허락하지.
타이머와 되도록 동행하기를 바라는 바이나 강요하지는 않아.
대신 외출 시 사전에 외출증을 작성하고, 외박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마침 졸업도 했겠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자네들도 데려갈까 하는데...
어떤가?
(까라면 까는 거지만... 마릴루의 표정을 살핀다)
....
여기서 잠깐!
다음페이즈로 넘어가기 전, 핸드아웃 :: 외출금지조항 해제 를 공개합니다.
ㅁㅊ
말해주시면감사
바다로 가기까지 약 몇주간의..
부고같은건 왓을거예요 아마
불나서 논밭까지 다 탓을듯
ㅅㅂㅋㅋ
ㄱ-
하
어이업내
ㅅㅂ..
ㅋ
ㄱ
ㅋ
..
ㅠㅠ,,,
.,.,
별로충격은...안..받앗..
ㅠ
알고잇엇잔아
으아아아앙
섹시하다근데
글고일단
외부 관계에 대한 기대 자체를 버린?? 상태임
ㅇㅋ,,,,
점점
덤덤충이되어가는구나..
웅..ㅋ
출장당일로 갑니다...
(......)
(어색하네..)
쟤네 시끄럽네....
(노닥거리는 12시 힐끗봄)
닥치라고 시비걸까?
(로봇춤의 앙금)
기분탓인가..
성의 없이 만들었나 보지.
(그러는 타이머들이 더..)
(아니다 타이머는 좀 다양한 느낌이 있긴 하네)
흠...............
네가 제일 못생겼다.
이제 화내는것도 피곤하거든?
그 오빠 능력은 좀, 바보같긴하지만..
친절한 사람이 좋아?
나쁜남자 그런거, 현실에선 하~나도 인기없다?
너 봐봐, 맨날 심술만 부려서 누가좋아해주나.
어차피 싫어해 줄 사람도 좋아해 줄 사람도 너밖에 없어.
(마릴루 코 잡아당김)
...헉,
너 혹시 나르시즘.. 그런거야?
바보 아냐?
흥
(돌아간 고개 힐끗 보다 어깨에 고개 기댄다)
.......
그럼 먼저 들어가서 체크인해둘 테니, 천천히 들어오십시오
(목도리를 하나 더 둘둘 감아준다.)
(두꺼워졌다)
....
(대꾸하며 절벽 위 오두막을 올려다본다.)
(한 손 내밈)
바다 처음보지?
생각보다 살풍경하네..
(뭐야)
응?
언제?
여기에서. (구두 앞코로 모래사장을 툭툭 친다)
이 바다 별명이 뭔지 알아? (부서지는 포말을 가리킨다)
저기 절벽에서, 여기로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대
이름 이상해.
아무튼.
어느날 딱 한번 사람이 있는걸 본 적이 있거든.
그 때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었고 움직이지도 못했어. 혹시 실수로 떨어진건가. 그러면 구해줘야지.. 하고 갔는데.
괴로우니 끝내달라고..
(수평선을 물끄럼 내다본다.)
그리고 그 해 내 생일에 능력이 발현됐어.
입대하고나니 걸려있더라.
그... 사진 말야.
(..우연치고 기묘한 인연이다.)
너도 바다에 떨어지고 싶었던 적이 있어?
그치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은 있었어.
그래도...
....
내가 죽는곳은 바다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바다도 보는것만 좋아하거든
(파도가 삼킬까 불안해져서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다시는 바다에 오지 말자.
나는 네가 살던 곳이 조금 더 아늑할 줄 알았어.
평범한 사람, ..들은 좀 더 행복하고 멋진 어린날을 보낸 줄 알았어?
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모든 게 다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굴었잖아. 도망칠 기회만 잡는다면 마음 편히 숨어들 곳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
너야말로 언제든 돌아갈곳이 있는 것 처럼 굴었잖아. ...나는 아닌데. 나한테 남은 운명은 지금 죽거나, 조금 더 나중에 죽거나, 둘 뿐인데 말야.
그래서 평생 난 네 이해자도, 다정한 파트너도 못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 (누구보다 더 잘 알고있을 사실은, 굳이 꺼내지 않기로 했다.)
...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나 진짜 최악이지.
왜..
왜 그런 말을 해? (하필 지금? 우뚝 서서 모래밭에 파묻힌 두개의 발 끝을 본다.)
요즘의 너는 내가 뭐라도 된 것 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그건 정말...........
......
날 비참하게 해.
(파묻은 고개를 꾹 누른다. 가장 싫어하는 장소에 서서, 가장 싫어했던사람의 곪아들어간 속내를 마주하는것이 꼭, 사랑고백이라도 받는 느낌이라서.)
(그래서 듣고있자니, 자꾸만 기분이 좋아서....)
...이제와서 어쩔 수 없잖아.
이게 네 고집이 만든 저주고, 족쇄고, 낙인이야.
이제 후회돼?
후회는 네가 먼저 나에게 입 맞춘 날부터 계속 했어.
그래도 번복하진 않을 거야.
네 말대로..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우리는.. (우리는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해. 라는 말은 목에 가시처럼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이 불운한 만남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
(마릴루는 이 바다처럼 나를 삼킬 것이다. 아주 빠른 시일 내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감정이 고양된다. 영원을 맹세하는 서약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또렷한 확신이 든다. 이 애는 결코 나를 떠날 수 없을거야. 나를 두고 혼자 죽어버릴수도, 어딘가 멀리 떠나버릴수도, 영원히 나를 잊을수도 없을테다.)
(왜냐하면 먼 훗날, 나는 분명 바다에서 죽게 될 테니까…. 내가 아주 두려워하는 형태로…. )
(다가가지는 못하고 울고 있는 모습을 빤히 본다.)
흰 국화여야 한다고 했는데, 아빠는 이걸 더 좋아할 거예요
나는 아빠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물론 엄마도 좋아하지만.
그런데 아빠한테는 해야 하는 일이 있었대요.
장미가 가득한 아치문이라고, 축제 때, 아빠를 보러 놀러 갔었거든요.
공원에 기인... 터널이 있는데, 그거랑 똑같이 생긴 문을 만들겠다고……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어요.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본 적 있는 것 같아.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했거든요
(다급하게 받는다)
이제 들어가 봐야겠어요
엄마가 걱정할 거예요.
오늘 밤에 떠나기로 했거든요
안녕히 계세요
열어볼거야?
위험한 거라도 들었겠어.
(열어봐용... 빼꼼..)
(사원증을 자세히 본다.. 아는 얼굴이려나)
.... 이걸 왜 주고 간걸까..
..모르겠어.
우리를 알고 있는건가?
무슨 약인데, 이거?
믿을 수가 있어야지.
..병에 라벨이라도 안 붙어있어?
(아니;;)
(이마 탁)
등대
가 유일합니다...뭐, 뭐야..?
..제 13구역으로 떠밀려온거야 우리?
말도안돼.
아니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마릴루 볼 꼬집어 봄)
죽었으면 아플리가 없지..
그럼, .... 여기는 어디야?
잘 모르겠어.
13구역..이 맞긴 한건가?
등대. ...등대로 올라가볼까?
(아놔)
힘들면 말 해.
(마릴루 끌고 올라감.......... ㄱ-)
(헥..헥..)
힘들어...
(5분걷고힘들다함)
(헉...헉...)
큰소리치더만...
너도벌써 힘들어?
(목도리로 코 덮어줌)
(코납작해짐)
먼지가 많네..
지도
가 그려져 있습니다.천장에 뭐가 있는데..
(따라서올려다본다...
28송이
입니다.뭐야...봐도 모르겠네
......흥.
(모름)
바보멍청이
.....................다리아프니까 이것좀 어떻게 해봐.
(바닥 먼지 가리킴)
지도
에는 어느 곳에도 꽃이 피어있지 않습니다.(핸드폰으로 찍어봐도 되나용)
서류 봉투
입니다.(이미 후회하기엔 늦었으니까..)
타이머
를 붙잡을 방법은 이것뿐이다.설명은 그게 다입니다. 연구 보고라고 말하기엔 허술하지 않나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 설명만으로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연구였단 소리겠죠.
(가장 첫 장을 가리킨다.)
(팔랑..열어본다)
(인상을 찌푸린 채 한 장 넘겨본다)
....????????
우리는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통해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이 가져다준 바닷물은 정말로 도밍게즈의 것과 달랐다.
아주 비슷한 염도를, 성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 섞이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옳다. 이것이라면 가능할 테지
주의사항! 비율은 반드시 10:1을 지킬 것, 바닷물을 낭비하지 말 것
(.........)
(사용 방법도 본다.)
너도 주사 맞은 적 있어?
아니?
처음보는데...
(부작용도 본다.)
지구의 타이머
에게는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됨지구의..?
생각해 봐요. 그 실험은 분명히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태어난 거죠?
분명히 전 세대의 타이머도, 타이머의 시체도 내놓은 부위라곤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신은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창조했지만, 그들은 신이 아닙니다.
분명히 기억합니다.
숨도, 뼈도 얻지 못해 허물어지던 괴물을!
14개의 숫자와 14명의 타이머, .
그리고 14명의 카운터
진실을 알게 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태주는 앞으로 4개월 간 악몽에 시달립니다.
지켜야 할 세계, 자신이 나고 자란 별.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구원자에게 쏟아지는 원망입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십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으며 찢어 죽입니다.
사실, 타이머의 역할이란 재난과 재해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토록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악몽은 나날이 끔찍해집니다.
ㅡ 지구
구원자를 잃은 세계는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등대 바닥에서 보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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