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최후의 인류 ] 

 

2024. 12. 16 CoC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 W.교수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www.postype.com/@you-are-f/post/11365519

 

KP/KPC - 쮸님 (오오타카 오지)

PC - 똘비 (리사이클) 

 

※ 아래는 본 시나리오의 로그 백업이며, [지구 최후의 인류] 시나리오 외 coc 단체 시나리오 [VOID]  상, 스포일러등이 일부 포함되어있으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 예정이신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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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애들아 화이팅...!)
 
 
 
 
...
 
리사:(연료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자주 저전력 모드-슬립모드-에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온전한 눈꺼풀을 깜빡...)
 
리사:... (만질만질)
 
리사:(이부자리를 정돈하고 가장 먼저 익숙한 얼굴을 찾는다...)
 
리사:-_-;... (양말 도로 뒤집는다.)
 
리사:(낡은 기타줄을 둥... 튕겨본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딩.. -
 
리사:(그리고 오늘은 운동화에 심겨진 새싹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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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김 서린 유리창 밖을 내다본다)
(혹시 근처에 마스터가 보이는지 건물 아래 물끄럼 봄)
 
리사: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
 
리사:(침침...)
(다 낡은 삽을 꽂아넣은 곳 즈음을 보다, 책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리사:(척 척 잘 개어둔다.)
 
응?
 
리사:?
(꺼내봄)
 
오오타카 오지: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리사:(흠.. 문서들을 읽어볼까.)
 
리사:(...우주로 떠나신 분들은 잘 도착했을까. 문득 하늘을 올려본다.)
 
리사: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그가 남아준 덕에 지금까지의 3년을 버텼지만, 한켠으로는 죄송하기도 하다.)
(어지럽혀져 있는 책들로 시선을 옮긴다.)
 
리사:(그렇게 해서 얻어낸 수확들은 있었는지 회상한다.)
 
오오타카 오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연료를 본다)
 
리사:(금주의 일과에 '리봇사 방문'을 추가한다.)
(그렇다면 마스터 쪽은? 냉장고를 열어본다.)
 
리사:(언제나 '비효율'을 가까이 하는 분이셨지. 이런 사회에서도...)
(얼추 부산스러운 주변의 정리가 끝나고, 현관 가까이 가서 우뚝 선다.)
 
 
벌컥!
 
오오타카 오지:아 깜짝이야!
 
리사:(태연) 다녀오셨습니까 마스터.
 
오오타카 오지:문지기야? 뭘 지키고 서있어?
 
리사:새삼스럽습니다. 항상 지키고 있었는데요.
 
오오타카 오지:(탈탈탈탈탈)
 
리사:(외투를 달라는 양 손을 내민다.)
어디 다녀오십니까?
 
오오타카 오지:(외투를 벗어 건넨다.) 전망대에 다녀왔어.
벌써 절반 넘게 눈에 파묻혔어도 망가진 곳은 없었다.
다행이지?
 
리사:(책상 근처에 가지런히 걸어둔다.) 네. 이왕 같이 다녀왔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오오타카 오지:얼씨구. 전력이나 아끼시지?
 
리사:아직 일주일 정도는 버틸 양이 남아있습니다.
 
오오타카 오지:흠..
내가 너보다 장수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리사:그건, 저도요. (냉장고에서 간편식 하나를 꺼내 오지에게 건넨다.) 마스터가 이렇게 생명력이 강하실 줄은...
 
오오타카 오지:... 불만있냐. (불퉁하게 음식을 받아든다.)
 
리사:외로우실까봐요.
...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금주의 일정에 '리봇사 방문'을 건의합니다.
 
오오타카 오지:(쓸데없는 소릴..) ... 그래. 마침 전망대가 멀쩡한 것도 보고 왔으니 겸사겸사 둘러보고 오는 게 좋겠지.
 
...
 
리사:우주에서의 [소식]은 도착한 바 없습니까?
 
오오타카 오지:... 아직.
얌마. 성급하게 굴면 될 것도 안되는 거야.
 
오오타카 오지:말이 나온 김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 좀 해볼까..
오늘은 특별히 들를 곳도 있으니 적당히 골라라.
 
리사:들를 곳이요?
 
오오타카 오지:가 보면 알아.
 
리사:(끄적끄적 적다가 생각 안 나는지 펜으로 머리 긁음) 마스터는 필요하신 것 없습니까?
 
오오타카 오지:흠~
그러고보니 연초를 피운 게 얼마만이더라...
 
리사:...
금연을... 하신 줄 알았는데요.
 
오오타카 오지:넌 이 마음을 모르겠지.. (아련해진다.)
(리스트에 마음대로 담배 한 갑을 적어넣는다.)
 
리사:(찍찍 긋고 새로 적는다.)
 
오오타카 오지:어어? 이거뭐야, 고려은단 뭐야!
이 배은망덕한 깡통같으니라고!
 
리사:저보다 더 오래 사셔야죠.
 
오오타카 오지:그게 말이냐 방구냐?
(리사의 뒤통수를 때린다)
 
리사:역사책에 지구의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인류는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폐암으로 죽었다. 같은 문구로 적히고 싶으신가요.
 
오오타카 오지:(끙....)
 
리사:(4번 항목을 적어 넣는다)
 
오오타카 오지:주전부리라..
이왕이면 돈코츠라멘 같은 게 나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리사:주전부리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까?
(마지막으로 5번을 적어넣고 펜을 놓는다.)
 
오오타카 오지:요즘들어 토를 단다 자꾸?
 
리사:새싹이 꽤 높게 자랐더라고요.
 
오오타카 오지:오호..
...
질긴녀석이구만.
(라디에이터 근처에 말려둔 겉옷을 주워 다시 입는다.)
나갈 채비 해라.
 
리사:네. 아직 뭐가 자랄진 모르지만요. (목도리 감고.. 망토 주워입고...)
꽃이 피면 마스터가 이름을 지어주세요. (고글도 착용!)
 
오오타카 오지:내가?
 
리사:네.
 
오오타카 오지:(리사에게 목도리를 한겹 더 둘러준다. 둘둘..)
 
리사:(두꺼워졌다)
 
오오타카 오지:무슨 화분에 이름까지 짓고..
 
리사:이상합니까?
 
오오타카 오지:(잠시 고민한다.)
뭐, 너 답다.
(문을 열고 먼저 나간다.)
 
리사:(쭐래쭐래)
 
리사:(아까 짚었던 곳 문질문질...)
 
리사:이럴거면 기체 변경 요청을 더 일찍 드릴걸 그랬어요.
 
오오타카 오지:... 어디가 안 좋아?
(심각한 얼굴로 리사의 양 팔을 들어올려본다.)
 
리사:아, 딱히 이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15년은 더 된 기종이니까요. 자연스러운 부식 정도입니다.
 
오오타카 오지:인간으로 치면 노화인 건가..
너나 나나 또-옥같이 늙어간다 이거지~? 공평하지않아? (히쭉 웃는다.)
 
리사:기분 좋아보이십니다 ...? (들어올려진 팔로 오지 얼굴 꾹 누름.)
(오지 어깨 너머 눈사람을 본다.)
 
오오타카 오지:(눌린다.)
 
리사:...저거 혹시 마스터가 만드신 겁니까?
 
리사:귀엽네요
 
오오타카 오지:내가 그렇게 아기자기한 인간으로 보이냐?
 
리사:평균적으로, 중년 남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적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오오타카 오지:야이..!
나 아직 그정도는 아냐!!
 
리사:[갱년기]는 아직이시군요. 다행입니다.
 
오오타카 오지:갱년기?????
뚫린 입이라고 이게 아주!!
 
눈사람:(테스토스테론이 적은, 갱년기 너구리 눈사람 모양의 자태를 뽐낸다)
 
오오타카 오지:(꿍)
아 눈사람 부수고싶어. 아.
 
리사:부수지 마세요.
 
눈사람: 고마워유...
 
리사:(누굴 닮은 눈사람을 빤히 본다...)
그나저나 마스터, 아까 말하셨던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오오타카 오지:(장갑 한짝을 벗어 눈사람의 머리통에 씌워준다.)
 
리사:...?
 
오오타카 오지:어디보자~~
(리스트를 쭉 훑는다.)
일단 장부터 보고.
 
리사:(두겹 쌓여있던 목도리를 풀러 장갑 벗겨진 손에 둘둘 감는다.)
 
오오타카 오지:(한쪽 주먹만 커다란 사람처럼 됐다.)
 
리사:(만족.)
 
오오타카 오지:좋냐.
 
리사:무모한 짓 좀 하지 마세요.
 
오오타카 오지:아- 거..
과보호인거 알지?
네 말대로 내 나이가 몇인데 임마..
 
리사:............
제가 할 일이 이것밖에 없는데 보호 정도는 하게 해 주시죠.
 
오오타카 오지:....(끙..)
그래. 나중엔 아주 그냥 업고다녀라. (대형마트 쪽으로 팍팍 걸어간다.)
 
리사:금주의 목표에 '마스터를 업을 체력 기르기'를 추가합니다.
 
오오타카 오지:진담으로 받지 마..!
 
리사:(벅저벅저 따라감)
 
리사:(창문 훌쩍 넘는다)
 
오오타카 오지:(멋지게 착지한다)
 
리사:알차게도 털었군요.
 
오오타카 오지:범법행위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까!
하하!
(익숙하게 물류창고의 문을 연다.)
 
리사:(팔 걷어올림)
기준치: 45/22/9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
구강청결제입니다.
 
오오타카 오지:(구석에서 몰래 작은 상자들을 뒤적거린다.)
그딴 거 어따쓰게?
기준치: 75/37/15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사:알콜 농도 15%...
 
오오타카 오지:하-하!하!하~!하!!!
 
리사:뭐 찾으셨습니까? (상자 버리고 기웃기웃)
 
오오타카 오지:(담배 한갑을 자랑스럽게 들어보인다.)
내가 이겼다!
 
리사:(한숨)
...
그럼 마스터, 오랜만에 '그것'을 .... (장갑을 벗고 손가락을 내민다.)
 
오오타카 오지:오! (반가운 기색으로 담배 하나를 꺼내 문다.)
 
리사:(가까이 가서... 점화.)
점화 Roll
기준치: 45/22/9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오오타카 오지:......
 
리사:(;) 에러입니다.
(틱틱...... 가스만 새어나온다.)
 
오오타카 오지:낡긴 낡았나보다.
(별 미련 없이 담배를 주머니 안에 넣는다.)
 
리사:그럼 어쩔 수 없이, 라이터를 찾기 전까진 계속 금연이겠네요.
 
오오타카 오지:네가 분발하면 되잖아. 네가. (리사의 머리통을 누른다..)
뭐.. 더 필요한 거 있어?
(본인의 목적은 끝낸듯..)
 
리사:저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더듬이 시들)
식량이요, 마스터.
(에너지바 같은걸 찾아본다)
 
오오타카 오지:뭘 또 주눅들고 그러냐
 
리사:
기준치: 45/22/9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 또 구강청결제.... )
 
오오타카 오지:;;;
 
리사:(다른 상자 본다)
 
오오타카 오지:(구강청결제라도 챙기자;)
 
리사:
기준치: 45/22/9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마스터, 에너지 바를 찾았습니다.
 
오오타카 오지:기특한녀석! (리사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어준다.)
 
리사:(고개 슬쩍 더 기울인다)
 
오오타카 오지:인간 연료는 이정도면 됐고-
...
참나. (한번더 북북북)
 
리사:(상자 당당하게 옆구리에 낌.) 다음은 리봇사로 가죠.
 
오오타카 오지:(그새 기가 살았네 저거.)
 
리사: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오오타카 오지: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리사:(벅벅)
 
...
 
리사:.... (다 들고갈 수 있을까)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사:음...
 
리사: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연료, 지난번보다 조금 줄지 않았습니까?
 
오오타카 오지:그러냐? (뒤통수를 벅벅 긁는다.)
... 일단 들 수 있는 만큼만 들고 가보자.
아직 이 건물을 전부 살펴본 건 아니니까 나중에 더 찾을 수 있겠지.
 
리사:(분석 결과 현재 측정되는 연료의 양은 약 3개월 남짓...)
(구태여 숫자는 알리지 않고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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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3일치 분량을 상자에 옮겨담았다.)
나머지는 마스터가 들어주세요.
 
오오타카 오지:(연료 상자를 짊어지고 바깥으로 조심히 나간다.)
 
리사:이대로 귀가합니까?
 
오오타카 오지:... 아니.
가야 할 곳이 있어.
(묵묵히 앞장서서 걷는다.)
 
리사:(별다른 거부없이 뒤따른다)
 
리사:... ...
 
오오타카 오지:... 언제 봐도 살풍경 하네.
 
리사:(모든 순간이 생생하다.)
 
오오타카 오지:.... (미묘한 표정이 된다.)
 
리사:(마스터에게 썩 유쾌한 공간은 아니었을텐데,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물끄럼 얼굴을 올려다본다.)
(애도하는 얼굴인가?)
 
오오타카 오지:...(대피소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
 
리사:네, 마스터.
 
오오타카 오지:(긴 복도를 지나 지하실 문을 열고 내려간다.)
 
리사:[라이트 모드] 기동합니다. (안구에서 불빛이 난다)
 
오오타카 오지:... 여긴 처음 와보지?
 
리사:... 여기는?
 
오오타카 오지:여긴.. 동면실이야.
리봇사의 기술로 만든 건데..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더 많긴 했지만 작은 희망에 목숨을 맡긴 인간들이 누워있는 곳이다.
 
리사:................ (놀란 표정이 되어 닫힌 문을 본다.)
 
오오타카 오지:언젠가 지구에 다시 봄이 온다면, 아니.. 지구를 떠난 인간들이 우리를 데리러 돌아온다면. 뭐 그런 바람이지.
그렇게 되면 깨워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하겠다고 했어.
 
리사:(뇌리에 희망이라는 글자가 새겨진다.) ... 그렇군요.
 
오오타카 오지:난 우주선이 다시 돌아오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싶었으니까.
(소리 없이 미소짓는다)
 
리사:만일 우주선이 오지 않는다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오오타카 오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누워있겠지. 여전히.
(미소가 흐려진다.) 사실 내가 볼 땐 지금도.. 그저 관 속에 누워있는 시신같아.
 
리사:희망을 믿으시잖아요.
 
오오타카 오지:...리사.
 
리사:적어도 그 희망 속에선 살아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네.
 
오오타카 오지:그래, 네 말대로야.
우주선은 반드시 올 거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치워 둬.
 
리사:(반드시 돌아올 방법을 찾겠노라 약속한 안드로이드가 떠오른다.)
...
중대한 임무를 맡으셨네요.
 
오오타카 오지:내 팔자가 그렇지 뭐.
 
리사:의외로 리더가 체질이실지도요.
 
오오타카 오지:(카드키를 꺼내 슬롯에 가까이 가져다댄다)
끔찍한 소릴..
 
리사:농담 아닌데...
 
리사:(가만히 지켜본다.)
 
오오타카 오지:(동면실로 들어간다)
 
리사:(따른다)
 
리사:...
 
오오타카 오지:방전되겠다. (겹쳐입은 겉옷을 하나 벗어 리사에게 걸쳐준다.)
못 견딜것 같으면 말해. 언제든 돌아가도 되니까.
 
리사:괜찮습니다.
 
리사:(자체 발열모드를 켜고 오지 주변을 쫓아다닌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사:...내부 구조가 익숙하네요. (오지가 점검하는 동면 캡슐 구경)
 
오오타카 오지:어어, 그렇지?
...
 
오오타카 오지:... 이녀석이 애를 좀 썼지.
 
리사:.... .... ...!
 
리사:.........
 
오오타카 오지:널 여기에 데려오는 게 맞는 일인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보여주고 싶었어.
 
리사:.... (오른쪽 눈에 노이즈가 흔들리다 원상태로 돌아온다.)
마스터께 '관리자'의 역할을 부탁한 건... ...쿄우 님 이셨군요.
 
오오타카 오지:... 그래. (시체같이 누운 친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난 내가 동면을 선택하지 않은 게 잘 한 일이라고 믿고 있어.
 
리사:... (그 말뜻을 어쩐지 짐작할 수 있을것 같아서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매일 추위나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데도요.
 
오오타카 오지:그러니까.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웃는다.)
살아있잖아. 우린.
 
리사:... ...
마스터. 저도 함께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쿄우 님께 봄이 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의 머리에 딱밤을 놓는다.)
건방지긴.
 
리사:... ...? (억울...)
 
리사:... ... (이물감이 느껴지던 곳을 다시한 번 쓸었다. 한동안 텅 비워진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 독하다 싶었다.)
(그것은 열망이었다. 삶에 대한.)
...이곳에는 어느 정도 주기로 찾아오시나요?
 
오오타카 오지:거의 매일 와. 네가 누워있을 때라던가..
 
리사:.... ....
(퍽)
 
오오타카 오지:아!!
뭐야?!
 
리사:왜 미리 데려오지 않으셨어요.
(퍽)
 
오오타카 오지:(맞은 곳을 부여잡는다.)
아!!!
얌마!!
 
리사:하여간 쿄우 님이나 마스터나.
(퍽)
숨기는 것만 잔뜩 많아서.
(퍽)
 
오오타카 오지:너 이.. 로봇의 3원칙은 어디다 팔아먹었어 이 고물자식!!!!
 
리사:불량품에게 그런 원칙따위 지켜질 것 같습니까?
 
오오타카 오지:그~래~서 지금 데리고 왔잖아
 
리사:늦어요. 늦다구요.
(퍽!)
 
오오타카 오지:나에게도 고민할 시간이라는 게..
아!!
 
리사:(후...)
 
오오타카 오지:참 나.
갈수록 승질머리만 괴팍해져서..(궁시렁)
 
리사:(궁시렁대는 쪽 한번 흘겨보고 프로젝트 화면을 올려다본다)
 
오오타카 오지:자, 이렇게 하면- (리모컨을 반대로 돌려 화면을 움직인다.)
 
리사:?
 
리사:안드로이드도 생명체로 잡히는군요. (스크린 물끄럼...)
 
오오타카 오지:흐흠. (우쭐댄다.)
내가 좀 만졌지. 이것저것.
 
리사:마스터가 만드셨습니까? (의외라는 눈)
아하...
 
오오타카 오지:그건 그렇다 쳐도 다른 곳들은 정말 허허벌판이군...
 
리사:생존자가 있다면 이 장치로 바로 알아볼수 있다... 그런 거군요.
 
오오타카 오지:그렇지.
 
리사:그렇다고 해도 너무 새하얀데.
 
오오타카 오지:혹시 알아? 또 하나의 빛이 나타날지도 모르잖아.
 
리사:...저건 뭡니까? (자료 보관함을 가리킨다)
 
오오타카 오지:아, 저거?
나도 잘 모르겠다. 리봇사에서 두고 간 거라던데 이걸 뒤져보던 똑똑한 놈들이 다 저모양 저꼴로 자빠져있어서. (동면캡슐을 가리킨다.)
 
리사:흠...
(내가 봐야지)
 
오오타카 오지:너 방금 건방진 생각했지.
 
리사:그런 사실 없습니다.
 
리사:(메모리 내 자료를 뒤적여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본다)
컴퓨터 사용 Roll
기준치: 41/20/8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오오타카 오지:뭐하냐? (후비적)
 
리사:...
엉터리 논문같네요. (다른 자료들은 없는지 뒤적뒤적)
 
리사:(본당)
 
리사:... (마스터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쌔벼간다.)
역시 담배는 압수입니다.
 
오오타카 오지:야이씨!
벼룩의 간을..
 
리사:여태 잘 버티셨잖아요.
 
오오타카 오지:에휴, 됐다.
 
리사:세상에서 가장 쉬운 도전 1095일차 입니다.
 
오오타카 오지:허.
그걸 다 세고있었어?
 
리사:숫자 계산은 기계들의 특기니까요.
(더 볼거 없는지 뒤적인다.)
 
리사:그나저나, 동면 기기의 수명이 터무니없이 기네요.
그럴거면 교대 인원을 몇 더 둬야했던 것 아닌가 싶은데.
 
오오타카 오지:우리도 별 수 없다고 생각했어.
동면기기 수명은.. 만든 놈 마음이지 뭐. 알게 뭐냐.
길면 좋은 거 아냐?
 
리사:무작정 좋은 건 아니죠. 마스터가 400년 가까이 살아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뭐라고 하는건 아니지만.
(방을 빙빙 돌다 철제 문앞에 멈춰선다.)
 
오오타카 오지:....
(말 없이 기기 점검이나 마저 하기로 한다.)
 
오오타카 오지:(패널을 만지며) 거긴 출입 금지 구역이야.
 
리사:뭐 하는 공간입니까? 여기는.
 
오오타카 오지:대피소에서 사용되었던 내부 통제실인데 출입 할 수 있는 인간들은 모두 죽었어.
산소도 희박하고 온도도 낮아서- AI가 인간의 출입을 막고있지.
 
리사:....
 
리사:제가 들어갈 수는 없습니까?
 
오오타카 오지:아서라. 아무리 너라도 내부 온도가 함부로 들어갈만한 곳이 못 돼.
(점검을 마쳤는지 짐을 다시 들쳐맨다.)
 
리사:... (괜히 너머를 기웃거리다 돌아갈 채비를 한다.)
(그러다 문득 쿄우가 담겨있는 캡슐에 시선이 닿으면...)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오오타카 오지:...
 
리사:.... (아니, 그들은 명백히 살아있다.)
(심장이 뛰지 않음에도 삶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이지 않은가.)
(적어도 두 명 분의 희망속에서 그들은 살아있으리라 믿는다.)
...
 
오오타카 오지:... (리사의 뒤통수를 바라보다 걸음을 옮긴다.)
 
리사:마스터. 아예 거처를 이쪽으로 다시 옮겨오는 건 어떻습니까?
 
오오타카 오지:뭐어?
... 불안하기라도 하냐?
 
리사:그럼 동선도 줄어들테고... ...안 됩니까?
 
오오타카 오지:안 될 건 없지만..
그래. 차근차근 옮겨보자.
 
리사:... ... (나란히 걷는다.) 그, 고집부리는 건 아닙니다.
마스터가 이곳을 불편해하신다는 건 알고 있어요.
 
오오타카 오지:얼씨구?
... 됐어. 내가 할 일이기도 하니까.
흠..
그렇지. 전망대에 가보자.
 
리사:어제 다녀오신 곳이요.
...특별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오오타카 오지:그냥 보러 가는 거야.
우주선이 오는가- 하고.
 
리사:(다시한번 쪼르르 서 있는 눈사람들을 본다)
(마스터의 장갑은 회수하고...)
 
오오타카 오지:(열심히 눈을 헤치고 걸어간다.)
 
리사:(체구 차이로 걸음이 점점 늦춰지자 오지의 옷깃을 덥썩 잡는다.)
 
오오타카 오지:(리사의 뒷덜미를 들어올린다)
 
리사:아. (덜렁)
 
리사: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기준치: 45/22/9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오오타카 오지:...
 
리사:(움찔)
 
리사:...
 
오오타카 오지:와씨~!뭐야이거!
 
리사:푸....
 
오오타카 오지:??
너지금 웃었어?
 
리사:아닙니다. (다시 무표정)
 
오오타카 오지:(눈을 탈탈탈 털어낸다.)
아니긴 뭘 아니야! 다 들었어 임마!
하필이면 그런 곳에...
운도 없으시긴.
 
오오타카 오지:네가 붙잡아서 이렇게 된 거잖아? 응?
(투덜대며 마저 걸음을 옮긴다.)
 
리사:마스터가 너무 빠르게 간 탓입니다.
같이 가요.
(손가락 끝을 잡는다.)
 
...
 
리사:?
 
오오타카 오지:?
 
리사:(고개를 두어번 흔든다.)
 
오오타카 오지:뭐 해?
 
리사:.... ..... .....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정전기? 같은 것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아본다.)
 
오오타카 오지:뭐야임마.. (찝찝한 얼굴로 손을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리사:(어안 벙벙하고 억울해짐)
.......... (허망하게 마저 걷는다.)
 
오오타카 오지:꼭 조난 당한 것 같지 않냐?
 
리사:실제로 실제잖아요.
 
오오타카 오지:아니 따지고보면 재난 당한거지 우린.
가끔 여길 올라가다보면 언덕 너머에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단 말이야..
 
리사:(흠...) 생존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 있습니까?
 
오오타카 오지:흠......
글쎄다.
왜 이제 왔느냐고 타박이나 해볼까?
이 게을러 빠진 녀석들.
넌 뭐라고 할래?
 
리사:기껏 만났는데 그렇게 겁주면 다시 도망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
 
오오타카 오지:쩝..
 
리사:" 용케 살아계셨군요. "
 
오오타카 오지:그거 참
......
악당같은 대사 아냐?
 
리사:(바람빠지는 소리 낸다.)
 
오오타카 오지:지금부턴 내가 상대해주겠어요. 라는 대사가 튀어나올 것 같은데..
 
리사:만나게 될 사람이 약탈꾼이나 살인마라면 그런 페이즈로 가겠죠.
저희도 신분상 [범죄자]이긴 하지만...
... ...
 
오오타카 오지:선빵 필승이랬다.
내가 먼저 치면 문제될 거 없어.
 
리사:... (비상이다. 시시껄렁한 과거 농담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나버린다.)
이제와서 다 소용없는 말이긴 하지만, 마스터.
 
오오타카 오지:응?
 
리사:사실은 저.... 여행이 가고 싶었어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일본을 떠나 프랑스, 캐나다, 호주... 어디든 멀리로요.
 
오오타카 오지:(말 없이 주머니 속에서 그러쥔 주먹에 힘을 준다.)
 
리사:(킁.)
(걷는다.)
 
 
오오타카 오지:(계단을 오른다.)
 
리사:(뒤따른다.)
 
오오타카 오지:...
우주선이 우주로 날아갔을 때, 기억해?
 
리사:나기사 님들과 헤어졌을 때... 말인가요.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기억합니다.
 
 
' 반드시 데리러 올게요'
 
오오타카 오지:난 아직도 그 사람들이 했던 말을 믿고있어.
누굴 기다리는 것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그리고 리사의 얼굴을 바라본다. 한쪽 얼굴이 훼손되어 도저히 인간으로 봐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땐 누구도 널 저버리지 못하게 할 거야.
 
리사:... ...
 
리사:(매순간 선택받아야 연명할 수 있는 삶이란 그만큼의 부채감을 떠안아야 하는구나.)
(한참 귀환대를 바라보다 입을 연다.) 바보라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생길걸요.
 
오오타카 오지:감히 누가?
(익숙하게 전망대 한쪽에 놓인 긴 의자에 걸터앉는다.)
 
리사:인류의 발전과 존속을 도모하는 누군가가...
(옆에 앉는다.)
그도 그럴게, 커다란 기계일 뿐이잖아요.
(커다랗진 않은가.) 음, 정교하고 친숙한...
 
오오타카 오지:하하.
(허탈한 웃음소리다.)
 
리사: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오오타카 오지:...
 
리사:만일 저 때문에 마스터가 손해를 보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보다 더 최악인 기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오타카 오지:...
왜 손해라고 생각해?
 
리사:그럼 이 고생들이 손해가 아닙니까?
 
오오타카 오지:... (말을 고르며 여러번 입을 벌렸다가 닫는다.)
손해-라고 하면 얻는 게 없어야 하잖아.
... 이건 다 내 욕심이다. 그러니까 내가 손해 본 건 하나도 없지.
 
리사:욕심이요... ...
... ...
 
오오타카 오지:그래. 이렇게 다 무너져가는 행성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너랑 빨빨대고 돌아다니고, 술도 먹고, 밥도 먹고.
전부 다 내가 바라던 거야.
 
리사:...음, (오른쪽 뺨에 열이 오른다. 목도리에 고개를 푹 묻은 채 중얼거린다.) 이 조난에 그 정도로 의미를 가지실 줄은 몰랐네요.
"네 자리로 돌아가, 제로." 라고 모질게 쫓아내실 때는 언제고...
 
오오타카 오지:야이씨.. 그건.. (흑역사가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그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리사:마스터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상처되는 발언 3위 였어요.
 
오오타카 오지:뭐?
2위랑 1위도 있어?
 
리사:.... (웅)
 
오오타카 오지:뭔데? 들어나보자. (팔짱을 끼고 바라본다.)
 
리사:[데이터를 로드합니다.]
 
오오타카 오지:...................
 
리사:"리사이클은 폐품 보관소 출신이야.
내추럴 본 스트리트 파이터라고 할 수 있지."
"그래봤자 지금은 개털 주인 만나서 요모양 요꼴이지만."
 
오오타카 오지:(움찔)
 
리사:"...저는 마스터와 만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쓸데없는 소릴
이것이 2위입니다.
 
오오타카 오지:(허공을 본다.) .........
별-말을 다, 했네. 참.. 허허. 참나.. 헛허.
 
리사:그리고 1위는....
[데이터를 로드합니다.]
"...리사."
"만약 일이 잘못되면 너 혼자라도 애들을 데리고 나가라."
"적어도 그거라면 나보다 네가 더 잘 해낼테니까."
 
오오타카 오지:.....
 
리사:.....
 
오오타카 오지:야! 그게 왜 1위야!
덕담아냐 덕담?
 
리사:.......... (퍽)
 
오오타카 오지:
그, 그리고 임마! 뭔 로봇이 뒤끝이 이렇게 길어?! 웃기는자식이네 이거!
 
리사:ㅍ''ㅍ ...
죽을 때까지 기억할 건데요.
 
오오타카 오지:허, 참, 나, 참, 와, 진짜, 와.
 
리사:덕담은 무슨. 저더러 마스터를 버리고 도망치라고 하신 거잖아요.
 
오오타카 오지:너라도 살아라. 뭐 그런 뜻이지!
사람을 뭘로 보고..
 
리사:인간들은 항상 그렇게 이기적인 욕심만 부리죠.
코코로도, 마스터도.
남겨지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도 않고요.
 
오오타카 오지:.....
그러니까 지금 네 옆에 붙어서 먹고 자고 하고 있잖아.
아주 끈덕지게 살아가지고 말이야.
 
리사:... (LED안구가 데구르르 돌아간다.)
 
오오타카 오지:어쭈?
 
리사:...[기쁩]니다.
 
오오타카 오지:... (피식 웃는다.)
 
리사:마스터가 제 옆에서 먹고, 자고. 끈덕지게 삶을 이어가시는 게.
.... .... .....
이것이 아주 잘못된 사고임을 알고 있는데도.... 그렇네요.
 
오오타카 오지:넌 너무 꽉 막혔어.
 
리사:...그렇게 설계된 걸요.
 
오오타카 오지:(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듯 미소짓는다.) 됐다. 그래.
그러니까- 내 말알아들었으면 쓸데없는 걱정같은거 말고!
우주선이 돌아왔을 때 뭐라고 인사할지나 대신 좀 생각해봐라.
내 승질머리로는 욕밖에 안 나올 것 같단말이지..
 
리사:(곰곰...)
반갑습니다, 과거의 지구인 여러분. 여러분이 지구를 떠난 지 XXXX 일이 경과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생존한 인원은 7명, 그중 동면중인 인원은 6명, 그리고 안드로이드인 저. 이상으로 보고 드립니다.
정도면 되겠습니까?
 
오오타카 오지:...............
좀 딱딱하긴 한데.. 나보단 낫겠군. (개새끼 소새끼가 섞인 문장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
 
리사:'과거의'는 빼는게 좋을까요.
 
오오타카 오지:흠.. 그것도 그렇네.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한테 과거의 일본인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외계인이 되는 건가..
(실없는 상상을 한다.)
 
리사:행성의 이름을 따른다면 금성인, 목성인.... 같은 이름이 되겠네요.
(이쪽도 실없다.)
... 춥진 않으십니까?
 
오오타카 오지:...빨리도 물어본다.
가자. 더 어두워지기 전에.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는 일어선다.)
 
리사:(아까 오지가 덮어줬던 외투를 돌려준다)
발열 모드를 켤 테니 가까이 붙으세요.
(찰딱)
 
오오타카 오지:(얼어붙은 손을 리사의 목덜미에 넣어 녹인다)
 
리사:(따끈~)
 
리사: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사:(음?)
 
리사:... ...
 
오오타카 오지:?
 
리사:(절뚝이는 모양새가 된다.)
 
오오타카 오지:뭐야? (리사를 안아들듯 부축한다.)
갑자기 왜이래?
 
리사:다리 동력장치 쪽의 일시적인 에러 입니다.
 
오오타카 오지:하... (그렇지. 이녀석.. 동력원이 다리쪽에..)
(리사가 들고있던 짐까지 짊어지고 리사를 옆구리에 낀 채로 걷는다.) 조금만 버텨. 사무실이 코 앞이니까.
 
리사:(별안간 들렸다....) 아직 걷기 힘든 정도는 아닙니다, 마스터. ...
 
오오타카 오지:시꺼. (추위에 몸이 굳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지 굼뜬 걸음으로 전진한다.)
 
오오타카 오지:(짐과 리사를 조심히 내려놓는다.)
 
리사:... ... (다리 전력에 문제가 생길줄은 몰랐는데. 우선 리봇사에서 가져온 연료를 보충한다.)
 
오오타카 오지:... 당분간은 바깥에 나가지 마.
 
리사: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 죄송합니다.
 
오오타카 오지:네 잘못이, (한숨을 쉰다.)
 
리사:... (이어진 말에는 고개를 젓는다.) 하루 정도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오오타카 오지:... 내 말 들어.
 
리사:싫습니다.
 
리사:동행하게 해주세요.
 
오오타카 오지:갑자기 웬 고집이야? (인상을 쓰고 눈을 마주친다.)
 
리사:해야... 할 일이니까요.
 
오오타카 오지:.....
네가 할 일은.
최대한 무사히 네 삶을 연명하는거다.
그게 지금 내가 바라는 거니까.
알겠어?
 
리사:...........
심한, ... 치명적인 손상이면 그렇게 했겠지만
이 정도로는..
게다가, ...
무리하실 거잖아요.
 
오오타카 오지:지금 네 꼴을 봐!
무리는 누가 하고 있는데?
(숫제 환자를 대하듯 리사를 억지로 소파 위에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준다.)
 
리사:마스터... (미간 사이가 좁아진다. 불편하고 답답하다.)
... ...정 그렇다면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오오타카 오지:..... (숨을 몇번 몰아쉬며 감정을 누른다.) ... 뭔데?
 
리사:(이불을 몇번 만지작거리다 오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고개를 기댄다.) 제가 잠든 동안에는 나가지 말아주세요...
 
오오타카 오지:................
그래. (아이를 재우듯 품에 안고 다독인다.)
 
리사:눈을 떴을때 마스터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실 것을 믿고 있음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약속하신 거예요.
 
오오타카 오지:그래.
(제길, 이런식으로 말 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리사:(무력함은 곧 죄악감과 같다...)
 
리사:...
 
리사:.... .... (아까 전 느꼈던 '에러'는 뭐였지.)
 
오오타카 오지:....
괜찮아.
조금 쉬고. 내일 깨자.
 
리사:잘 자라고 해주세요.
 
오오타카 오지:... 잘 자. 리사.
 
리사:... ...안녕히 주무세요, 마스터.
[슬립모드에 들어갑니다.]
 
 
내가 깨워줄게.
 
리사:
듣기
기준치: 35/17/7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리사:... ...? (부스스하게 눈을 뜬다.)
 
리사:...
 
리사:(마스터는 어디에 있지?)
 
리사: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사:... ...
 
리사:(약속...하셨었는데. 고개를 푹 숙였다가 외투를 챙겨든다.)
(...우선 동면실로 가보자.)
(저 불길한 붉은 빛은...)
 
 
‘당분간은 바깥에 나가지 마.’
 
리사:...약속은 마스터가 먼저 깬 거예요.
(개의치 않고 문을 나선다.)
(그리고...)
 
...
 
리사:(오지의 짐을 뒤져볼 수 있나)
 
리사:(주머니에 손을 넣어본다)
 
리사:(마스터가 동면실 쪽으로 간 건... 아니구나.)
[대피소]까지의 최단 거리 루트 분석 완료.
(걱정되는 마음을 눌러내리고 문을 나선다)
 
리사:...
 
리사:...이런.
 
리사:(문제가 난 부분을 살펴본다.)
 
리사:(카드키를 가져다 댄다)
 
리사:(가까이 가본다)
 
리사:...!
 
리사:....
 
리사:(익숙한 내부 구조를 더듬어 어제 꺼내든 설명서를 찾아 읽어본다.)
 
리사:(INF 수치를 살펴본다.)
 
리사:.... 6단계?
 
리사:(오류 작동 매뉴얼 같은건 없는걸까? 두꺼운 책들을 뒤져본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사:(솔직한 심정으로는, 영락없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쿄우 님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다. 언제 올 지 모를 우주선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멀고, 외로우며... 어쩌면 불확실한 미래일지도 모르니까.)
(너무 터무니없다고요, 인간들은... ...)
(그런 생각을 잠시. 행성이 멸망하기 이전 스패로와 똑 닮게 지어진 본부를 둘러본다. 쿄우 님과 마스터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꾸려두었는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혼자 멋대로 판단내릴 일은 아니야. )
(마스터의 카드키로 통제실 문을 연다.)
 
리사:...!
 
...
 
리사:...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오오타카 오지:...여기서 뭐 하는 거야?
 
리사:아.
... ...
 
리사:마스터. ...
 
오오타카 오지:....
 
리사:(나쁜 짓이라도 하다 걸린 듯한 이 기분은........)
(그러나 통제실 문 앞을 떠나지 않는다.)
 
 
삐. 삐- 삐- 삐―…
 
리사:(조용히 시선을 쿄우의 캡슐로 옮겨둔다.)
 
리사:마스터.
 
오오타카 오지:....(말 없이 리사를 한참 들여다본다.)
 
리사:출입을 허가해주세요.
 
오오타카 오지:...
(한참 뜸을 들이다 꺼낸 말은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이다.)다리는, 괜찮아?
 
리사:저는 안드로이드니까, 아마. 내부의 낮은 온도 하며 호홉의 문제는... ... (말이 멎는다. 지나치게 일상적인 질문이 급박한 작금의 상황과 대조되어 아이러니했다.)
...문제 없습니다. (알 수 없다.)
쿄우 님을 깨울 건가요?
 
오오타카 오지:(안도하듯 한숨을 쉬며 리사의 옷깃을 한번 더 여며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리사의 손에 들린 카드키를 가져간다.)
기계가 고장났나봐. 가끔 이렇게 오류가 생길 때가 있어.
나름 자주 와서 보긴 했는데.. (익숙하게 패널을 조작한다.)
 
리사:...
 
오오타카 오지:하아..
 
리사:(쿄우가 들어있는 캡슐의 INF를 곁눈질한다.)
 
오오타카 오지:... 리사.
 
리사:...네, 마스터.
 
오오타카 오지:내가, (짧게 숨을 들이킨다.) 동면캡슐을 멈추자고 하면..
... 아니야. 잘못 말했어. 잊어버려.
 
리사:... ...
 
리사:(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그 가벼운 움직임마저 둔해진 것을 보면 방금 전 괜찮다던 말은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의 거동을 보고는 미간을 좁힌다.)
잘못 말한 거라고 했잖아.
 
리사:거짓말.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건가요? 마스터.
저는, ...제가 지금 이곳에 온 이유는.
 
오오타카 오지:...
 
리사:지난 날 마스터께서 이 곳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어요.
쿄우 님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서...
 
오오타카 오지:(리사의 시선을 피해 바닥을 본다.) 널 여기 데려오는 게 아니었는데.
 
리사:... (입술을 달싹인다.) 제가 모르고 있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마스터의 [파트너]잖아요. 저는.
왜 항상 아무것도 몰라야 하나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왜 항상 마스터 뒤에 숨어 있어야 하죠.
 
오오타카 오지:(몇번 입을 열었다 닫는다.)
 
리사:왜 항상...
마스터 곁에 나란히 서는 게 힘들까요.
 
오오타카 오지:...... 난.
그저 너와 나란히 서있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가까이 다가가 리사의 어깨를 그러쥔다.)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 함께 있다는 거다.
가볍게 하는 말 아니야. 그리고... 쿄우는 어차피 일찍 깨어나봤자 오래 살지 못할테니 언젠가 비활성화할 각오정도는 하고있었어. 그뿐이야.
네가.. 아예 모르는 편이 좋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쓸데없이 감상에 젖어서.
내 불찰이다.
 
리사:....? (이해할 수 없는 말들 투성이다. 이 사람,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는건가? )
(오지가 붙잡은 어깨의 압박이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마스터는, 항상.
고집불통이죠.
제멋대로예요.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하나도 모르면서, 독단적으로 행동한 뒤 최선을 다해 관계를 [지켰다]고 생각하시죠.
 
오오타카 오지:(어깨를 붙잡은 손이 떨린다.)
 
리사:이런 중요한 일이나 마스터의 상태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른 채 백치로 지내다 언젠가 부품이 마모되어 기동이 종료되는 것. 그걸 바라신 거였어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그런 단순하고 편리한 '기계'를 원하셨다면, 그날... 그냥 제 감정을 지워버리시지 그랬어요.
제가 원하는 것이 뭔지 한 번이라도 궁금해 보신 적 있습니까?
 
오오타카 오지:(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면, 턱에 힘이 들어간다. 잘게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난다.)
... 네가 그랬잖아. 곁에 있어달라고.
알고있냐, 리사.
시라세 녀석들이 나를 등졌을 때, 내게 일상이라는 걸 다시 알려준 건 너였어.
난 그걸 지키겠다고 오래 전 너에게 약속했고..
...
 
오오타카 오지:이 몸을 하고 여기까지 용케도 왔구나.
 
리사:...
 
오오타카 오지:넌 기계지.
하지만 살아있지 않은 존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라.
....
혼자둬서 미안하다.
전망대에 다녀왔어.
 
오오타카 오지:오는 길에 안드로이드들에게서 쓸 수 있을 법한 부품도 좀 떼어내고.. (마른세수를 한다.) 아오키만큼의 지식은 없지만.
 
리사:... ... (눈동자가 흔들린다.)
어물쩍 넘기지 마세요, 마스터.
 
오오타카 오지:...
 
리사: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겐 알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깨어나봤자 오래 살지 못할테니' 란 건... 무슨 뜻인가요?
 
오오타카 오지:... 말 그대로야. 지상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데, 아직 살만한 날씨에 동면을 시작한 녀석이 다시 깨어나서 버틸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냥..
... (지친 눈으로 리사를 본다.) 정말 헛소리였어.
내가 그렇게 쉽게 저 녀석을 저버릴 인간으로 보이냐.
 
리사:...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통제실의 출입을 허가해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오오타카 오지:... 거긴 안돼.
 
리사:어째서입니까?
 
오오타카 오지:위험하다고 했잖아. 관리되지 않은지도 제법 오래되어서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 못해.
...
집에 가자. 리사.
 
리사:..... .....
(시라세 쿄우가의 INF를 확인한다.)
 
오오타카 오지:....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다.) ...마스터.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오타카 오지:..뭔데.
 
리사:[관리자] 라는 역할은... 누구의 의지 였습니까?
 
오오타카 오지:내 의지였다.
 
리사:지금은 버거우신 거고요?
 
오오타카 오지:(이마를 짚는다.) 아니, 괜찮아.
정말 헛소리였으니까.
 
리사:(심리학 롤을 굴려봐도 될까)
 
오오타카 오지:너도 내 성격 알잖아. 쓸데없이 욱하는 거.
(ㅇㅋ)
 
리사: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사:...
그날 제가 마스터께 부탁한 건 물리적으로 마스터의 곁을 지키겠다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저를 조금 더, ...파트너로서 믿어달라는 항변에 가까웠습니다.
 
오오타카 오지:믿고있어.
 
리사:하지만 지금, ...마스터를 보니.
...그떄의 제 부탁이 바보같아졌어요.
(오지를 지나처 먼저 통제실을 나선다.)
 
오오타카 오지:.....
(리사의 뒤를 다급하게 따라간다.)
 
리사:(급하게 걸어왔던 눈길을 그대로 밟으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오오타카 오지:....
 
오오타카 오지:(겉옷을 대충 바닥에 던져놓고 의자에 앉는다.)
 
리사:(어제보다 더 싹이 자란 식물을 쪼그려 앉아 관찰한다. 뿌리가 운동화 천을 뚫고 나온 꼴이 조금 안쓰러웠다.)
(헌 것을 버리지 못하겠구나, 너도.)
(흠...)
(오지가 가져왔다던 부품으로 셀프 기계수리를 해봐도될까)
 
리사:
기계수리
기준치: 40/20/8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오오타카 오지:....
 
리사:(관둔다.)
 
오오타카 오지:(가만히 보다가 말 없이 다가와 대신 만져본다.)
기계수리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프로다운 솜씨는 아니지만 제법 그럴듯하게 부품을 갈았다.)
... 리사.
 
리사:...
 
오오타카 오지:날 떠나고 싶어졌냐.
 
리사:(헛웃음.)
여길 떠나면 갈 곳이 있나요?
 
오오타카 오지:..... (데운 수건을 가져와 메인 동력 위에 덮어준다.) 있다면.
좋은 소식이 있어.
 
리사:...? (김 나는 수건을 말없이 내려보다 시선을 옮긴다.)
 
오오타카 오지:매일 전망대에 가서 이걸 켜봤지.
...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구 근처 우주 상공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
 
리사:...
 
오오타카 오지:신호가 잡혔거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너무 짧은 통신이라 대화는 못했지만 착각이 아니라면 우린 곧 지구를 떠날 수 있을거야.
너도..
...
어디로든 갈 수 있어. 파리같은 멋드러진 동네가 또 있을까 싶지만.
동면실에서 했던 얘기는 정말 헛소리였어. 그냥 없던걸로 해.
 
오오타카 오지:우리를 데리러 온 거라면.. 그들도 같이 갈 수 있겠지.
 
리사:... ...
 
리사:(...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사람은 꿈이나 희망 따위를 그릴 때 가장 아름답다.)
(실패 가능성을 찾아내 오류를 고치며 삶의 족적을 쌓아가는 것이 목적인 나와는 다르게 시덥잖은 확률에 운명을 맡기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일어서고. )
(그렇기 때문에 3년 전의 나는 스패로를 등지는 한이 있어도그의 뒤를 따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나란히 걷고 싶었다. 그의 등이 아닌 시야를 나도 알고 싶었으니까. )
(하지만 오오타카 오지는 곁을 내어주는 법이 없다.)
(그건 매우 슬프면서도... ... 어쩔 수 없이 그를 애정하는 계기가 되어버리는 게 아이러니하다.)
(구태여 답을 내진 않고 소파에 가서 몸을 눕혔다.)
 
오오타카 오지:...
(누운 리사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쓸데없는 짓인 것은 알지만..)
 
리사:...쿄우 님도 항상 제가 침대에 누워 있으면 이불을 덮어 주셨어요.
 
오오타카 오지:... 그러냐.
웃기는 일이네. 알려준 적도 없는데 똑같은 짓을 하고있다니.
 
리사:(한쪽 눈을 감고.) 많은 부분이 닮으셨어요, 두 분.
... ...어쩌면 쿄우 님은
 
오오타카 오지:....
 
리사:저에게 있어 아버지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오오타카 오지:... 그래.
 
리사:그래서 ...마스터가 걱정할 것을 알면서 그곳에 갔어요.
하지만 마스터도 약속을 어기셨잖아요.
... 용서하세요.
 
오오타카 오지:(과연 나는 그가 했던 것 만큼, 아니 비슷하게라도 이녀석을 감당해내고 있는지 늘상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 여전히 자신은 없다. 리사의 반동강 난 얼굴 안쪽에서 부터 드러난 한쪽 눈은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밤에나 낮에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 용서는 네가 해야지.
 
리사:...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있다 살짝 내린다.) 그럼 사과하세요.
 
오오타카 오지:....
미, 미안. (어색한 말투다.)
 
리사:...뭐가 미안한데요?
 
오오타카 오지:약속을 어긴 것이나, 뭐.. 이것 저것.
 
리사:이것저것?
 
오오타카 오지:(소파 근처 바닥에 앉아 리사의 허리께에 머리를 기댄다.) 이것저것.
... 리사.
널 믿고있다는 말은 진심이야.
그냥 네가 다치지 않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고.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동물이잖아.
제 욕심만 생각하는..
 
리사:... (잠시 고민하다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본다.)
 
오오타카 오지:(뜨뜻한 온기가 올라온다.)
 
리사:(결대로 북북북...)
 
오오타카 오지:어쭈.. 이게 사과 한번 받더니 기어오르네.
 
리사:(핀잔에도 손길은 여전하다.) 어... 인간의 본질은 기억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신체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오타카 오지:.....
모르겠는데.
정답이 있는 질문이냐?
 
리사:(꿍.) 생각을 하세요.
아니오.
 
오오타카 오지:아오.
.....흠..
기억 아닐까. 저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엔.
그래도 몸이 있다는 건 좋지.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잖아.
 
리사:(동의하듯 끄덕인다.) 그럼 안드로이드의 본질은 스택에 있다고 생각하시겠네요.
 
오오타카 오지:너.. 쓸데없는 생각 마라.
 
리사:그냥 질문인데.
대답해주세요. 그런가요?
 
오오타카 오지:뭐어..
대충?
 
리사:대애충?
(꿍.)
 
오오타카 오지:아!! 얌마!
아니 어떻게 그걸 똑 떼어놓고 생각해?
(몇대 맞은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리사:그냥... 저는 그동안 기체도 한번 바뀌고, 데이터도 날아간 적이 있으니까요.
지금의 저는 [제로], ....코코로와 만났을 적의 저와 동일한 기체인지. 마스터의 생각이 궁금했을 뿐입니다.
 
오오타카 오지:...
그거야..
네가 스스로 정하는 거지.
그정도의 자유는 허락되지 않았던가..
 
리사:(흠.)
 
오오타카 오지:여하간 본질이라는 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라고.
따지자면...흠..
그저 존재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해야하나..
달라진 몸에 같은 정신이 깃들든, 그 반대가 되든.
 
리사:(답지않게 진지해진 그의 얼굴에 푸...하고 바람빠지는 웃음소리를 낸다.)
사실 답을 모르겠어서 질문한 건 아니에요.
 
오오타카 오지:뭐야?
(어이없는 표정)
 
리사:그 때의 저는 지금의 저와 같죠. [제로]였던 나는 지금의 [리사]와 별개의 인물이라고, 신경쓰지 않은 채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아주 살짝은... 있었지만
스택을 전부 복원한 지금... 있었던 일이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니까.
 
오오타카 오지:....
 
리사:그러니까 마스터.
(정수리에서 머물던 손이 천천히 뺨으로 내려온다.) 만일 제가 이르게 망가지게 되거든, 형체에는 연연하지 말고 스택을 손에 쥐세요.
우주에서 누군가 우릴 발견하게되면... 우주선을 개발할 실력으로 기계장치 하나 쯤은 만들 수 있겠죠.
 
오오타카 오지:.......
 
리사:...새롭게 이식될 신체는 조금 성숙한 모습이어도 좋겠네요.
조금 덜 딱딱한 몸이고 싶기도 하고요.
 
오오타카 오지:바라는 것도 많다.
 
리사:(웃는다.)
 
오오타카 오지:(차마 그저 계속 옆에 있으라는 말도, 어딘가에 존재해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시선을 허공에 둔다. 뺨을 덮은 오만방자한 기계의 손등 위로 채 삼키지 못한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리사:... ...
 
오오타카 오지:(그리고 무선 전파기를 습관처럼 손에 쥘 때에는 슬쩍 웃는 얼굴이 된다.)
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다 잘 될거야.
 
리사:(긴 숨을 내쉰다. 눈가를 손으로 문지르면 눈물 따위 언제 흘렀냐는 양 건조하고 메마른 피부가 시치미를 뗀다.)
 
오오타카 오지:쿨럭쿨럭 콜록!! 엣취!!! (킁)
 
리사:(디러)
 
리사:.... (침 튄거 슥슥 닦아내고 데워진 수건을 이마 위에 올린다.)
 
리사:역시 전망대는 제가 가보겠습니다, 마스터.
 
오오타카 오지:킁.. 얌마, 너 거기서 얼어붙으면 내가 주워와야하는데 누굴(훌쩍) 고생시키려고?
 
리사:안 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마스터 외투까지 제가 입고 나가서요.
 
오오타카 오지:입만 살았지.... 까불지 말고 물수건이나 좀 가져와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무선 전파기를 몇번이고 눌러본다.)
 
리사:(벌써 식었군...) (물수건을 갈아주다 전파기를 손에서 빼낸다.)
바봅니까? 회복에 집중하세요.
 
오오타카 오지:....
(뭐라고 궁시렁 대지만 발음이 불분명하다.)
 
리사:....
(한숨...)
 
리사:(이 제멋대로 인간... 재우는 것도 한 세월이군.)
 
리사:
듣기
기준치: 35/17/7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리사:...
(전파기를 주워든다.)
(이 곳에서 나는 소리인가?)
 
리사:(벌떡)
 
무선 전파기:...-
 
리사:(이제 와서...?)
 
무선 전파기:--- 생-
생명 활동이 감지되었습니다.
 
리사:...
 
리사:(전파기를 들고 창 가까이 걸음을 옮긴다.)
 
리사: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마스터가 가장 바라던 순간을.... 이렇게 날릴 순 없는데.)
 
리사:(강행 시도)
(할래요)
 
ㄱㄱ
 
리사: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리사:...
 
리사:... ...
(전파가 남겨지는 순간을 음성녹음으로 내장 메모리에 저장한다.)
(잠든 오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가슴께를 흔든다.) 마스터, ...마스터.
마스터. 일어나세요.
 
리사:(녹음해두었던 음성파일을 재생한다.) 제 말 들리십니까? 신호가 잡혔습니다 마스터.
'무언가'가 지구 상공에 포착된 것 같습니다. 서둘러 답신을 쏘아 보내야 하는데...
 
오오타카 오지:.... !@~/ ...
(미동도 없다. 그냥 가라 리사;)
 
리사:..............................
......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끝내야 한다. 대피소로 이동을 5분, 통제실 진입을 3분, 내부소재 파악 및 전파를 10분 안으로 끝낸 뒤, 적어도 30분 내로 사무실에 복귀한다.)
30분만 자리 비우겠습니다.
(외투랑 카드키 전파기 챙기고... ㄱㄱㄱ)
 
리사:...
 
리사:(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리사:(내가 읽어내지 못 하는 기계는 없다. ...아마도, 시간이 충분하다면.)
해킹 Roll
기준치: 99/49/19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파직!
 
리사:...!
 
리사:(답신을 보낼 방법을 찾는다.)
 
리사:(TRUE)
 
리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5분.
 
10분.
 
20분.
 
리사:...
 
무선 전파기:행성에서 보낸 전파를 탐지했습니다. 생명체가 있으면 응답 바랍니다.
 
리사:여기는 지구. 생명체 존재합니다. 구조를 요청합니다.
 
무선 전파기:이제 출발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생체신호 하나가 감지된 곳으로 이동수단을 보내겠습니다. 좌표는…
 
리사:(복귀해야한다.)
(그래서, 마스터를 데리고...)
(... ...)
(전파를 쏘아올린다.) 여기는 지구. 착륙 예정 시간을 요청합니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무선 전파기:...드디어 연락이 닿았군요.
당신이 이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 맞습니까?
 
리사:(...?) 착오 있습니다. 생존 인간 총 일곱입니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착륙 예정 시간을 요청합니다.
 
무선 전파기:...?
이쪽의 데이터는 정확합니다.
지난 한달 간 지구 주변을 수백번도 더 돌았지만 당신 이외의 생체신호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리사:...
무슨 소리입니까?
 
리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니야. 그럴리가?)
(동면장치의 오류를 떠올린다. 아마도 오류거나...)
 
무선 전파기:우리들의 기계가 고장난게 아니라면 인간의 생체 활동이 전혀 감지 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쪽의 기기 오류는 아닌 듯 합니다만.
 
리사:...
 
무선 전파기:우리는 당신이 전파를 쏘아 올린 그곳 바로 위에 있어 언제든 착륙 가능합니다.
구 곳은 아주 오래 된 대피소 같은데, 당신은 그곳을 관리하는 관리자입니까?
 
리사:...먼저 묻겠습니다. 당신들은 3년 전 지구에서 이주한 인간들이 맞습니까? 현재 소속 행성은 어디입니까?
 
무선 전파기:...3년 전이라고요?
우리는 400년 전 지구를 버렸던 인류의 후손입니다.
 
리사:....
 
무선 전파기:정확히는 새로운 행성 알파 566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죠.
 
리사:.... ..... .....?
 
무선 전파기:그곳도 이제 살기 어려운 땅이 되어버려서 이전 고향을 탐사하러 온 것인데... 이곳은 선조들이 말한대로 여전히 최악이군요.
 
리사:(에러, 오류? 혹은... 환각?)
 
무선 전파기:(잠시 노이즈)
대피소 전체를 스캔해봤는데, 지하에 동면 캡슐이 6개 있다고 나타나네요?
하지만 그 외에는 감지되는 것이 없습니다.
 
리사:... 맞, 습니다.
(그렇다면 마스터는?)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이나, 제 소유주인 마스터의 권한 대행으로 이곳에 있습니다. 현재 타 시설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으므로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는 당신들의 주장은....
 
무선 전파기:...
 
리사:... ... ... .... ....교차 검증이 필요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선 전파기:사실 이 행성에서 오랜시간 기다린 이유가 있습니다.
 
리사:(나서려는 찰나 시선을 돌린다.)
 
무선 전파기:일전에 신호를 처음으로 수신한 존재가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우리들을 데려 가려고 찾아온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만..
 
리사:...
 
무선 전파기:그래서 이야기해줬습니다. 당신들이 로봇이든, 정말 400년동안 살아남은 인류든 알파 566으로 데려 가려고 온 건 아니라고요.
자리는 한 자리밖에 없고, 이후에는 다시는 이곳을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도요.
데려가야 할 존재가 있다고 해서 기다려주기로 한 겁니다.
....이 행성의 기후가 너무 혹독해서 244시간 동안 통신이 먹통이었던지라..
 
무선 전파기:....(잠시 노이즈)
다른 좌표에서 또 다른 기기 작동 신호가 잡히는군요. 확인 부탁 드립니다. 좌표는.... -- -----
 
리사:(무슨 정신으로 이곳까지 걸음했는지 모르겠다. 로봇에게도 본능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닫힌 문 앞에 카드키를 가져다댄다.)
 
리사:...
(머리에는 오롯 [한 자리]라는 키워드만 반복되어 재생한다. 한 자리. 한 자리. 한 자리...)
 
리사:(금기를 넘는다.)
 
HP-1
 
리사: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리사:(한 자리. 한 자리. 한 자리. 한 자리....)
 
리사:(화면을 올려다본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리사:...
 
리사: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착오가 있는 것은 아닌가? 잠시 벙찐다...)
(보관함 같은 것을 닥치고 뒤져본다.)
 
리사:...
컴퓨터 사용 Roll
기준치: 41/20/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리사:.... .... ....
 
리사:....
 
리사:(손을 들어....)
(심장을 짚었다.)
(두근, 두근. 두근....) *
.......
 
리사:(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에 그저 실소가 새어나온다.)
(미안하다, 고. '이것 저것'......?)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뒷걸음치다 팔꿈치로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리사:...
 
시라세 쿄우가:정말 동면하지 않을거야?
 
오오타카 오지:안 해. 어차피 동면실을 관리할 관리자가 필요하던 참이었잖아.
 
시라세 쿄우가:… 그 일은 리사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인거 알지?
그애도 네가 추위와 굶주림에 얼어죽는 것 보다는 동면이라도 하는 걸 원할거야.
우주선이 유효기간 내에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오오타카 오지:내기할래? 난 한 400년 안에는 돌아온다에 건다.
(밝은 목소리다.)
 
시라세 쿄우가:… (한숨) 넌 진짜..
인간의 몸으로 지금의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리가 없어. 오지.
3년 전 우주선에 타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오오타카 오지:… 안드로이드들이 진짜 자기 의지로 자살을 하는 건 처음봤어.
희망이 꺾이는 순간의 감정을 학습한거야.
 
시라세 쿄우가:
 
오오타카 오지:리사도 슬슬 죽음이라는 개념에 점점 무뎌지는 게 보이는데 나까지 동면상태가 되면 그녀석에겐 생(生)을 느낄 기회가 없어지잖아.
만약 우리가 전부 사라지고 그 애 혼자서 버티는 순간이 온다고 하면..
…난 그때 리사가 죽음이 아닌 내일을 선택해줬으면 좋겠다.
 
시라세 쿄우가:… 그렇군, 이해했어.
 
오오타카 오지:만약 동면에서 깨어나도 소용 없으면 어떻게 할까.
 
시라세 쿄우가:무슨 소리야?
 
오오타카 오지:너희들이 동면 유효기간까지 동면을 유지했지만 지구는 여전히 가망성이 없고, 인류가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시라세 쿄우가:흠.. 최악의 상황에 관한 답이 필요한거야?
 
오오타카 오지:혹은 그들이 또한번 비인간을 배제하는 선택을 내린다면..
 
시라세 쿄우가:… 그거 참. 슬픈 말이네.
(잠시 정적) ..갑자기 두려워지기라도 했어?
 
오오타카 오지:아니, 그냥.. 객관적으로 저울질을 해보는 거지.
너희는 이미 한번 버려졌었잖아.
그런 일이 두번은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기껏 우주선이 나타났는데 아무도 안 데려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시라세 쿄우가:만약 그렇게 된다면,
… 그래.
그렇게 된다면 그냥 우리를 비활성화 해줘. (지독히 평화롭고 일상적인 목소리였다.)
 
오오타카 오지:그건 그냥 죽는거야.
 
시라세 쿄우가:알고있어.
그리고 나와 동면하는 모두가 그걸 원해. 동면을 선택한 사람들 모두가 편안한 죽음을 차선으로 두고있거든.
게다가.. 너와 리사가 어떤사람들인지 아니까.
우리를 네 마음의 짐으로 두지 마.
 
시라세 쿄우가:제로.. 아니, 리사.
대피소를 잘 부탁해. 아니. 우리를 잘 부탁한다고 해야 하나.
 
리사:네, 쿄우 님.
 
시라세 쿄우가:동면에서 눈을 뜨면 ….
아니다.
(침묵) 오지한테 제발 무모한 짓 하지말라고 전해줘.
 
리사:… 제 말을 잘 들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시라세 쿄우가:(웃음) 너희 둘이라면 잘 지내겠지.
 
리사:...
 
리사:(허, 하는 짧은 탄성.)
 
리사:(심장이 꽉 조여온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비단 내부 공기가 열약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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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타카 오지:결정했어.
내가 무모한 짓을 한 건 맞아. 터무니 없이 편향적이지.
(잠시 침묵) … 네가 허락한 일이니 미안하다는 말은 하고싶지 않지만… 그래도 미안하다.
알다시피 나에게 남은 건 그 애밖에 없잖아.
 
 
‘리사.’
 
 
내가, (짧게 숨을 들이킨다.) 동면캡슐을 멈추자고 하면..
 
리사:(치직, 치지직. ... 노이즈를 발산하는 화면에 시야가 깜깜하다.)
(모든 죄악감과 무게를 암전된 그곳에 떨어트리고 도망치듯 통제실을 나선다.)
 
리사:(돌아가야 할 곳으로... 간다.)
 
무선 전파기:---
ㅈ---
지금 전망대 위에 당신이 말한 그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리사:... ...
 
리사:(눈이 빼곡히 쌓인 곳을 올려다본다.)
 
리사:(그는 매일 아침 이 길을 어떤 마음으로 오른건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다.)
(자그마치 146000일 이라는 시간동안.)
(...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목적지라고 하면 이것 뿐이다.)
 
리사:(꼭대기에 다다르자마자 눈밭 위로 철푸덕 쓰러진다.)
 
...
 
오오타카 오지:... 늦었네.
 
리사:(반바퀴 굴러 하늘을 올려다본 채 눕는다.) ... ...추워요. (콧물 훔치는 소리.)
 
오오타카 오지:...
(가까이 다가가 리사를 내려다본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튀어나온 건지 머리 한쪽이 엉망으로 뻗쳐있다.)
 
오오타카 오지:(쭈그려앉아 리사의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리사:(한쪽 눈에서부터 연료인지 눈물인지 모를게 질질 새어나온다.)
축하드려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다 마스터의 계획대로 됐어요.
저는 백치처럼 아무것도 모른채로, 연료가 동나기 전까지 아득바득 살아남아, 3년 전 우리를 떠나 새로운 행성에 이주한 인류에게 마침내 구조되어 삶인지 뭔지를 이어가게 되겠네요.
 
오오타카 오지:... 미안.
 
리사:알파 566이라고 했던가... 그곳에는 우리 같은 존재가 있을까요?
 
오오타카 오지:그건 나도 몰라. 그래도.. (...) 네가 다시 버려지는 일은 없겠지.
마지막 생존자를 묻은 날에.
대피소가 너무.. 넓게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도망치듯이 나왔는데 바깥은 끝도 없이 넓더라.
...이 커다란 행성에 네가 혼자 남을 미래가 싫었어.
 
리사:있잖아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마스터의 가장 큰 문제는 그거거든요.
마스터가 느끼는, 그 기분. 미련과 막막함, 후회와 절망을...
왜 나는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눈물에 시야가 뿌옇다.)
제가 버려지는 일이 없을 거라구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이미 당신이 나를 낯선 행성으로 버렸는데.
... ...
....... (이 순간이 끝나면 다시는 그의 얼굴과 온기에는 닿지 못하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좋은 말 하나 건네지 못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오만방자한 기계장치의 천성일 것이다.)
저는요.
그들이 데려갈 한 자리에 마스터가 있었으면 했어요.
 
리사:왜냐하면, 저는. ...반지르르한 기계부품을 전부 덜어내면... 당신의 주머니에 언제든지 휴대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그렇게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이 되어든 좋았는데.
하필이면 인간이 되어선... ... (자조적으로 웃는다.)
 
오오타카 오지:....
너도 알잖아.
난 항상 바보같은 선택을 해.
(무너지듯 일그러지는 얼굴 위로 속절없이 눈물이 흐른다.)
 
리사:(손을 앞으로 뻗어 그의 눈물자국이 생겨난 뺨을 짚었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요?
 
오오타카 오지:나도 몰라. (뜨거운 온기를 담은 액체가 리사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난,
언제부터인가 내가 무엇을 바랐는지는 잊었어도 오늘이 그날로부터 며칠, 몇 달, 몇 년째인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세었다.
나의 내일엔 네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지리멸렬한 그 시간들이 지겹지 않았어.
....그리고 우주선이 도착한 날 깨달았다.
 
리사:...
 
오오타카 오지:내가 바란 건, 그저 너를 혼자 두지 않는 것이 아니였다고.
난 네가 어디에든 존재하길 원해.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라도
그곳에 너의 하루가 있다고 생각하면.. 전부 다 괜찮을 것 같아.
...희생이라고 했나?
내 욕심에 희생당한건 너야. 리사.
 
리사:.............윽. (덤덤하게 유지하던 표정에 한계가 닥친다. 뻗은 손을 눈밭 위에 툭 떨어트리고 한참 아이처럼 소리내 울었다.)
 
...
 
 
오오타카 오지:(누워있는 리사에게 눈보라를 뚫고 손을 내민다.)
 
리사:(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닦아낸 뒤 그 손을 잡는다. 손끝이 축축하다.)
 
.
 
.
 
.
 
.
 
.
 
.
 
.
 
오오타카 오지:(얼어붙은 얼굴근육을 끌어올려 웃는다.)
… 우주로 가. 리사.
널 버리고 간 놈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을 보여줘.
 
리사:(온갖 원망의 말들이 치밀고 슬픔이 파도처럼 떠밀려와도, 이것이 나의 세 번째 상흔이자 버려짐이래도 차마 당신을 미워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늘 한 몸처럼 들고 다녔던 산탄총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그리고 당신을 향해 팔을 벌린다.)
 
오오타카 오지:....
(무릎을 꿇고 리사를 끌어안아준다.)
 
리사:...마스터를.
오래... ...사랑했어요.
 
오오타카 오지:.....
 
리사:...기계인 저조차도 기억하지 못 하는 오랜 시간 전부터.
원래, 무슨 일이든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니까.
(...) 제가 져줄게요. (한쪽 눈꺼풀만 감겨진 채로 웃는다.)
 
오오타카 오지:........
 
리사:(품에서 떨어진다.)
 
오오타카 오지:(품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도 한동안 어중간하게 팔을 벌리고 있었다.)
 
리사:... ...
(한발짝, 뒷걸음친다.)
 
오오타카 오지:....
 
리사:(전파기를 꺼내 신호를 보낸다.)
여기는 지구. ... ...설정 좌표로 착륙 바랍니다.
 
오오타카 오지:잘 가, 리사. (마치 문 앞에서 가볍게 배웅이라도 해주는 듯한 표정이다.)
 
리사:(체온을 온통 빼앗긴 그의 발가죽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아프지 마세요.
 
오오타카 오지:그러니까, 과보호라고.
.....
 
리사:진짜 과보호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데.
이정도 걱정은...
해도 되잖아요.
 
오오타카 오지:...(작게 웃는다.)
 
오오타카 오지:-- -----
 
 
괜찮아. 조금 쉬고 내일 깨자.
 
 
내가 깨워줄게.
 
리사:
rolling 1d5+1
 
(
3
 
)
+1
 
 
=
4
rolling 1d15
 
(
15
 
)
 
 
=
15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 

제 2부

 

2022. 11. 16 CoC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 W.팀 라퓨타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2938797dear-heresy.postype.com/post/4936127

 

KP/KPC - 똘비 (마릴루)

PC - 쮸님 (장태주)

 

※ 아래는 본 시나리오의 로그 백업이며, 시나리오의 상, 스포일러등이 전부 포함되어있으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 예정이신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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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의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아니, 나는.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1231……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의를 수호하나요?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부]
KPC 마릴루
PC 장태주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장태주:오~
장태주:
지능
467934
46
성공
+2
성공
+1
성공
-1
실패
-2
실패
:오~
장태주:(우쭐우쭐~)
깨닫습니다.
지목된 범죄자들은 또 다른 AOC 대원들이며, 그 죄목은 전부 우리가 저지른 것이라는 걸.
당신은 이것이 경고임을 눈치챕니다.
본부의 주요 기밀을 알아차리고 무단으로 이탈한 우리,
장태주:.........
두 사람이 조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동료들을 한 사람씩 제거하겠다는 경고 말이에요.
장태주:(아 어쩌라고...)
동료들이 오늘 처형당합니다.
당신들의 죄목을 덮어쓴 채로,
갑작스럽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장태주:나만 안죽으면 된 거 아닌가..
와 씨 근데 이거
당신이 아니란 소식에 안도를 느낄수도 있겠죠.
장태주:마지막엔 나? (목 감쌈..)
그런 모브들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을 수 있겠습니다.
어찌됐던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장태주:....(소금빵.)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도박질이나 사기를 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이놈의 월세는 어찌나 비싸던가요?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desc 당신이 버리기로 선택했고, 손에쥐기로 선택한 삶은 마음에 드나요?
장태주:(..........솔직히 좆같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뭐만 하면 총알에 배 찢기고 구르던 인생보단 인간 다운 것 같긴 하지..)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진 않더라도, 더 이상 병기로서의 삶을 마무리 지은 것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서서히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어떻게 엮이든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 HANDOUT. 잘 지냈어?
그때,
당신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장태주:...!
민첩한 반사 신경은 개 엠생 날백수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당신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장태주:아이씨.. 세제 떨어졌는데!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장태주:........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기절 상태)입니다.
장태주:뭐야 이거? (발로 툭!)
마릴루:장태주!
그리고 마릴루가 등장합니다.
장태주:여봉~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또 습격이구나!
장태주:..............
마릴루는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다행히 제압한 모양이지만요… 상당히 배가 고팠기 때문에 바닥에 시선이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장태주:.........
돼지..
마릴루:(대가리 빡 침) 빵집으로 바로 오라니까 여기서 왜 얼타고 있어??
장태주:(맞음) 가고 있었는데..
촉이 따악!!
마릴루:있었는데.
장태주:아~ 여기로 가면 못해도 피박이다~
라는 느낌이 드는 거지. (재수없는 표정)
마릴루:뭐래는거야? 진짜... (사온 샌드위치 재료들 손에 어거지로 들림)
아무튼. 너도 봤지?
장태주:(아놔.. 바리바리 들어줌..)
뭐... 그 웃기지도 않는 뉴스 같은 거?
마릴루:그래. 당장 AOC로 돌아가야 해. 브라이언, 유리, 루나…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
알잖아? 그 녀석들은 죄가 없으니까
……사실, 별로 안면은 없지만. 식사는 커녕 인사도 해본 적 없지만…
한 명은 이름을 틀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장태주:하~ (머리 벅벅)
저기, 내가 이런 말 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오지랖 너무 넓지 않아? 원래 세상 돌아가는 꼴이 그렇잖아~
재수 없는 놈부터 가는 거고, 나처럼 재수 좋은 놈은 사는 거고.. 그냥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하고 요기서 파스타에 빵이나 먹으면서 유유자적 하는 게 좋지 않아?
마릴루:(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얼굴이다. ) 역시 그렇단 말이지...
됐어. 네가 순순히 따라줄거란 생각 하는 사람이 바보지.
너는 백날천날 그렇게 회피하고 도망치면서 살아가는게 적성에 맞을지 몰라도. 난 아냐.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할 순 없어.
네가 안 가면. 나 혼자서라도 갈 거라고.
(흘겨보면서 짧아진 머리를 넘긴다)
장태주:.............. (하늘을 본다... 왠지 노랗구만..하하.. 이 개노답 인생을 저당 잡혀 놨더니 아주 그냥..)
그래.. 뭐..
간다 가.. 내가 어떻게 널 혼자 보내냐..
우리 제법 궁합도 잘 맞는데 얼빠진 얼굴로 죽으면 앞으로 남은 밤은 나 혼자 외로워서 어떻게....
마릴루:마음에도 없는 소리.
장태주:오호,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
마릴루:나 외로워~ 이러고 니 전화번호부에 있는 여자나 만나러 가겠지.
장태주:뭐.. 그래도 그립고 아쉬운 마음으로 붙잡아주는 게 어디야?
제법 거창한 걸 바라네? 나같은 인간에게..
마릴루:하아...
그런 적 없어.
(따라오라는 양 손짓하고 홱 돌아선다.)
장태주:(마릴루 어깨에 팔 달랑~ 걸치고 걷는다)
두 사람은 AOC로 이동하기 전, 숙소에서 몇가지 짐을 챙기기로 합니다.
지금 당장 가기엔 추레한 몰골이기도 하고... (태주는 스파게티 소스도 묻었고..)
장태주:(링귀니가 된 기분이군..)
적의 수뇌부로 들어가기 직전 꼼꼼한 준비는 필수니까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장태주:........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장태주:이걸 다시 입게 될 줄이야.
마릴루:그래 ... 안 팔길 잘했지?
장태주:(꺼내서 입는다. 공백이 무색하게도 탈착이 익숙하다.)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여전히 이 곳에 있습니다
아니, 그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장태주:선배님은 살 쪄서 안 맞는 거 아냐?
마릴루:뭐?? 죽을래?
장태주:농담~
마릴루:(서스펜더를 조이면서 거실로 나온다. 장태주에게 통조림 캔 하나를 던져준다.)
장태주:(캐치~)
:통조림 캔! HP +1 보너스가 있습니다. 요긴하게 사용하세요
장태주:(쵝오!!)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문을 나섭니다.
각자의 각오와 다짐을 가지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안전지대의 치안은 AOC가 담당합니다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장태주:........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릴루:음....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장태주:흠..
마릴루:정면돌파가 좋아? 아니면 잠입해서 몰래?
장태주:당연히!!!
마릴루:당연히?
장태주:잠입해서 몰래 들어가서 비겁하게 통수치고 나오는 게 맛이지!
마릴루:(픽..웃는다.) 너답네. 따라와.
길 안내는 그가 앞장섭니다.
장태주:(쫄쫄 . .)
알려지지 않은 루트를 예전에 파악해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요.
문득 어느 지점에 멈춰선 그는 한번 더 묻습니다.
마릴루:기는 쪽이 좋아, 나는 쪽이 좋아?
장태주:웬일로 잔머리를 굴리고..
응..?
흠..
나는..쪽일까..
뭐야? 갑자기 불안한데??
마릴루:네가 고른거니까 후회하지나 말어.
(앞장서는 표정이 어쩐지..기분좋아보인다)
AOC 본부 근처,
옆 건물로 올라선 뒤에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무식하고 저돌적인 침입의 극치라는 사실을요.
아무도 그에게 인간은 날 수 없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던가요?
장태주:............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의심스러운 장치를 당신의 조끼에 묶습니다.
장태주:..............................................................
...................................................................................................................................................................................................................................................................................................................................................................................................................
취~~소!
하하하하!
취소취소!!
취소취소취소취소취소취소취소!!
마릴루:(툭툭)
야, 쫄지마. 아직은 1명밖에 안 떨어졌대.
장태주:뭐?!
아직은은 또 무슨 말이야?
마릴루:...실사용자는 3명이라고 들은 것 같긴 하지만.
태클을 걸 틈도 없이!
장태주:아니익ㅇ
마릴루는 당신의 팔을 허리에 두른 채 뛰어내립니다.
장태주:으아아아악!!!
ㅡ!!!!!
어느새 반대편 건물에 고정해두었던 건지, 두 사람을 지탱한 와이어에 의지한 채 호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에 걸쳐 건물 외벽을 밟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장태주:................................................
아까보다 한층 더 날 선 겨울바람이 매몰차게 얼굴을 때립니다.
장태주:.............................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그의 두 눈은 근래의 1년 중 제일 반짝이고 있습니다.
장태주:괴물!
마릴루:아하하!!
아~ 시원하다.
장태주:하.. 앞으론 설명 좀 구구절절 붙이라고!
옥상으로 일절 충격 없이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덧붙입니다
마릴루:하늘 나는 기분. 나쁘지 않지?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지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장태주:...................
(얄밉네 이거... 볼 잡아당김)
마릴루:야, 아하.. (쭈욱..)
그는 당신의 조끼에 걸린 와이어 고리를 풀어주곤 그대로 등을 돌립니다.
이곳은 AOC 건물의 옥상입니다.
장태주:어찌어찌 도착은 했네..
마릴루:응, 이대로 안으로 잠입해서...
최상층으로 가야 돼.
어디있는지도 모를 인질 찾아서 곳곳을 뒤질바에야... 수뇌부랑 담판짓는 게 빠를것 같아서.
장태주:......
결국 정면돌파라는 말 아냐 이거..
마릴루:네 작전. 내 작전을 반반 섞은거지
장태주:그리고 브라이언? 그자식은 뭐, 도움도 안되던데 그냥 도망칠 때 미끼로 쓰는 게 낫지 않냐..
마릴루:뭐야.. 아는 사이야?
아는데도 안 오겠다 한 거라고?
장태주:.........
마릴루:너는진짜...
장태주:하핫
날씨 좋다!
(옥상 경치 구경~)
마릴루:(뒷목 끌어서 데려온다.) 오기나 해. 모든 층엔 CCTV가 있으니까 멋대로 알짱거리면 안 돼
장태주:........
질질질...
장태주:네 네~
(질질. . )
억센 악력에 끌려가듯, 두 사람은 AOC본부 안으로 잠입합니다.
우리가 최상층에 도달하면, 그는 당신을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저 돌입할 생각뿐이었는데,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장태주:.....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우리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장태주:(오늘 뭔 날이냐..)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장태주:
관찰력
753715
9
극단적 성공
(안경 반질반질..)
마릴루:(오`)
이 중 몇은 처형대에 올라갈 예정이니 갇혀있다 쳐도 많이 비는군요.
소강당이 아무리 넓더라도 군인이 200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리가요.
어림잡아도 절반입니다.
장태주:..................................................
한편, 바쁘게 눈을 움직이던 당신은 군인 중 한명이 딴짓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한 손을 뒤로 한 채 휴대폰으로 스도쿠를 하고 있네요.
과연 딴짓의 솜씨마저 최강입니다.
장태주:(짜식.. 빠져가지고)
스멀스멀꼰대기질이 피어오르지만...
곧이내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소장:아아, 흠.... 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소장은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소장: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장태주:..........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장태주:(오우... 사이비같은 사상..)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우리를 말하는 것 같군요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마릴루는 당신을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장태주:...
그는 당신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마릴루:...작전 변경. 역시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이 기관의 상층부는 어딘가 미쳐있어. 죽여버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걸.
장태주:저것들이랑 대화를 할 생각을 한 게 놀라운데..?
동료 목숨을 미끼로 잡은 놈들이라고.. 난 당연히 주먹으로 해결할 줄.
마릴루:...적어도 우리가 떠나기 전 까진. (이마를 한번 짚는다.) ................
장태주:지금이라도 튀자.
마릴루:내가 무르게 생각한 건 인정해. 하지만... 그건 안 돼.
(어깨를 잡고 가까이 끌어당긴다.) 대신 인질을 찾자.
장태주:...........
(삐죽~)
마릴루:.....네 감이 필요해.
장태주:나한테는 뭘 해줄건데?
마릴루:하?
뭘....
뭘... 원하는데?
장태주:아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어디보자~ 섹시치파오나 입어달라고 할까~ (농이다.)
마릴루:(대원들의 걸음에 맞춰 발을 밟는다. 5번 정도)
(꾹 꾹 꾺 꾹꾹)
개소리 하지 말고.
장태주:(악 악 악 악 악)
마릴루:도와줄 거지?
장태주:...........짜증나..
마릴루:(볼멘소리가 섞여도 이는 동의의 표시임을 알고 있다.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 정좌세를 취한다.)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우리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장태주:...........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조사 전, 당신은 소장의 연설을 들은 대원들을 무작위로 골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어느 층으로 이동할까요?
장태주:(어우..)
:최강의 인류시니까
장태주:한 층씩 봐야하나..
:감에맡겨보세요
장태주:그러지뭐
럭키 세븐! (7층으로 가용)
럭키세븐! 7층으로 이동합니다.
띵, 소리와 함께 7층에 도착하면,
"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장태주:...........
마릴루:낌새가 이상한데...
마릴루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장태주:뭘 하자는 건지 원..
마릴루:조용히 인질만 찾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튀지않게 잘. ...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장태주:........
(윽)
크리쳐와 마주칩니다. 전투가 발생합니다!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분명히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장태주:뭐야, 이거/!
:■ 약식 대항 전투
조우하는 적의 수는 8D10으로 정합니다. 순서는 PC- KPC -크리쳐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이므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PC/KPC의 턴 : '사격(라이플)'을 판정하며, 성공시 4D6을 굴려 '한 번에 몇 마리를 처리했는지'를 결정합니다. 판정 실패는 공격 실패로 취급되며, 재판정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에너미: 전투 턴에서 순서가 올 때까지 절반 이상 남아있을 경우 그에게 피해보너스 만큼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특수한 스킬을 확률적으로 발동합니다. 에너미가 전멸할 때까지 전투는 계속됩니다.
■ CREA-GRRR!!! -2- 전투 특수 룰
당신을 향해 들어오는 모든 공격은 마릴루가 대신 맞습니다. 반대로 마릴루에게 들어오는 공격은 당신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마릴루는 hp가 0이 되면 사망하지만, 1ROUND 후 부활합니다. 2부의 에너미는 전부 도주하지 않습니다.
장태주:.......
1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비무장
703514
96
실패
피해5
;;
마릴루:;;
장태주:아 실수실수;
마릴루:놀고먹고놀고먹고할때부터 알아봤다
(그의 앞을 가로막고 살상탄을 날린다.)
대 크리쳐 살상탄
703514
87
실패
피해11
(아디발내가오)
장태주:.........
놀고먹고놀고먹고할때부터 알아봤다
ㅋㅋ
:
잠깐!
비무장이ㅏ니라
대크리처살상탄으로굴려주세요
장태주:
놀고먹고놀고먹고할때부터 알아봤다 (지분지신노아타마를 조낸치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94
실패
피해15
:띠발
장태주:아 걍 죽을까?
죽을게 내가.
응...
ㅋㅋ
마릴루:ㅋㅋ
정신차려
(권총으로머리빠악
크리쳐의 턴
크리쳐?:(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물기
45229
72
실패
피해6
장태주:이거 완전.. 상상으로는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허공에서 팔만 허우적대는 초등학생들의 싸움?같다..
크리쳐는 마릴루를 향해 이빨을 세웠으나, 곧이내 발에 채여 날아갑니다.
마릴루:시끄러워..잘좀 하란 말야
2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아까는 연습이고~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6
성공
피해20
이번이 진짜라고~
크리쳐?:잠만 적의 수 : 36 마리
장태주:(반갈죽냇죠?)
쾅! 큰 소리와 함께 크리쳐의 반이 쓸려나갑니다.
나이스샷!
장태주:(우쭐)
남은 크리쳐의 수는 16마리
마릴루의 턴
마릴루:하아..
대 크리쳐 살상탄
703514
46
성공
피해13
장태주:하하..
(재수없는 눈으로 보며 토닥여줌..)
뭐, 사람이 살다보면 후배한테 밀리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마릴루:아! 크리쳐가 여기도! (등짝 퍽 때림)
장태주:아오!!
마릴루:조용히 있어라
크리쳐의 턴
장태주:....
크리쳐?:(다시한번 이빨을 세워 달려든다)
흡혈
30156
8
어려운 성공
피해15
장태주:...................................
마릴루:아 씨, 이게... (가지고 있던 단도로 끊어낸다)
장태주:(에휴..)
(보고만 있는다.)
마릴루:
회피
653213
68
실패
장태주:..........
불어터진 끔찍한 형체가 촉수를 뻗어, 그대로 마릴루의 몸에 이를 박아넣습니다.
희끄무레한 형태가, 그의 피를 빨아들이며 색이 나타납니다
진홍색의 색상입니다.
장태주:아 진짜..
마릴루의 숨이 끊어집니다.
어차피 되살아나겠지만요...
3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68
성공
피해20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쓰러진 그를 뒤로하고 남아있는 개체들을 향해 살상탄을 발포합니다.
연신 꿈틀거리던 크리쳐들은 이내 생기를 잃고 축 쓰러집니다.
장태주:..........
(마릴루 콕.. 찔러봄)
장태주 전투 승리! 근력이 4만큼 상승합니다.
그를 콕 찔러봐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직은' 말이에요.
소생하는 데에는 항상 시간을 소요하곤 했으니 놀랄 일은 아닙니다.
발치아래에서 꿈틀거리는 촉수를 보고 있으면....
장태주:우욱..씹..
장태주:
관찰력
753715
39
성공
(마릴루를 옆구리에 낀다.)
시체를 자세히 관찰 해 보니.. 어라?
이거, 크리쳐가 아닙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장태주:............
깊게 생각 말자! 정신병 생기니까!
(고개 탈탈~)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면
옆구리에서 꿈틀, 하는것이 느껴집니다.
의식을 차린 마릴루 입니다.
장태주:깼어?
마릴루:아 씨. 쪽팔리게...
(머리 탈탈...)
장태주:키스라도 해줘야하나 했는데.
마릴루:됐거든?
....
(옆구리 퍽!)
장태주:하핫.. (놔준다~;;)
아파!
마릴루:엄살은. ...아프게 때리지도 않았거든?
장태주:마음이~
아껴주라 좀. 응?
마릴루:뭐 이쁘다고 아껴줘 너를.
장태주:............. (느끼하고 잘생긴 표정 지어봄)
마릴루:(스루합니다)
장태주:(저기요)
순간
펑ㅡ!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쪽은....
몇 증인가요?!
장태주:이건..
10층이구만..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윗층으로 올라갑니다.
그렇게 10층에 다다르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장태주:....................
싫어. (벙긋..)
:그대로 넘기나요?
장태주:(넘어가용)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크리쳐가 아닌 이상 더욱 그렇겠죠.
크리쳐처럼 지성이 없지만, 크리쳐보다 강한 괴물들의 난데없는 습격에 AOC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크리쳐가 한창 식사중일때가 찬스입니다.
당신은 대원들에게로 다가가려는 마릴루를 저지하고 윗층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탓탓탓. . . .
장태주:휴... 살았다.
마릴루:(층의 중간까지 다다르면 장태주의 손을 뿌리친다) 야..!!
장태주:아 왜 또~
마릴루:아직 살아있던 사람. ..있었어!
장태주:..........
아닌데?
마릴루:살려달라고 한 걸 봤다고..!
장태주:잘못 본 거야.
(다시 손목 잡고 끌고간다.)
마릴루:너 진짜. ....
놔..! 돌아갈 거야. 아직 살릴 수 있어..!
장태주:살리면?
하반신만 남은 인간이 잘도 목숨 부지해가면서 살겠다?
마릴루:....
장태주:나 같으면 나 살린 놈 원망할 것 같은데.
마릴루:하지만 분명 살려달라고. ...
장태주:그건 그냥 유언 같은 거야~ 이성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헛소리라고.
아는 얼굴들을 구해야겠다며?
우물쭈물~~ 하다가 진짜 구하고 싶었던 놈들은 모가지만 보게 될 수도..
마릴루:........ (분하지만 틀린구석이 하나 없어 반박할 거리가 없다.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건 정녕 오만인가?)
짜증나.. (살면서 두고온 것들이 미련이 되어 다리 아래 매달린다. 분하지만 지금은 전진할 수 밖에 없다. )
계단을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면
지금 이곳은....
몇층?
장태주:32층..
찰박.
3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피 웅덩이가 고여 있습니다.
뒤이어 혀를 빼물고 죽어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장태주:.......... 재수없네..거..
그 앞에 서 있는 크리쳐 46마리와 조우합니다.
1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82
실패
피해14
ㅋㅋ
봐줬..다;;
마릴루:..진지하게 싸울 마음은 있는거지?
대 크리쳐 살상탄
703514
4
극단적 성공
피해22
장태주:선배님을 믿으니까~
펑!
큰 소리가 계단을 울리고 모여있던 크리쳐들이 우후죽순 쓰러집니다.
남은 크리쳐의 갯수는 24마리
장태주:멋져용!!
크리쳐의 턴
크리쳐?:(공허한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본다)
장태주:......
(윙크..)
크리쳐?:
비무장
45229
38
성공
피해3
크리쳐는 물갈퀴를 닮은 팔을 휘두릅니다.
마릴루:
회피
653213
29
어려운 성공
(장태주 뒤로 피한다 ㅡ.ㅡ~)
장태주:(아까 세게 맞더니 정신 차렸나)
아니 정신 빠졌나 저기요
나는 지금 물몸입니다만
마릴루:후배를 믿으니까~
장태주:아오..
마릴루:(메롱)
2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80
성공
피해17
다시한번 콰광! 하는 소리에 벽에 큰 구멍이 뚫립니다.
벽에 서 있던 크리쳐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남은 크리쳐는 7마리
마릴루의 턴
마릴루:
대 크리쳐 살상탄
703514
73
실패
피해13
장태주:아~~~ 진짜~~
아~~~~~~~
와~~~
아~~
(개눈치줌)
마릴루:아 미안하다고오
장태주:잘 좀 하자고요?
마릴루:...알겠어 (답지않게 고분고분)
장태주:............
(귀엽네)
(어우무슨 생각을 지뺨 철썩)
크리쳐는 여러뭉치로 분산해 그에게 달려듭니다.
크리쳐?:
비무장
45229
48
실패
피해5
하지만 느립니다! 그가 가볍게 뛰어오르는 것 만으로 크리쳐들은 지들끼리 머리를 박고 꼬구라집니다.
장태주:(흠..)
마릴루:후...
끝내자.
3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0
성공
피해14
끝.
당신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크리쳐들을 깔끔~하게 모아 없앱니다.
장태주,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행운이 4상승합니다.
장태주:하하!
나 잘했지?
마릴루:이리 와 봐
가까이
장태주:(뽀뽀라도 해줄라구?^^ 가까이 간당..)
(입술 쭈~~~욱)
마릴루:(안경에 묻은 피 소매로 슥슥 닦고 마저 올라감)
장태주:................
-_-
재미없네
(따라감..)
그렇게 32층 복도로 올라가면.
어딘가 수상한 낌새입니다.
두 사람은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장태주:.........
(이건 또 뭐람..)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간다면,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장태주:
이성
45229
84
실패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어쩐지 다른 공간보다 기이하게 온도가 낮은 공간입니다.
장태주:.........
이 곳은 어디일까요?
장태주:기분나쁘네..
진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장태주:.........
(발 끝으로 건드려봐요..)
...............
(툭~~ 콕... 찔끔.)
폭탄은 아니겠지?
:진짜?
장태주:..................
저주의 문구가 나왓군아..(안건드림.)
마릴루:만지지 않는게 좋겠어...
장태주:...........
상자를 제하면, 이 공간에서 위화감이 가득한 것은 바닥의 진 입니다.
장태주:이건..
마릴루:...주술?
장태주:진짜 사이비 종교일 줄이야..
마릴루:...역겹네..
장태주:....흠..
인간은 안보이는 것 같고.
보아하니 선배님도 이런 건 처음 보는 눈치고.. (나보다 짬밥 한참 더 드신 양반이..)
여기 재미없지? 우리 나갈까?
마릴루:당연하지... 일개 대원한테 이런걸 왜 보여주겠어? 당장 보는것도 찝찝한데... .........
뭐냐 그 멘트?
장태주:......(그윽...)
(멜로눈깔..)
마릴루:하....
(잠깐 한숨쉬나 싶더니 기댄다.) 부축좀. 머리 울려.
장태주:(냉큼 허리에 팔을 감는다)
마릴루:(눈이 마주치면 일부러 시선을 다른곳으로 피한다.)
장태주:허어?
뭐야? 그 반응?
마릴루:뭐가.
장태주:볼장 다 본 사이에 내외하기?
마릴루:내가 무슨 볼장을... 말 진짜 이상하게 할래?!
장태주:좋잖아 왜~
마릴루. 진짜 동료들이 다 죽어있으면 어쩔래?
마릴루:안 죽었어.
장태주:장담 못해 그거~
마릴루:(묘하게 확신 없는 말투다.) ..안 죽여. 인질이잖아. 우리가 잡힐 때 까진 질질 끌겠지.
...그런건 왜 물어보는데?
장태주:궁금해서. 거기서 포기하고 돌아갈지, 복수 나부랭이라도 한다고 할지 말야.
마릴루:나는... ...
...복수.. 하고 싶다고 하면 바보같애?
장태주:흠...
말 안 해줘도 아는 것 같은데?
마릴루:..어차피 네가 이해할 거란 생각 안 했어.
있잖아. 나는...
너랑 도망쳐 나오면서도 동기들 생각이 많이 났어.
장태주:..........
마릴루:이왕이면 다같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만 자유를 느껴도 괜찮은건가 하고.
...여기 사람들은 전부 병기로 길러져왔잖아. 그런 삶은 인간도 뭣도 아냐.
그래서... ...
(푹. 한숨쉰다.) 모르겠다. 그대로 도망쳐나왔을 때 내가 후회를 안 할 자신이 없어.
그치만 내 한계는 내가 잘 아니까.
장태주:하하, 그렇구나~ 기특하네.
마릴루:... 어린애 다루듯 얘기하지 마라?
장태주:아니! 진심으로 하는 말이거든? (왜 자꾸 배알이 꼬이는지 이제 알 것도 같고...)
선배님이 그렇게 기특한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나라도 전부 무사하길 바라게 된달까.. (역시 그 자식들 전부, 싸그리 뒈져있었으면 좋겠다.)
(유유히.. 윗층으로 훌쩍 가버린다..)
마릴루:.... (이 자식.......)
(철 들었나?)
장태주:(헹~)
마릴루:(의아한 얼굴로 총총..걸음을 맞춘다.)
32층을 나가기 전,
장태주:
이성
44228
56
실패
건강
703514
71
실패
지능
552711
96
실패
교육
502510
16
어려운 성공
정신력
502510
41
성공
나서기 전, 당신은 불현듯 마력의 흐름을 느낍니다.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다는 사실이 직감적으로 와닿습니다.
지금 당장 알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요.
...
다음층 어디?!
장태주:흠....
36
상층부의 바로 아래,
36층에 다다르면,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장태주:^^;; 네~
(자연스럽게 후진~)
마릴루:(등 꼬집...) 야...
장태주:왜..
마릴루:너도 이 층이 수상해서 온 거 아냐?
장태주:..............
그럼 뭐..
정면돌파는 내 취향 아니걸랑..
마릴루:그러면.....
장태주:(저렇게 막는 사람이 대놓고 있는데..)
마릴루:(시선이 복도 끝에 닿는다.)
장태주:..? (복도 끝을 본다)
마릴루:(정확히는. 복도 끝 창문으로...)
장태주:....................................ssibal..
마릴루:...................
정면돌파는 싫다며?
장태주:...................................................
그래. 오늘 그냥 아주 서커스를 하는구나 . . (창문쪽으로 벅저벅저..)
두 사람은 조금 우회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합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올라가면 되겠죠.
...이론적으론 말입니다.
장태주:.............................
.............................................
여기는 35층.
장태주:남자로 태어났으면 말야.
발 밑은 까마득한 도시의 야경입니다.
장태주:인생에 한번쯤은 대가리에 힘 주고 정면돌파를 해야한다고!
(아까 그 두사람을 제압해보겟습니다;;)
마릴루:오...오오..!
솔직히 쫄았지
장태주:아니! 이것은..
자충수다!
마릴루:(ㅋㅋ
장태주:ㅋㅋ
마릴루:백업할게.
(벽 뒤에서 권총을 장전한다..)
다시한번 위 층으로 돌아오면,
마찬가지로 살벌한 얼굴을 한 상관이 서 있습니다.
(한명임!)
장태주::3
(목 뒤를 툭 해서 기절하는 그거 할 수 있나요?)
오오오!!
근력 판정!
장태주:
근력
844216
48
성공
(빢!!!!)
" 순찰할 필요 없다고 말 했을 텐데. 왜 알짱…. "
말이 채 이어지기 전.
빡!!!!!!!!!!
태주는 지옥의 손날치기로 상관의 모가지를 내리칩니다.
그는 앞으로 털썩 쓰러집니다.
장태주:참수형하려다가 봐준 줄 알아라.
마릴루:오~
도울 필요도 없었네
깨기전에 들어가자
장태주:(뭐 쓸만한 거 있나 주머니 뒤져본다)
주머니를 뒤져보면...
가죽지갑과 청포도 사탕, 그리고 ID카드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장태주:..........(지갑을 챙기고 ID카드는 마릴루 준다)
두 사람은 36층의 안쪽으로 잠입합니다.
...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장태주:........................
이곳 역시 32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 역시 보입니다.
장태주:
지능
552711
71
실패
(알 턱이 있나..)
흠....
장태주:흠냐..
잘 모르겠지만....
예리한 구 크리쳐의 직감으로 느껴지건대,
두 층의 기운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거라면, 32층 중심부에 있었던 진이 36층에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장태주:...........
(두리번.. 수맥짚듯이 신경 곤두세워봐용..)
36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3604호 사무실입니다.
가까이 가면 ID카드를 스캔해달라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오네요.
장태주:(OK.. )
선배님 아까 카드 준 거
안버렸지?
마릴루:아? 어, 어... 당연하지.
(한박자 느리게 답한다.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에 쫀듯..)
야, 아까 얘기 못 한게 있는데.
(힐끗... 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린다.)
장태주:..?
뭐야?
마릴루:후.....
네가 뭐라고 해도 날 여기서 데리고 도망쳐준 건 너고.
그 생활엔 감사를 느끼고 있으니까. ...
.................... (역시 쪽팔린다. 이런 본심을 꺼내두는 건...)
대원들 못지 않게 나도 너랑. 우리 일상이 소중하다고.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마릴루:네가 죽게 두진 않을게.
장태주:........ 감사라..
(감사나 소중함 따위로는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분명 있다. 벼랑 )
(끝에서 내 손을 부여잡는 이 인간의 손을 부러 놓쳐버린다면..)
(그렇게 하면 저 알량한 선의 같은 것으로 작동하는 머리통이 이깟 오합지졸들을 생각할 겨를 따위가 없어지지 않을까...)
고마운 건 나지. 그렇게 날 생각해 준다는데.
살면서 개자식 쓰레기자식 죽어버려 ... 라는 말은 자주 들었어도..하하하!
장태주:선배님이 '그런' 몸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당신이 죽을까봐 두려워하거나 한몸 바쳐 구해주지 않아도 되잖아?
마릴루:그건... (인과응보라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는다. 지난 일년 간 보고 들은 걸로 아는 바가 있으니까. )
( 연락할 가족도 없어, 사람들과 맺어지는 기본적인 감정교류조차 서툴어서... 그래서 도무지 세상에 뿌리내리고 살질 못 했던 거다.)
( 그를 몰랐었을 적에는 마냥 이해가지 않았던 행동이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동료들을 놓고 도망친것도, 모든 문제의 근본을 회피하고 눈 돌리는 것도, 그러면서 본인을 떠나가는 나를 그냥 보내지 못하는것도...)
(전부 불쌍한 애라 그런거야.)
(그러니까 내가 있어줘야지.)
(자신의 세상의 모든 만물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 믿는 신념은 이상하리만치 맹목적이다. 인간의 삶을 버리고 크리쳐로 살아가는 편이 다행이라는 말에 "그래" 하며 웃어주는 것도, 제정신 박힌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니까.)
마릴루:들어갈까...
장태주:가자. (턱짓한다. 먼저 들어가라는 양..)
마릴루가 ID카드를 센서에 가져다대면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장태주:..........
아까랑 비슷하긴 하네..확실히.
마릴루:조심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장태주:.......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장태주:흠..
마릴루:...!
장태주:(쓰러진 사람들을 깨워본다..)
쓰러진 사람들을 깨우러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은 모두 정신을 잃었습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우리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장태주:이녀석들..
마릴루:...숨은 쉬어. 하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어.
이... 마법진 탓인가?
장태주:(이걸 구하는 게 정말 맞는 행동인 건지..)
장태주:
지능
552711
75
실패
(쩝..)
:에휴 능지
장태주:
:교육도 ㄱㄴ
장태주:
교육
502510
20
어려운 성공
?
:오 ㅁㅊ
장태주:(국영수위주로 예습복습 철저히 해라)
거꾸로 쓴 글씨로 만든 부적이나 마법진은 '역주문'으로,
불러들이는 쪽이 아닌 쫓아내는 쪽에 가깝다는 정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환은 AOC가 저지른 짓이 아닌가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장태주:...........
불러놓고 감당 안되니까 뒷수습 하는 거 아냐?
마릴루:충분히 그럴지도...
아무튼, 느낌이 안 좋아. 이대로 있으면 분명 죽을거야...
한 사람씩 맡아서 데려가자. 도와줘.
장태주:(진짜 안내킨다..)
(대충 아무나 잡아서 옆구리에 끼고 나간다.)
태주는 회색 머릿칼의 앳된 남자아이를 들처업고 나갑니다. 어쩐지 낯이 익숙한것도 같은데...
장태주:(이거 어차피 다 죽어가는데 가다 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마릴루쪽에선, 청발의 단발머리 여자를 부축합니다.
진으로부터 벗어나니 정신을 차리지만....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장태주:..?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장태주:누군 오고싶어서 온 줄 아나..
멀리서 크리쳐들이 그르륵 거리며 소환됩니다.
아니, 그렇지만 전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투 태세를 위해 마릴루가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장태주:..?
펑 ! 퍼엉!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지원인가? 기대를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아닙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당신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마릴루에게요.
"―――!"
장태주:..1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장태주:..!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장태주:마릴루!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마릴루가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36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장태주:내가 이래서 무시하자고 한 건데..
(아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이내 앞으로 걸어나온 소장이 라이플로 마릴루의 머리를 쏘며 확인사살을 합니다.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장태주:.............
도로 그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소장:하아.... 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장태주:뭔..
뭐 하자는 거야?
소장은 당신이 말을 걸자 크게 겁먹은 기색을 보입니다.
장태주:..........
워!
소장:(히익!)
장태주:뭐냐고 이새끼야..
소장:저거... 저거 날뛰지 않게 감시하세요! (주변 대원들에게 소리친다.)
장태주:........... 뭔..
당신이 추궁해도 안절부절한 태도를 일관할 뿐입니다.
아무런 의문증도 해소해주지 않은 채, 소장은 사무실 밖으로 나섭니다.
장태주:...........
소장이 떠난 뒤 마릴루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대원 중 하나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습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루나 입니다.
RUNA:아우 머리야...
장태주:드디어 일어나셨군요~?
(수상한npc처럼..)
이게 무슨 일이야?
RUNA:헉...! 맞다 내 정신좀 봐. 여기로 못 오게 해야 하는데!
(태주보고 절망)
늦었군요...........!!!!!!!!!!!!
장태주:늦었지!!!!
이 멍청이들아!!
RUNA:으아아아아아앙
아니!!!!
장태주:방금 내 사수가 눈 앞에서 한번 더..응? 거칠게 유린당했다고!
RUNA:네!?!?!??!????
거 거칠게 뭘요?!?!?
장태주:아주그냥 인정사정 없이...
어떻게 책임질 거야?
RUNA:그만!!!!!!!!!!!!
..................
사실 그게...
휴, 어디서 부터 얘기해야할까요...
1년 전 그 날 기억하시죠? 두 분이 탈영하셨을 때....
장태주:흠..
RUNA:그 때 여러분 뿐만 아니라 많은 대원들이 뒤따라 탈영을 시도했거든요!
AOC가 저지른 크리쳐 실험의 내막이 이쪽에도 일파만파 퍼져서 말이에요...
장태주:오호라..
그런데 실패했다 이거야? 어중이떠중이들 같으니라고
RUNA:저도 제 파트너 선배한테 그런 .. 실험이 있었단 걸 뒤늦게 알아서.
그만 뭐라해요...
아무튼! 우리끼리 맘 맞는 동료들끼리 으쌰으쌰해서!
소장을 몰아내자! 하고 딱~~ 쳐들어간것 까진 좋았거든요?
장태주:.......-_-
RUNA:근데 진짜 한 순간에....
순식간에 습격 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꼴이..~ (헤헤)
장태주:웃음이 나오냐.....
RUNA:.....
아니요...
사실 엄청 큰일이에요.
우리로 함정을 만들겠다.. 하는 것 까진 들었는데,
장태주:.........흠..
RUNA:나간 분들께는 연락이 안 되니까.
..........아무도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장태주:사실
RUNA:네?
장태주:난 올 마음 없었거든?
RUNA:...네에?!??
네...
네...그렇겠죠
상식적으로...
장태주:근데 저~~기 저쪽이 뭔놈의 자신감으로 혼자서라도 가겠다길래..(뻗어누운 마릴루 손가락질)
RUNA:(따라서 눈짓한다...)
장태주:아무튼 여차하면 너네 미끼로 쓰고 튈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RUNA:.........너무해요!!!!!!
장태주:인생공부라고 생각해~
RUNA:보통은 같이 힘을 합치자 ~~ AOC를 처바르자~~~ 이런 전개 아닌가?!
잠깐 타임
장태주:ㅋㅋㅋㅋ
RUNA:네 밥가져왔어요 계속 말하세요
장태주:힘을 합쳐어?!
뭔 발목만 잡게 생겼구만..
RUNA:선배님은 3대 몇 치시는데요?!?!
장태주:..........
됐고~
아무튼..
RUNA:그래도 이왕 구하러 와 주셨으니까
장태주:응?
RUNA:제가 아는 건 다 말씀해드릴게요!
장태주:흠..
RUNA:물어보세요!
장태주:그래 그러면..
왜 그 꼬라지로 묶여서 누워있었는지? 최강이라는 분들이..
RUNA:아... 저희가 걸린 건 상부 쪽의 역공에 당한거구...
왜 함정을 설치했냐 이 말씀이시죠?
장태주:그래~ 무슨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솔직히 나같이 손절치고 튀는 인간이 8할일 거라고 생각한다만..
RUNA:일단 제가 주워들은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우선...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대요. 이건 선배님들께서 까발려주신 거니까 알고 계시죠?
그런데 그게, 알고보니 어떤 신을 부르는 소환의식이랑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나봐요.
장태주:.............
RUNA:그래서 외우주의 신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고, 이곳 안전지대로 강림하고 있고.... 그런 얘기에요. 존재만으로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장태주:뭐야 그게!!
믿으라고 하는 말이냐?!
RUNA:상부측에서 '그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됐는데, 문제는... 겨우 사흘 전 쯤?
저지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죠.
그래서 AOC대원들이 필요했던 거래요! 가능한 많이, 가능한 빠르게.
장태주:그러니까..
RUNA:저는 미끼인 셈이죠.
걸려든건....
....
....
..(본다. )
장태주:하~~~~~~~~~~~~~~~~~~~~~~~~~~~ 돌겠네 미친..
RUNA:두분..뿐이신 것 같은데...
장태주:.................
RUNA:(ㅜㅜ)
장태주:이런 젠장!! 저 여자랑 엮이는 게 아니었는데!!
RUNA:...파트너 아니셨어요 두 분?
사이..별로 안 좋아요?
장태주:..................
좋다마다!
RUNA:...아무튼,
장태주:.....
RUNA:지금 이 방에 그려진 진은 신을 쫓아내기 위한 역주문 같은 거래요.
하지만 발동할 아티팩트가 부족해서...
장태주:부족해서..
RUNA:저희가 마력 공급원이 되도록 가둬둔 거죠.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저도, 선배들도, 제 파트너도..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죽어버릴 거예요..
이런거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텐데.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 (짧게 한숨쉰다. 쪼그려앉아서 제 파트너를 콕콕...)
장태주:........
하아..
아까는 무슨 힘을 합치자면서?
계획이 있는 거 아니었어? 방법이 없다니..
RUNA:...모두가 깨어나면 의논해 볼 생각으로~? (데헷페로.)
일단 여기서 나가볼까요? 얍~~!!! (철창을 주먹으로 친다)
근력
000
56
실패
장태주:................
RUNA:아얏
장태주:뭐해?
ㅎㅎ
(주먹으로 쳐봄)
장태주:
근력
844216
49
성공
쾅!
장태주:..........
분명 손이 딱딱한 철창에 닿았지만...
대 크리쳐 살상탄 방호용으로 제작된 철책인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주먹만 아픕니다
장태주:이 씹!!
아파아!!!
RUNA:안 되네...
장태주:(주먹부여잡고 펄쩍뜀)
RUNA:그럼... 크리쳐는 이...쪽 선배.. 님.. 분.. 인건가요?
(마릴루를공손하게 두손으로 가리키며)
장태주:......그런 셈이지.
RUNA:그럼 깨어나시기 전엔 상책이 없네요...
장태주:하.. 한번 깨워보실까..
선배니임~ 일어나세요~ (마릴루의 곤죽이 된 얼굴을 부여잡고 입술을 쭈우우우욱 내민다)
(chu..♥)
RUNA:(꺄아아아아아!!!! 손틈사이로봄)
대원과 대화를 나누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는 깨어나지 않습니다.
태주의 chu를 받아도....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그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당신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장태주:...............
어쩌면 그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장태주:.......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합니다.
장태주:재수 없으니까 빨리 일어나지?
...돌아오지 않는 말을 읊조리고 있노라면,
뚜벅.뚜벅.
철책 너머로 누군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장태주:...........
"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장태주:뭐야?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의 대꾸에 그는 말을 이어갑니다.
미고: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어 낸 이 입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장태주:.....
미고:... 잠깐 저와 이야기를 좀 나누시겠습니까?
장태주:(발단이 저새끼라고 하니까 빡치지만 잔머리를 굴려보니 실마리도 저새끼가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금방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본다.) 아하~ 이야, 이거 대단하신 분이셨군요?
저 같은 미천한 신분에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고:그런 말씀 마세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장태주:....
미고: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장태주:....(이거.. 머리가 꽃밭에 가있는 양반이구만.) 그런 사연이.. 감동적이네요..
미고:예, 그래서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장태주:...?
곧 당신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장태주:..........
미고: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입니다.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장태주:...이게 뭡니까?
미고:언젠가 쓸 일이 있으실 것...이라고만 알려드리죠.
그럼... 이만.
장태주:(뭔..)
(팔아먹기엔 좋아보이니 챙겨둔다..)
짧게 목례를 하고 일어선 미고는 다시금 어둠속으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만....
장태주:.............. 비싸보이네
그 옆에 있는 열쇠는 이 철책의 열쇠인 것 같아 보입니다.
장태주:(열쇠로 철책을 열어본다.)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고.. 뭐가 됐든 고마운 일이지만.
열쇠를 꽂아넣고 돌리면, 그제서야 철컥. 문이 열립니다.
철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RUNA:엇... ...아!!!
선배님!!! 선배님, 일어나셨어요!!
장태주:어?
뭐야, 진짜?
(마릴루를 흔들어보나)
그 말에 발치를 보면 마릴루가 부스스 눈을 뜨고 깨어납니다.
마릴루:....뭐야..? (어리둥절)
장태주:언제까지 퍼질러 누워있을 거야? 이 대책없는 여자야!
마릴루:시끄러워......
분명 AOC 대원들이 있었는데...
....이건 또 어떻게 연 거야?
(두리번..)
장태주:뜬구름 잡는 소리 하기는, 완전 개발려서 여기 갇혔던 건 기억 안나?
저기있는 새파랗게 어린애도 누가 누굴 구하냐면서 비웃더라. (루나 손가락질)
RUNA:제가 언제요!?!?!?!? ㅠㅠㅠㅠ
마릴루:...? (눈 찡그림)
아니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설명좀..해봐.
하나도 모르겠거든.....?
장태주:아 그러니까...
(대충 루나가 했던 얘기를 아주 짧게 축약해준다.)
마릴루:(ㅋㅋ
장태주:그리고 방금 뭔.. 크리쳐를 만들었다는 장본인이 초면에 감사하게도 선물을 주고 가셨어. 산타는 실존하는 걸까..
(목걸이 달랑 ~ 들어보임) 이거 팔아서 오늘 저녁엔 랍스타 사먹자.
마릴루:선물을 받았으면 간직할 생각좀 해. (이해안되는 얘기들에 머리 핑글..)
그러니까 요약하면 이거지.
오늘 자정에 지구가 멸망한다. ..고?
장태주:뭐..그렇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믿겠냐고 그런 거..
(............)
RUNA:제말 믿어주세요~!!!!!
장태주:막을 방법도 없는 거 아냐 지금?
마릴루:음......
잠시만. 생각 좀 해 보자.
장태주:
지능
552711
52
성공
태주는 잔머리를 돌돌돌 굴려봅니다. 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총 두 층이었죠.
한 층이 함정이었다면 나머지 한 층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분명 그곳에 '뭔가'있단 느낌을 받지 않았나요?
장태주:그러고보니
(32층이었나..)
무슨 상자가 있긴 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함 가보자.)
32층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탓탓탓
구출한 대원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기 위해 흩어집니다.
32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어있습니다.
우리는 수차례 크리쳐들을 마주하고, 죽은 대원들을 마주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옵니다.
여기서! 손실된 체력 수치를 정합니다.
장태주:(아놔)
:회피환정을 3번 진행 후, 실패한 횟수 만큼 1d5만큼의 hp를 감소시킵니다!
장태주:
회피
1783
64
실패
회피
1783
19
실패
회피
1783
87
실패
:감소된 hp의 량이 5를 넘어가면 부상을 입은 부위를 정합
장태주:ㅋㅋ
:ㅋㅋ
회피를왜하나도안찍어왓어
장태주:(캐어필이야)
(ㅅㅂ)
rolling 1d5
(
2
)
=
2
rolling 1d5
(
3
)
=
3
rolling 1d5
(
2
)
=
2
:그럴거같긴해
장태주:spq
:
장태주:그렇게 됫다
나도 힘들다 씨빨
:그러면...
여기 명중부위 롤 잇나
없네...
장태주:어케하지
:1머리 2얼굴 3왼팔 4오른팔 5배 6왼다리 7오른다리 8임의 지정
1d8 ㄱㄱ
장태주:
rolling 1d8
(
1
)
=
1
아잇
:
ㅜㅜ
장태주:대가리에 총맞은 쇡기라서
ㄱㅊㄹ
마릴루:(응급처치같은거 해봄)
응급처치
753715
6
극단적 성공
장태주:오우..
선배 손이 약손이네
마릴루는 태주의 머리에 붕대를 둘둘 감습니다. 익숙한 솜씨입니다.
비록 마릴루는 여태.. 1번 정도 죽었지만
마릴루:ㅁㅊ강하네
장태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태주 hp3
극단적성공이니깐
장태주:현재상태
3인거야
글고 아이템쓸거잇으면 쓰세요 묘사하면 1d3으로늘려드림
마릴루:
장태주:아니면 3깎인거야
원래 12엿으니깐
12-7+3
하면얼마고
8
장태주:8이군뇨
아옼
:ㅋㅋ
장태주:(어질어질한 정신을 붙잡고 캔통조림을 따서 먹는다..)
:통조림 가져온거 먹어요
그냥 (먹는다) 하면 +1
묘사하면 +1d3
장태주:묘사를 어케해 미친 통조림인데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태주:(섹시한 통조림을 농염하게 어루만진다..)
장태주 HP+1
장태주:(통조림의 뺨이 붉어지는)
아오
배가쬐끔 든든해지는것 같습니다.
장태주:그래도 선배님 덕에 살았다
:맞지
여러분은 현재 32층의 비상계단 앞에 있습니다.
마릴루:하...죽겠다
(죽었지만)
장태주:죽었잖아.
마릴루:살았잖아
장태주:흠~ 견해가 갈리네요. 이혼합시다.
(32층 문을 빼꼼..열어서 본다)
마릴루:별... ...양육권은 내가 가진다 그럼
(같이 빼꼼..)
장태주:우리 애도 있었어?
짜식 대단하네..(세번째 다리 내려다보며)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이 잔뜩 적혀져 있는 방 입니다.
장태주:
관찰력
753715
70
성공
......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어떤 공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장태주:..........
공간을 들어가기 위해선 마력 1D3을 지불해야합니다.
장태주:들어간다?
rolling 1d3
(
2
)
=
2
마릴루:3
두 사람의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목걸이 덕에 이 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우리는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장태주:
이성
44228
73
실패
......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아, 그렇습니다.
이곳은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장태주:ㅎㅏ..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장태주:(뽑는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거기 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장태주:..........
방주의 관리자와 마주합니다.
장태주:그러지 말고 받아주시죠? 한두명 더 탄다고 뭐 큰일 나나...
방주의 관리자: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방주의 관리자입니다.
현재 인원 외의 다른 인간을 맞는다는 보고는 전해 들은 바 없어서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우선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그의 목에 있는 아티팩트를 바라본다.)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장태주:아, 이거..
(역시 뭔가 값어치가 있는 건가~)
마릴루:(툭툭) 이 공간 말이야...
장태주:응?
마릴루:방주..라고 했지?
장태주:뭐...
마릴루:멸망할걸 알고선 만들어뒀나보네...
그 여자애가 말한 프로젝트 란게 이런 걸지도...
장태주:그걸 언제부터 안 거야? 이자식들은..
..............골치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여차하면 여기 몰래 숨어들어서 살아남아볼까~
마릴루:...............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방주의 관리자가 입을 엽니다.
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장태주:.................................
이거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cctv를 본다.)
방주의 관리자:열람 승인을 확인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
장태주:.......
[CCTV 기록]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장태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
“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장태주:.......
방주의 관리자:"추가 전송된 메시지가 32건 있습니다."
"169건 있습니다."
"429건 있습니다. 일괄 확인 요청."
그 말이 끝나자, 우리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LOADING. . . .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금발의 엣되보이는 소년과, 청발의 소녀 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녹빛의 머리칼이 낯이 익습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AOC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나는…"
:그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한 당신은 ...
장태주:............
장태주:
이성
43218
50
실패
rolling 1d5
(
2
)
=
2
이성치 2감소합니다.
장태주:...........
하..
방주의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마릴루를 힐끗 본다.)
마릴루:( 재생되는 CCTV영상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손가락이 움찔거린다. )
장태주:(나는 이 오만하고 어리석고 아둔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있다.)
(목걸이를 마릴루의 목에 걸어준다.) 그래. 우리 여기서 쫑내자. 양육권도 당신이 가지고.
(골백번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해도 개죽음 같은 건 싫지만.. 여기서 비참하게 죽는다면 적어도 이 인간이 지켜내지 못한 유일한 인간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인지는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채감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종류의 인간에게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온전히 그 품에 파고드는 것 보다 벼랑 밑으로 스스로 떨어지는 쪽이 확실하고 쉬운 방법일 것이다.)
마릴루:(다가오는 손을 제지한다.)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너.
혼자 가는 건 허가 못해. 안 그래도 다쳤으면서 무슨.... 이제 목숨도 하나밖에 없는 게...
장태주:하하.. 왜, 양쪽 인간들을 전부 지키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찢어지지 않으면.. 방법이 없잖아~
오빠 못믿어?
그리고 나 어린애 같은 거 질색이라.
마릴루:그건.... (방주에 남겨진 아이들을 돌아보고선 주먹을 그러쥔다. 맞아. 어느 쪽의 인간도 전부 구해내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다. 하나를 위해 반드시 하나를 보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 상태로 너를 보냈다간 분명... )
...........
다 알면서 하는 소리지? ....나쁜새끼. (멱살을 쥐어잡고 얼굴을 한대 쥐어패려다 멈칫한다.)
장태주:하하. 눈치 빠르긴.
(그냥 저 바보 같은 표정이 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마릴루의 앞머리를 걷어 뽀뽀...를 해주는 척! 하다가 가볍게 꿀밤을 먹인다.) 야. 그리고 넌 오빠한테 맨날 말버릇이 그게 뭐야? 아주 귀여운 맛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어요.
마릴루:...! ....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눈이 벌개진 채로 잔뜩 힘을 주어 미간이 찌푸려진다.) 오빠다운 짓을 해야 부르지 ...멍청아.
........
너같은 거 진짜 싫어. (쥐고 있던 멱살을 놓고 홱 뒤돈다.)
장태주:알아.
(뒤통수를 보면서 뒷걸음질로 느리게 나간다.) 나 진짜 간다?
얼굴 안보여줄거야?
마릴루:...
.....
......
... 죽지 마.
장태주:오빠만 믿으라니까~
마릴루:그냥 하는 소리 아냐.
죽지마. ...
장태주:노력은 해 볼게.
마릴루:(그제야 뒤를 돌아본다.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장태주:아~ 누구 건지 몰라도 예쁘네.. 힘이 난다 그냥. (부러 농조로 가벼운 말을 던지고 시선으로 얼굴을 몇 번은 덧 그린다. 성격이 글러먹은 자신으로서는 역시 기분 좋게 웃는 얼굴 보단 이쪽이 취향이다.)
올 때 선물 사올게! (여상한 태도로 등을 돌려 나간다.)
(문득 1년 전 자신을 놓고 저 사람을 가져보겠다고 생각해버린 그날부터 예고된 불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마저도 장태주에게 중요하진 않겠지만..)
당신이 방주 탑승을 거절한다면 관리자는 무표정으로 말합니다
방주의 관리자:장태주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 마릴루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1/1000이 감소합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대답해도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입니다.
장태주:어허, 건방지게 깡통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계산하느냐.
그 말이 맞습니다. 한낱 전자회로로는 계산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이곳에 있습니다.
관리자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인류를 구원할 준비가 되었나요?
장태주:...........
준비는 애저녁에 끝냈지. 내가 누군데.. (허세다.)
최후의 순간입니다. 벨트를 단단히 조이세요.
*
방주에서 빠져나온 당신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무언가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태주:...........
..어떻게 해야햐지?!
고민하는 시점에,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장태주:?
RUNA:아 저깄다! 선배니이이임~!!!!!!!
JEONGONE:루나야 창문 밖으로 머리 내밀지 마...
장태주:아~~ 저 꼬맹이들..
헬기를 운전 중인 루나와 그 파트너, 정원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RUNA: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올라오라고 손짓손짓)
장태주:얼빵하게 잡혀있길래 발목만 잡을 줄 알았더니 기특한 짓도 하네? (냉큼 올라탄다.)
RUNA:믿으시라니까요~!!!! 저 믿어달라고 세 번 말했어요?!
JEONGONE:그... 저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장태주:하아.. 그래. 뭐. (어차피 곧 나란히 뒤질 거 하고싶은 거 다 해라..라는 마음으로 허허 웃는다.)
당신이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장태주:
이성
41208
86
실패
rolling 1d3
(
2
)
=
2
..........
이성치 2감소. 어쩐지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장태주:(무지막지 후회된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하지만 이미 늦었죠!!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루나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장태주:......
그 옆모습이 꼭 누군가와 닮았습니다.
희안한 일입니다.
장태주:짜증나게!
RUNA:네?!
장태주:아..아니.
아무것도..
RUNA:(극적극적)
아무튼, 선배님 .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여기서 뛰어내리세요!
준비하시고~~~~
(퍽! 밀친다)
장태주:.............................
으아아아아아악!!!!!!!!!!!!!!!!!!!!!!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몸뚱이가 떨어져 내립니다.
장태주:복수할거야 이자식아!!!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우리는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장태주:
도약
20104
52
실패
에쿵! 태주는 옥상에서 몇번 데구르르르 구릅니다
장태주:으헉..컥..
어쨌든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당신은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서로의 등을 지켜줬던 상대가 없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그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두근, 두근.
순간, 심장박동이 거세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장태주:..............
두근, 두근.
장태주:(심장을 쾅 내리친다)
나대지마.
이것은 공포일까요? 아니, 그것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SYSTEM] 사랑하는 이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무지성의 신이 그의 일부를 드러냅니다.
■ 전투룰
일반적인 COC 전투룰을 사용합니다.
플레이어 턴에 사용할 수 있는 액션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뭐든 선언이 필요하면 선언해주세요.
마릴루의 의지를 이어 한 라운드 당 태주의 공격횟수는 2회 입니다.
장태주 - 장태주 - 아자토스의 찌꺼기 순서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1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그냥 크리쳐라고 생각하자. 산탄총으로 공격해봅니다.)
:고.
장태주: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92
성공
피해24
:오띠발 ㄷㄷ
쾅! 하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퍼집니다.
하늘에서 부서지는 총탄이 어쩌면 불꽃놀이의 형상과 비슷합니다.
장태주:시간을 벌어달라고 해도 저게 이쪽을 보는지 어쩌는지 모른다고 난!!
찌꺼기의 남은 체력, 75
적은 아직 이쪽을 눈치채지 못 한 모양새입니다. 여전히 장태주의 턴
장태주:이봐!! (한발 더 트리거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62
어려운 성공
피해18
큰 외침과 함께 살상탄을 날립니다.
여전히 찌꺼기의 근처에 가면 실탄은 곳곳으로 부서져 흩날립니다.
효과가 있는 걸까요?
남은 체력, 57
장태주:............
(와..이거)
찌꺼기의 턴
장태주:해볼만한데?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1
대성공
피해16
아띠발
장태주:
아자토스의 찌꺼기는 곧 당신의 공격에 반응하여 이 쪽으로 제 몸을 뻗습니다.
장태주:(회피회피)
아자토스의 찌꺼기:회피 고!
장태주:
회피
824116
12
극단적 성공
(닌자처럼 몸을 굴린다)
태주는 닌자처럼 몸을 굴려 공격을 회피합니다.
잠시 멈칫한 그는...
2 라운드
장태주의 턴
확연히 이 쪽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장태주:(왠지 눈이 마주치는 기분이다..)
(윙크나 한번 해주고 산탄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37
어려운 성공
피해15
아자토스의 찌꺼기:(몸을 뒤틀어 실탄을 그대로 반격합니다.)
공격
1005020
51
성공
피해26
장태주:(어우 회피회피)
반격 실패. 성공수준이 장태주가 더 높았으므로 반격에 실패합니다.
장태주:휴;;
남은체력, 42
장태주의 턴
장태주:(정신 차리자! ..... 섹시치파오 마릴루를 생각하며 산탄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42
어려운 성공
피해11
아자토스의 찌꺼기:(머리를 조준하고 반격합니다)
공격
1005020
42
어려운 성공
피해12
간발의 차 입니다.
장태주:(아슬했다..!)
아슬하게 그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남은체력, 31
아자토스의 찌꺼기는 신체를 일순 신체를 뒤틀기 시작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2
회복
1005020
3
극단적 성공
피해17
장태주:........................
이자식!!
어라, 어쩐지 군집이 모인 것 같은게...
그대로 회복한 모양이군요.
남은 체력, 48
아자토스의 찌꺼기는 그의 일부를 다시 뻗어, 당신에게 날립니다.
장태주:..................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15
극단적 성공
피해15
장태주:(회피회피)
회피
824116
27
어려운 성공
으악
회피 성공
라운드 3
남은 시간은 6분 남짓.
장태주:..........
아자토스의 일부가 상공에 강림합니다.
장태주:(시간이 없다.. 트리거를 연달아 두번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33
어려운 성공
피해14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9
극단적 성공
피해16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98
성공
피해20
공격
1005020
50
어려운 성공
피해29
두 공격은 모두 정확히 상공에 닿습니다.
남은 체력, 18
아자토스의 찌꺼기:1
회복
1005020
60
성공
피해22
찌꺼기는 그의 일부를 회복시킵니다.
남은 체력, 40
4라운드
장태주:쫌 가라..응?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37
어려운 성공
피해24
대 크리쳐 살상탄
1507530
90
성공
피해12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59
성공
피해12
공격
1005020
64
성공
피해24
단 한 끝차이.
장태주:(하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닿지못한 한 발을 뚫고 아자토스의 일부가 머리로 쏟아져내립니다.
압도적인 힘 앞에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바닥에 나동댕이 친 당신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이미 부러진 다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
...
장태주:.........
...
패배를 직감한 순간.
당신을 내리치려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쾅!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루나가 고개를 내밉니다.
장태주:
관찰력
753715
7
극단적 성공
흐린 시야 너머로.
정원이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소장:저, 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마릴루:.... .... 장태주!
익숙한 얼굴이 옥상으로 뛰어내립니다.
장태주:(쿨럭..)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까이 다가온 그는 쓰러져 있는 당신의 목에 목걸이를 도로 걸어줍니다.
마릴루:...이 멍청아 ! 죽지 말랬잖아!
장태주:..........
하..
지금 제일 멍청한게 누군데..
(이건 또 여길 왜 왔어?)
마릴루:.....알아. 바보같은 선택인 거.
근데 너도 알고 있잖아? 난.... 모두를 지키고 싶어.
그리고 그 모두엔....
장태주:..........
마릴루:너도 포함되어 있다고. 이 멍청아
장태주:진짜 짜증나는 성격이네..
마릴루:니가 할 소리야?
장태주:하.
마릴루:...죽게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일어나.
장태주:......
마릴루:(쓰러진 그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춘다.)
장태주:......
(맥 없이 늘어져 있던 팔을 들어 마릴루의 목 뒤를 잡는다. 그리고 혀를 한번 얽고는 떨어진다.) 내가~ ........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긴 했지.
[system] 장태주, 입은 대미지가 전부 수복됩니다.
전투에 마릴루가 합류합니다. 상승시킨 대미지는 도로 낮춰주세요
턴은 장태주 - 마릴루 - 아자토스의 찌꺼기 순으로 진행합니다.
1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심기일전! 해서 산탄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14
극단적 성공
피해19
아자토스의 찌꺼기:(마구잡이로 촉수를 휘두른다)
공격
1005020
46
어려운 성공
피해27
무지성으로 돌진하는 촉수를 피해 살상탄을 박아넣습니다.
뒤이어 총격소리가 이어집니다.
마릴루:하아, 무시무시하네...
권총
20104
62
실패
피해3
장태주:.........
무시무시한 건 그 아방함 아니실까~? 선배님!
마릴루:...조용히 해.
장태주:넵..(ㅎㅎ)
아자토스의 찌꺼기는 그의 일부를 다시 뻗어, 두 사람에게 날립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73
성공
피해23
1
공격은 순식간이었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릴루가 당신의 앞을 막아섭니다.
마릴루:
회피
502510
73
실패
장태주:아니 어쩌자는 거야!!
마릴루, hp-23
장태주:하!!
남은 HP 0으로 사망.....
장태주:............
하지만, 그는 크리쳐였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생시간이 꽤 걸릴 텐데.
장태주:아주 그냥..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당신의 앞을 지킵니다.
장태주:.........
크리쳐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안전지대를, 당신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그는 오로지 의지만으로 소생 주기를 컨트롤하며 당신의 앞을 막아섭니다.
장태주의 턴입니다.
장태주:(시간이 없다고 시간이..)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8
극단적 성공
피해19
마릴루:
공격
1005020
50
어려운 성공
피해21
아자토스의 찌꺼기:(제가굴렷어요)
장태주:그래 찌꺼기야
태주의 실탄은 촉수를 뚫고 그에게 명중합니다.
마릴루의 턴
마릴루:하아... (피해 입은 부위를 붙잡고 잠시 숨을 고르다, 다시 총을 장전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703514
50
성공
피해15
장태주:......
그는 그대로 공격을 되돌려줍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34
어려운 성공
피해15
그 피해는 다시 마릴루에게 돌아갑니다. HP 0으로 전투 불능...
장태주:..................
이지만! 공격을 맞고 나뒹굴던 마릴루는, 죽어도 죽지 않는 몸을 다시 일으킵니다.
장태주:이거 괜찮은 거 맞아?!
찌꺼기의 턴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1
공격
1005020
32
어려운 성공
피해19
아자토스의 찌꺼기는, 제 아래에 있는 작은 존재를 향해 무심하게 공격을 이어나갑니다.
장태주:(회피회피)
회피
1783
3
극단적 성공
회피성공. 당신은 소생한 마릴루를 감싸쥐고 옥상을 구릅니다.
장태주:정신 좀 차리자! 어?
마릴루:하....
몰라. 말할 힘 없어. 지금이 산건지 죽은건지도 모르겠고... (다시 몸을 일으킨다.)
장태주의 턴
장태주:(마릴루를 던지듯 일으켜주고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6
성공
피해21
말 할 힘이 남았으면 살아있는 거지!
나도 입만 살았단 소리 많이 듣거든 어디가서
찌꺼기는 아랑곳않고 촉수를 휘두릅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23
어려운 성공
피해29
그리고 그 공격은 마릴루에게 뻗습니다.
장태주:하..
찌꺼기가 그의 심장을 꿰뚫고 나면,
다시 살아나야 할 크리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릴루, 전투 불능.
장태주:...............................
주변을 보면 대원들의 시체들이 즐비합니다.
장태주:마릴루.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장태주:.........
한번 더, 아자토스의 찌꺼기는 당신을 향해 촉수를 휘두릅니다.
장태주:........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68
성공
피해25
장태주:(피한다.)
회피
1783
64
실패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정말로 끝을 예감합니다.
장태주:.............
시야에는 붉은 피에 적셔진 분홍 머리카락이 들어옵니다.
장태주:..........
찌꺼기는 아랑곳 않고 쓰러진 그의 몸 위에 공격을 퍼붓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건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태주:..........(역시 멍청한 생각이었어. 여길 다시 온 건..)
모든 의식이 꺼지기 직전, 절멸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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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주:.........
그야 당연히..
...............날 위해서겠지. 아마도.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장태주:...........
할 수 있다면..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장태주:.....
이거 참.. 나는 지는 게임은 안 하는데.
그래, 한번 걸어보자.
당신의 대답에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장태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는 말 못들어봤나..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장태주:.................................
소중한 사람 같은 거 없거든? (아마도...)
.....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장태주:누구도 얕볼 수 없는 힘.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장태주:...........
(바늘을 목에 냅다 꽂는다.)
*
[SYSTEM: 최강의 크리쳐, 도핑을 시작합니다.]
장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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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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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주:......................
광기가 치솟습니다. 이 세계를, 곁에 있는 존재를 파괴하고 무릎꿇리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가 치솟습니다. 곁에 있는 존재를 지키고 싶어.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장태주:............
다시한번, 1 라운드
장태주의 턴
여전히 잿빛 하늘에는 커다란 혼돈이 뒤덮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저 신이 두렵지 않아요.
당신의 힘을 믿고, 맞서 싸웁시다.
장태주:(지금 내가 제정신인지는 모르겠다.)
(....)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8
성공
피해30
아자토스의 찌꺼기:( 다시금 물결치는 몸을 휘둘러, 공격을 받아칩니다.)
공격
1005020
37
어려운 성공
피해14
그러나 이깟 촉수, 간지럽지도 않습니다.
H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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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 번 장태주의 턴.
장태주:
비무장
703514
37
성공
피해16
대 크리쳐 살상탄
1005020
27
어려운 성공
피해17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75
성공
피해29
반격실패. 공격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직감합니다. 압도하고 있노라고.
다시한번, 장태주의 턴
장태주:(그냥 다 짜증나네..)
대 크리쳐 살상탄
1005020
41
어려운 성공
피해28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1005020
93
성공
피해18
반격 실패. 분노로 가득찬 살상탄이 찌꺼기에게 내리꽂힙니다.
찌꺼기는 몸을 뒤틀고 있습니다.
장태주의 턴
장태주:
비무장
703514
64
성공
피해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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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일격
1005020
44
어려운 성공
피해563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자토스의찌꺼기, hp-563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장태주:.......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당신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마릴루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방주에서 봤던 것과 같은 표정이에요.
장태주:........................
당신은 그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장태주:(그래 이 손을.. 놓고싶었지.)
살아갈 당신.
당신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그가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장태주:................................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장태주:.....
마릴루:하아... 하....
왜.. 이렇게 된 거야? 잠깐.. 정신을 잏었을 뿐인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장태주:하하.. 길게 생각하지마
네가 바라던 대로 된 거야 그냥. 모두를 구하는 것..
이제 나의 바람도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당신 인생 최악의 오점이 되는 것..)
마릴루:진짜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놓으면 가만 안 둘 거야. (자꾸만 힘이 빠지는 손에 가까스로 힘을 준다.)
아직 안 끝났어.
.....아직.
장태주:(잡고 있는 손에 천천히 힘을 뺀다.)
마릴루:장태주!
장태주:(다소 글러먹은 형태긴 해도, 이건..)
절벽 가슴.
껌딱지.
(이건 사랑이지.) 평생 그 납작한 가슴 주먹으로 치면서 살아.
(같은 공간에서 따뜻하게 끌어안고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밤보다 눈 앞의 인간이 두 다리를 편히 뻗지 못하고 잠들기를 바라게 되는 건. 그리고 여생의 많은 외로운 밤들을 자신이라는 더러운 추억과 함께하길 바라게 되는 건.)
(지상 최악의 쓰레기가 줄 수 있는 사랑이다. 당신은 감히 이런 인간을 동정했던 죄로 운 나쁘게 걸려들었을 뿐이고.)
장태주:(주저 않고 손을 놓는다.)
마릴루:장태주, ...장태주..! .... (가까스로 참았던 눈물이 울컥 쏟아진다. 허구한 날 시비에 못난 말만 잔뜩 뱉었어도 사실 정말 외로운 밤을 지새는 건 제 쪽일 테니까. )
(앞으로의 나의 삶은 그가 제멋대로 재단한 형태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먹지도 않을 음식을 2인분씩 만들고, 두 사람분의 이부자리를 개고, 두 사람분의 셔츠를 다리고, 두 개의 칫솔을 사고...)
(비로소 네 존재가 흩어지고 나서야 네 것이 된 것이다.)
(정말이지... 지독한 첫사랑이다.)
나쁜새끼. 맨날. 항상 도망치기만 하고. ...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해?
당신이 손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당신은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그의 모습을 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ENDING 3 :: 지독한 첫사랑
장태주, 로스트. 마릴루, 생환.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장태주:허억..!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장태주:하하..이거..
(데자뷰..)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저...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장태주:...........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마릴루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장태주:(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잠깐.
마릴루의 얼굴이라고요?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당신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그는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크리쳐 사태 종식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마침내 선포합니다."
"안심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세계는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
장태주:..............
And 나를 두고 영웅이 된 너에게.
장태주, 생환?
마릴루, 생환?

 

[ 마지막 무화과 ] 

 

2022. 09. 26 CoC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 W.수연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2938797

 

KP/KPC - 똘비 (마릴루)

PC -쮸님 (장태주)

 

※ 아래는 본 시나리오의 로그 백업이며, 시나리오의 상, 스포일러등이 전부 포함되어있으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 예정이신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세요

 

더보기

[마지막 무화과]

 
플레이어 : 님
 
키퍼 : 나
 
~출발~
 
“......님.”
 
“용사님! 눈을 뜨세요. 세상을 구하셔야죠!”
 
장태주:...?
 
요란스럽게 구는 낯선 목소리가 성가시기 짝이 없습니다.
 
장태주:(뭔소리야..)
 
흔들흔들, 몸이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탓에 멀미가 일 지경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개꿈이람.......
 
설핏 깬 정신을 다시금 재우려 노력해보지만, 워낙에 강경한 모닝콜이라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마릴루:..일어나라니까!
 
잠자리에 들었던 당신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뜹니다.
 
장태주:헉..!!!
........
뭐, 뭐라고?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상대는,
 
잔뜩 겁에 질린 마릴루 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문장은 퍽 익숙한 목소리였던 것 같아요.
 
여태 당신을 깨우던 건, 그였던 걸까요?
 
그런데, 왜 그런 얼굴이야?
 
장태주:왜 그래?
 
무어라 물을 새도 없이, 창문의 커튼을 쥔 그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장태주:......
 
마릴루:......
장태주.
밖을 봐
 
장태주:..?
(부스스..안경 쓰고 창문 봄..)
 
창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바깥에는......
 
오, 이런. 어젯밤 세계가 멸망했던가요?
그의 시야를 따라가면 창밖의 풍경이 보입니다.
검게 죽은 나뭇가지가 축 늘어진 시체의 팔처럼 바닥으로 휘어지고,
 
장태주:............................???????????
 
:어딘가의 건물 위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 위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를 피 해 도망칩니다.
 
장태주:(아니 뭔..)
 
:성급한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다 꺾이고, 공들여 쌓은 도미노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처럼 우르르 쏟아집니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바깥의 하늘은 어둡기 짝이 없습니다.
 
온당 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검은 구덩이가 텅 비어 있고, 구름은 갈가리 찢겼으며,
 
주위는 시시각각 창백한 청동, 푸르스름한 시체의 색으로 물듭니다.
 
종말.
 
장태주:꿈인가..(자주 꾸던 악몽같은 꼴이다..)
 
그 외에는 어떤 단어로도 이 광경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럽고 참담한 눈앞의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장태주:
기준치: 46/23/9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얄팍한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재앙이 추락합니다.
 
장태주:...?
 
:눈 깜빡하는 사이에 바닥에 처박힌 그것은......
분명히 사람이었습니다.
두 명의 사람이 단단히 끌어안은 채로 높은 곳에서부터
거꾸로,
뒤집혀
떨어졌고.......
 
:
들릴 리 없는 효과음이 들렸다면, 일상이 깨어지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서로를 부둥켜안은 사람들.
 
얼핏 보기엔 종말을 두려워하여 동반 자살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분명 다른 한쪽은 발버둥 치고 있었어요.
 
장태주:............
 
죽음이 칼을 휘두르며 애곡과 비명이 들끓는 세계.
 
지옥이나 다를 바 없는 광경을 목격한 당신,
 
SanC(1/1D3)
 
장태주: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이성치 1 감소
 
실로 이해하기 어렵군요.
 
어제까지는 평소와 꼭 같은 하루였잖아요.
 
하인리히의 장례식에 참가하고,
 
그와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소한 볼일을 보고,
 
장태주:.............
 
혹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지극히 평범한 일상.
 
하루아침에 바스러진 일상을 발치에 두고 당신은 집안을 둘러봅니다.
 
집안의 풍경은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또한 작금의 상황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장태주:....마릴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마릴루:.... 모르겠어. 본부에서도 아무런 연락 없고.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
 
장태주:(내가 여기 남으면 괜찮아지는 거 아니었나?)
.....................
 
마릴루:......
(장태주의 옷깃을 잡는다. 어떡하지? )
 
장태주:...........
일단.. 나가보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게 우리의 일이니까.
 
마릴루:....지시사항 없이 움직여도 괜찮을까?
 
장태주:......
.........................
모르겠어..
 
일상이 뚝뚝 묻어나는 자신의 방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당신은 현실을 인지하기가 퍽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지나치게 평화로워. 외려 꿈인가 헷갈릴 정도입니다.
 
당신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것은 창밖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소리입니다.
 
반복 재생이 예약된 것처럼 BGM은 끊이지 않고 비명과 비명이, 폭음과 굉음으로 얼룩집니다.
 
평소와 똑같은 방에 선 당신.
 
장태주:.........
 
네모난 당신의 방만이 온전한 세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장태주:(이 방이 멀쩡한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인 걸까..)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장태주:(휴대폰을 켜본다.. 정말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당신은 휴대폰 전원을 켜 봅니다.
 
그래요. 이토록 대단위의 재난이라니, 분명히 국가에서 조처하려 할 것입니다.
 
재난 알림 문자라던가, 뉴스라던가....... 전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가?
 
콧잔등에 형광등 불빛이 선명하게 내리쬐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장태주:..........
 
핸드폰 전원을 켜면,
 
2
 
장태주:.......
 
쓰다만 문자가 도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태주:답이 없군..
 
행정안전부라던가, 시청 따위에서도 문자가 우르르 도착했지만...
 
마찬가지로 끝맺지 못한 내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장태주:........
(일단 배를 채우자.)
(냉장고를 열어본다..)
 
냉장고엔 덜 깎여진 사과 하나와, 캔 맥주 몇 개.
 
그리고 간단한 군것질거리들이 있습니다
 
마릴루:...연락 온 거 있어? (오매불망 장태주의 뒤만 쫓는다)
 
장태주:(아.. 그랬지 참.. 깎다 만 사과를 마저 깎아 접시에 보기 좋게 담는다.)
연락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고..
일단 뭘 먹고 생각해보자.
 
마릴루:...
 
장태주:(사과 한조각을 마릴루의 입에 넣어준다)
 
마릴루:돼지
(냠..)
 
장태주:잘 먹으면서 트집은
(냠..)
 
마릴루:(아삭아삭..)
이거, 달다.
 
장태주:음.. 제철이니까.
..........흠..(나가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달리 챙겨야 할 게 있으려나)
 
장태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전기도 들어오고, 전파도 터지는 걸 보니 공기관이 완전히 마비된 건 아닌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뉴스는 어떨까요?
 
장태주:.........(TV를 켜본다)
 
TV를 켜면 채널과 상관없이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장태주:방송국은 건재한거야? (이건 또 이거대로 놀랄노자다;)
 
마릴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익숙한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 앞에 앉은 채 긴급하게 속보를 전합니다.
“도밍게즈에 거주 중이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비상사태입니다. "
"현 시각 12시 41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등장과 함께 곳곳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
"현재 정부 기관과 대다수 언론이 마비되고, 제 4 구역의 건물이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다급한 와중에도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지문을 읽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점차 말꼬리가 뭉개지기 시작합니다.
 
장태주:........................
 
:아나운서는 스스로 퍽 당황한 얼굴입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뚝,
“아아악―――!”
붉은 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흰 테이블 위에서 펄떡이는 모양새가 도마 위 횟감과 비슷합니다.
 
장태주:.............
 
:누가 자르지도, 비틀지도, 당기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채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누군가 큰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 여과 없이 스피커로 터져 나옵니다.
한 박자 늦게, 아나운서가 천천히 자신의 입가를 매만지고,
곧 빈 자리를 깨닫는 것과 동시에 둥근 뺨의 곡선 또한 무너집니다.
손가락을 덮은 피부도 점차 아래로, 아래로,
중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무디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점토를 뜯어내는 것처럼, 오래된 음식이 부패하는 것처럼,
그렇게 점점.......
 
장태주:(마릴루의 손을 잡는다.)
 
:이윽고 원래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 아나운서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다가옵니다.
걸을 때마다 진물과 같은, 피도 무엇도 아닌 진득한 액체가 스튜디오의 바닥을 적십니다. 온갖 비명은 액정 너머의 것이 더 생생합니다.
“아, 안 대.......”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매우 뭉개진 탓에 발음이 부정확했습니다.
 
뚝,
 
장태주:(.........
 
케이블이 끊긴 것처럼 방송이 종료되고 대기 화면이 뜬 것은 그 순간입니다
 
TV 화면에는 새순이 돋아나는 봄철의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자막에는
 
‘현재 방송 송출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낡은 사과 문구가 적혀 있을 뿐입니다.
 
장태주:.............
 
눈알이 구멍 안에서 썩고, 혀가 입안에서 떨어지고, 피부가 뼈대 위를 흘러내리던 그 광경. 똑똑히 보았죠?
 
장태주:(솔직히 벅차다.)
 
아나운서의 설명 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이었어요.
 
끔찍한 괴물을 목격한 당신,
 
SanC(0/1D8)
 
장태주:(불이나 끄고 조난자나 구하러 다녔었는데..)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마릴루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후, 채널을 어디로 돌리더라도 방송은 정상 연결되지 않습니다.
 
마릴루:............. (속이 메스꺼운지 한손으로 입가를 짚는다)
방금 저게. ....
 
장태주:........
(네가 계속 옆에 있어줄 것이라는 것만 믿으면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아.)
 
마릴루:....
무슨생각.. 해?
 
장태주:...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
가자. 넌 타이머잖아.
(다른 페어들은 뭘 하고 있지?)
 
마릴루:... (창 밖으로 눈을 굴렸다가.) 그래, 일단... 남은 애들이랑 합류하자.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때마침 창 너머로 저 멀리에 선 건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꼴이 보입니다.
 
장태주:....
 
검은 연기가 하늘을 채웁니다.
 
시야로 간신히 닿을 만큼 먼 곳이지만, 분명히 어제도 그제도 멀쩡했던 건물이에요.
 
그랬던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차례대로.......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무너지는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직감을 닮은 어떤 확신이 듭니다.
 
살육이 벌어지고, 재난이 시작된 가운데 땅을 파고 음부로 들어갈지언정,
 
하늘로 올라갈지언정, 갈멜산 꼭대기에 숨을지언정,
 
바다 밑에 숨거나 그 누구의 도움을 구할지언정!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장태주:............
 
참담한 현실을 앞에 두고 당신은 절망했을까요?
 
두려움에 떨까요?
 
그도 아니라면 세계의 구원자답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고자 필사적일까요?
 
당신이 어떠한 이건 간에, 이 목소리는 분명히 당신에게 닿았을 것입니다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리로 오세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먹어야 해요.......
 
흐느끼는 것도 같고 웃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목소리.
 
난생처음 듣는 낯선소리가 귓속을 파고듭니다
 
장태주:....................
 
TV는 꺼진 지 오래, 집안에는 단둘.
 
장태주:무슨..
 
바깥에서 들린다기엔 지나치게 가깝고, 안에서 들린다기엔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수 없습니다.
 
장태주:(주변을 둘러본다)
 
누군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마릴루:왜 그래?
무섭게..
 
장태주:방금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았는데.
(귀 벅벅)
 
마릴루:잘못 들은 거 아냐?
 
장태주:...잘못 들었나?
 
그는 목소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입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감이 오지 않고, 어디로 부르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불친절한 호출.
 
어쩌면 당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죠.
 
그렇게 천천히, 정체 모를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 순간,
 
장태주:....................
 
띵동.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장태주:?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2
 
장태주:.........
(마릴루에게 메시지를 보여준다) 나가자.
 
마릴루:아, ...응. (뭐라도 지시받은 사항이 있다는 것에 화색이 된다. )
 
장태주:..........
(괜히 머리 툭....)
 
마릴루:...... 왜?
(옆구리 툭..)
 
장태주:그냥. (역시 나 하나로는 부족하구나. 싶어서)
 
마릴루:싱겁기는.
.. (현관에 서서 물끄럼 바라본다)
 
장태주:.....왜?
 
마릴루:못 생겨서 봤어. (짧게 웃고 나선다.)
 
장태주:참나..
(마릴루의 뒤를 따라간다.)
 
...
 
기숙사를 나서면 복도는 놀랄만큼 조용합니다.
 
인기척도 없는것이, 이 층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장태주:..............
다들 먼저 간 건가?
(복도를 따라 걷는다.)
 
마릴루:그럴지도. ...네가 늦잠 자서 그렇잖아. (괜히..)
 
장태주:난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나..
.......
 
마릴루:조용하니까 기분 이상하다. 그치.
 
거리에 나서면 매캐한 냄새가 제일 먼저 두 사람을 반깁니다.
 
장태주:..........
 
불타는, 썩는 것 특유의 냄새는 보이지 않지만 강렬하게 남아 머릿속을 들쑤십니다
 
거리는 온통 쑥대밭이 된 상태입니다.
 
장태주:하...이거.. 진짜 심각한데
 
:아스팔트는 금이 가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찌그러진 차체의 파편, 사람의 형체를 한 부서진 기계하며 무너진 가로등이 길을 막습니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인간의 시체는 널브러지고, 괴물은 서성입니다.
 
건물의 입구에 쓰러진 시체 두 구.
 
장태주:.............. (괴물 눈에 띄지 않게 움직여야겠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탓에 두개골은 완전히 박살 나고, 사지의 뼈 또한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습니다.
 
장태주:(............)
 
꽉 끌어안은 채 죽어있으므로 어우러진 피가 유난히 붉고 짙습니다.
 
시선을 흘리고 지나가려는데, 이상한 구석이 눈에 띕니다
 
장태주:(이 사람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을 갖고 자세히보자면,
 
지금까지는 두 시체가 나란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장태주:..?
 
끌어안긴 시체는 자신을 둘러싼 팔을 벗어나려는 것처럼, 밀어내던 자세 그대로 쓰러져 있습니다.
 
애틋한 사이는 아니었던 걸까요?
 
장태주:.........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끌어안은 이의 팔은 단단히 옭아매고 있습니다
 
장태주:(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듯이,
 
혹은 사냥감을 움켜쥐듯이.
 
하나 같이 눈앞에 두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도밍게즈가 왜 이렇게 된 거죠? 지난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억을 더듬는데, 차 너머에서 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
 
채 완벽한 발음을 구성하지 못해 문드러지는 소리.
 
장태주:.............
 
사람의 것이라기엔 무디고 짐승의 것이라기엔 애매한 소리.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도로를 배회하는 괴물과 눈이 마주칩니다.
 
동시에 긴 이명이 들립니다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장태주:...................
 
뭉그러지는 발음이 간절하게 외칩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데, 끈질기게 당신을 부릅니다.
 
낯선 목소리는 오직 당신에게만 닿는 것입니다.
 
...
 
장태주:..........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눈이 마주쳤다는 표현은 틀립니다.
 
왜냐면 괴물에겐 눈알이라고 부를 만한 부위가 남지 않았거든요
 
장태주:(왜..)
 
텅 빈 구멍이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침이 분명한데도 어두운 하늘 탓에 제대로 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괴물들의 팔이나 다리, 혹은 다른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장태주:(마릴루를 등 뒤로 숨긴다)
 
피부가 흘러내린다거나, 팔이 너덜거린다거나, 부러진 다리가 질질 끌린다거나.
 
머리통은 종종 뚜껑이 열려 내용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괴물, 이라기보단......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표현이 옳겠군요,
 
그러나 눈이 마주쳐도 괴물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을 쫓아오지도, 팔을 휘젓지도 않아요.
 
장태주:(TV에서 본 사람같다.)
 
마치......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요.
 
지나치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 안전할 것 같습니다.
 
거리에는 산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괴물, 혹은 시체뿐.
 
장태주:........
 
마릴루:(필사적으로 눈을 맞추지 않으려 한다.)
 
장태주:(조용히 조심히 마릴루의 손을 잡고 성당이 있는 방향으로 걷는다.)
(성당에 가면 생존자들이 있긴 할까?)
 
거리를 걸으려면 반드시 괴물의 사이를 지나야 합니다
 
하나 같이 무언가를 찾는지, 어딘가로 향하는지 거리를 서성이고 있거든요
 
청동색의 하늘은 상당히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장태주:..........
 
곳곳에 쓰러진 철골과 부서진 것들의 잔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장태주:마릴루. 발 밑 조심해.
 
마릴루:너나 조심해. ... 뒤만 보지 말고.
 
장태주:.......
(일단. 걷자.)
 
드디어 당신이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장태주: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마릴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홱ㅡ!
 
장태주:..;;;;
 
마릴루의 뒷덜미로 아슬아슬하게 괴물의 손끝이 스칩니다
 
작은 마찰도 견디지 못한손가락 끝마디가 뚝, 바닥으로 떨어지고 마는군요.
 
괴물들의 분위기가 어쩐지 심상치 않습니다.
 
장태주:(뭐임;;)
 
그것들, 아니, 그들은 꼭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마릴루:;;;...
깜..짝이야
 
장태주:괜찮아?
 
마릴루:잠깐 놀랐어. ....뭘로 인식한 거지?
아무튼. ...
 
장태주:.......
 
마릴루:(거리를 둘러본다.) 그나마 멀쩡한 건물이 몇개 보이네.
생존자부터 찾아봐야겠지.. ..아니면 바로 성당으로 갈까?
 
장태주:.......
 
마릴루:(대답을 기다린다. 따르겠다는 양)
 
장태주:(둘러보긴 해야 할 것 같다..)
가까운 병원부터 들어가보자.
 
마릴루:(끄덕..)
 
장태주:(병원 안쪽을 슬쩎..살피면서 들어간다.)
 
병원의 외벽은 새하얀 페인트칠로 완벽한 마무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말이에요.
 
오늘 본 병원은 무너지고 쓰러진 건물의 여파로 검게 그을리고, 창문이 깨지고, 난간이 휘어진 상태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주위의 건물에 비하면 온건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태주:.............
 
병원의 문은 좌우로 열리는 자동문입니다만,
 
난리 통에 단단히 고장 난 탓에 딱 한 사람이 드나들 정도의 틈을 벌린 채로 멈춰섰습니다.
 
장태주:(자동문 사이로 몸을 구겨 넣어본다)
(들어가려나;)
 
들어간다면...
 
장태주:
크기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
 
돼지
 
태주는....
 
장태주:(아 그만 뭐라해요)
 
꼈습니다
 
장태주:억;;
 
마릴루:돼지
 
장태주:그러지 말고 좀 밀든가 당기든가 해봐
 
마릴루:(꾸욱 밀어본다)
 
장태주:(흡~~ 숨참ㅇ므)
 
마릴루: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장태주:하..........
 
마릴루:으으으으음...
 
장태주:넌 진짜..
 
마릴루:제대로 꼈는데?
 
장태주:............
(그냥 자동문을 벌려볼까.. 힘줘서 밀어봄)
 
장태주: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지끈;
 
장태주:(되지력)
 
되지력으로 철문의 틈새를 벌립니다
 
태주가 틈을 벌려준덕에 마릴루는 판정없이 자동 통과합니다
 
장태주:휴..
 
마릴루:(쇽~)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시체 썩는 냄새와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뒤섞여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불쾌한 냄새가 스밉니다.
 
1층 로비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다 녹아내린 시체가 [대기 의자]나 [접수대], 혹은 [휴게실]의 자판기 앞에 늘려 있을 뿐입니다.
 
녹아내린 시체는 거리를 배회하는 괴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니, 오히려...... 괴물보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장태주:................
 
뼈가 마디마디 드러나고, 근육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부는 이미 한 점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병원을 둘러보면,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불길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장태주:...........
 
죽은 이의 원한이라던가....
 
장태주:나가자.
(.........)
 
깜빡, 깜빡. 불길하게 점멸하는 형광등 탓에 더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마릴루:..........생존자 수색하자며
쫄았어?
 
장태주:..........쫄긴 누가..(성큼성큼 드감 ㄱ-;)
 
마릴루:(쫄앗내)
 
장태주:;;;;;;;;;
 
어디를 볼까용
 
장태주:하.... (대기의자쪽 시신을 살펴본다.. 이거 움직이진 않겠지?)
 
상아색이었던 의자는 이미 더러워진 지 오래입니다.
 
무엇으로 더러워졌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맙시다.
 
입을 벌린 시체의 허리는 의자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려 있습니다.
 
장태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
흠..
모르겠네
 
시체는 여기저기가 녹아내려, 처참한 모양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거리의 괴물도 이렇게 되는 걸까요?
 
환자복을 입고 있지 않으니, 적어도 병에 걸린 환자는 아니었겠죠
 
물론 진료를 받기 위해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갑자기 녹아내릴 정도로 중병은 아니었을 거예요.
 
고작해야 감기나 위염일까.
 
다 녹아내린 시체는 사지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렵습니다.
 
말을 걸 수 없으니 이 상황의 영문을 물어볼 수도 없겠죠.
 
장태주:...............
(접수대 쪽도 살펴본다. 뭔가 특별한 게 있으려나..)
 
시체를 지나쳐 접수대로 가려는 순간,
 
장태주:
기준치: 46/23/9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부욱,
 
장태주:..!
 
가지 말라는 것처럼, 바닥으로 미끄러진 시체의 팔이 찢어집니다.
 
장태주:........
 
계속 걸어가나요?
 
장태주:(뭐야 불길하게..)
(............................................. 휴게실을 볼까..ㅎㅎ;;)
 
마릴루:(저거 쫄았네)
 
장태주:;;;;;;;;;;
(ㅅㅂ)
 
마릴루:(이미 접수대 앞에 서서 무언가를 뒤적인다.) 여기 봐봐.
 
장태주:;;;
(저건 꼭 저렇게 막나간다니까)
뭔데?
 
마릴루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접수대에 늘어진 시체는 두 구가 있습니다
 
안쪽의 [PC] 앞에서 엎드러진 [간호사], 그리고 접수대 아래에 쓰러진 [의사].
 
시체는 모두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이목구비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장태주:...............
 
마릴루:컴퓨터. 아직 전원이 들어오는것 같거든
 
장태주:흠..
(PC를 함 건드려본다.)
 
오래도록 작동하지 않은 탓에 익숙한 화면 보호기만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마우스를 툭 건드리면 화면이 열립니다.
 
병원의 근무 일지라던가, 약 처방 따위의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만...
 
백신의 ᄇ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장태주:..........................
(근데 의사는 왜 접수대 쪽에 있지.. 살펴본다.)
(보통 진료실에 있지 않나..)
 
엎드러진 시체는 흰 가운을 입고 있습니다.
 
물론 피와 녹아내린 무언가의 흔적으로 인해 끔찍한 몰골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입에 자신의 팔을 물고 있다는 걸까요.
 
입가를 살피면 다 빠진 잇새로 너덜너덜한 살가죽이 걸려 있습니다.
 
꼭 스스로 잡아먹는 꼴처럼요.
 
무딘 이로 질겅질겅 씹었을 테지만 피부 또한 무르기 짝이 없었으므로 다 녹은 케이크처럼 진득진득하게 늘어났습니다.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의사의 시체 아래 깔린 [검은 파일철]의 모서리가 보입니다.
 
장태주:(조심...히 집어서 열어본다.)
 
진료를 보거나, 보아야 할 내용을 정리해둔 파일철입니다.
 
이상 증세를 보이던 환자라던가,
 
갑자기 녹아내리는 병에 걸린, 사람을 잡아먹는 전염병 환자는 없어 보입니다.
 
평소와 같은 환자의 증세 따위를 눈으로 훑는데,
 
첫 장 끄트머리에 쓰다만, 거칠게 휘갈긴 메모가 눈에 띕니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엉망진창인 글씨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글자들이 있습니다.
 
장태주:......?
(읽는다.)
................
 
읽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읽는다고 무언가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라 무척 유감이지만요
 
다만 의사의 메모를 보며 대략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나. 어제, 혹은 오늘, 그 사이쯤 사람들이 갑자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둘, 녹아내리는 인간들은 서로, 혹은 스스로 잡아먹는다.
 
여기까지 떠올린 당신은, 어쩌면 그전부터 가져왔던 가설에 확신을 얻을 것입니다.
 
이 모든 정황이 꼭......
 
사람들이 부르던, 좀비와 같다고.
 
장태주:..............
 
이토록 많은 사람이 녹아내렸다면...... 어떠한 징조라던가, 증세가 있었을 법도한데요.
 
하루아침에 이 모든 재앙이 들이닥치는 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요?
 
재앙의 진상이 병마가 아니라면......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위안과 허무가 교차할 때,
 
장태주:
기준치: 46/23/9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달그락, 흰 가운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검은 지갑입니다.
 
장태주:..?
(주워서 열어본다.)
 
평범한 가죽 지갑입니다.
 
안에는 6만원 가량의 현금과 카드, 신분증이 들어있습니다.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곳에는 [가족사진]이 끼워져 있습니다.
 
장태주:(가족사진..을 꺼내 살펴본다.)
(가족이라..)
 
아주 어린 아기를 안은 부부의 사진.
 
카메라 앞에서 능숙하게 웃는 부모와달리 아기의 시선은 엇비슷하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 단란한 풍경이에요. 아마 의사의 가족이고, 아이일 테죠.
 
입맛이 씁니다.
 
장태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메모의 마지막 문장......
 
역시 가족들에게 하는 말이었겠죠.
 
당신은 사진을 물끄러미 내려다 봅니다.
 
장태주:........
 
어쩐지 아기에게서 시선을 떼기 어렵습니다.
 
젖살이 포동포동하게 부푼 뺨은 매끄러운 분홍색입니다.
 
사진 속 아기와 시선이 마주쳤다고, 그런 착각에 빠졌을 때,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날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니......
 
고개를 휘젓거나 눈을 깜빡이면 목소리는 금세 흩어집니다
 
장태주:........
무슨..
(아까부터 자꾸 들리는 게)
(정말 환청일까..)
 
마릴루:..너 괜찮아?
 
장태주:..........아마도.
 
마릴루:안색이 안 좋은데
 
장태주:... 긴장해서 그래.
 
마릴루:역시 무섭나보네
...
.... (손을 잡아준다)
괜찮아.
 
장태주:..............
(마릴루의 안대를 빤-히 보다가 간호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당신 앞에 앉은 채로 손에 [진단서]를 들고 있는 시체는,
 
연녹색의 간호사복이 아니라면 신원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패했습니다.
 
단정했을 머리카락은 희게 세고, 움푹 팬 뺨 아래로 드러난 흰 뼈 사이엔 뱉지 못한 비명이 고였습니다.
 
산 채로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요.
 
장태주:.................
 
눈꺼풀이 엉겨 붙은 탓에 눈동자를 볼 순 없지만,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장태주: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마릴루:.......
(잡은 손을 내려다본다.)
그래도 버리지 않을거지?
(어렴풋 지난 일을 상기해본다. 순응하지 않은 자 저주받으리라.... ....신의 저주란 이런식으로 내려지는걸까?)
(죄인의 입장에서 마주하는 종말이란 참담하기 그지없다.)
 
장태주:(왠지 제 탓 같아 입이 쓰다.)
...............
이게 저주라면 받아들여야겠지.
(휴게실 쪽으로 몸을 돌린다.)
 
마릴루:.....
그래. ( 전부 품고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
 
자판기와 원탁 테이블 몇 개가 놓여있는 단출한 휴게실.
 
걸음을 디디면 발아래 고인 웅덩이가 끈적하게 걸음을 붙잡습니다.
 
웅덩이는 검고, 희고, 붉고, 아무튼 이런저런 색이 뒤섞여 혼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견 모독적인 색이기도 합니다.
 
그것의 정체를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희고 둥근 무언가가 발끝에 걸립니다.
 
장태주:.............................
 
뭉그러진 눈동자입니다.
 
둘레가 흐릿해진 동공이 당신을 향합니다.
 
웅덩이 사이로 솟아있는 작은 것들은 대부분 사람의 어딘가입니다.
 
코, 귀, 혹은 손가락.
 
드러난 탓에 채 녹지 못한 것인 듯합니다.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자판기 앞에 떨어진 [휴대폰]이 보입니다.
 
장태주:...........
(휴대폰을 들어 켜본다)
 
휴대폰을 들면 카메라가 켜져 있습니다.
 
영상을 찍고 있던 것 같습니다.
 
우측 하단에 최근 촬영한 영상의 썸네일이 보입니다.
 
장태주:......
(영상을 눌러 켜본다.)
 
:최근 파일을 열자, 익숙한 병원 로비가 보입니다.
사람이 바삐 돌아다니는 로비.
하나같이 멀쩡한 모습으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순번을 기다리거나, 약을 처방받기 위해 드나듭니다.
그리고 북적이는 가운데......
“아아악―――!”
영상의 초점은 병원 한가운데 선 어떤 이를 겨냥합니다.
 
:그는 정처 없이 몸을 앞뒤로 흔듭니다. 따라서 휘청거리는 팔이 퍽 불안해보입니다.
휴대폰의 주인이었을 앳된 목소리가 교활하게 키득거립니다.
 
장태주:.......................
 
:“취했나봐.” *
“야, 그러다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떡이 돼서 모른다니까. 아, 진짜 진상. 고개 좀 들어보지......” *
얄팍한 정의감인지, 혹은 이야깃거리를 놓치지 않는 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초점은 집요하게 그를 쫓아가고,
고개를 들어보라는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번쩍 고개를 치켜듭니다.
 
장태주:.......
 
:“헉, 씨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연달아 터집니다.
영상 속의 그는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피부 가죽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뉴스 속 아나운서처럼, 이마가 무너지고 코가 뭉개지고, 피눈물이 흐릅니다.
처음 보는 끔찍한 광경에 주위에 선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지만......
 
:“으, 으아아! 싫어!”
곧 꽃망울이 터지듯 비슷한 증상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영상에 담긴 모든 이들이 아래로, 아래로 흐릅니다.
그와 가까운 이도, 먼 이도, 닿은 이도, 닿지 않은 이도.
 
장태주:...........
 
:최초의 발원지인 그는 옆 사람의 목덜미를 깨물고, 다른 이들도 덩달아 서로의 살점을 삼키려 기를 씁니다.
아우성이 들리고, 유리문을 향해 뛰어가던 이도 다리가 문드러져 쓰러지고,
휴대폰이 떨어졌는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몇 차례나 뒤집히더니 천장을 비춥니다.
지금 당신이 머리 위에 지고 있는 바로 그 천장입니다.
“사, 살려줘! 죽기 싫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영상이 끝납니다.
 
누구랄 것 없이 죽음을 질겁하고 삶을 구걸했으므로 목소리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적막이 찾아옵니다.
 
죽음이 휩쓸고 간 병원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하던 지옥이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너덜너덜한 시체를 보자니, 그것들이 단순히 녹아내려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것 같군요.
 
별로 알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병원에서 벌어진 참사는 이미 끝난 일로, 당신이 무엇을 살피고, 들추더라도 바꾸거나 돌이킬 수 없습니다.
 
장태주:...................
생존자는 없을 것 같지.
 
마릴루:....(몸을 조금 움츠린다)
그렇네 ...
 
장태주:...다른 곳으로 가자.
(시체들을 지나쳐 나간다.)
 
병원을 나서, 길목에 서면 여전히 괴물이 서성이고 있습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장태주:(맞은편 식당 쪽으로 가본다..)
(......불안..)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장태주: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마릴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
추적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괴물은 목적지를 잃고 배회합니다.
 
장태주:.........
 
걸음소리를 낮춰 걸으니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식당으로 당도하면...
 
식당의 외관은 무척 매혹적인 곳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영어로 쓰인 메뉴판이 걸려 있습니다.
 
창밖의 풍경도, 문안의 광경도 끔찍하지만, 식당이 본디 얼마나 좋은 곳인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흰 테이블보 위며 아래에는 시체가 쌓여 있습니다.
 
정작 음식이 담긴 그릇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난 채......
 
쓰레기처럼 뒤섞였군요.
 
장태주:................
 
음식을 먹던 중에 이 꼴이 난 걸까요?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체를 둘러보다 보면, 싫어도 알 수밖에 없습니다.
 
장태주:(멀쩡한 사람이 있기나 할까..과연)
 
위에 쌓인 것일수록 멀쩡하고,
 
아래에 깔린 것일수록 보다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내려갈 때마다 시체는 남은 것이 거의 없고 흰 뼈와 뭉개진 잔해만 도드라집니다.
 
꼭 먹고 남은 찌꺼기처럼
 
살지도 죽지도 못한 괴물이었을 적, 잡아먹고 먹힌 거겠죠.
 
장태주:............................
(여기도 그다지.. 산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지하철 역 쪽으로 가본다.)
 
식당 문을 나서려는 찰나,
 
“이, 이봐.......”
 
장태주:..?
누구..
 
가장 구석진 곳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앉아있습니다.
 
장태주:(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테이블에 매달리다시피 엎드린 그는 멀쩡한 꼴은 아닐지언정 분명히 ‘아직’ 살아있습니다
 
우리를 발견했는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팔이 앞으로, 앞으로 뻗어 나옵니다.
 
장태주:(생존자가 있었어..)
 
40대에 들어섰을까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얼굴은 주름이 졌지만, 꽤 양호한 상태입니다.
 
장태주:당신..
 
입술이 문드러져 내용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제외하면 이목구비가 모두 제자리에 붙어 있으니까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면 손가락도 그렇습니다.
 
흰 셔츠는 딱히 다른 색으로 물들지도 않았고,
 
테이블을 긁느라 손가락 끝에 피가 고이긴 했지만 뼈가 꺾이거나 피부가 벌어지진 않았습니다.
 
장태주:(곧 죽을 것 같은데..)
 
그는 필사적으로 테이블을 긁으면서 두 사람을 부릅니다.
 
“살려, 살려줘....... 제발, 나 좀.......”
 
필사적으로 테이블 위를 움켜쥐지만, 테이블보만 조금 구겨질 뿐 테이블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장태주:.................................
(마릴루 쪽을 돌아본다.)
 
마릴루:저기. ..괜찮으세요?
(말은 걸어보나 본능적인 두려움이 앞서는지 태주의 등에서 섣불리 나서지 못 한다.)
 
장태주:..........
(생존자를 찾고 있긴 했지만 감염이 진행 중인 사람을 도울 방법은..)
 
섣불리 다가가가 어렵겠죠.
 
그러나 다가가도, 다가가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장태주:............
 
애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상반신은 기울어져서,
 
의자 아래로 떨어졌으니까요.
 
쿵!
 
무거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사람의 머리가 문드러지고,
 
뚜껑이 열리듯 내용물이 쏟아집니다.
 
잔뜩 곱은 뇌와 멀건 뇌수가 역겹습니다.
 
시체에서 흘러나온 것들은 바닥을 적시고...... 당신의 발끝에 닿습니다.
 
장태주:..........(마릴루의 손목을 붙잡는다.) 나가자.
 
의자 아래로 떨어지고서야 깨닫습니다.
 
시체는 반 토막밖에 남지 않았다고.
 
그의 하반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허리 아래로 다 녹아내렸는지 뼈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토록 그가 절실하게 매달리고 있던 건지 알것 같습니다.
 
...
 
장태주:........................................
 
마릴루:(붙잡힌 손을 몇번 끌어온다.) 잠시만, 여기...
....음식이 있어.
 
장태주:........음식?
 
옆 테이블 위의 접시에는 타르트가 담겨 있습니다.
 
아직 손을 대지 않았는지 스푼과 포크, 접시 모두 깨끗합니다.
 
타르트 위를 장식하는 것은 무화과로, 설탕을 발라 반지르르하게 빛나고 있지만......
 
그 꼴이 어찌 그리 역겹던지요.
 
사람의 파헤친 살점 같아 도저히 삼킬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다던데 그저 구역질이 치밉니다.
 
시체를 한 조각 잘라 올려둔 것 같습니다.
 
장태주:...............
 
손님이 없는 식당은 조용합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이것이 유일해 보입니다.
 
무화과의 다디단 향기가 감미롭게 시체 사이를 떠다닙니다.
 
침이 고이는, 좋은 향기입니다.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목소리 또한 부드럽고 유순하게 속삭입니다.
 
달콤하기 짝이 없어서, 어서 나를 먹으라고, 무화과가 스스로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내려다보니 그것이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합니다.
 
제대로 된 음식이라곤 보이지 않잖아요
 
앞으로 얼마나 더 험난한 일을 겪어야 할지 모르잖아요.
 
짬이 났을 때 먹어 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 단 것은 열량이 높으니 분명히 도움이 될 거고요.
 
먹을까요?
 
아니면 유혹을 뿌리치고 식당을 나설까요?
 
장태주:(이런 곳에 방치된 음식이 위생적일리가..)
.......나가자.
돌아가면 더 맛있는 것을 먹으면 돼.
 
마릴루:술 마시고싶어...
 
장태주:........말 나와서 말인데 너 술 좀 적당히 마셔.
 
마릴루:(입 비죽)
왜?
취하게 해 줄것도 아니면서.
 
장태주:........
(딱밤 빡!!!)
 
마릴루:(악!!!!)
쓰레기
 
장태주:...알아.
가자.
(마릴루 뒷덜미 끌고 나감..ㄱ-)
 
마릴루:ㄱㅡ...
 
식당을 나서, 길목에 서면 괴물의 수가 퍽 많이 줄었습니다.
 
장태주:(어디로 간 거지?)
 
그러나 몇 없는 괴물 사이에서,
 
분명하게 눈이 마주쳐도, 선명하게 걸음 소리가 들려도,
 
극명하게 짙은 시체의 피 냄새에도 반응하지 않던 괴물이 고개를 돌립니다
 
마치 홀린 것처럼, 기고, 기고, 기어서...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장태주:...?!
 
장태주:
민첩
기준치: 35/17/7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아씨;)
 
*:
추적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허리 아래가 없는 것들은 팔로 기어서, 팔이 없는 것들은 어깨를 흔들며,
 
눈구멍이 빈 것들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혀가 녹아내린 것들은 음울한 울음소리를내며
 
거리를 배회하던 괴물들은 마치 하나의 구심점을 얻은 것처럼 이쪽을 향합니다.
 
소리 없이 머리카락이 녹아내리고, 체질이 불에 풀어진 것처럼 피부가 흘러내려,
 
붉고 축축한 너머의 근육 따위를 내보입니다만
 
통증 따윈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장태주:..............
 
도망쳐야 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걸까요?
 
시선은 못 박힌 것처럼 괴물을 향합니다.
 
감정을 헤아리는 감각은 아직도 낯설어 명확하지는 않으나.
 
대체 왜, 이렇게....... 그들이,
 
장태주: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사랑스럽지?
 
드디어 당신마저 미쳐버린 걸까요?
 
장태주:......................
 
:문득, 브라운관 너머로 녹아내리던 아나운서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고통과 공포에 젖어 들던 그 눈동자를.
. 충격으로 벌어지던 입술과 바닥으로 추락해 펄떡이던 혓바닥을.
어쩌면 이 감정은 동정심일지도 모릅니다.
거리를 배회하는 괴물은 난데없이 쳐들어온 외계의 것들도 아니고,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도 아니에요.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산 사람이었음을.
 
장태주:..................
 
:숨 쉬고, 웃고, 떠들며, 사랑하고 이별하는......
평범한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왔을 뿐인사람 말이에요
이런 모습이 되어 가장 괴롭고 비참한 것은 괴물, 이 되어버린 자신이겠죠.
 
기실, 괴물의 움직임은 느릿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신이 두 걸음만 물러서면 금세 거리가 벌어질 정도로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슬로우모션처럼, 괴물들은 느리고 지지부진할지언정 멈추지 않고 당신을 향해 기어옵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잠시 감상에 젖은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은 커다랗게 입을 벌려....
 
장태주: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마릴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1
 
마릴루의 목덜미를 물어뜯습니다.
 
장태주:..!!
마릴루!
 
단말마의 비명이 빈 거리를 메웁니다
 
장태주:아, 안돼..
 
마릴루,HP-2
 
괴물은 결단코 입에 문 것을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무딘 이로 인간의 살점 을 뜯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괴물의 잇몸이 너덜너덜하게 찢어질 지경이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매달립니다.
 
피부가 문드러진 탓에 뼈가 훤히 드러난 손가락이 그의 팔을붙잡습니다.
 
장태주:(괴물을 마릴루에게서 억지로 떼어내본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무딘 이가 피부를 씹습니다.
 
침이라기엔 지나치게 끈적끈적한 감각이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장태주:(또 쓸데없는 생각이나 해서 머저리같은게..!)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떨어져 제발!
 
*:2
 
마릴루,HP-2
 
마릴루:떠, 떨어져....!
이게...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힘을 주어 괴물을 떨어트리고, 그의 몸체를 구두굽으로 밟는다.)
 
장태주:.........
 
마릴루가 괴물을 떼어내기 직전에
 
괴물과 눈이 마주칩니다
 
장태주:..........
 
이번 괴물은 운 좋게도 눈동자가 남아 있는 녀석이네요.
 
희게 막이 서리고, 녹아내리던 눈동자는 어째서인지 순간 청명함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장태주: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33
판정결과: 실패
 
눈꺼풀이 깜빡이는 순간, 형태를 유지하던 동공은 물에 푼 것처럼 주르륵 녹아내립니다
 
눈물 대신 눈동자를 이루던 점액이 흘러내립니다.
 
어떤 감정도, 생각도 읽을 새 없이 벌어진 참사에
 
SanC(0/1)
 
장태주: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장태주:........................
 
마릴루:..뭐하고 있어..?!
뛰어..!
 
장태주:(그 말에 버튼이라도 눌린 것 처럼 마릴루를 들쳐 업고 뛴다.)
 
마릴루:꺄악..! 날 들고 뛰라는게 아니고..!! (대롱 들림)
 
도망치거나 괴물을 간신히 떼어내고 나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장태주:.......................
..........
 
치열해서라기보단, 공포에 질렸기 때문일 겁니다.
 
괴물은 너무 문드러졌고, 보잘것없어서 많은 품을 들일 필요가 없거든요.
 
치열함이란 오히려 괴물의 역할입니다
 
괴물은 떼어내도, 떼어내도, 도망쳐도, 도망쳐도 그와 당신을 뒤쫓습니다.
 
그 행동은 외려 필사적이기까지 해서, 알에서 갓 태어난 새새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는데, 어째서?
 
무엇을 눈치챈 거지?
 
종잡을 수 없는 공포가 다리 아래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아니, 공포라고 부르는 게 옳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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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맹목적인 행위에서 도망치는 이유가, 정말 공포였던 가요?
 
이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장태주:.........................
 
왜 그들은 이토록 필사적인가요.
 
괴물이 당신을 쫓는 것은, 그저 당신이 살아있기 때문인가요?
 
당신을 먹어치우고, 그를 먹어치우려는 이유란 무엇인가요
 
배가 고팠기 때문에?
 
혹은 미쳐버렸기 때문에?
 
그도 아니라면......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매캐한 흙냄새가 헤집고 지나갑니다.
 
장태주:..........................
 
불확실하고,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투성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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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확실한것은, 당신이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 따윈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당신은 이미 세계를 한번 저버린 구원자니까요.
 
장태주:.......
.......(떨리는 손으로 마릴루의 목덜미를 짚어본다)
 
마릴루:(괴물의 점액질같은것으로 번들거린다. 벌겋게 부어오른것 같기도 하고....)
.................
 
장태주:...............
 
마릴루:.......감염, 되는걸까?
그럼나도 저렇게.
......
 
장태주:(옷깃을 찢어 지혈하듯 상처부위를 묶어준다.)
 
장태주:
응급처치
기준치: 50/25/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그를 지혈하려는데...
 
아무래도 꼴이 엉성합니다.
 
마릴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장태주:..........
 
상처부위를 천으로 덮는것과 비슷한 처치입니다.
 
장태주:내가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 미안해.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어
 
마릴루:... (가까이 다가온 상대를 둘러안은채 느리게 중얼거린다.) 괜찮아, ...괜찮아.
만일 내가 감염된다면.
 
장태주:...............
 
마릴루:.....꼭, 네 목도 물어줄테니까.
 
장태주:..........응.
 
마릴루:아직 사랑하지?
 
장태주:.......응.
 
마릴루:그럼 된 거야.
.....하나도 잘못되지 않았어.
 
장태주:.......(거짓말.)
(적어도 고향을 버리고 선택한 인간 만큼은 지킬 수 있길 바랐지만 역시 세상은 변절자에게 자애롭지 않다.)
(적어도 죽음 만큼은 당신의 뜻 대로 되기를 바라며 한참 남은 것 같은 길목을 바라본다.)
그냥 성당으로 가자.
가면 누군가 도와줄지도 모르잖아. (타이머와 카운터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염치없긴 하지만..)
 
마릴루:..... 구원자라는 신분이.
막상 이럴 때 되니까 보잘것 없네...
 
장태주:...........
 
마릴루:(남은 골목을 돌아본다.) 부축 해주라.
 
장태주:.......(마릴루의 허리를 붙들고 걷는다.)
 
익숙한 골목을 걷는데, 주위의 풍경이 이상합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피었던 이름 모를 풀꽃도,
 
장태주:....
 
도로 근처에 아름드리 드리웠던 나무도,
 
주택가의 담벼락을 타고 자라던 장미와 담쟁이덩굴도......
 
모조리 시들었습니다.
 
장태주:
기준치: 46/23/9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시들어서, 회색으로 변색한 이파리들이 잿가루처럼 흩날립니다.
 
...
 
죽음이 둘러싼 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면
 
“으앙, 아아앙.”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장태주:............
 
주위의 건물은 모두 무너져 산 사람이 그 아래에 깔려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괴물들의 귀에는 닿지 않는 것처럼 반응하지 않는군요
 
하지만 이것은 환청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릴루:...! 방금..
 
장태주:.....너도 들었어?
 
이번에는 그 또한 함께 울음소리를 듣고, 인식하고, 반응하니까요.
 
장태주:(......)
 
마릴루:...응. 울음소리..였지?
 
“으아앙.”
 
숨넘어갈 듯 요란한 울음소리가 꼭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이는 것처럼 선명합니다.
 
장태주:.........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소리를 따라 홀연히 걷다 보면 지하철역에 도착합니다.
 
아래로 뻗은 계단을 두고 커다랗게 아가리를 벌린 입구가 스산합니다.
 
울음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깜깜한 탓에 계단 아래는 보이지 않아요.
 
그냥 지나가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게 낫습니다.
 
지하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 계단을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하고.......
 
그러나 선택하고 행동하는것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장태주:.............
............
(만약 마릴루가 괴물이 된다면 금방이라도 내 목덜미를 물어주겠지.)
(어차피 나의 것이 아닌 목숨이라면 구할 수 있는 인간을 구하고 떠나는 것이 그나마의 속죄가 될 것이다.)
(마릴루를 고쳐안고 지하철 역으로 들어간다.)
 
계단을 천천히 내려갑니다.
 
몇 칸을 밟아도 우려한 것처럼 괴물이 갑자기 등장하거나 위험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습니다
 
대신, 지하에 가까워질수록 시시각각 불길함을 느낍니다.
 
돌아가고 싶다고, 본능이 경고합니다.
 
계속 걸어갈까요?
 
장태주:............. (걷는다.)
 
...
 
지하의 바닥에 다다르면 불길함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발을 디딜 곳도 없을 만큼 역사를 꽉 채운 시체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으니까요.
 
종말을 피해 바닥으로 파고든 그들은 결국 지상의 괴물과 똑같은 꼴입니다.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이 곳에서 어떻게 아기를..
 
A92, A92, A92, A92.......
 
아기 울음소리와 뒤섞인 낯선 목소리가 신경을 가느다랗게 긁습니다.
 
시체를 피해 걸음을 옮기려 해도 워낙 빼곡하게 쌓여 있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수를 눈으로만 헤아려도, 어림짐작해보아도 족히 마을 하나의 분량일 것이라고 쉽게 예감할 수 있습니다.
 
장태주:..........
 
꼭, 이 도시의 모두가...... 죽거나 괴물이 되어버렸단 것처럼
 
하나가 된 듯 뒤섞인 그것들 사이에서 아기를 찾아내는 일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나마 울음소리가 이정표가 되어주었기에 망정이죠.
 
아기는 아주 앳된 티가 나고, 스스로 목을 가누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보호자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만 그럼 무엇하겠어요.
 
보호자는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 지 오래인걸요.
 
장태주:..............
 
눈물처럼 뜨거운 살점이 어린 아기의 뺨이며 이마에 묻어 있습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앙앙거리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상을 와락 쓴 탓에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고, 사정없이 구겨졌습니다.
 
아기조차 이토록 치열해야만 하는 세계라니,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어요.
 
장태주:(마릴루를 안은 반대쪽 팔로 아기를 안아든다.)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기의 얼굴이 어쩐지 익숙하지 않나요?
 
무언가....... 어색하고,
 
울음소리 마저 녹음된 것 같다고 느꼈을 때,
 
장태주:.........
 
문득 깨닫습니다. 이건...
 
마트, 문구점 따위에서 흔히 팔던 아기 모양의 인형이라고.
 
살아있는 아기가 아닙니다.
 
장태주:..............
고작 이런걸..
.....
 
당신이 아기를 안아준다면 곧 공기를 찢던 요란한 울음소리가 잦아듭니다.
 
왜 이제야 왔냐는 듯이 칭얼거리던 인형은, 살아있는 것처럼 어깨와 가슴을 새근새근 들썩이다가......
 
주르륵.
 
당신의 팔 안에서 녹아내립니다.
 
장태주:....................
 
한여름의 눈사람처럼 뼈대도 남기지 않고 녹아내린 아기 인형은 그저 뜨겁고 축축합니다
 
장태주:(돌아가자..)
 
가득히 텁텁한 플라스틱과 고무 냄새 따위가 뱄습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을 털어내는데, 요란한 안내 방송이 시작됩니다.
 
다음에 도착할 열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탑승객을 태울 수 없사오니 기다리는 분들은 그저 종말을 바라보며 마지막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천장에 걸린 커다란 화면에는 열차가 없다고 쓰인 글씨가 요란하게 깜빡입니다.
 
하긴, 사람이 이토록 무너지고 죽어 가는데 열차가 정상 가동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다음 정거장에도, 이번 정거장에도, 이전 정거장에도 열차는 멈춰 서지 못할 것입니다.
 
망자를 태우는 열차가 아닌 이상에야 탈 수 있는 이도 없겠지만요.
 
죽음은...... 천지에 도래했습니다.
 
장태주:.....................
 
마지막 건물에서 나와 도로에 발을 디디면, 하늘은 한층 어두워졌습니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요?
 
여전히 텅 빈 구멍으로 남은 태양 탓에 시간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해는 기울지 않고, 달은 차지 않으니 꼭 시간이 멈춘 듯 기나긴 정적이 드리우는군요.
 
골목 두 개쯤 너머에 성당이 보입니다.
 
썩은 시체처럼 푸르스름한 하늘에는 곰팡이가 핀 것처럼 희고 붉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별 아래, 이제는......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괴물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요, 산 것은 오직 두 사람 뿐.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만 남았습니다.
갈라진 아스팔트 도로의 균열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깊어서, 말 그대로 음부가 뒤따르는 꼴입니다.
 
장태주:...........
 
:나무는 시들고, 새는 떨어지고, 물고기는 떠오르며, 무너지는 건물 사이로 녹아내리는 인간의 지성과 육신이 참담합니다.
바람이 지나며 죽음이 채 거두지 못한 얄팍한 껍질을 흔들 때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R613, R613, R613, R613.......
 
의미 모를 문장으로 가득하군요.
 
낯설던 목소리는 끊임없이 당신을 부르고, 말을 겁니다.
 
장태주:..................
 
이제는 귀에 익은 목소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집요하게 어깨에 매달려 있어요.
 
장태주:누구야! 대체..
............
원하는 게 뭐길래..
 
의미를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시달리자니, 시시각각 미쳐가고 있다고 실감할지도 모릅니다.
 
목소리가 채 흩어지기 전에,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저 멀리에서부터 하늘이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핏기없던 시체의 색은 어느새 사라지고, 붉은 불꽃과 연기에 휩싸여 화려하게 치장했습니다.
 
노을이라기엔 불길하고, 석양이라기엔 끔찍한 색깔에 시선을 사로잡히면,
 
그와 동시에 한 번 더 ....
 
쿵!!
 
커다란 소리가 떨어집니다.
 
장태주:...........
 
굉음과 함께 긴 꼬리를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입니다.
 
촘촘히 박혀있던 별들은 검은 구멍을 남기고 아래로, 아래로 추락합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은 다시 볼 수 없을 장관입니다만, 느긋하게 감상하기는 그른 것 같습니다
 
애석하게도, 저 멀리에서 그려지는 별의 궤도 따위가 아니라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별들이 떨어진 곳곳마다 불이 붙고, 화마가 치솟습니다.
 
장태주:............
 
저 멀리에서부터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던 건물이 차례차례 부서집니다.
 
지각 아래에서 용이 깨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땅이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떨어지는 별 중에는......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리쪽으로 떨어지는것이 눈에 띕니다.
 
어느 별 하나가 유난히도 붉더라니, 하늘을 가로질러 당신과 그의 머리 위로 가까워집니다.
 
이대로라면 그 별에 짓눌려 쥐포 구이가 되거나, 혹은 폭파의 여파에 휩쓸려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서둘러 도망쳐야 해요!
 
장태주:(성당을 향해 달린다.)
 
장태주:
민첩
기준치: 35/17/7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달려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손이 덜덜 떨려서 속도를 내기가 영 어렵습니다.
 
그와 손을 잡고 간신히 골목의 모퉁이를 넘어서려는데......
 
장태주:........
 
쿵 ㅡ !
 
땅을 쪼개고, 별을 쪼개는 소리는 뼈를 긁는 것처럼 날카롭기 짝이 없습니다
 
장태주:..!
 
당신이 끔찍한 소리를 참고 눈을 뜨면, 그와 한쪽 눈이 마주칩니다.
 
아니, 정확히는…
 
안대를 한 이마사이로 붉은 혈흔이 흘러 넘칩니다.
 
장태주:아..
 
날아온 별의 파편에 긁힌듯한 모양새입니다
 
장태주:아....
 
순간, 안대가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눈동자는 하나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별의 파편에 한쪽을 내어주고 말았거든요.
 
붉은 별 아래로 피가 흘러넘칩니다
 
끔찍한 광경에
 
SanC(0/1D2)
 
장태주:(숨이 막힌다)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마릴루:아..... ...으.
 
장태주:.......미안해.
 
그는 고통에 신음합니다.
 
눈만이 아니라 팔등이라던가 목덜미, 혹은 뺨같이 드러난 부위에 긴 생채기들이 보입니다.
 
장태주: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마릴루를 품 안에 끌어안는다 )
 
날카로운, 부서진 것들이 스치고 지나가며 만든 상처입니다
 
그에 반해......
 
당신은 온전합니다.
 
어느 하나 다친 곳, 상처 입은 곳 없이 평소와 같아요.
 
그러고 보니......
 
장태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애초에, 왜 우리만 멀쩡한 거죠?
 
장태주:.......
 
품에 안아든 그의 상처를 보고 있자니 문득 위화감이 치솟습니다.
 
상처, 벌어진 피부, 떨어지는 살점.
 
하지만 그는 상처 입었을지언정 괴물이 되지는 않았잖아요.
 
물론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대체 왜...... 우리만?
 
장태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신에 가까운 의심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한들 당장 이유를 알 수도, 원인을 찾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밤하늘의 별은 바닷가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고 계속해서 아침을 부르는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하늘이 부서지건, 별이 떨어지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무참히 벌어지는 자연의 학살, 재난과 재해 앞에 구원자라는 이름이 어찌 그리 무력한지요.
시선을 빼앗겨, 도로에 붙박여 선 채로 가만히 모든 광경을 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길목의 끄트머리에 성당의 꼭대기가 보입니다.
 
장태주:....................................
 
마릴루:(가쁜 숨을 내쉰다. 이미 잃은 쪽의 눈을 내어준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뭐, ...뭐해. 여기 있다간...
 
장태주:...
(마릴루를 안아든 채로 더듬더듬 성당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를 안아든 채 성당으로 도망치듯 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번에는 누군가의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애원과 예언도 들리지 않습니다만......
 
대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강렬하게 깨지는 나팔 소리를 듣습니다
 
이건 세계가 종말을 맞으며 흘리는 BGM일까요?
 
확실한 것은, 사람의 이성을 갉아먹고 좀먹는 소리입니다.
 
장태주: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눈을 꽉 감았다 떠도, 고개를 세게 흔들어도 소리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엉망진창으로 뭉치고 뒤섞여서, 숫제 갓난아이의 우는 소리가 됩니다.
 
날카롭게 앙앙 울어대는 목소리가 지하철역에서 들었던 것과 똑 닮아서, 더 끔찍하게 느껴집니
 
 
장태주:........................
 
울음소리가 지겨워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지만......
 
손가락 끝에 닿는 체온이 당신을 현실로 잡아당깁니다
 
눈을 깜빡이면,
 
어느새 존재하지 않는 삿된 소리는 사라지고
 
텅 빈 거리 위에는 여전히 두 사람만이 살아있습니다
 
장태주:...................
하아..
 
성당의 입구에 설 때까지도 별은 끊임없이 떨어졌습니다만,
 
두 사람이 다치는 일은 다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면서도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장태주:(이제 와서는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든 상관 없게 느껴진다. 애초에 마릴루를 나의 저주에 끌어들인 것이 잘못이었는데! 뒤늦게 후회를 하는 걸 보면 나는 이제 와서 제정신이 된 것이겠지 아마..)
...........
....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간다.)
 
끝끝내 도착한 성당은 꽤 커다란 규모입니다.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탁하게 변색한 흰색의 벽돌,
 
견고하게 쌓인 높은 탑과 구원자의 죽음을 전시한 십자가.
 
벽돌과 기둥마다 섬세하게 새겨진 이름 모를 나무 덩굴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거대한 건물 앞에 서자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본능 같은 위화감입니다
 
세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이곳은 어째서 이토록 무사한가요?
 
신이 실재하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신은 왜...... 세계를 저버린 걸까요?
 
신의 존재를 의심할 적에,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
 
다시금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두드립니다
 
출처를 찾을 필요도 없는, 지겨운 그것을 가까스로 떨쳐냅니다.
 
장태주:..................
 
마릴루:(시야가 흐리다. 제 발로 걷지 않아 이곳이 어디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도착 한 거야?
 
장태주:................
응..
도착했어.
 
마릴루:.....
사람이 있어?
 
장태주:(주변을 둘러본다.)
저기요..!
누구 있어요?
 
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바람이 뒷덜미를 스칩니다.
 
당신은 성당의 입구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돌아가거나, 들어가거나.
 
장태주:....................................
(마릴루의 상태를 본다.)
 
마릴루:(안대가 있었던 자리를 손바닥으로 지혈하고 있다.)
 
장태주:(....)
쉴 곳이 필요해
(들어간다.)
 
훤히 열려있던 입구를 지나면 안뜰이 펼쳐집니다.
 
새순이었을 잔디는 흐릿하게 색이 빠졌고, 밟으면 버석거리는 소리와 함께 흩어집니다
 
걸음걸음을 옮길때마다 석고로 세운 조각상의 시선이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기도를 올리는 성인, 십자가를 든 성인, 열쇠를 쥔 성인과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의 조각상
 
근엄하고 경건하기 그지없는 풍경이건만 오늘따라 왜 이리 스산하고 불길한지요.
 
걷고 걸어 입구 바로 앞에 서면......
 
장태주:..............
 
닫힌 문 좌우로 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커다란 나무는 여태까지 보아온 다른 것들과 달리 새파란 이파리를 내고 있습니다
 
끄트머리가 둥근 이파리들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입니다만, 꽃도 열매도 걸려 있지 않아 무슨 나무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여름 특유의 더운 바람이 불고, 가지가 몸을 떱니다.
 
장태주:...........
자연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지만, 이파리의 모양새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무화과나무가 분명합니다.
 
수확 철이 멀었으니 당연히 열매가 열리지 않았겠죠.
 
꽃도, 열매도 내지 않았건만 나무 근처에 서 있으면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향기의 근원을 통 알 수 없습니다.
 
장태주:............
...........
 
마릴루:.... (문을 힘주어 밀어본다.)
이거. 왜.. 안 열리지?
 
장태주:..?
당기는 문인가..(당겨본다.)
 
당신이 문을 당기면,
 
소리 없이 문이 열립니다
 
너머에는 예배당이 펼쳐집니다.
 
장태주:(....)
 
예배당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내려앉았습니다.
 
장태주:들어가자.
 
별이 추락하는 소리도, 속삭이던 낯선 목소리도,
 
아기의 울음소리와 말발굽 소리, 요란한 나팔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장태주:........
 
바깥의 근심과 걱정은 모두 거짓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천장까지 솟은 기둥 뒤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색의 빛을 떨굽니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감탄할 눈이 없군요.
 
좌우로 늘어선 긴 의자에는 예배드릴 사람이 없고, 앞에 솟은 단상에도 설교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당신과 그를 위한 예배 시간일까요.
 
장태주:................
(마릴루의 손을 잡고 들어간다.)
(사람들은..없는 건가?)
 
인기척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릴루:.........
문자..에 분명 성당으로 대피하라고 했었지?
 
장태주:........응.
 
마릴루:이 근처 성당은 여기 아니면 없을텐데.
 
장태주:(휴대폰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여기가 아닌가?)
 
마릴루:다른 타이머도, 카운더도. 사람들도....
 
행정안전부] 긴급 대피 요망. 가까운 성당, 교회로 집합할 것.
 
문자는 여전히 메시지 함에 얌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아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내용입니다.
 
찬찬히 읽어도 내용의 변화를 눈치챌 수 없습니다
 
분명히 맞게 찾아온 것 같은데요. ...
 
장태주:...........
 
문자에는 특정 성당, 교회의 이름이 쓰여 있지 않습니다.
 
분명히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은 이곳입니다.
 
하물며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니 이곳을 두고 구태여 더 작은 성당, 교회에 집합시킬리가 없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문자를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문제죠?
 
장태주:...............
(뭔지 몰라도 이제 안전한 기분은 든다.)
(긴 의자에 마릴루를 앉혀준다.)
 
나무를 깎아 만든 기다란 의자는 대여섯 명이 거뜬히 앉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습니다
 
당신은 그 위에 마릴루를 앉힙니다.
 
단상에 도착하기 위해선 그사이를 걸어가야 합니다.
 
칸칸이 지나도 사람의 흔적이라던가, 지척에 널려있던 시체라던가, 무너지던 괴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장태주:..........
(혹시 단상에 메모라도 붙어 있지나 않을지)
(단상쪽으로 다가선다.)
 
포도나무와 엉겅퀴의 문양을 새겨 넣은 단상에는
 
이렇다할 메모는 없으나 전원이 꺼진 마이크와 두꺼운 책이 한 권 놓여있습니다.
 
장태주:...?
(책을 펼쳐본다.)
 
검은 가죽 표지에는 당연하지만, 성경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장태주:
자료조사
기준치: 33/16/6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낯익은 구절이건, 낯선 구절이건 글줄을 읽다보면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태 속삭이던 목소리와 퍽 비슷한 뉘앙스라는 것을요.
 
그러니까,
 
지능판정
 
장태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이 모든 이야기가 성경에서 기인했다면,
 
당신이 여태 들었던 이상한 영어와 숫자의 조합은......
 
성경 구절을 가리키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낱낱이 적힌 이야기들은 일맥상통하게 세계의 마지막을 가리킵니다.
 
징조, 과정, 결과....... 모든 것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요.
 
당신이 길목을 지나며 보아온 광경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진정 예언이 존재한단 말인가요?
 
우리의 미래가, 세계의 종말이, 모든 것의 마지막이 이미 정해져 있었단 걸까요?
 
당신이 신을 믿었다면 예언의 성취에 감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두려워 떨겠죠
 
이미 정해진 끝이 찾아왔다면...... 돌이킬 방법 따위 없다는뜻이니까요.
 
장태주:...........
 
구원자라는 이름을 달았음에도 한낱 인간.
 
두 사람이 발버둥 쳐봐야 종말은 입을 벌리고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을 뿐입니다
 
참담한 깨달음에
 
SanC(0/1)
 
장태주:.........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순간 거센 바람이 지나칩니다
 
사방에서 놓인 바람이 전쟁처럼, 죽음처럼 유리창을 흔듭니다.
 
붉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유리가 비명을 지르는 양 어지럽게 빛을 떨굽니다.
 
바닥에 그림자 대신 빛의 흔적이 아롱집니다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더라도 무화과는 떨어지지않습니다.
 
그야, 나뭇가지 끝에는 열매가 매달리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꼭대기의 불그스름한 유리가 유난히 불길하게 흔들립니다
 
꼭 무화과의 색입니다.
 
장태주:..........
 
쾅!
 
그러나 유리가 깨지는 소리 대신 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빈 예배당을 울립니다.
 
장태주:...!!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좌편에 난 좁은 문이 보입니다.
 
장태주:......
(좁은 문에 가까이 다가간다.)
 
암적색 커튼 너머에 비스듬히 가려졌던 좁은 문에는 고해소라고 쓰여 있습니다.
 
어째선지 열린 문은 당신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장태주:............
 
마릴루:...거기 뭐 있어?
 
장태주:고해소가..
..........
(묵직한 글자다.)
 
마릴루:..........
 
장태주:들어가보자.
 
마릴루:응. ... (다가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고해성사 :: 지은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에게 고백하여 용서받는 일.
 
그러니 고해소라면 본디 용도에 맞게 칸막이를 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해야합니다.
 
지은 죄를 낱낱이 고백할 수 있도록, 죄를 미워하되 지은 이까지 미워하지 않도록.......
 
그러나 어째서일까요? 이곳의 고해소에는 칸막이도, 의자도, 지은 죄를 고해할 신부도 없습니다.
 
대신 눈앞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습니다.
 
장태주:.................
 
:새파란 이파리를 낸 두 그루의 나무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울에 비춘 것처럼 가지의 방향만 반대로 섰을 뿐입니다.
끄트머리가 둥근 이파리들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로, 꽃도 열매도 걸려 있지 않습니다
더욱 특이한 것은 나무의 가지와 몸통, 그리고 나아가 뿌리입니다.
눈처럼 새하얀 나무의 가지와 몸통은 색과 달리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끄트머리에 걸린 이파리가 파릇파릇하니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바닥에 놓인 뿌리는......
 
:놀랍게도, 허공에 떠 있습니다.
 
흙 한 점 없는 실내에서 어떻게 나무가 자라난 거죠?
 
심지어 뿌리는 바닥에 닿지도 않고, 느릿하게 꿈틀거리며 허공을 배회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두 사람.
 
SanC(0/1)
 
장태주:.............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이상하기 짝이 없는 나무입니다.
 
두 그루의 나무 모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는 식물임에도......
 
장태주:
자연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것은 무화과나무가 분명합니다.
 
무어라 불러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무화과나무는 가지를 드리웁니다
 
향긋한 단내가 밀려옵니다.
 
바람은 새어들지 않는데 향기는 이토록 짙습니다.
 
장태주:.........
무화과..
 
홀린 듯이 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나무껍질 표면에 각각 무어라고 쓰여있습니다.
 
장태주:....?
(가까이 다가가본다.)
 
나무의 표면에는 난생 처음보는 글씨로,
 
장태주:
언어(모국어)
기준치: 55/27/11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각각 생■ 나■, ■악을 알■ 하는 ■무라고 쓰여 있습니다.
 
왼편에 선 나무에는 ■악을 알■ 하는 ■무라고 쓰여 있는데, 글씨 위로 둥그스름한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따라 시선을 올리면 가지 끝에 매달린 무화과가 보입니다
 
우편에 선 나무, 생■ 나■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태주:...............
 
장태주: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리로 오세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먹어야 해요.......
 
장태주:.....
 
:무화과를 바라보면 누군가 다시금 속삭입니다
뱀 같이 교활하고 상냥한 목소리입니다
 
장태주:(이걸 먹으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눈을 깜빡이면 그 열매의 표면이 얼마나 매끄럽던지요.
배어 나오는 향기는 어찌나 다디달던지요.
당장이라도 한 입 베어 물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선악과로부터 죽음이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장태주:...........
 
:그것은 그저 눈을 밝게 하고, 선악을 구별케 하는 과실입니다.
 
장태주:............
(상처투성이의 마릴루를 바라본다.)
(내가 이 목소리를 믿어도 될까?)
(정말 남은 방법이 이것 뿐이라면..)
 
열매는 부드럽다 못해 물러 터졌습니다.
 
어쩌면 이 순간을 내내 기다려왔을지도 몰라요.
 
장태주:..............
 
잘 익은 과실의 표면은 붉은 기가 도는 보라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장태주:(무화과를 따서 손에 쥐어본다.)
 
손가락 끝에 조금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열매는 쉽게 가지 끝에서 떨어집니다.
 
장태주:(한 손으로는 마릴루의 손을 쥐고 과일을 한입 베어 문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릴루에겐 이게 뭐하는 짓일까 싶겠지만..)
 
마릴루를 꽉 붙잡은 채 무화과를 한 입 베어 물면......
 
꿀처럼 달고 술처럼 독한 과즙이 터집니다, 흐물흐물하게.
 
혀 위에서 녹는 식감이 꼭 봄에 내린 서리 같습니다.
 
잇자국을 남기고 뭉개진 단면은 혈관처럼 우둘투둘하게 일어나 여태까지 보아온 시체를 연상시킵니다.
 
분명히 혀끝에는 달기만 한데, 어째서 이토록 불길할까요?
 
이유 모를 감각에 의심을 품기 전에,
 
장태주:.........
 
쨍그랑!
 
문 너머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심지어 한 번이 아닙니다. 날카로운 것이 깨지고, 부서지고, 산산이 조각나는 소리가 연달아 고요하던 성당을 할큅니다.
 
마치 예배당의 모든 창이 깨지기라도 한 것처럼...... 잘고 끊이지 않는 파열음입니다.
 
장태주:?!
 
마릴루:뭐, 뭐야 이 소리..?
 
장태주:.....
왜..
(고해실 밖으로 나가본다)
 
다시 예배당으로 나가면,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곳곳의 풍경이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도 없습니다.
 
장태주:...?
 
들었던 소리가 모두 거짓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또한 놀란 기색이 역력하니 환청은 아니었겠죠.
 
천장까지 솟은 기둥 뒤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색의 빛을 떨굽니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무언가 이상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원래 이런 모양이었던가?
 
장태주:.........
 
:색에 물든 유리 조각은 부서지고, 재조립되어 새로운 그림을 완성합니다.
창틀에 걸린 것은 불규칙한 무늬의 배열에 그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편에서 저편까지 그 모든 것을 훑으면,
가장 찬란한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화려한 빛무리에 둘러싸인 가운데, 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의 탄생을 축하하듯, 태초부터 존재하던 빛은 나팔을 불고 어둠은 요람을 펼칩니다.
태어난 신은 오직 홀로된 자이며, 시작과 끝이고,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완전하고 완벽하며 그 권능이 전지전능하니 타종이 필요치 않습니다.
 
두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신의 머리 위로 궁창의 물이 갈라져 구름을 찢고, 바닥의 물은 흘러넘쳐 바다를 이룹니다.
물이 말라 드러난 곳은 땅이 되니, 신이 밟은 곳은 마을이, 밟지 않은 곳은 산이 되었습니다.
빛과 어둠은 낮과 밤이라 불립니다.
 
세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풀과 씨 맺는 채소, 열매 맺는 과목이 자라니 보기 좋았습니다.
하늘에는 날개달린 새들이 둥지를 틀고, 바다에는 온갖 모양의 물고기와 짐승들이 생육하고 번성합니다.
땅의 짐승들 또한 넘어지고 내달리며 빈 곳을 채웁니다.
 
네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신은 자기 형상, 곧 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했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끝에 기어코 남자와 여자가 첫숨을 터트리니, 그가 매우 기뻐하며 축복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여태까지 창조한 것 중에 신은 사람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땅에서 사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였으나......
 
다섯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신의 형상을 닮았으나 그들은 신이 아니었습니다.
유한하고, 불안정하며, 망각하고, 죽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반복했습니다.
몇 번의 삶과 죽음이 반복되자 사람은 신을 감쪽같이 잊었습니다.
하루는 천년이오, 천년은 하루라. 신이 사람을 만들기까지 보낸 날보다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신은 허망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보호할 새로운 구원자를 찾았습니다.
 
:신은 열 네개의 손가락을 꺾어 구원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니 하늘을 펴고, 바다를 우린 신을 잊고, 셀 수없이 많은 구원자의 이름이 태어나고 사라졌습니다.
그곳에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신을 잊은 이들에게도 축복은 여전했습니다. 사람들은 생육하고 번성했으며 땅에 충만했습니다.
보기에 좋았으나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여섯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신은 슬픔에 젖어 자신이 만든 것들에게서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정성껏,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열매를 만들었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고, 생명을 주는 것.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 ■■을 닮은 것.
무화과에 숨을 불어 넣어, 자신의 권능을 숨긴 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무한한 삶은 너무나 지겹고 외로웠어요.
그는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 해부터 여름이면 무화과나무가 가지를 뻗고 열매를 틔웠고, 신의 행적은 바람을 타고 종이에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일곱 번째 스테인드글라스
사람은 신이 사랑한 피조물.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신의 피조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이 자신의 역할을 잊고 그것들을 보살피지 않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악한 것들은 본디 더 악해졌고, 얼음이 녹으며 바다가 넘치고 땅이 갈라지니 동식물이 죽어 나갔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사람은 마지막의 직전까지 살아남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신이 돌보지 않는 세계에 드디어 끝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체질이 녹고, 뼈가 스러지고, 살점이 문드러졌습니다.
썩은 피가 흘러넘치니 어디에도 신이 사랑한, 신을 닮은, 신의 형상을 본딴 모양은 남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신을 찾고, 구원을 부르짖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소서!”
마지막 유리 조각에 시선을 던졌을 때, 당신은 깨달았습니다.
 
장태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종말의 진상을 공개합니다.
 
장태주:.............
 
깨달은 진실은 가혹한 것이었을까요.
 
얼마나 당신에게 와닿았을까요
 
쏟아지는 이야기를 감당하기 위하여 가만히 서 있자면, 그가 어깨를 흔듭니다
 
마릴루:.....장태주,
왜..그래?
 
” 묻습니다. 마치......
 
그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라고 하던가요.
 
지혜를 가르치는 나무라고 하던가요.
 
당신만이 삼킬 수 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당신의 것이니, 오직 당신에게만 허락된 거예요.
 
장태주:.........
 
하나씩 조각이 들어맞습니다.
 
왜 당신이 녹아내리지 않았는지,
 
당신만 다치지 않았는지,
 
이토록 낯선 목소리는 어째서 자꾸 정신을 뒤흔드는지,
 
괴물이 왜 당신을 향해 울부짖는지,
 
애걸하고 매달리듯 발아래 엎드려, 멈추지 않고 기어오는지.
 
징그럽기 짝이 없는 그 광경이
 
 
왜 그리 사랑스러웠는지.
 
모두 당신이 빚고 만들고, 꾸며, 축복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사람들이 생명과라고 부르는 그것, 신의 권능을 숨겨둔 과실을 찾기만 하면 돼요.
 
오래 고민할 필요도, 그것을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기억해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야, 이토록 달콤한 향기가 다시금 뇌리를 파고드는걸요.
 
마릴루: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주인을 기다린 열매가,
 
여름을 기다린 열매가 완전히 만개했는지 예배당 전체에 무성한 향기로 가득 찹니다.
 
장태주:........
(마릴루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곁에 있어 매번 고통 받는 나의 인간.)
 
마릴루:...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괜찮..냐니까.
 
장태주:난 괜찮아.
(예배당에 퍼진 향기를 따라가본다.)
 
고해소에 다시 들어간다면, 아까와 똑같은 나무 두 그루를 마주합니다.
 
새파란 이파리를 낸 두 그루의 나무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울에 비춘 것처럼 가지의 방향만 반대로 섰을 뿐입니다.
 
여전히 우편의 나무에,
 
장태주:
관찰력
기준치: 47/23/9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무화과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무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무화과. 또 다른 열매, 혹은 비슷한 것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생명과와 선악과는 항상 같이 있잖아요? 당신은 분명 그렇게 두었잖아요?
 
그런데 왜......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죠?
 
질문을 던지면,
 
마치 대답하듯 생명 나무의 이파리에 글귀가 드러납니다.
 
창세기 3:22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 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아, 그래요. 감히 영생을 부여하는 그 열매를, 함부로 따먹지 못하도록,
 
장태주:.....
 
마태복음 24:32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무화과를 닮은 것에 숨겨두었잖아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비로소 여름,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종말에 드러나게끔.
 
마가복음 11:13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주께서 나무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
 
랍비여, 보소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랐나이다.
 
그러니 이 가지 끝에 열매가 맺힐 일은 없어요. 왜냐하면,
 
마태복음 13:35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그것은 오직 비유에 불과하고......
 
요한복음 6:53 내가 진실로 진실로 이르노니 그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영생을 얻으리니.
 
그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실체는 마릴루니까.
 
무화과에 숨을 불어 넣어, 자신의 권능을 숨긴 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장태주:.........
 
무한한 삶은 너무나 지겹고 외로웠어요.
 
그는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분명히 원하던 바를 이루었습니다.
 
오직 당신을 위해 마련된 생명과.
 
당신의 파트너, 마릴루는 살아 숨 쉬며,
 
문드러지지 않은 채 존재했고,
 
당신이 하나의 세계를 저버리는 한이 있어도
 
기어코 함께하고 말았으니까.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와 동시에,
 
뚝.
 
당신의 살점 또한 문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장태주:......
 
신의 권능을 도려낸 당신의 육신 또한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것.
 
이대로라면 여태까지 보았던 괴물과 시체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려 흔적도 남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종말을 물리칠 구원자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겠죠.
 
그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깁니다.
 
무화과의 향기입니다.
 
장태주:(마릴루의 조잡하게 목에 감아두었던 천을 풀어낸다.)
 
천을 풀면, 붉으스름하게 올라왔던 사람의 잇자국은 온데간에 없습니다.
 
마릴루:...어,
....
뭐지? 상처가..
 
장태주:........ (바보같아 전부..)
(왜 하필 너는 그날 가만히 칼에 찔려주었는지.)
마릴루, 내가 지키고 싶었던 세계는
그냥 너였어.
 
마릴루:......응?
.....
 
장태주:..........
아마 우린 여기서 죽을 것 같아.
 
마릴루:(생명의 부재. 상대의 알 수 없는 행동들. 그 모든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한낱 피조물로서는 알 수 없으나.)
왜... 그래, 무섭게.
(옷깃을 그러잡는다. 눈에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장태주:.........
너를 이런 꼴로 만들어서 미안해.
(왜 하필 너였을까.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어 다른 것을 뱃속에 집어넣을걸.)
(하긴, 내가 하는 선택이라곤 항상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이것 또한..)
 
마릴루:...네가 다치게 한 것도 아니잖아. 나는....
(괜찮아. 영문모를 위화감에 그 세 글자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
.....
 
장태주:.......
나를 안아줄래? 흩어지더라도 네 품에 사라질 수 있게..
 
마릴루:.........
이리 와. (항상 했던 것 처럼 두 팔을 벌린다.)
 
장태주:(제 까짓 게 무슨 신이라는 건지. 과일향이 짙은 마릴루의 품에 몸을 기댄다.)
(너는 그래도 내가 만난 인간중에 나를 제일 사랑했잖아.)
.........그거면 된 거야.
(다 잊고 살았다는 게 무색할 만큼 기나긴 과거였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신으로서나 인간으로서나, 내가 벌였던 모든 어리석은 선택들은 이 짧은 포옹을 위한 것이었다.)
 
마릴루:(품에 안긴 등은 그 여느때보다 앙상하고 작아보여 연신 그의 머리며 뺨을 쓸어내린다.)
... 세상에 우리만 단 둘이 남겨진게 신이 말한 저주인걸까?
너는...
...........왜, 지구로 돌아가지 않았어?
 
장태주:.......
 
마릴루:왜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꾼거야?
 
장태주:........
그냥,
네 옆이 아닌 곳을 사랑할 자신이 없었어.
네 말이 맞아. 난.. 구원자 놀이 같은 거 재미도 없었고
그냥 네가 제정신 아닌 사람처럼 웃어줄 때마다 그 옆에 누워서 같이 웃고 싶었거든.
.......
 
장태주:이제 이 곳에 우리가 구해줘야 할 인간 같은 건 남지 않았잖아.
...
누구에게나 쉴 곳은 필요해. 나에겐 그게 네 곁인 것 같아.
 
마릴루:....
 
장태주:(지친 팔을 옮겨 마릴루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곧 녹아 사라질 나의 육신..)
 
마릴루: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너한테 못되게 굴기만 했는데.
너는왜, 바보같이....
.....
나만 남겨두고 가지 마.
... 이런게 저주라면 그 날 어떻게든 너를 보내야했었어.
 
장태주:......
 
마릴루:... (어깨를 꽉 끌어안는다.)
내가 죽기 전까진 내 앞에서 죽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
 
장태주:..........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야 마릴루.
왜 네가 몸으로 칼을 받아냈는지, 무슨 결심을 한 건지 나는 이제 알 것 같아.
웃기지, 죽음이 왜 두려운 것인지 나에게 알려준 것도 너였는데.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사랑이야.
 
마릴루:..... ......
(입안이 쓰다. 녹아가는 상대의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무엇도 없어서.)
......( 전부 닳아 없어지기 전에 그의 둥근 뺨을 쓸어내린다. 가느다란 안경다리를 들어 떨어트리고..)
(입술을 맞붙힌다.)
 
장태주:........
(사랑스럽다.)
 
입술 사이로 파고든 혀는 무화과의 속살만큼 말캉합니다.
 
실수로라도 베어물면 과즙이 터질것같이 말입니다.
 
장태주:(눈을 뜨고 마릴루의 얼굴을 바라본다.)
 
마릴루:(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눈을 감았다.)
(들려서는 안 될 외설적인 소리가 예배당을 채운다. 평소와는 달리, 자꾸만 애닳아 매달리는 쪽은 자신이다.)
(입을 떼어내면 금방이라도 사라질것만 같아서.)
 
장태주:나를 만나서 기뻤어?
 
마릴루:.......
그렇다고하면, 버리지 않을 거야?
 
장태주:............ 바보 아냐.
나는 한번도 널 버린 적 없어. 지금도..
 
마릴루:.............
네가 있어서.
....짜증난적도, 미운 적도 많았는데.
 
장태주:하하!
 
마릴루:.....그래도 너랑.
같이 있고 싶었어.
 
장태주:................
........
 
마릴루:그게 혼자인것보다 나은 것 같았거든.
 
장태주:........
 
마릴루:....
전부 너 때문이잖아.
네가 어린 나를 기어이 그 방에서 나오게 해서.
 
장태주:.....
 
마릴루:혼자여도 괜찮았던 나를....
네가 아니면 안 되게끔 만들어버려서.
..........
 
장태주:난..
.........
 
마릴루:이렇게 될 줄 몰랐단 말 하지 마.
...다 알고 그런거잖아.
전부....
 
장태주:.......
혼자 남게 된다면 넌 많이 괴로울까?
 
마릴루:.......
(안긴 품 안을 파고든다.)
네 몸은 나랑 다르게 따뜻해서 좋아.
 
장태주:.........
...........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지 않을 거지.
 
마릴루:(힘이 들어간다.) 그럴 용기가 있다면 그날 밤 너를 보냈겠지.
 
장태주:... 그래.
 
마릴루:.....
있잖아.
 
장태주:...
 
마릴루:사랑해.
 
장태주:...........
(넌 기어이 내가 너의 죽음을 지켜보게 만드는구나.)
(차라리 영원히 증오하지 나를 사랑해서.)
(마릴루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춘다.)
 
만개한 무화과의 향이 코 끝을 아립니다.
 
장태주:(따뜻한 입술과 향기를 잠시 느껴보다가 그 안에 든 혀를 베어 문다. 그리고 과일이 아닌 독을 탄 핏덩어리를 삼키는 기분으로 눈을 감는다.)
(그리움이나 고독을 품고 영원히 세계를 떠도는 것은 내가 할테니 너는..)
(내가 그렇게 바랐던 쉴 곳을 찾아 사라져버려.)
...........
잔인한 계집애.
(턱 끝으로 떨어지는 것은 혈향이 밴 눈물이다.)
 
그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만든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고, 애곡하며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잖아요.
 
이 황폐한 세계에 그를 남겨두는 것 대신, 모든 것을 돌이키기로 합니다.
 
물러지기 시작한 손끝으로 그를 당기면 순순히 이끌려옵니다.
 
따라서 기분 좋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집니다
 
전부 먹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는 살아있는 과실이었으니까요.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붉은 물을 핥아 마시고, 씨앗처럼 둥근 안구를 마지막으로 삼키면
 
남은 것은 희고 딱딱한 뼈와 먹기 거슬리는 머리카락 뿐입니다
 
원래 과실이라고 통째로 먹는 건 아니잖아요.
 
껍질도 버리고, 때에 따라선 심이나 씨앗도 버리는 법이죠.
 
포만감이 차오릅니다.
 
어쩌면 눈물이 흘렀을지도 모릅니다
 
달고 짭잘한 맛은 혀 끝에 오래도록 남아있었습니다.
 
영생과 권능을 얻고, 그를 잃었다면, 수지타산이 맞는 거래였을까요?
 
....
 
당신은 손끝으로 다시금 세계를 세우고, 시간을 돌립니다.
 
죽었던 모든 것들이 일어서고, 녹아내리던 조각조각들이 단단하게 실체를 갖습니다.
 
떨어진 별이 너무 많아 제자리를 찾는 일만이 조금 까탈스러웠을 거예요.
 
그렇게 세상을 돌이키고 나면, 당신은 곳곳을 내려다 봅니다.
 
마릴루는 오직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
 
세상을 돌이켜도 그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와 당신이 사라진 세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합니다
 
종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세계는 여느 때와 같이 굴러갑니다.
 
다만,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쯤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날부턴가 점점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을 칭송하며, 찬양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구원자가 아닌 이의 이름은 잊혀지는 법.
 
기억되는 것은 오직 용사 뿐.
 
구원을 위하여 당신의 뱃속에서 녹아버린, 끓는 듯한 지옥불에 떨어진 그를 기억하는 이는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이 기억할 테니까
 
영원 중에 하루에 불과한 오늘이 지나갑니다.
 
당신이 잃은 것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이......
 
END1.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KPC 로스트, PC 생존?

 

 

보상 : 권능과 영생

 

 

 

[ 12시의 도밍게즈 1부 ] 

[ Chapter 3. 모래 시계의 균형 ] 

 

 

2022. 09. 24 CoC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 W.팀 라퓨타

원문 시나리오 링크 :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4507568

 

KP/KPC - 똘비 (마릴루 클러라먼시) 

PC - 쮸 (장태주)

 

※ 아래는 본 시나리오의 로그 백업이며, 시나리오의 상, 스포일러등이 전부 포함되어있으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 예정이신분들은 열람을 삼가해주세요

 

더보기

 

 
평화가 도래했습니다.
 
신문과 뉴스, 인터넷 기사를 구별치 않고
 
모든 매체에서 도밍게즈의 평화를 떠들었습니다
 
2053년 새해의 길거리는 유난히 사람으로 북적였어요.
 
멸망을 넘어, 새로운 계절.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못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신사에 들리고, 기도를 올리고, 골목을 뛰놀고,
 
벚꽃을 즐기며 삶을 찬미했습니다.
 
예언의 탑이 기운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신뢰는 녹지 않는 눈처럼 쌓였고
 
타이머와 카운터, 덩달아 DOT의 입지까지 얼음처럼 단단하게 굳어 갔습니다.
 
7년이 흐르는 동안 타이머와 카운터가 필요할 정도로 다급한 사태는 거의 없었습니다.
 
마릴루와 당신은 자잘한 사건, 사고로부터 사람들을 구원하고,
 
TV와 같은 매체에 얼굴을 팔고, 구원 외 다른 임무에 배정되며 한가로이 지냈습니다.
 
도밍게즈 건국 이래, 유난히 평화로운 한때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똘비 (GM) ‘도밍게즈, 역사상 최악의 지진 발생!’
 
‘도밍게즈, 역사상 최악의 지진 발생!’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2
 
최후의 이야기
 
Written by 수연
 
Timer. 마릴루
 
Counter. 장태주
 
Date. 2022.09.24
 
2
 
호외요! 호외!
 
요란한 외침과 함께 신문이 쏟아집니다.
 
하나 같이 제2구역에서 일어난 커다란 지진 사건으로 1면이 가득 찼습니다.
 
사진 속 제2구역의 모습 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습니다.
 
원인 미상의 지전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고, 공장이 무너지며, 각종 화재가 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소식은 당신에게도 전해졌습니다.
 
장태주 :..........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호출입니다.
 
2059-03-04, 19:14
 
타이머, 카운터 제2구역 지원 요망
세계에 재난이 내리면 사람들은 구원자를 찾습니다.
 
장태주 :(그러시겠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우리는 현재 어디에 있나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이동하도록 합시다.
제복을 갈아입고, 필요한 것을 챙기고, 출동할 때입니다.
 
장태주 :(사과 깎던 거 냉장고에 넣음..)
(마릴루는 뭐 하고 있지???)
 
마릴루:(소파에 드러누워있음..)
야, 사과는?
 
장태주 :-_-;
당신은 타이머로서의 자각이 있기나 한가요? (제복 다 입고 마릴루 제복도 입혀줌...)
(챙겨야 할 건 이녀석.. 준비끝..)
 
마릴루:존나 고상한 척 하긴... (꾸물꾸물.. 제복으로 갈아입는다.)
 
장태주 :당친이 천박한 겁니다. (한숨 푹...)
 
마릴루:구원자 놀이, 그렇게 재밌는것도 아니면서. (히~죽 웃고 현관을 나선다.)
 
장태주 :........
(자기 뺨 한번 때리고 웃는 낯으로 따라간다)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DOT의 헬기로 출동합니다.
 
제2구역의 상공에서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은 헬기가 착륙합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귓속이 먹먹합니다.
 
장태주 :...........
 
무너진 공장의 잔해, 그을린 땅,
 
잿더미가 되어가는 숲과 혼비백산 도망치는 사람들…….
 
아이의 울음소리와 날 선 비명, 동물의 울부짖음이 창 너머로 열기와 함께 스며듭니다.
 
광대뼈 주위가 홧홧하게 달아오릅니다.
 
장태주 :(싫다..)
 
좋건 싫건, 익숙해진, 익숙해져야 할 광경이었습니다.
 
가장먼저 출동한건 당연지사 1시의 타이머들 이었습니다.
 
지원이 오기까지 앞으로 4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하니 그 전에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태주 :하필 화재라니..
 
:룰 다 읽으면 확인표시!
 
화재를 부탁해!
 
1라운드
 
장태주의 턴입니다
 
장태주 :(초능력을 사용합니도!)
 
:고!
 
장태주 :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2
극단적 성공
피해 4
 
:
 
장태주 :(올)
 
:어떤식으로
불껏는지도
묘사 ㄱㄱ
 
장태주 :(화재 방향으로 폭우를 보냈습니다!!^_^v)
 
:^_^v
토큰을클릭해서
4개지워주세요
 
장태주 :클릭이
안되는디
 
:헐?
클릭안되?
 
장태주 :웅!
왜지?!
 
:
내가지울게걍
ㅋㅋㅋㅋㅋㅋㅋㅋ
 
장태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너미의 턴입니다
 
화력
115 57 23
94
성공
피해 2
1 1kpc 2pc
 
불길은 마릴루를 덮칩니다!
 
장태주 :마릴루!
 
마릴루:
마릴루
회피
37 18 7
2
극단적 성공
 
장태주 :(하 ㅅㅂ...)
 
마릴루:..됐으니까 앞이나 보시지?
왜. 걱정돼?
 
장태주 :..........
(고개돌려버림 ㄱ-)
 
마릴루의 턴
 
마릴루:걱정 되냐니까? 사람이 묻잖아. (성큼 다가가 손을 덥썩 잡습니다.)
 
붙들린 손아귀가 유독 차갑습니다.
 
다음 라운드 내 카운터의 초능력 수치가 10 상승합니
 
 
장태주 :알아서 잘 했으면 됐잖아요.
(.....)
 
마릴루:아니면.. 말고~
 
1시간이 경과합니다.
 
2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한번 더 비를 뿌립니다 . .. )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45
성공
피해 7
 
태주는 빠른속도로 불을 제압해나갑니다.
 
에너미의 턴
 
화력
105 52 21
57
성공
피해 3
 
그러나 이에맞서, 불 역시 빠른속도로 번져나갑니다.
 
장태주 :(어휴 임무인지 미친인지)
 
마릴루의 턴
마릴루
진압
70 35 14
3
극단적 성공
피해 2
 
마릴루:(거대한 물방울을 만들어 주변 불길 위에서 터트린다. )
 
3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달리 할게 있나.. 비나 내린다 .. . . ㄱ-)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29
어려운 성공
피해 6
 
거센 폭풍우가 산불을 쓸어내립니다.
 
에너미의 턴
 
화력
105 52 21
7
극단적 성공
피해 1
1
 
장태주 :(아오진짜)
 
불길은 한번 더 마릴루를 공격합니다!
 
장태주 :...!
......
 
마릴루:
마릴루
회피
37 18 7
6
극단적 성공
 
장태주 :(.........)
 
마릴루의 턴
 
마릴루:불이 자꾸 나만 공격해~ 무섭다. (얼굴색하나 안변하고 엄살부림..)
(장태주 등 뒤에 착~)
 
장태주 :..........
^^잘 피하시던데요. 뭘.
 
마릴루:니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
 
두 사람의 등이 밀착합니다.
 
다음 라운드 내 카운터의 초능력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장태주 :(.........)
 
4 라운드
 
장태주의 턴
 
장태주 :(비구름으로 주변을 둘러싸본다..)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87
실패
피해 4
(아까부터 자꾸 집중안되게 저 호박이..)
(자기 이마 한번 퍽!! 때리고 전두엽에 힘줘봄..)
 
:고잉고
 
장태주 :(마릴루 위쪽으로 비를 쏟는다. -_-)
장태주
초능력
76 38 15
34
어려운 성공
피해 4
 
쏴아아아....
 
장태주 :불 근처에 있지 마세요~
위험하게..
 
커다란 먹구름이 불길을 쓸어갑니다.
 
마릴루의 헤어세팅마저도..
 
마릴루:아 차거!!!!!!!!!!!!!!!!!!!!
 
장태주 :(흥..)
^^
 
마릴루:너 일부러 그랬지 이 ....
(머리쥐어잡..으려다보는눈있어서 째리기만 함)
 
장태주 :쫄딱 젖어도 예뻐요 ^^
 
마릴루:진짜 지랄좀 하지 마... (물기쭉...)
...........
 
에너미의 턴
 
화력
105 52 21
77
성공
피해 3
1
 
거세진 화력이 마릴루의 앞길에 옮겨붙습니다.
 
장태주 :(아놔 마릴루 잡아당김;)
 
:
마릴루
회피
37 18 7
18
어려운 성공
 
마릴루:우왓... (쭉 끌어당겨짐)
 
장태주 :그렇게 관심 끌고 싶어요? 아주 불길에 몸을 던지네..
 
마릴루:이쪽으로 자꾸 붙는데 어쩌라고? (잡힌곳 물끄럼..)
아주 적시고 만지고...
변태.
 
장태주 :하하..
.....
 
마릴루:(이때싶 허리 더듬음)
 
장태주 :(누가 누구더러 변태래..)
 
두 사람이 힘을 발휘해 불길을 추스르면,
 
뒤따라 지원에 나선 타이머들이 하나 둘 도착합니다.
 
총성 같은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
 
착륙장을 찾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기체,
 
공격적으로 물길을 쏟아붓던 소방차들과 허탈하게 대피소에 늘어진 난민들.
 
우리도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태주 :...........
 
꺼져가는 불길 속에서,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58
실패
(아 안경에 물기가);;
장태주
관찰력
47 23 9
47
성공
 
공장의 높은 기둥은 여전히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아 있습니다.
 
그 근처로 땅이 길게 갈라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생긴 싱크홀입니다.
 
숨을 고르고 있으면 리슬러 부관이 맞이합니다.
 
장태주 :........
 
리슬러 부관: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시죠.
 
장태주 :(마릴루 흘끔..)
 
마릴루:(머리에 묻은 물기 쭈욱 짜내는 중)
 
장태주 :(대충 옆구리에 끼고 감)
 
마릴루:자기야. 나 추워
(꼬옥)
 
장태주 :.......... 감기 걸리기 전에 귀가하면 좋겠네요^^ (토닥..)
 
둘은 리슬러 부관을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공기가 매캐한 탓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숨쉬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걸었다고, 드러난 피부며 옷자락은 재투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도착한 곳은 제2구역의 변두리에, 그나마 멀쩡하다 싶은 숙소입니다.
 
장태주 :...........
 
로비에 앉은 하인리히 장교가 보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왔는가, 제군들.
여기 잠깐 앉아보게.
 
장태주 :(언제 봐도 기분나쁜 영감탱이)
(얌전히 가서 앉음)
 
의자는 푹신하지 않습니다.
 
불씨가 남았지만, 날이 지나치게 어둡습니다.
 
바람이 잠잠한 탓에 그나마 더 번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어쩌면 제7시의 타이머와 카운터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너무 늦은 시간이라 더는 누군가를 구할 수도, 찾을 수도 어렵습니다.
 
간신히 복귀 명령이 떨어진 마당에 불편한 소파에 오래 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인리히 장교:....
 
호출한 장본인은, 정작 말이 없습니다.
 
시선은 로비의 유리창으로 향합니다.
 
투명한 것은 여과 없이 바깥의 광경을 담고 있습니다.
 
장태주 :(불러놓고 말을 안해 싸가지없게..)
 
참혹한 광경은 가히 종말이라 부름이 옳습니다.
 
하늘이 녹아내리고 체질이 불에 풀어지니 발을 디딘 땅마저 말랑말랑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장태주 :.........
 
이대로 모든 것이 녹고 녹아, 바닥으로 꺼질 것 같았습니다.
 
도밍게즈조차 이런 꼴인데, 지구, 나의, 너의 다른 세계는 지금쯤 어떤 꼴일까…….
 
장태주 :....................
 
애먼 생각이 스쳐도, 하인리히 장교는 여전히 같은 곳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티가 역력합니다.
 
그가 선인이건, 악인이건, 도밍게즈를 향한 애정과 헌신만큼은 진실이었으므로.
 
매캐한 연기 냄새 때문에 목 안이 까끌까끌 합니다.
 
한참 침묵하던 그는 곧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고생했네.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보는 것 같은데, 상황이 영 좋지 않군
 
목소리가 유난히 케케묵은 라디오의 탁음처럼 들렸다면 착각은 아니었겠죠.
 
애석한 인사말 후로, 그가 당부를 덧붙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지진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바닥이 꺼지고, 싱크홀이 생기고 있다니 주의하게.
되도록 탐사대가 확인한 위치만 이동하고, 돌발행동은 절대 지양해야 해.
사태가 심상치 않군....
 
장태주 :...네.
 
전달 사항은 걱정이었던 걸까요?
 
악어의 눈물이 따로 없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래, 내일 아침에 보지.
푹 쉬도록.
 
장태주 :............
 
무거운 발걸음이 바닥을 밟자 군화 특유의 소리가 로비를 울립니다.
 
지친 것은 저쪽이나 이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7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되는 기분이었으니까.
 
왜,
 
어째서,
 
멸망을 저지할 세계의 구원자가 이곳에 임하였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모두의 얼굴 위에 드리운 불그스름한 음영이 괜스레 불길했습니다.
 
예언 속 한 장면 같은 멸망을 무력하게 지켜보았을 뿐입니다.
 
장태주 :...........
 
카운터가 도밍게즈에 온 지 정확히 7년째 되던 날입니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타닥타닥, 돌아갈 곳을 찾아 흩날렸습니다.
 
도밍게즈에 이토록 큰 재앙이 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에요.
 
타종의 삶과 세계를 갈아넣어 갈취한 평화마저 온전하지는 못하단 걸까요?
 
아니, 어쩌면 ■■은 아무도 모를 때,
 
홀연히 임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
 
하인리히 장교:이례적인 지진은 하필 제2구역에서 발발한 탓에 공장이 무너지고 쓰러지며, 전 체 구역의 3할 가까이 폐허가 됐을 정도로 큰 화재를 몰고 왔습니다. 간신히 불은 꺼졌고, 남은 것은 구조 작업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방비입니다.
 
:이례적인 지진은 하필 제2구역에서 발발한 탓에 공장이 무너지고 쓰러지며, 전 체 구역의 3할 가까이 폐허가 됐을 정도로 큰 화재를 몰고 왔습니다. 간신히 불은 꺼졌고, 남은 것은 구조 작업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방비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는 2구역 외각의 그저 그런 호텔에서 머뭅니다.
그나마도 방이 모자라 타이머와 카운터는 이번에도 같은 방을 써야 합니다.
투정은 사치입니다. 대피소의 지붕 아래, 텐트 속에서 우글우글 모여있는 이들을 한 번이라도 봤더라면 말이에요!
 
장태주 :...........
 
:숙소의 구조는 미니맵을 참조해주세요
 
마릴루:....
(엣취.)
 
장태주 :(마릴루 머리 위로 마른 수건을 덮어준다)
먼저 씻어요.
 
마릴루:올라가야 씻지. 나 걸을 힘도 없는데.
(팔 벌린다)
숙소까지만 옮겨줘.
 
장태주 :.......
(별다른 말 없이 안아들고 숙소로 올라간다. 사람 속 긁는 데에 천부적이라니까..)
 
마릴루:(힘이 없다는것 만큼은 헛소리가 아니었는지 가슴팍에 고개를 기댄 채 얌전히 올라간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기어 올라옵니다.
 
장태주 :.............
 
침대는 딱딱하고 탁자와 의자는 다리의 아귀가 맞지 않아 조금 흔들립니다.
 
창 밖엔 볼 것이라곤 하나 없어요.
 
욕실은 두 사람이 함께 쓰기엔 좁은 욕조가 딸려 있습니다.
 
협탁엔 필요한 것들을 적당히 넣어두도록 합시다.
 
장태주 :(커튼을 쳐버린다.)
 
마릴루:먼저 씻는다. (숙소에 도착하고서야 제 다리로 선다. 머리에 있는 마른수건으로 멀굴을 누르며 욕실로 들어간다.)
 
장태주 :.......
 
마릴루:(그리고..욕실 문틈 사이로 옷가지가 하나둘 날아온다..)
(제복..)
(리본...)
(깜스...)
 
장태주 :...................
 
마릴루:(팬티...)
 
장태주 :....................................................
 
마릴루:장태주.
 
장태주 :(하나씩 주워들어서 협탁 위에 정리함)
왜요?
 
마릴루:들어와서 후크좀 풀어봐.
 
장태주 :......
(망설이다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마릴루:(전라에 가까운 상태로 등을 보여준다.)
 
장태주 :............. (짜증나. 담백하게 한장 남은 속옷을 벗겨들고 다시 나간다.)
 
속옷을 들고선 밖으로 나가면,
 
휴대폰이 울립니다.
 
메시지가 도착했단 뜻입니다
 
장태주 :?
(휴대폰 확인함)
 
……설마, 들어오자마자 또 호출은 아니겠죠?
 
불길함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확인하면…
 
아니나 다를까! DOT입니다.
 
장태주 :......
 
2059-03-04, 23:41
 
이번 주차 연구 주제를 발송합니다.
 
(전체 보기)
 
장태주 :연구 주제라니..
 
정확히는 DOT의 동관에서 도착한 메시지입니다.
 
17살, DOT에서 처음 그와 만난 이후 꾸준히 해오던 바로 그 ‘연구 보고’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예외는 없는 모양이죠.
 
장태주 :.................................................
 
DOT는 여전히 타이머와 카운터가 긴밀해지기를 바라고,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태주 :하....
 
당신은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을 수도 있고, 확인 후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장태주 :(이 변태새끼들)
 
평소라면 연구원들이 득달같이 쫓아올 테지만, 지금은 제2구역이잖아요?
 
장태주 :.......
(욕실 한번 돌아봤다가 휴대폰을 꺼버린다.)
지긋지긋하네 정말.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잠깐 기다리고 있노라면 이내 문이 열리고...
 
매캐한 수중기와 함께 마릴루가 나옵니다.
 
장태주 :........
 
흰 가운을 입은 채 입니다.
 
장태주 :......쉬세요. (한 침대를 쓸 생각이 없다는 듯이 제복 차림 그대로 소파 위에 늘어진다.)
 
마릴루:.....
(냉장고 문을 벌컥 열어 안을 조금 뒤지나 싶더니, 맥주 한 캔을 따서 어거지로 소파 옆자리에 앉는다.)
문자 봤어?
 
장태주 :..................
아니요.
휴대폰이 꺼져서.
 
마릴루:아, 그러셔?
(제 휴대폰 키패드 1번을 꾹 눌러 전화를 건다.)
 
장태주 :(천장이나 노려본다)
 
마릴루:....
그럼 이걸로 봐. 연구 보고서 작성하래.
(휴대폰 화면을 들이민다.)
 
장태주 :........
(그래 봤다. 봤어. 한숨 한번 내쉬고는 얼굴 앞에 들이밀어진 손을 붙잡아 내린다.) .... 그래요. 그럼 대충 하고 끝내버리죠 뭐.
(소파 위에 끼어들어 불편하게 앉은 마릴루를 제대로 앉혀주고는) 어딜 빨아주면 되나요? 입? 아니면 아래쪽?
 
마릴루:........... (맥주 캔을 들이키다 한쪽 눈썹이 꿈틀한다. 누가 누구보고 천박하단건지. 다리를 꼰 채 상대의 자리를 침범해 상반신을 소파에 기댄다. 상처자국이 가득한 손목을 내밀어보이곤) 각인 먼저.
 
장태주 :......(독하게 긁어 놓은 흔적 위로 흐려지기는 커녕 선명하기만 한 각인을 불쾌하다는 듯 노려본다. 흔하게 쓰이는 숫자일 뿐인데 마주칠 때마다 자기 위치를 자각 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럽다. 차라리 발바닥 위에 키스를 하는 게 속 편하겠지 싶지만..)
(흉터를 손가락으로 한번 쓰다듬고는 각인 위로 느리게 입 맞춘다. 연인에게 키스라도 하는 듯 한번 핥았다가 살갗 위로 이를 세운다.)
.......차가워.
 
차갑고, 지독하고. 바라봐 좋은 기억이라곤 티끌도 없는 각인임에도,
 
치아를 세워 접촉한 순간 정서적인 안정을 얻습니다.
 
공포에 내몰린 비명, 뼈에 사무치는 울음, 무너지는 굉음……
 
모든 것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장태주 :(그러니까 이런 게 기분 나쁘단 거야.....)
 
마릴루:... (손목으로 닿는 숨결을 느끼며 상대의 뺨을 엄지로 쓸어내린다. 귓바퀴에 걸쳐진 안경 다리를 앞으로 꾹 밀어내곤 올라오라는 양 턱짓한다.)
기분이 어떤데? (지겹도록 해 온 연구보고이니 답은 자명하다. 하지만 답을 알고 있는 것과 아가리를 벌려 답을 꺼내가는 건 별개의 일이지.)
 
장태주 :.................
우습게도.. 안정이 되네요.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는 쓸개즙이라도 토하는 것 처럼 속삭인다.)
아무래도 타이머와 카운터니까.. 당연한 거겠죠.
 
마릴루:...궁금한게 있는데.
 
장태주 :........
 
마릴루:7년 전 나도 그렇게 재수 없었니? (타이머니 뭐니.. 선을 그어대는 꼴이 이제서야 우스워진다.)
 
장태주 :............... 글쎄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더 어른스러웠던 것 같네요 당신은.
(타액 묻은 손목을 소매로 닦아준다.)
 
마릴루:(높은 목소리로 웃는다.) 그렇네. 지금 날 이렇게 만들어 둔게 넌데. 그럼 속 시원해야지 안 그래.
 
장태주 :...............................
 
마릴루:기억 나? 네 능력이 전부 나한테로 도망가버린 날에, 그걸 되돌릴 방법이 하나밖에 없는걸 알아서 네가...
수업종 치자마자 나한테 키스하자, 그랬는데.
 
장태주 :..........
 
마릴루:그때 진짜 되돌려받고 싶엇던건 어느쪽이었어? (상대의 입술을 꾹 눌렀다 뗀다.)
 
장태주 :(주먹을 쥐어 떨리는 손에 힘을 준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참아내는 표정은 기묘하게 무표정하다.) ... 능력이 사라지면 카운터로서의 가치도 사라지는 거잖아요. 아직까지 그런 키스에 의미라도 두고 있었어요?
어른이면서. 다 지난 시절이나 끌어안고 있고..
한심해요.
(더 무슨 말로 사람 속을 후벼 팔지 두려운 마음에 마릴루의 입술 위로 입을 맞춘다. '포기하고 싶게 만들지 마.'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너나 나나 늙은이들 장단에 맞추기만 하면 모두가 평화로운 거야.' ...라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는다.)
(멋대로 혀를 섞는 것도, 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었다가 놓는 것도. 상대방을 대함에 있어 어린 시절에 비하자면 비약적인 성장이었지만 결국 기계적이다. 1시의 카운터는 저 좋자고 키스에 감정을 실을 만큼 뻔뻔한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릴루:......................... (입술이 포개어지고 말캉한 혀가 들어오면. 짝, 소리나게 따귀를 때린다. 대꾸할 틈이 나기 전에 마시던 맥주 캔을 냅다 상대의 머리 위로 쏟아붇는다.)
...혼자 어른인 척 하지 마. 기분나쁘게. (어그러진 입꼬리가 엉망으로 올라간다.)
너, 아직도 무서워하고 있잖아? 내가 어딘가로 도망갈까봐. (엄밀히 말하자면 자기소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 ...다시 해. 이번엔 눈 감지 마. 내 눈 똑바로 보란 말야.
 
장태주 :.......
하하! 맘대로 생각해요. (한대 얻어맞고 나서야 웃음이 터진다. 언제부터 이 사람의 존재가 고문 같아졌지? 가까이 붙어 자며 가슴 졸이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잔뜩 여유를 부려놓고 결국 눈을 마주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나의 타이머는 그저 내가 흔들리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 이건 애정도 뭣도 아냐. 스스로를 설득하듯 되새기며 마릴루의 뒷목을 붙들고 한번 더 입술을 부딪힌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마릴루:씨, ..발. 내가 보라고. 했잖아. (눌린 뒷목에 잇새로 숨을 내쉬어가며 뚝뚝 끊긴 단어를 뱉는다. 엉겨붙은 혀를 날카로운 송곳니가 찌르고 뒤섞인 타액은 독이라도 된 양 쓰라리게 목울대를 지난다. )
하.... (일련의 과정에도 굳게 내려닫긴 눈꺼풀이 야속하다. 눈이라도 틔울 심산으로 기어이 어깨를 잡고 무릎위로 올라 앉는다. 속옷하나 걸치지 않은 속살이 상대의 제복 아래 닿는다.)
 
장태주 :(제복 바지 아래로 힘이 들어간 하체가 뜨겁다. 순간적으로 트인 시선이 흐트러진 가운 사이에 박힌다. 저 안으로 손을 넣으면 나는 후회할까? 그러고도 타이머니 카운터니, 뻔뻔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이미 오른손이 먼저 마릴루의 허리께를 주무르고 있었다. 머저리 등신새끼..)
(혀를 빨던 입술을 목덜미 쪽으로 옮겨 붙이니 체취가 코 안쪽으로 밀려든다. 싸구려 비누향 사이로 기어코 주인의 냄새를 찾아내는 제 꼴이 지능 떨어지는 짐승 같기도 하고.. 하여간 우습다. 생리적인 흥분감에 잇새로 가늘게 한숨이 흩어진다.)
(하얗고, 서늘하고, 향긋한 인간은 나의 죄. 배덕감이 성욕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누구 하나라도 가르쳐 줬더라면.. 아니, 그랬다고 해도 진작 도망갈 수 있었을까? 어린시절로 돌아간 꿈을 꿀 때마다 장태주는 항상 같은 선택을 했다.)
(시선을 들어 마릴루의 한쪽 눈을 마주하면 코 끝에 향기 대신 바닷물이 차오르는 기분이 된다. 울상을 지으며 숨을 몰아쉰다.)
....사,
살려줘.
 
장태주 :(나를.)
 
마릴루:.... (몸 가장 뜨거운 곳에서부터 고양감이 끓어오른다. 목덜미를 한껏 젖히니 어깨 아래로 천조각이 흐른다. 차가운 숨소리를 귓가에 뱉으며 남색 벨트를 풀어던진다. 어깨를 쓸어내린 손이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가기 시작한다. 상대가 가장 보이기 싫은 것을 제 손으로 드러낼 때 마다 기묘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시선을 쭉 마주친 채 상대의 손을 얄팍하게 허리를 두른 리본 위로 가져다올린다. 원한다면 직접 꺼내 가 보라는 심산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두 눈에 오롯 한 사람만의 인영이 비춰진다.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사랑한다고 해....
 
장태주 :........ (이 끈을 가볍게 당기면 멈출 수 없다. 알고 있지만 당긴다. 가벼운 가운이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마주보던 푸른 눈동자에 애정이 담기기 시작하는 게 보여 머리에 핏기가 가신다. 이건 아니야. 정신 차리자. 눈을 한차례 질끈 감았다 뜨고는 안경과 상의를 벗어 떨어진 가운 옆에 성의 없이 던진다. 시야가 흐려지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벗은 몸을 품 안에 바짝 끌어안고 허벅지로 마릴루의 다리 사이를 조심스럽게 문지른다. 원하는 답 보다 쾌감을 주는 게 서로에게 나으니까.)
(가끔은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이 별이 전부 잿더미가 되었으면. 하는 배은망덕한 소망이 깃든다. 촌스러운 무늬의 커튼에 가려진 창을 노려보며 마릴루의 귓가에 속삭인다.) ..그러면 안되는 거 알잖아요.
 
마릴루:으응... (가슴을 딱 맞붙히며 상대의 것을 몸 안으로 밀어넣으면 얕은 비음이 새어나온다. 어깨를 둘러안은 팔로 짧아진 머리를 한 번 쓸어내리곤 귓바퀴를 가볍게 깨문다.) 그런 생각이 드는건, 왜 그러냐면...
네가 아직 포기하지 않아서 그래..
전부 놔 버리고, 그냥... 내 것이 되겠다고 하면.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밀착된 몸을 부빈다.) 하아, ....전부 편해질텐데. 안 그래?
 
장태주 :..... 하. (달아오른 숨을 한번 내뱉고 마릴루의 허리를 부여잡는다. 온 몸이 서늘하면서 맞물린 하반신 만큼은 뜨거운 게, 정신이 흐려지기 딱 좋으니 어떻게든 내가 먼저 이성을 놓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자세를 바꿔 위에서 찍어누르듯 박아댄다. 누군가 본다면 천박하다고 조롱할만한 꼴이다.) .. 그러게요. 그러면 정말.. 편해질텐데. 하하. (이 여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자신이 포기하지 않은 것 중에는 스스로의 목숨도 포함된다는 것을, 편해진다는 말이 서로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모르고 그저 어린애처럼 매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래, 사랑해. 사랑하지.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나를 살게 하잖아 네가.)
그렇게 바라 마지 않으면, 제발 편해지고 싶게 만들어 주세요.
난 도저히 당신 얼굴만 보면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질 않는데, 이게 내 잘못 만은 아닌 것 같거든.
 
마릴루:앗, 으... 하아. 응... (저릿한 느낌이 폐부를 타고 기어오른다. 행위가 죄라도 되는 것 마냥 심장이 빠르게 뜀박질한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몸이 달구어지면, 속을 긁어파던 언어들은 속으로 삼켜지고,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숙소를 채운다.) 읏, 그럼이게. 누구 잘못 같아..?
(답이 없는 문제의 근원을 찾는 것은 바보같다. 대답해 줄 사람도 정답지를 알려줄 사람도 없으니까. 그것이 우리를 이곳까지 내몰았던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 사랑을 갈구하다 보면, 나는 이따금 외딴 섬에 표류되어 있는 기분을 받는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근원을 찾아내는 짓을 포기한걸지도 모른다. 가까이에선 술 냄새가 나고 맞닿은 살결은 뜨겁다. 그냥 그렇게, 지금을 느끼면 되는 거야... )
더.. 세게 해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장태주 :(그렇네. 사실은 다 나의 잘못이지. 명령에 반응하듯 무식하게 박아대며 이것이 속죄라도 되길 바란다. 부질없는 바람이다. 한번 자책하기 시작하니 성기가 마찰되는 소리도, 제 숨소리와 섞이는 높은 목소리의 신음도 그저 죄수의 등을 때리는 채찍질 같다. 그래도 그 편이 낫다고 하면 당신은 나에게 뭐라고 할까. 또 뺨이나 때리려나. 아니면 정말 나를 떠나버릴까.)
(툭하면 얼굴 한가득 홍조를 띄우고 천박한 표정을 짓고, 입만 열면 못된 말 뿐이지만.. 결국 무결하다. 무결한 가운데 한쪽 눈만이 죽어있다. 내가 죽인 것. 유일한 나의 것. 당신은 항상 나에게 당신 전부를 줄 것처럼 달려들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은 가장 초라한 부스러기 뿐이다. 신의 발등에 입 맞추는 신도처럼 안대 위로 입술을 내린다. 그리고 가슴을 파고드는 죄악감이 흥분제라도 되는 것 처럼 빠르게 파정한다.)
....당신을 사랑할 일 없어요.
영원히
 
마릴루:......아핫, 후... 흐흐... (일순 정신나간 사람마냥 고개를 젖혀 웃어재낀다. 이내 웃음이 뚝 멈추고, 둘러안은 팔을 제 쪽으로 한껏 끌어당겨 다시금 입술을 붙힌다. 혀에서 피가 흘러나오도록 깨물어 놓은뒤 비릿한 혈향이 느껴지면 혀를 샐쭉 내민다.)
 
장태주 :윽...! (눈가를 순간 찌푸렸다가 피가 배어나오는 혀를 만져본다.) 아프잖아요.
 
마릴루:아프라고 깨문거야. (입술에 베어나온 혈액을 핥아 삼킨다.) 피도 신체 일부잖아? 보고서 써야지.
 
섭취할 경우 놀랍게도…… 회복 효과가 있습니다.
 
장태주 :(별 변태같은 실험에 변태같은 타이머..)
 
능력이 금세 차오르고, 신체 상태도 평안해집니다
 
장태주 :........
 
피곤이 풀리는 듯하군요.
 
장태주 :...타이머와 카운터라는 건 편리하네요 상당히.
 
마릴루:어떤 점이?
 
장태주 :이깟 걸로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는 게 웃겨서 한 말이에요. 이런 기능이나마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마릴루:원하면 더 줄 수 있는데 어때.
 
장태주 :........... 충분하니까 좀 쉬죠. (속이 빤히 보이는 마릴루를 들어 침대 위에 눕혀두곤 욕실로 들어간다.)
 
마릴루:....
 
장태주 :자꾸 사랑한다고 해 달라는 건 언제 관둘지나 고민 해보던가.
 
마릴루:어디가. 마저 안 해? (......)
 
장태주 :한번이면 됐잖아요. 애인도 아니고.
 
마릴루:............니 애인이랑은 몇 번 하는데? (침대에 철푸덕..누워서 꺼진 핸드폰 만지작거린다.)
 
장태주 :밥을 세면서 먹는 사람도 있나.. (무심히 말하곤 물이 미지근하게 식은 욕조에 대충 몸을 구겨 넣는다.)
 
마릴루:(ㅅㅂ.. 섹스를 밥먹듯이 한다고? )
 
적당한 온도로 달궈진 물은 피로를 씻어냅니다.
 
방금의 행위가 박차를 가한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속옷정도만 대충 주워입은 마릴루가 침대 한켠에서 자고 있습니다.
 
장태주 :......................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 소파 위에 눕는다.)
(오늘도 말려들 뻔 했네.. 다음부턴 그냥 키스만 대충 하고 끊던가 해야지..)
 
두 사람의 체취가 남아있는 소파입니다.
 
장태주 :..........
짜증나..
 
협탁 위에는 가지런한 흰색 제복이, 소파 아래에는 흐트러진 남색의 제복이 떨어져 있습니다.
 
새벽이 되는 시간까지, 다행히도 추가적인 호출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밝기를 기다린 것처럼, 알람보다 일찍 당신을 깨우는……
 
띵.
 
익숙한 효과음 덕분에 일찍 깨고 맙니다.
 
문자 메시지의 알람입니다.
 
장태주 :(비몽사몽.. 휴대폰 켜봄..)
 
화면에 깜빡이는 아이콘이 눈에 익습니다.
 
네, 또! DOT에서 발송된 지시사항 입니다.
 
장태주 :........
....................하아 ....
 
하기사,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동시에 쏟아질 메시지라면 그것뿐이긴 하죠.
 
연구 보고의 답장이면 좋겠는데요.
 
아직 채 벗어나지 못한 잠기운과 함께 슬라이드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합니다.
 
텍스트가 들어찬 화면이 보입니다.
 
내용은 언젠가처럼 간결하기 짝이 없습니다. 본론이 전부입니다.
 
2059-03-05, 22:00
 
타이머, 카운터 ‘전원’ 제2구역 싱크홀 탐사 요망
 
장태주 :..........
 
텍스트 마지막에 도착한 커서가 현란하게 깜빡입니다.
 
제2구역의 화재를 일단락 지으니 문제로 불거진 것이 싱크홀인 모양입니다.
 
땅이 갈라지거나, 이유 없이 꺼지거나, 멀쩡히 서 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길게 금이 간 지반은 불안정합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밖에 나오지 않았고, 타이머와 카운터를 비롯한 구조 대원들도 근처를 지날 때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했습니다
벌어진 틈새가 깊고 어두워서 무엇이 들었을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습니다.
 
:대피소의 아이들은 괴물이 산다며 수군거리곤 했습니다.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해 못 할 일도 아닙니다.
아스팔트가 갈라 진 정도가 아니라 땅이 뒤틀린 상황이었으니까.
인간의 한계론 처리하기가 곤란했겠죠.
 
장태주 :.........
 
:타이머와 카운터 ‘전원’의 참여가 필요할 정도의 일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판단은 개인의 몫이 아닙니다.
7년간 깨달은 사실이에요.
 
장태주 :.......
(체념가득 한 표정으로 옷이나 주섬주섬..주워입는다..)
마릴루.
(툭....툭..)
 
주워올린 제복에는 옅게 술냄새가 베었습니다.
 
마릴루:으음... (뒤척..)
 
장태주 :(누가 보면 어젯밤에 진탕 취한 사람인 줄 알겠네..)
일어나요. 호출입니다. (마릴루 어깨 붙잡고 쭉.. 일으킴)
 
마릴루:(추욱..... ) 호출..? 이 아침부터?
(부시시하다)
 
장태주 :싱크홀을 조사하라네요. 정신들면 옷이나 입어요.
 
마릴루:(하품을 한껏 뱉고 협탁을 더듬어 안대를 낀다.) 옷 탁자에 있던가...
좀 가져와 줄래
 
장태주 :.........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바로 옆 협탁 위에 개놓은 걸 무릎에 툭 던져준다.)
 
마릴루:머리도 묶어줘. (리본을 손에 쥐어주고 스타킹을 신는다)
 
장태주 :나는 누구 때문에 옷에서 술주정뱅이 냄새가 나는데.. (평소처럼 머리를 땋아준다.)
 
마릴루:나 말곤 딱 붙어있을 사람도 없는데 뭘. (벨트까지 잠구고 나면 일어서서 머리를 만져본다.) 그래서 어디로 가라고?
 
장태주 :제 2구역 싱크홀. (혼자 멀쩡한 마릴루를 한번 흘겨보고 문을 열어준다.)
 
마릴루:(나가기 전에 입가를 빤히 본다.)
 
장태주 :..?
 
마릴루:그냥 못생겨서 봤어. (홱 나감)
 
장태주 :(파트너인지 미친인지)
 
마릴루:(럴럴러)
 
낡고 낯선 숙소를 벗어나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다닥다닥 갈라진 흙바닥이 펼쳐집니다.
 
물론 아스팔트 도로의 사정이라고 딱히 다르진 않았습니다.
 
노랗고 흰 금들은 모양이 어긋나 잘못된 짝을 찾고, 손을 잡은 채 춤을 춥니다.
 
갈라진 바닥 아래로 드문드문 나무뿌리가 목이 졸린 채 매달려 있습니다.
 
아침에 보니 더욱 적나라합니다.
 
기괴하게 비틀린 풍경은 종말의 한 조각을 담고 있습니다.
 
정말 세계가 멸망한다면, 이 정도론 끝나지 않겠지.
 
시간이 멈춘 그 날, 편의상 그것을 멸망이라고 불렀지만……
 
장태주 :.........
 
실제 멸망이란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장태주 :
장태주
지능
55 27 11
59
실패
 
마릴루:악몽을 곱씹습니다.
 
:악몽을 곱씹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시며 듣도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고 찢어 죽이던 꿈을.
울음이 끊이지 않던 악몽을.
 
장태주 :............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없이 멎는 것은 멸망이라 부르기엔 너무 온건하고,
 
장태주 :....................................
 
불타고 땅이 무너지는 것 또한 종말이라 부르기엔 유순합니다.
 
제2구역은 3할 가까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탓에 어느 싱크홀을 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감이 옵니다.
 
가장 높은 공장의 굴뚝이 있는 곳.
 
장인이 세웠다기엔 주인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그곳.
 
공장은 터만 남고 이제 와선 굴뚝만 외로이 자리를 지키는 곳일 거예요.
 
왜냐하면……
 
압도적인 깊이와 넓이 때문에 그 아래 싱크홀을 무저갱이라고 불렀으니까요.
 
메꾼다면 제일 먼저 그곳이겠죠.
 
느슨하게 바닥을 딛는 발걸음은 신중하지만 망설이지 않습니다.
 
스물여덟의 발소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요란을 떨어댑니다.
 
그렇게 싱크홀 앞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침묵입니다.
 
장태주 :(이 인원으로 지반이 무너지지 않는 게 다행이라 해야할지..)
...
 
하인리히 장교도, 리슬러 부관도,
 
DOT의 연구원이나 직원, 혹은 제2구역 자체 군인까지도.
 
누구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용케 무너지지 않은 굴뚝 아래 스물여덟이 전부입니다.
 
그러고 보니……
 
장태주 :(어째서..)
장태주
관찰력
47 23 9
59
실패
...?
 
우리가 이곳에 오기까지, 누군가를 마주쳤던가?
 
장태주 :........
 
....
 
세계가 사랑하는 타이머와 카운터.
 
이 한 줄의 정의란 재해 구역에서도 어긋나는 법이 없습니다.
 
임무를 나가는 길이건, 목숨이 사활에 걸린 상황이건,
 
타인의 시선은 늘 타이머와 카운터를 따라다녔습니다.
 
하인리히 장교는 특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귀애했습니다.
 
장태주 :...............
 
임무가 있을 때면 꼭 직접 찾아와선 지시하고, 독려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첫날
 
하인리히 장교가 뭐라고 당부했었지?
 
하인리히 장교:지진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바닥이 꺼지고, 싱크홀이 생기고 있다니 주의하게.
되도록 탐사대가 확인한 위치만 이동하고, 돌발행동은 절대 지양해야 해
사태가 심상치 않군.
 
머릿속을 헤집어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를 되짚습니다.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무도 없이, 우리만 이런 곳에 둘 턱이 없습니다.
 
그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가치, 생명의 무게를 정확히 아는 이였으니까.
 
이토록 조용했던, 외따로 되었던 적은……
 
문득 어느 날의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을 때,
 
쾅!
 
발아래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장태주 :..!
(다급하게 마릴루의 손을 잡는다)
 
:당신은 위기의 순간, 다급하게 옆자리에 있는 손을 붙들기로 했습니다.
휴대폰을 다시 확인하면, 아침에 받은 그 메시지는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비롯한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가 같은 메시지를 받았으므로 헛것을 본 건 아닐 테죠
그렇다면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것은……
 
..............
 
장태주 :...................
 
싱크홀은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입을 벌렸고,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크게 벌린 아가리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바람이 마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추락합니다.
 
구해주긴커녕 소화를 돕는 꼴이었습니다.
 
흙이 무너지는 소리, 돌이 떨어지는 궤적, 피부를 할퀴는 나무뿌리……
 
온갖 요란한 감각이 시야와 생각을 교란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버린 것처럼 떨어지는 부유감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책장이 떠다니지도, 버섯이 날아다니지도 않았지만,
 
꼭 시간만은 멈춘 듯합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서······
 
익숙한 패턴이 당신을 스쳐 지나갑니다.
 
바다의 짠 내음 대신 지하의 흙냄새, 먼지 냄새,
 
장태주 :(......)
헉..!
 
곰팡내 같은 것과 케케묵은 공기가 뜨겁게 호흡기를 거머쥡니다.
 
숨을 쉬기가 퍽 괴로웠습니다.
 
목 안이 따끔거리고 피부가 까끌까끌해서,
 
아! 이대로 죽는 걸까. 싶었을 때,
 
제일 먼저 바닥에 닿은 것이 어디였더라?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55
실패
 
쿠당!
 
그대로 머리부터 처박혔습니다.
 
장태주 :윽..!
 
hp-1
 
아무튼, 비로소 바닥에 닿았습니다.
 
꽤 오래 떨어졌건만 어디도 아프지 않았고 어느 곳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감싸 안는 감각이 부드러웠거든요.
 
장태주 :(머리를 부여잡고 마릴루를 확인한다)
....
 
깊은 곳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위는 찬란하고, 시야는 환합니다.
 
지하 아래에 숨겨진 건……
 
흰 모래사막 입니다.
 
장태주 :...........
 
마릴루:
마릴루
행운
80 40 16
50
성공
 
장태주 :여긴..
 
마릴루:(발부터 사뿐하게 착지한다. )
..... 머저리. (피식..)
 
장태주 :.......
(에휴)
 
긴 설명은 필요치 않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어디인지 확신했으니까요.
 
장태주 :..........
 
도밍게즈의 동쪽, 해가 뜨는 끄트머리에 펼쳐진 365일 24시간 내내 백야가 드리운 소금사막.
물도, 풀도,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생명체도 발견된 바 없는 미지의 장소.
이곳을 찍겠노라 길을 떠난 수많은 젊은이가 무덤도 없이 시체가 되었다지.
제13구역에 떨어진 전적도 있느니만큼 두 번째는 퍽 익숙한 경험입니다
 
흰 하늘에는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광하는 태양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바닥의 모래는 이미 새하얗게 타버린 지 오래입니다.
 
사방이 모래밭이고, 숨 막히는 더위가 엄습합니다.
 
주변에서 궁시렁거리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장태주 :(제복 상의를 벗어 한쪽 팔에 걸친다)
....... (구멍에 떨어졌는데 갑자기 사막이라고..)
 
홧홧한 더위 사이로,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31
성공
 
어른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저 멀리, 기다란 탑이 보입니다.
 
장태주 :...?
 
탑과의 거리는 상당해 보입니다.
 
저곳을 목적지로 삼는것도 괜찮겠어요.
 
이곳에서 말라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에요.
 
장태주 :.......
(탑을 이정표 삼아 걷는다.)
 
당신이 탑을향해 걷기 시작하면,
 
거기 뭐 있어? 묻던 주변 타이머들이 뒤를 따라 걷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당연지사 마릴루였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걷던 간에,
 
모래, 모래, 모래……. 온통 모래 천지입니다.
 
숨을 쉴 때마다 알갱이가 입안으로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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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로 들어온 불청객이 춤을 추듯 몸을 흔들어 댑니다.
 
장태주 :(퉤..)
......
 
탑을 목표로 삼더라도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인 것 처럼요.
 
장태주 :신기루는 아니겠지..
 
아니면 탑이 도망가고 있거나!
 
주위 풍경도 다 엇비슷해서 얼마나 걸은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정표도, 길잡이도 없이 사막을 헤맵니다.
 
사막을 헤매는 동안 더위는 덩달아서 당신을 괴롭힙니다.
 
머리 위를 쫓는 태양이 집요할 지경입니다.
 
이대로 계속 햇볕을 쬐다간 열사병에 걸릴 거예요..
 
장태주 :하아.........
(은근슬쩍... 마릴루 뒷목에 손 얹음)
(시원하다..)
 
:모두는5시간동안 사막을 헤매게 됩니다.
사막을 헤매는 동안 앞선 D10의 값만큼 행운 판정합니다.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56
실패
;;
 
:;;
1
 
아얏!
 
바람이 거세게 불어 눈 속에 모래 알갱이가 들어갔습니다.
 
따끔거리는 시야가 불편합니다.
 
장태주 :(아오.. 눈 박박..)
 
손으로 문질러도 빠지기는 커녕 점점 파고듭니다.
 
ㅜㅜ
 
장태주 :(안경도 썼는데..ㅠ)
(개손해)
장태주
행운
46 23 9
67
실패
(ㅋㅋ..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1
 
장태주 :(오라 얼큰한 죽음이여)
 
푹, 발이 아래로 빠집니다
 
장태주 :..!
 
눈 깜짝할 새 몸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장태주 :으악!
 
지반에 구멍이 뻥 뚫린 채 모래로 메워진 곳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장태주 :
장태주
민첩성
35 17 7
31
성공
 
휴.. 그대로 떨어질 뻔한걸, 다행히 민첩하게 올라옵니다.
 
장태주 :헉..헉..
 
마릴루:조심좀 하지.
벌써 뒤쳐졌는데 우리.
 
장태주 :저런 게 있는줄 알았겠냐고요
.........
(-_- 갈길 감..)
장태주
행운
46 23 9
37
성공
 
:5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모래 사이로 세모난 귀가 툭 튀어나옵니다.
 
장태주 :..?
 
:날카로운 눈과 동그란 코를 가진 사막여우입니다.
 
장태주 :........
 
:제0구역에는 생명체가 없는 것 아니던가?
동물 다루기 판정을 통해 사막여우를 길들이거나 가까이 부를 수 있습니다.
 
장태주 :(뭐지?)
장태주
동물 다루기
45 22 9
69
실패
 
사막여우: (멀찍.....)
 
장태주 :......
(머쓲~)
(모래 주우려고 한 척..)
(모래 주워서 주머니에 넣음... )
(.........)
 
사막여우는 먹을 것이 없는지 당신의 근처를 서성거리나, 동시에 경계합니다.
 
장태주 :(니 부른 거 아님..)
........
 
:구차해
 
장태주 :......
가라..
 
모래를 주워올리고 나면,
 
돌연 사막여우의 형체가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집니다.
 
........환상인가?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9
극단적 성공
 
:4
 
몇번 더 걷다보면, 일행은 우물을 발견합니다.
 
돌을 쌓아 만든 우물입니다.
 
끈이 떨어질락 말락 하는 두레박이 걸려 있습니다.
 
장태주 :..!
 
다행히도 우물 안에는 적은 양의 물이 남아있습니다.
 
모두 한 모금 정도 축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태주 :(물 퍼다가 마릴루 먼저 먹임)
 
마릴루:싫어.
................더럽잖아
 
장태주 :일사병 걸려 죽는 것 보다는 나아요.
 
마릴루:물의 타이머가 일사병 걸려 죽으면 웃기긴 하겠다?
 
장태주 :...........
 
마릴루:(아무튼안먹을겅임)
 
장태주 :-_-
(지 입에 넣고 .... 키스함 ㅇㅇ)
(존말할때 마셔라)
 
:어맛
수근수근쑥덕쑥덕
 
장태주 :..........
^^;
 
물을 옮기려 두레박에 입을 대면, 쓴맛이 왈칵 올라옵니다.
 
평범한 물이지만, 어쩐지 그 맛만은 지독하게도 써서 삼키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장태주 :...
.................
 
마릴루:............................
내가 안 마시겠다고 했지.
(ㅡㅡ)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26
성공
 
:2
 
앗, 조금 먼 곳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말라 죽어가는 나무는 이파리가 없고 가지가 전부지만, 그래도 그것이 어딘가요.
 
좁지만 서늘한 그늘이 드리웁니다
 
바람이라도 분다면 좋을 텐데 아쉬운 일이에요.
 
장태주 :...........
(조금 쉴까..)
 
마릴루:확실히 덥네...
(장태주 셔츠 보더니 자기 제복 흘끔 내려다봄)
 
장태주 :..?
 
마릴루:(단추 1나둘풀며..)
 
장태주 :................
 
마릴루:...........뭘 봐
 
장태주 :.......(고개 팩..) 마저 걷죠.
 
마릴루:걸어도 걸어도 먼것 같은데...
(웃통 까고 따라감)
 
장태주 :(부라자만 입은거임?)
(ㅅㅂ)
 
마릴루:(넹)
 
장태주 :(자기 셔츠 벗어서 걸쳐줌 시발)
체면도 뭣도 없죠 아주????
 
마릴루:아 더운데 뭘 또 입히고 있어...
....
(가슴팍 만져봄ㅎㅎ)
 
장태주 :...............................
(짜증나네 자기 제복 다시 입음;)
변태.
 
마릴루:어쩌라고~
 
장태주 :말을 말자 말을..
 
난관을 헤치고 행운을 발견하며 얼마나 걸었을까요.
 
두 사람, 행운 판정
 
장태주 :
장태주
행운
46 23 9
49
실패
 
마릴루:
마릴루
행운
80 40 16
20
어려운 성공
 
태주의 발끝에 무언가 걸립니다.
 
딱딱하고, 구멍이 텅 빈…… 결단코, 유쾌한 감각은 아닙니다.
 
장태주 :..!
.........
.........................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짝 마른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당신의 발은 시체의 두개골, 정확히는 눈이 있었을 구멍 안에 꽂혀 있습니다.
 
시체는 살점이 내리고 피는 말라붙어 거의 뼈만 남은 상태입니다.
 
장태주 :하............................................
........
 
군데군데 성한 가죽이 보이긴 합니다.
 
장태주 :(진짜 싫다!!)
..
 
끔찍한 시체를 본 당신,
 
SanC(0/1D3)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5 22 9
39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시체의 옷 또한 헤지고 낡아 신변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장태주 :...........
 
:겁 없이 제0 구역을 헤매던 젊은이였을까요?
 
장태주 :(발을 팍팍 털어낸다)
장태주
교육
55 27 11
68
실패
 
:시체의 가죽이 모두 녹아내린 것이 아니라, 짐승이 먹어치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짐승인지까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인간보다 커다랗고, 강대한 무언가가 날카로운 송곳니로 뼈까지 발라 먹은 꼴입니다.
 
장태주 :................
 
:구역질이 치밉니다.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59
실패
 
품 안에서 군번줄을 발견합니다.
 
군번줄에는 신변이 쓰여 있습니다.
 
장태주 :........
 
Do■in■■ez at 1■, On ■he d■t, ■■e ■th Timer…….
 
장태주 :.............?
타이머..
 
풍화된 탓에 군데군데 글씨가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타이머.
 
이렇게 형편없는 시체가?
 
대체 몇 기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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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가죽이 거의 남지 않아 누군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죽음에 놀라노라면, 다른 타이머마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칩니다.
 
장태주 :.....
 
“오벨리스크다!”
 
장태주 :...
 
온통 모래로 가득한 바닥에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배치입니다.
 
장태주 :............
 
흰 바닥과 타이머의 시체.
 
그는 왜 이곳에 죽어있는가,
 
온갖 의문 사이로 시선을 들면 바로 앞에 높고 긴 기둥이 보입니다.
 
그렇게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더니, 어느새?
 
몇 발자국 앞에 선 그것은 무척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석재로 만들었는데, 단면은 사각형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처럼 지은 건축물입니다.
 
입구도, 창문도 없고 벽면을 따라 글씨가 잔뜩 조각되어있을 뿐입니다.
 
표면의 글씨는 도저히 읽을 수 없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자입니다.
 
장태주 :.............?
 
태양을 향해 선 것.
 
아까 누군가 ‘오벨리스크’라고 불렀습니다.
 
장태주 :
장태주
교육
55 27 11
2
극단적 성공
장태주
교육
55 27 11
52
성공
 
아, 그래요.
 
이런 구조물을 오벨리스크라고 불렀던 것도 같습니다.
 
태양을 숭배하고 신을 찬양하기 위해 세운 우상.
 
봉헌의 명문을 기록한 기둥. 그리고,
 
신의 첫 번째 손가락.
 
태양이 쨍쨍합니다.
 
당신을 비웃는 것처럼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빛은 오벨리스크의 표면을 따라 흐르다가,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장태주 :...........
 
그 모양새가 꼭······ 시곗바늘처럼 보입니다.
 
마릴루:뭐랄까.... 시곗바늘같네.
 
장태주 :....그러게요.
(불길하게..)
 
마릴루:그래서, 다음에는?
(장태주를 보고 선다.)
 
장태주 :글쎄요.. (그냥 보이는 게 이것 뿐이라 온 건데)
(오벨리스크 안쪽으로 공간이 있으려나?)
 
마릴루:대책없네...
 
장태주 :(한번 툭..건드려봄)
........참나.
 
알 수 없습니다.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은 까닭입니다.
 
장태주 :그럼 그 땡볕에 그냥 서있게요.
 
오벨리스크를 건드려보아도 바뀌는것은 없습니다.
 
마릴루:그게 싫어서 물어본 거 아냐.
....
 
장태주 :
장태주
지능
55 27 11
83
실패
 
시곗바늘과 바닥이 마련되었으니 남은 건 숫자뿐이네요.
 
장태주 :................
(숫자..)
(1시 위치에 서봐야하나?? 마릴루 손 잡고 대충 각 잡아봄)
 
흰 바닥, 검은 그림자, 그리고 숫자.
 
세 가지가 모두 모이니 시계를 연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하루는 고작 한 시간으로만 이루어진게 아니죠.
 
제각기 방황하는 다른 타이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장태주 :....................
(대충 사람들 모아봄) 얼타고 있지 말고.. 이렇게 모인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으니까 시계 배열대로 한번 서보죠.
 
0부터 13까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자 총 14개의 시간이 모입니다.
 
있어야 할 곳은 언제나 여기에 있었고,
 
우리는 우리의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므로 퍽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와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혹은 조금 떨어진 채.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가 나란히 자리를 잡자 ...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한 바퀴를 돌기 시작합니다.
 
태양의 위치와 상관없이 움직이던 그것은 느린 동작으로 결국 정각에 다가섭니다
 
0시이자 12시인 칸입니다.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지만, 대신 오벨리스크가 울기 시작합니다.
 
기다란 것이 몸을 흔드니 천지가 뒤집히고, 지축이 뒤틀립니다.
 
장태주 :.......
 
위압적인 상황에, SanC(0/1)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5 22 9
92
실패
 
이성치감소 -1
 
지진이라도 나는 것처럼 사정없이 사지가 떨립니다.
 
장태주 :....(불길하다.)
 
제자리를 지키기가 퍽 어려웠습니다.
 
땅은 갈라지지 않았지만, 저 멀리 모래로 쌓은 산등성이가 움푹움푹 꺼져 갑니다.
 
생리적인 공포가 고개를 듭니다.
 
진동하는 휴대폰처럼 한참 요란을 떨던 것이 모두 멈추고 나면!
 
새로운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황금의 몸체에 빛처럼 흰 글씨였습니다
 
장태주 :...........
모래 위를 따가운 햇볕이 긁고, 열기가 아지랑이를 피웁니다.
망막에 맺히는 상은 모두 헛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합니다.
완벽한 형태를 갖춘 환상이 세계를 펼칩니다.
제일 먼저 떨어진 것은 회색 신문이었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기사의 굵직한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도밍게즈 멸망까지 초읽기 시작, 카운터의 행방불명!〉,
흉흉한 기사에 누군가 한숨을 뱉습니다.
“그놈의 멸망, 멸망. 지겹다니까.”
 
*
 
:상황이 바뀌고, DOT, 그러니까 하인리히 장교가 책상을 내리칩니다.
 
하인리히 장교:“카운터를 잃어버리다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말이 되건, 되지 못하건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카운터, 반쪽을 잃어버린 세계는 멸망을 향해 가속합니다.
잠깐, 착각하지 마세요.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곧이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흐렸고, 눈은 칙칙한 회색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을 피해 삼삼오오 지붕 아래로, 우산 아래로 숨어들었지만
멸망을 피하려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카운터가 없더라도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너희의 도망하는 일이 겨울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했던가요.
소리 소문없이 다가온 멸망은 겨울에 임했습니다.
 
*
 
:당신이 눈을 깜빡이니 세계가 멸망했습니다.
처음 보는 괴물이 누군가의 머리를 꿰뚫고, 목을 꺾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쓰레기처럼 깔아뭉갭니다.
길거리에는 시체가 잔뜩 널려 있습니다.
하늘의 구멍으로부터 다리가 무수히 많거나, 피부가 벌레처럼 단단하거나,
날카로운 이를 가지거나, 거대한 괴물들이 계속 쏟아지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죽음에 이르는 것뿐이었습니다.
칼 같은 바람이 피부를 저밉니다.
툭하면 눈보라가 시작돼 도망갈 수 없도록 앞길을 막습니다.
거세한 돌풍이 불면 그나마 남아있던 건물마저 목을 떨구며 지은 이들을 짓누릅니다.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이었습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잡아 먹힙니다.
 
:사람들은 괴물이 보내는 꿈에 시달리며 팔이 떨어지거나, 몸을 꿰뚫리거나, 머리를 잡아 먹히는 꿈을 꿨습니다.
눈을 떠도 꿈은 끝나지 않고, 비참한 현실이 반복됩니다.
 
장태주 :.........
 
:괴물이 모독적으로 웁니다.
“테켈리 리!”
울음마저 부재한 작은 별에는 죽음만 가득했습니다.
기나긴 겨울이 이어졌고, 인간이 쌓아온 모든 문명은 무너졌습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판국 입니다.
보고만 있는데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곳이 분명히 도밍게즈란 걸,
제일 처음 본 기사가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믿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태 누리던 평온이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무너졌습니다.
모래가 쏟아지는 속도가 지독히 신속합니다.
목전에 다가온 멸망은 생생했고……
*“우리를 구원하소서!”
 
:누군가 단말마를 지르곤 쓰러집니다.
그러나 추위를 피해, 괴물을 피해, 달리고 달려도 형편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식물은 말라 죽고 동물은 얼어 죽으며 물은 썩고 시체는 되살아납니다.
모든 것이 바닥으로 꺼지고 맙니다.
외려, 인간이 멸종하지 않은 것이 더 놀라울 지경입니다.
현실이 무거워,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의 걸음이 비척거립니다.
 
:그나마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비치고……
 
마릴루:....
 
장태주 :...............
 
:그가 느리게 말을 더듬습니다.
새하야니 불길한 국화가 지천에 가득했습니다.
……직감합니다. 장례식장입니다.
제대로 상복조차 갈아입지 못한 그는 여전히 제복 차림이었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상처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무릎으로 기어, 차게 식은 관 앞에 엎드립니다
 
마릴루:엄마.........
 
:그러면 영정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도 누구라고 설명해주지 않았고, 지독한 환상에 자막 따위 존재하지 않았으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보았던 이들이었고, 나의 타이머를 지독하게도 닮아있었으므로.
……. 고작 7일입니다.
도밍게즈에서 카운터가 떠난 지 7일.
멸망이 도래하고, 종말이 임하기엔 너무 빠른 나날이였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참아왔던 것처럼……
쏟아진 괴물들은 가을의 벌레떼처럼 지구를 뒤덮었습니다.
도밍게즈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타이머의 소중한 이들조차 그러했습니다.
죽음 앞에 예외란 없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신호였습니다.
암시고, 예언이며, 확신입니다.
 
:카운터가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초의 그 예언은,
 
장태주 :.............
 
: 이루어지고 말 것이라고.
구원자가 품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참담함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뒤집힌 화면에서, 당신은 여태까지 중 가장,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낯이 익은 게 아니라······
거울 속에서 늘 보아온 얼굴입니다. ‘당신'이 그곳에 서 있습니다.
 
장태주 :.........
 
:당신은 타이머를 붙들고, 기꺼이 어딘가를 찔렀습니다.
 
장태주 :(토할 것 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환상 속의 당신은 분명히 그러고 있었습니다.
붉은 피가 바닥을 적십니다. 이미 무너진 기둥의 잔해가 바닥에 장난감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제0구역의 오벨리스크,
제1구역의 기상 관측 탑.
제2구역의 높이 솟은 공장의 굴뚝과
제3구역의 세계수라고 불리는 가장 오래된 나무.
 
:제4구역의 시계탑.
제5구역의 녹지 않는 얼음벽과
제6구역의 갈대밭 사이 솟대,
제7구역의 멈추지 않는 풍차.
제8 구역의 화려한 전망대와…….
제9구역의 화이트 루프 꼭대기에 매단 놋뱀.
 
:제10구역의 더는 작동하지 않는 최초의 우주선과
제11구역의 예언의 탑,
제12구역과 13구역의 등대까지.
세계를 수호한다는 신의 손가락은 모두 꺾여,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것은 신을 향한 기만이 아니라, 돌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신이 세계를 나누고, 각 세계를 위하여 세운 것을 꺾어야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로소, 이토록 신속히 임한 멸망의 까닭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장태주 :...........
 
:타이머의 피가 당신의 손을 타고 흐릅니다.
당신보다 더 당신과 닮은, 환각 속의 당신은 그 피를 무너진 잔해에 덧바릅니다.
붉은 피가 각기 다른 색의 벽돌들을 적시고, 문설주와 인방을 모두 칠한 순간……
장미 향기가 났습니다.
신의 손가락을 꺾고, 구원자의 피를 훔치고서야 내내 찾던,
열고자 했던 그 아치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릴루:..........
 
:그가 바닥에 엎드러져 있습니다.
가련한 모습이었으나 당신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시선은 그곳에서 떼어낼 수 없었는데,
환상 속의 당신은 너무나 당연하단 듯이 아치문을 넘어섰습니다.
새파란 장미가 만개했습니다.
 
장태주 :.......
 
:때를 모르는, 완벽한 모습입니다.
아! 그 문턱을 넘으면…… 비로소 돌아갈 수 있겠지.
참담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모든 진실을 깨달은 당신,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4 22 8
95
실패
rolling 1d3
 
(
2
 
)
 
 
=
2
 
눈을 깜빡이면,
 
도로시를 쓸어간 태풍처럼 아지랑이는 흔적도 없고 깨끗한 모래가 희고 곱게 누워있을 뿐입니다.
 
장태주 :................................
 
환각에 시달린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아직 가운데에 놓인 오벨리스크는 건재했으나, 봉헌의 명문만은 달라진 채였습니다.
 
장태주 :
장태주
언어(모국어)
55 27 11
92
실패
.....
 
이상한 일이죠. 전혀 모르는 글자였는데, 분명히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일은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세계를 창조하는 것처럼, 안식에서 깨어난 신이 능력을 휘젓습니다.
 
신의 형체도, 존재도 느낄 수 없었으나 눈앞의 일이 증명합니다.
 
장태주 :..........
 
:눈 부신 빛과 함께 태양이 순식간에 불타고, 비를 머금은 구름이 섬광을 가립니다.
모래뿐인 바닥에서 순식간에 푸른 장미가 자라나 오벨리스크를, 그와 당신의 발목을 휘감았습니다.
천둥소리도, 번개의 형상도 없었는데 별처럼 다닥다닥 오벨리스크의 글자들이 조명을 켭니다
 
부서진 태양은 떨어지며 눈이 되었습니다.
 
차가운 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만나처럼 부드럽게 녹습니다.
 
메추리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메꿉니다.
 
그 어떤 산 것도 다닐 수 없는 사막에 불길한 새의 지저귐이 깨진 자장가를 연주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모든 소리를 몰아낸 즉 봉헌의 명문이 보입니다.
〈태초에 낮과 밤을 짓고, 여자와 남자를 만들고, 하늘과 바다를 빚으니 모든 것들이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 배필이 있어야 완벽하니 이는 세계 또한 마찬가지. 두 세계를 빚어 하나는 우편 하늘에, 하나는 좌편 하늘에 달아두었으니〉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입맛을 다셨다. 아, 한낱 피조물들은 이토록 나약하고 연약하니 어찌 두고 잠들랴. 능히 대적하고 일어설 수 있는 것들을 세웠도다.〉
〈그러나 어리석은 것들이 끔찍하고 삿된 꿈에 현혹되어 기어코 금단을 범했더라. 우편의 것을 좌편에 끌어다 세우니 능히 대적할 자를 잃은 세계에 멸망이 임한다. 틈을 타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기어들고, 혼돈이 가득하더라.〉
〈그런즉 너희는 본분을 다하라. 자리를 지키라.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장태주 :...........
 
가장 높은 것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든 것의 진실이었습니다.
 
옛날 옛적, 신은 두 개의 세계를 빚었습니다.
 
지구와 도밍게즈를 각각 걸어두니 이계 신과 위대한 옛것들은
 
틈틈이 무너뜨리고 부수며 한입에 삼키려 들었습니다.
 
세계를 만들고, 지쳐 노쇠한 신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꺾어 각자의 세계에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타이머를 보냈지만……
 
이계의 것들은 더욱 교활했습니다.
 
그것들은 신이 잠든 사이 신을 흉내내 세계 멸망의 꿈을 전송하고,
 
멸망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는 척 지구의 타이머를 훔쳐다 주었습니다.
 
방법만 알려주자, 일은 척척 전개되었습니다.
 
지구의 타이머가 사라진즉 이계의 신들이 배불리며 포식했습니다.
 
문득, 악몽에 시달리던 지난 밤이 떠오릅니다.
 
세계 멸망이란 재난도, 재해도 아니고……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도밍게즈가 불러온, 지구의 멸망이 딱 그랬습니다.
 
장미가 피어나고, 어둠이 자라납니다.
 
하늘에 뜬 태양을 검은 그림자가 잡아먹고, 빛이 서린 모든 곳에 밤이 내렸습니다.
 
모든 것을 읽고 나자 눈앞에 남은 것은 암막뿐이었습니다.
 
위와 아래를 구별할 수 없었고, 좌우가 헷갈렸습니다.
 
오로지 실감하는 것이라곤 옆에 선 이의 존재뿐.
 
신이 직접 이 땅에 던지는 이야기란 어찌 이토록 선명한가.
 
장태주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다시금 새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의 형체도, 그림자도 확인할 수 없으나 소리만이 선명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신의 울음이거나, 우리를 위한 자장가였을 것입니다.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자……
 
....
 
그곳은 수도였습니다.
 
푸른 하늘, 희게 펼쳐진 길, 끈을 엮어 매달아 둔 색색의 깃발과 우산, 그리고 손수건.
 
정처 없이 부유하는 풍선과 꽃가루. 완벽하게 아름답고, 완전하게 꾸며져 있던 그 날의 수도.
 
건국 축제 즈음의 모습이 분명합니다.
 
너무나 교묘해,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나쁜 꿈을 꿨다고 눈을 돌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신은 도망갈 구석을 두지 않습니다.
 
장태주 :.....
 
수도에는, 오직 사람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물의 창틀마다 여전히 새파란 장미가 피어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지다 못해 질릴 법한 장미 향기가 숨을 틀어막습니다.
 
불가능과 기적이란 모두 신의 영역.
 
아치문이란 신의 예비하심을 따라 운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입니다.
 
시계탑의 흰 벽에 새겨진 새파란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분수의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파란 장미는 목이 꺾인 채 가련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주위의 풍경은 모두, 신이 흡족히 여겼을 만큼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낙원 끝에는 지옥이 있다고 하던가요.
 
가혹한 선택지를 위장하기에 적격이었습니다.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시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장태주 :...........
(기묘하게 평화로운 세계는..)
(역설적이게도 폐허가 된 도시보다 황폐하다. 그저 자신의 정신이 혼미해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치문 앞에 처음 섰던 날처럼 마릴루의 손을 굳게 잡는다.)
 
마릴루:....! (손이 붙잡히자 숨을 크게 들이쉬며 비명을 내지른다. 눈동자에 가득찬것은 외면해왔던 진실의 무게이자 공포이기에. 숨이 틀어막힌 것 마냥 머리를 감싸쥐고 자리에 주저 앉는다) 헉.....
 
장태주 :...............
 
마릴루:태주, ...장태주. ...너야? 네가 맞아? (혹여나 눈 앞의 상대 역시 흩어지고 말 환상일까 주먹을 쥐었다 편다. 그럼에도 쥐어잡을 용기는 내지 못 한다.)
 
장태주 :(역겹다.)
(동시에 가엾고 사랑스럽다.)
.......... 그래. 왜 그렇게 떨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잔뜩 겁먹은 타이머를 안아준다.)
 
마릴루:이상한. ....
환상을.
(숨을 삼킨다.) .....
너는 못 봤어? 아무것도.
 
장태주 :...............
그게 중요해?
내가 여기 있잖아.
 
마릴루:...............
 
장태주 :(부드럽게 웃어준다. 장님으로 살아. 우린 어차피 저주를 받을 거야.)
 
마릴루:(손톱 날을 세워 팔뚝을 세게 그러쥔다. 숨쉬는 법을 잊은 사람 마냥 달뜬 숨을 헐떡인다.) 싫어, 이런거.
이런거 알고싶지 않았어. 보고싶지도...
 
장태주 :....
............. 그러니까.. 내가 말 했잖아. 당신을 사랑할 일 없을 거라고.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마릴루:..............
 
장태주 :(모든 것을 강제로 목도한 이 여자가 자신을 어디까지 붙잡을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안대 위를 )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당신은 어때.
여전히 날 사랑해?
 
마릴루:.......... (공포로 점칠된 눈이 물기를 머금는다. 모든것은 제 자리에 있어. 자리에 있음에 마땅한 것을 손아귀에 쥐고 형편없이 물어뜯은것은 자신이다. 손가락의 방향을 따르듯 한쪽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한방울 흐른다. )
......버, 버리지 마..
미워하지 마... ...
 
장태주 :..........
 
마릴루:(어항 밖을 나온 물고기 마냥 숨이 가쁘다.)
 
장태주 :하하..
하하하!
 
마릴루:.....
 
장태주 :(웃기는 말이라도 들은 양 고개를 젖혀 웃는다.)
(이내 비명을 지르다 마릴루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운다.)
 
마릴루:.......
 
장태주 :(애초에 그 환상속에서 일어났던 참극들은 자신에게 이뤄질 일 없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소년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 인간에게 자신의 하잘 것 없는 세계를 주겠노라고 속으로 삼킨 다짐이 여직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에.)
(만약 그 때, 후회 할 거라는 경고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면. 그 아치문을 함께 넘지 않았다면. 아니 그냥 마릴루의 한쪽 눈 대신 자신이 진작 죽어버렸다면.. 새로 태어난 타이머가 자신의 고향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었을 것이다.)
(죽은 눈을 들어 마릴루의 눈을 직시한다. 숨이 막히는 감각조차 더이상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본심이 터져나온다.)
사랑해.
(살아있어서 죄송합니다.)
 
장태주 :...사랑해.
....(살아있어서 죄송합니다.)
.................사랑해.
(살아있어서 죄송합니다.)
(감히 누가 누굴 버린다고?)
(그나마 누군가의 농간이라는, 면죄부라도 되어줬던 진상을 뒤로 하고 내리는 선택은)
 
장태주 :(오롯이 나의 죄악이다.)
나는 지옥 밑바닥에 처박힐거야.
(당신과 함께.)
 
마릴루:(사방이 물로 막힌 수조에서 겨우 숨을 내쉴 구색을 갖춰준 사람.)
(네 존재가 나를 살게 해. 언뜻 들으면 로맨틱한 말이겠으나 저 멀리 떨어진 쌍둥이별의 입장에선 이만한 해충이 또 없는 것이다. 타의 생명을 좀먹으며 연명하는 생물은 기생충이 아니면 달리 칭할 말도 없다.)
(문득 벼랑 끝에 몸을 던지던 전 세대의 타이머를 떠올린다. 그가 스스로를 내던진 것은 세계의 멸망을 직감했기 때문일까? 신의 부재를 눈 앞에 두고 흘러가는 세월을 견디기 힘들었던 까닭일까.)
(흐르는 눈물 사이로 느릿한 비소가 새어나온다. 그의 뺨을 끌어와 입을 맞춘다. 이름 모를 상대를 밟아서고 모든것을 쟁취한것만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결코 그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
...... 응, 반드시 한날 한시에 같이 죽자.
너도, 나도. 외롭지 않게...
 
장태주 :............
...응.
사랑해. (결국 저질렀구나 나는. 더이상 어리지도 어리석지도 않으면서..)
 
마릴루:... ...쓰레기.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에는 오롯 다정만이 섞여있다.)
나, ...방금 전 지구의 멸망을 봤어.
 
장태주 :..........
그래.
 
마릴루:널 닮은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 널 찾는것도.
 
장태주 :..........
 
마릴루:그리고....
(두 뺨을 감싸쥔 채 아이같은 미소를 보인다.) 너를 기다리는 카운터도.
그래도 떠나지 않을거지?
 
장태주 :...............
 
마릴루:내가 좋으니까.
 
장태주 :.................... 그래.
 
마릴루:아하하! 바보.
바보같아....
....쓰레기.
............사랑해.
 
장태주 :...... 하하..
(고개를 살짝 틀어 제 뺨을 감싸쥔 손 위에 입맞춘다)
(처음부터 이 손은 나를 놓아줄 생각이 한치도 없었어. 그러니 환상속의 자신은 스스로 죽지 않고 이 손의 주인을 죽인 뒤 떠나간 것이다.)
(스스로 목줄을 끊고..)
(가치 있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덕분에.)
.... 사랑해. (난 쓰레기야.)
 
최초에 낙원이 있다면 이런곳이었을까.
 
고요한 광경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을 선포한 신이 왜 이런 공간을 조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난히 시간이 더디게 흐릅니다. 장미가 피고 지는 날들이었습니다.
 
....
 
선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한 움큼, 혹은 그 이상의 눈물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따라, 모름지기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결국 서로 다칠 것을 알면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일련의 사건이, 이편의 나와 저편의 네가, 사이에 쌓인 모든 것들은…
 
운명이라기엔 너무 가혹했으니까.
 
선택을 종용하던 신은 다시금 영광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놓아주거나 구름을 타지도 않고, 빛나는 얼굴을 내밀지도 않았어요
 
천둥과 우레 같은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굉장히, 재수 없는 방식입니다.
 
마릴루:네 카운터는 나 였던것 같애.
 
장태주 :.....
 
마릴루:대신 안대는 안 썼어. ...얼굴은 똑 닮았지만.
네가 돌아갔다면 지구에서 똑같이, 나랑 느꼈던 것들을 반복했겠지...
........
 
장태주 :.........
 
마릴루:그래서, 그 별은 그냥 멸망해버렸으면. 하고 생각했어.
(그리고 상대의 어깨에 기댄다.)
너는, 뭘 봤어?
 
장태주 :.........
(끔찍했던 환상을 다시 떠올려보지만 어쩐지 흐릿하다. 동시에 부질 없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
 
마릴루:.......... 이름 불러줘.
 
장태주 :....
마릴루.
 
마릴루:나는 네가 내 이름 불러줄 때가 좋더라.
 
장태주 :아.. (어린애같아. 정말 한치도 안 자랐구나 얘는.)
(마릴루의 손을 깍지끼워 잡는다.)
나는..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그냥 사랑했어.
설탕 인형처럼 예쁘고, 말 하는 것도 나와 다르게 어른 같고..
그래서 네가 차가운 표정을 지을 때마다
 
장태주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도 생각했었거든.
나같은 걸 누가.. 좋아해주겠어.
그래서 네가 내 손을 잡고 놓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정말
.........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마릴루:...........
응, 그리고?
 
장태주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머리부터 발 끝까지.. 어린 시절의 흔적을 찾기 힘들어진 제 모습을 돌아본다.)
.........
(그리고 한번 더 마릴루를 바라본다.)
(아직 한참 모자라.)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제정신이 들면 아마 난 한번 더 후회하겠지.
 
장태주 :그래도 너는 나를 놓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
 
마릴루:네가 모르고 있던 거 하나 알려줄게.
나는 있지.
네가 싫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오히려 너무 좋아서. 그 감정이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도망갔던거야.
.......
 
장태주 :.......
 
마릴루:있잖아.
 
장태주 :응.
 
마릴루:후회하지 마.
어느것을 고르든 후회가 남겠지만.
.............
하지마. 가질 수 없는 한 쪽에 대해선 그냥 잊어버려.
그리고......
(하아. 느린 숨을 뱉는다.) 그 선택은 네가해. 너 스스로.
 
마릴루:마지막으로 부리는 변덕이니까 잘 생각해.
 
장태주 :..............
 
마릴루:(그 말을 끝으로 일어선다.)
...혼자 좀 있을게.
 
장태주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릴루가 모습을 감추면,
 
인스턴트 식품의 유통기한보다 짧은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환상은 천천히 부서졌습니다
 
머리 위에서부터 하늘이 조각나고 구름이 찢어집니다.
 
새파란 모든 것들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면 검은 하늘이 드러납니다.
 
달도 별도 뜨지 않고 구름도 잠잠한 저녁.
 
모든 것이 부서졌을 때, 계단을 오르지도, 절벽에 매달리지도 않았으나 ...
 
우리는 또다시 싱크홀의 앞에 서 있었습니다.
 
건조한 바람이 불고, 장미 향기 대신 탄내와 잿가루가 휘날립니다.
 
불씨는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타들어 간 탓에 그을린 냄새는 통 가시질 않았습니다.
 
장태주 :.......
 
그렇게 정신이 들고 나면....
 
하인리히 장교:제군들!!
 
뒤에서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가 낯익습니다.
 
장태주 :........
 
하인리히 장교입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하나, 둘…….
 
묻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구원자의, 머릿수를, 헤아리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제12구역으로 돌아왔을 때와는 무언가 달랐습니다
 
장태주 :........................
 
하인리히 장교: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싱크홀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말랬잖아!
아니, 애당초 복구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단체로 어딜……
 
꿱꿱거리는 목소리가 멀게 들립니다.
 
듣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우리의 부재는 들통났다는 것.
 
생각해보세요,
 
그때 운전사는 조금도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우리를 불렀잖아요
 
하인리히 장교처럼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겁먹거나 식은땀을 흘리지도 않았었으니까요
 
...그럼 지금은?
 
하인리히 장교: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시간이 얼마나 흐른거지?
 
장태주 :.........
 
불현듯 고민에 빠졌을 때,
 
하인리히 장교:하루종일 사라진 탓에 온 구역이 뒤집혔어!
 
하인리히 장교가 호통을 칩니다.
 
사실인 모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의 옆에는 항상 붙어 있던 리슬러 부관 대신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었거든요.
 
군복은 아니니 구역의 정치인쯤 될까요.'
 
초조한 기색을 갈무리하고, 하인리히 장교가 큰 보폭으로 다가옵니다.
 
하인리히 장교:언제나 구원자의 사명을 가장 앞에 두라고 하지 않았나.
다들 복귀해. 화재는 다 진압했으니 복구 작업만 남았어.
얼마 걸리지 않겠지....
제2시와 제3시 페어는 나와 함께 가고,
제0시는 제13시와 함께 폐기장으로 움직이게.
 
한 걸음,
 
하인리히 장교:제1시는 호수 아래 수몰된 시체가 있는지 찾아볼 예정이니 경찰에게 협조하고,
혹시 모르니 제5시와 제10시 페어가 합류해서 지원하도록.
제4시는 전력 센터부터 찾아가 보게.
제6시는 내일 동물 보호소에서 출동한다고 하니 숲에 남은 개체가 있나 확인해보고.
 
두 걸음,
 
하인리히 장교:제7시는 다시 불씨가 일지 않게끔…… 아니, 차라리 함께 가는 게 낫겠군.
제8시, 제9시 페어는 잊지 말고 대피소에 방문해.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 이 한 둘이 아니야.
제11시, 제12시는 방화 의혹 용의자들 대면하고,
 
그리고 정확히 세 걸음을 내디뎠을 때.
 
쾅!
 
커다란 굉음이 지나갑니다.
 
컴컴한 하늘이 희게 점멸하고, 요란한 비명이 머릿속의 뇌수를 흔들었습니다.
 
먹구름은커녕 구름 한 점 없었는데, 정말로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이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 것처럼 눈앞이 화려하게 번쩍이고,
 
다시금 눈을 뜨자 건물과 건물 사이, 바닥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아니야. 일렁이는 것은 바닥 따위가 아닙니다.
 
그림자에서 솟아난 것처럼, 순식간에 등장한 ‘어떤 괴물’의 잔상이었습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이글거리는 눈,
 
박동하는 푸른 피부를 가진 그것은 무척 흉측하게 생겼습니다.
 
장태주 :.........
 
옛적에 멸종한 공룡의 사체가 지금 돌아다닌 다면 이렇게 생겼을까요?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목격한 당신,
 
장태주 :
장태주
이성
42 21 8
34
성공
rolling 1d3
 
(
2
 
)
 
 
=
2
 
:이계의 공포.
환각 속에서 계속해서 보았던 괴물 중 하나입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이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하인리히 장교의 머리가 사라집니다
 
의심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이 정확하게 목덜미를 찢고, 머리를 훔쳤으니까.
 
이빨과 머리를 잃은 시체를 타고 푸르고 붉은 점액질이 쉼 없이 흘러넘칩니다
 
낯익은 군복과 그을린 땅마저 모두 울긋불긋하게 물듭니다.
 
쇠 비린내가 훅 끼칩니다. 콧속으로 파고드는 그 악취는...
 
죽음이었습니다.
 
숨구멍을 턱 막는 끔찍한 감각입니다
 
근처에 서 있던 노친네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거나 달아났습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요란스러워 생각을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머리를 먹어치울 때마다 우득, 우드득. 섬뜩한 소리가 들립니다
 
퉤, 어디의 것인지 모를 뼈를 뱉은 괴물은 당신을 바라봅니다.
 
장태주 :..........
 
입맛을 다시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할 일을 마친 듯 사라집니다.
 
....
 
세상에서 가장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던 남자는 머리를 잃고 쓰러집니다.
 
비참한 말로였으나, 저지른 죗값에 비하면 가벼운 징벌이었습니다
 
눈앞의 죽음과 코밑의 비린내, 귓가의 비명과 손끝의 체온.
 
결국, 당신이 끔찍한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고, 모든 감각이 알리기 시작합니다.
 
피가 바닥을 적십니다.
 
붉고 어둡게 물들어, 저주받고 있습니다.
 
장태주 :..............
 
젖은 흙이 축축한 소리를 내며 사그라들고,
 
장태주 :
장태주
관찰력
47 23 9
61
실패
 
유리의 벽면을 타고 부드러운 모래가 떨어집니다.
 
뜬금없이 시야를 사로잡은 모래시계는 고개를 돌려도, 젖혀도, 숙이거나 휘저어도 끊임없이 쫓아옵니다.
 
피에 젖지 않은, 가장 곱고 순결한 흰색이었습니다.
 
떨어지는 소리가 사르륵, 귓속을 파고듭니다.
 
남은 시간은 하루 남짓입니다. 무엇을 향해 떨어지는지, 모를 수 없었습니다.
 
*
 
:현실로 돌아옵니다. 모래시계의 환각이 시야를 쫓아다닙니다.
모래가 다 떨어지는 것은 2039. 3. 7, 내일입니다. 하루가 지나면 선택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대외적으로 밝혀진 하인리히 장교의 사인은 ‘사고사’입니다. 재해 구역을 돕기 위해 기꺼이 현장에 나섰다 무너지는 건물 잔해에 꿰뚫려 죽었다는군요.
뉴스는 떠들썩하고, 신문은 시끄럽습니다. 호외요! 분명히 대단한 사건·사고이긴 하죠.
2구역의 화재가 일단락되었으므로 하인리히 장교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타이머와 카운터는 수도로 돌아옵니다. 지시사항은 모두 철회되었습니다.
장례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 DOT는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닥쳐올 종말을 모르는 도밍게즈는 평온하고, 평화롭습니다.
곳곳에서 하인리히 장교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행렬이 이어집니다.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엔딩을 위한 장소를 정해주세요
엔딩 분기입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혼을 빼놓은 채 어렴풋 정신이 들면.
 
두 사람은 제 12구역. 기억이 가라앉은 바다 앞에 서 있습니다.
 
장태주 :......
 
두 사람 중 누군가 지시한것도 아닌데, 홀린듯 발걸음은 그 곳을 향합니다.
 
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옵니다.
 
장태주 :(언젠가 이 곳에 왔을 때의 대화를 떠올린다.)
 
마릴루:(다시는 바다에 오지 말자, 분명 그렇게 얘기했음에도. 결국 오고야 만 곳은 이 바다였다.)
 
장태주 :........................ (잠시 안경을 벗어 마릴루의 오른손에 쥐어준다.)
마릴루.
 
마릴루:..................
응.
 
장태주 :(마릴루의 왼손을 붙들고 품 안에서 작은 날붙이를 꺼내 든다.)
오늘 여기서 우리 둘만의 장례식을 치르는 거야.
우리만 애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의..
그리고 전부 잊자.
(서약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로 두서없이 중얼대고는..)
(들고 있던 날붙이로 제 왼쪽 눈을 그어버린다.)
 
장태주 :(빛날 자격이 없는 죄인들에게는 빛나는 반지보다 상처가 어울린다.)
정말 미안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
그래도 네가 바라는 대로 전부 잊을거니까..
 
마릴루:너, ................. (눈을 잠시 크게 떴다가, 날붙이를 손에서 빼앗듯 든다.)
하룻동안 한 생각이 고작 이거야?
 
장태주 :................ 그래. 네 입버릇처럼 난 멍청이니까.
 
마릴루:(모래 위로 흐르는 핏물의 양이 너무 많아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린다.)
너도. 나도.
...여기서 다 죽자고?
......
................
 
장태주 :.............. 바보 아냐.
.........
날 사랑해?
 
마릴루:...사랑,
사랑한다고 했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기회도 줬잖아.
넌,
.......
..............
 
장태주 :그럼 왜 그때처럼
웃어주지 않아?
그때 이곳에서는 내가 괴로워 하는 걸 보고 웃어줬잖아.
 
마릴루:......
 
장태주 :왜 나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겼지?
 
마릴루:(허탈한 웃음대신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정말로 모든것이 엉망진창이다.)
네가 이렇게까지 멍청할거라곤
생각도 못 해서 그랬다, 왜.
......
 
장태주 :(마릴루의 안대를 벗긴다.)
 
마릴루:.... (숨을 크게 들이쉰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국이 딱 네 상처와 맞물린다.)
 
장태주 :...........
 
마릴루:(내뱉는 숨이 떨린다.)
..이러지 마.
 
장태주 :.........
(마릴루의 손을 끌어 눈 위에 가져다댄다. 그것 만으로 고통이 멎는 것 같다.) 웃어줘 그럼.
내 상처를 비웃고 조롱해.
그리고 약속해줘.
내가 잊은 기억들을 너는 평생 끌어안고 나 대신 고통 속에 살겠다고.
 
마릴루:...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끈적한 핏물 위로 여지껏 느껴본 적 없는 커다란 무게가 짓눌린다.)
(비로소 깨닫는것이 있다. 탑에서 보았던 문구. 순응하지 않은 자 저주받으리라. 그래, 그 저주는 고향을 저버린 그 뿐만이 아니라, 고스란히 나에게도 들어오는 것이었다. )
(가장 높이 솟았다 한들 결국은 신의 손가락. 모든것을 쟁취했노라 느꼈던 과거의 감정마저도 허상이었다.)
(눈가에 닿은 손이 떨린다. 비로소 미소를 짓고 그를 취하면 모든것이 편해질까?)
(왜 너와 내가 다시 바다에 이끌렸는지 알것만 같았다.)
(날붙이를 넘겨주고 당신을 끌어안는다.) ......미안해.
 
마릴루:(한참은 늦은 말이다.)
....죽지 마.
(이것 역시도.)
............죽지 말아줘.
(모두.)
 
장태주 :........
(예상 못한 답은 아니었지만)
(역시 속이 아리다.)
(뭘 바랐던 걸까? 칼을 쥐어주면서 죽지 말라는 주박같은 말을 남겨두는 이 사람에게..)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그 날 이후로 주욱 미친 사람처럼 행동해 왔지만 결국 제정신 아닌 사람은 저 혼자 뿐이었다는 걸. 그러니 이 협박 같은 사랑 고백을 준비할 때 부터 최악의 결과를 예상한 것이다.)
(미친사람이 아니고서야 자신과 함께 저주를 받고 살아가줄 리가 없다.)
 
장태주 :(어른이 되었구나.)
........
(봄바람에 고요하게 흔들리는 물살을 바라본다.)
한날 한시에 죽자던 말은 거짓말이었어? (떨리는 손으로 칼날을 부여잡는다.)
버리지 말아 달라고 매달렸던 건?
 
마릴루:......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어.
네가.
.........
처음부터 날 사랑했다고 말하기 전 까진.
 
장태주 :.......
 
마릴루:너,
.....
살아있잖아.
죽지 않았잖아.
슬픈것도, 사랑도, 증오도. 전부 느낄 수 있잖아.
 
장태주 :.....
 
마릴루:........그걸 알아버렸는데
 
장태주 :그만..
그만해.
 
마릴루:어떻게, ....
.....
 
장태주 :..............
 
마릴루:(맞붙힌 가슴 사이로 심작 박동소리가 들린다.)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한 바다에 오로지 두 사람분의 숨만 붙어있다.)
 
장태주 :(살아있다는 감각이 끔찍하다.)
(...전부 포기하고 자신의 것이 되라던 속삭임이 의미를 잃고 흩어진다.)
....... (자꾸만 맥이 풀리는 것 같은 손에 안간힘을 주고 마릴루의 갈비뼈 사이를 찌른다. 닫힌 문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던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마릴루를 마주본다.)
괜찮아.
....... 네가 나에게서 등 돌리는 거, 이제 익숙하니까.
................................
 
장태주 :사랑해.
 
마릴루:.......... (입에서 울컥 혈흔을 쏟아낸다. 가지런히 개어둬 주름 하나 없는 제복 위로 얼룩진 핏물이 베어들어간다.)
(이별은 쓰라리고 통증은 아득하다. 한쪽을 취하면 다른 한 쪽은 전부 잊으라고 얘기한건 자신이었지만, 정작 잊혀지는 입장이 되자니 폐부가 끓는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상대의 손가락에 얇은 잇자국을 남긴다.)
....사랑해.
 
장태주 :........
 
가장 높이 솟은 것을 무너뜨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무너뜨리고 부서뜨리면……
 
사막에서 보았던 환상이 스쳐 지납니다.
 
감히 신의 손가락도 꺾고 구원자를 피 흘렸으니 어찌 세계가 온전하리오.
 
눈앞에는 무너진 잔해가 보입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장태주 :.........
(품에 안긴 연인을 흔들어본다.)
마릴루,
 
마릴루:.... ...응,
 
장태주 :.............
(손바닥 가득 묻은 피를 내려다보다가 분에 넘치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처럼 웅얼댄다.) .......죽어도 된다고 허락해주면 안돼?
 
마릴루:............
.............
..............
가.
(가지 마.)
그리고 전부 잊어.
 
마릴루:(곁에 있어 줘.)
...그러고나면 더이상 나한테 얽매일 필요 없잖아.
(이것은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사랑이다.)
 
장태주 :...................
..... (피 묻은 손을 허망하게 뻗어 잔해를 쓸어내린다. 이 선택 앞에 있을 고통이 벌써 눈에 선하다.)
(잊고 살라는 말 한마디에 어떤 행성 위 목숨값 만큼의 무게가 실려있지만 자신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뼈저린 후회를 할 것이고, 돌아간다 한들 자신의 연인을 빼앗아간 고향을 오롯이 사랑해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잠들기 전 매일 밤을 후회할 것이지만)
(그나마 이제 자신의 악몽에는 멸망하는 고향 대신 죽어가는 연인의 얼굴이 대신 나올 것이라는 것을 위안 삼는다.)
 
장태주 :(잠 못 드는 밤과의 작별이구나.)
(환상 속의 자신은 가치 있는 삶이 아닌 그 악몽을 맞이하러 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너진 잔해에 피를 덧바르자, 익히 알고 있는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피에 젖었는데 쇠 비린내라곤 전혀 없습니다.
 
가장 높이 솟은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썩어들어, 땅 아래로 자취를 감추면……
 
눈앞에 문이 열립니다.
 
철제를 두르고 피어난 새파란 장미는 기적과 불가능의 상징.
 
도저히 장미 향기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을 예고하는 것처럼 진해지고, 덧칠해집니다.
 
이 문을 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히 이별하겠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나와 같은 시간을 사는 이를 돌아봅니다.
 
울었나요? 혹은 웃었던가요.
 
눈앞이 흐릿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인데. 선명하게 보아두어야 하는데.
 
....
 
2
 
추억:저 이런 덜떨어진 애랑 짝 하기 싫어요!!!
 
기억:......저.. 잘부탁.. 뭐?!
나, 나도 싫거든!! 이 호박아!!
 
이제 돌아가면 영영, 다시는 볼 수 없을 텐데……
 
2
 
추억:....짜증나
 
기억:.........저거 언제 사람 구실 할까..
 
마음과 달리 야속하게도 눈물은 멎지 않고 계속 눈앞을 적십니다.
 
2
 
미련:...다시는 바다에 오지 말자.
 
그의 얼굴이 흐려집니다.
 
젖어 들어갑니다.
 
하고 싶은 말은 밤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지만……
 
2
 
2
 
마릴루:안녕.
 
이별하는 처지에, 이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습니다.
언젠가 내가 머물게 된다면…… 꼭 당신 곁이리라고 믿었던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나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은 흐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입니다.
 
떼어지지않는 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등을 돌리고, 고개를 숙여,
 
다시금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눈이 마주쳤다간 애원하게 될 것 같았어.
 
날 보내지 말라고, 네 곁에 있고 싶다고……
 
저주받고 멸망할지언정, 그것만을 바란다고.
 
사무치게 사랑하니 이별 또한 가슴 깊이 사무칩니다.
 
가장 사랑한 것을 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옮기는 그 걸음은,
 
진정으로 구원자의 순례였습니다.
 
시곗바늘은 다시금 돌고 돌아, 자정이 지나면 정오를, 정오가 지나면 자정을 가리키겠지.
 
14개의 숫자는 낮과 밤에 각각 새겨져 있습니다.
 
해가 달을 좇고 달이 해를 좇아 넓은 하늘을 헤엄치듯이,
 
우리도 서로를 좇으며 우주를 헤매게 될 거예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혹사당한 탓에, 꼭대기에 걸린 달이 앙상했습니다.
 
섭리를 따라,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Chapter 3. 모래 시계의 균형
 
시간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두 사람은 멸망할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영원한 이별입니다.
시간은 교차할지언정 함께할 수 없는 법입니다.
지구와 도밍게즈는 모두 이계의 신에게 안위를 위협받습니다.
구원과 종말 중 어느 쪽을 맞게 될지는 각 탁에게 맡깁니다.
 
:오랜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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